지난 글(‘빅3’ 클라우드, 2020 상반기 투자 동향)에서는 2019년 7월 발표된 가트너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쳐 매직퀘드란드에 포함된 6개 업체 중에서 하이브리드·멀티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로 구분한 IBM과 SaaS 서비스 사업자로 구분한 오라클(Oracle), 정보 접근이 쉽지 않은 알리바바 클라우드(Alibaba Cloud)를 제외한 아마존웹서비스(Amazon Web service, AWS), 마이크로소프트 에저(Microsoft Azure),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Google Cloud Platform) IaaS 서비스 사업자의 주요 동향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이에 이어서 이번 글에서는 하이브리드·멀티클라우드 사업자들의 주요 동향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하이브리드·멀티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
3대 퍼블릭 클라우드 사업자인 아마존웹서비스(Amazon Web service, 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Microsoft Azure),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Google Cloud Platform)이 전체 시장의 67.3%를 차지하고 있고, 이들의 성장률이 다른 퍼블릭 클라우드 사업자들의 평균 성장률을 크게 앞지르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사업자들은 자연스럽게 하이브리드·멀티클라우드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직원 1,000명 이상의 주요 업체들의 클라우드 전략에 관한 설문 조사에서 87%가 하나 이상의 퍼블릭 클라우드와 하나 이상의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사용하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사용하고 있다고 응답한 응답자들은 평균적으로는 2.2개의 퍼블릭 클라우드와 2.2개의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사용하고 있으나, 이들 중 33%만이 멀티클라우드 관리 도구를 사용한다고 조사되었고, 전체 응답자의 73%가 기준 클라우드 비용의 효율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응답하여 효율적인 하이브리드·멀티클라우드 사용을 지원하는 서비스 사업자들에는 아직 충분한 시장 기회가 있다고 할 수 있다.
IBM/레드햇
아이비엠이 2019년 7월 9일 약 40조 원($34B)에 레드햇을 인수할 당시, 이미 두 회사는 IBM의 글로벌 영업망과 레드햇의 오픈소스 기술을 합하여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다. 한 달 후에는 합병 후에 소유하게 된 쿠버네티스 플랫폼인 레드햇 오픈시프트(OpenShift)를 기반으로 다섯 개의 클라우드 팩(Cloud Pak)를 선보였다.
IBM의 원래 움직임은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미들웨어를 용도별로 패키징 하여 다양한 쿠버네티스 플랫폼 상에서 동작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이었으나, 레드햇 인수 이후에는 오픈시프트와의 시너지에 집중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IBM과 레드햇이 함께 출시한 첫 제품인 이 클라우드 팩은 다음과 같이 구성됐다.
- IBM의 개발 툴과 레드햇 런타임으로 구성된 애플리케이션 개발, 테스트, 배포에 필요한 마이크로서비스 프레임워크(micro-services framework)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클라우드 팩
- 앱, 데이터, 클라우스 서비스, API 통합 기능을 제공하는 인테그레이션 클라우드 팩
- 다양한 클라우드 환경에 대해 통일된 뷰와 제어를 가능하게 하는 멀티클라우드 관리 클라우드 팩
-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의사결정, 업무 자동화를 지원하는 오토메이션 클라우드 팩
- 데이터의 저장과 분석을 통해 데이터에서 가치를 창출하고 인공지능을 가능하게 하는 데이터 클라우드 팩
여기에서도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서비스의 모든 단계를 지원하겠다는 IBM과 레드햇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주목할 점은 IBM/레드햇의 최종 목표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고객이 오픈시프트를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선택하고, 다양한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오픈시프트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레드햇의 입장에서는 모든 IaaS 서비스에서 오픈쉬프트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미 2015년 말 출시한 오프시프트 데디케이티드(Open- shift Dedicated) 서비스를 통해 아마존 웹서비스와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에서 레드햇이 관리하는 오픈시프트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던 레드햇은 2019년 애저 레드햇 오픈시프트, 2020년 5월 아마존 레드햇 오픈시프트 서비스를 발표하면서 고객들이 더욱 안정적으로 오픈시프트 플랫폼을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이런 IBM과 레드햇의 노력은 2020년 결실이 확인되고 있다. 2020년 6월 인도의 주요 통신사 중의 하나인 에어텔(Bharti Airtel)이 5G와 엣지 컴퓨팅 등을 지원할 차세대 네트워크 클라우드 공급자로 IBM/레드햇을 선정하였다. 이는 엣지까지 포함한 통신사의 모든 클라우드에 동일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고객들에게 보다 효율적이고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할 뿐 아니라, B2B, B2C 파트너도 효율적으로 부가가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여 통신사의 매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별도로, 2020년 6월 30일 레드햇, IBM, SAP는 고객에게 SAP 클라우드 플랫폼을 온프레미스로 제공하기 위해 협력하겠다는 발표를 하였다. S/4 HANA와 SAP 클라우드 플랫폼을 IBM의 프라이빗 데이터센터 인프라스트럭쳐, 레드햇 오프시프트 가상화와 결합함으로써, 더욱 안정적인 가상화 환경에서 SAP 매니지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특히 SAP 클라우드 플랫폼을 고객의 방화벽(firewall) 뒤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은 금융이나 의료와 같이 보안에 대한 규제를 만족시켜야 하는 고객이 S/4 HANA와 SAP 클라우드 플랫폼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
VM웨어/델 EMC
1984년 설립된 델(DELL)사는 2013년 설립자인 마이클 델(Michael Dell)과 주요 투자자인 실버레이크 파트너스(Silver Lake Partners)에 의해 비공개 회사로 전환된 이후, 2016년 9월 약 80조($67B)에 EMC를 합병하였다. 이 합병 과정에서 델 EMC는 VM웨어의 80.6%를 보유하게 되지만, VM웨어는 여전히 독립적인 상장회사로 영업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 하나는, VM웨어 시가총액은 $59B이지만, 이 회사의 80.6%를 소유하고 있는 델 EMC의 시가총액은 $39B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는 대부분 당시의 델 테크노롤지가 EMC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46B의 부채가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에 기인하지만, 시장에서 원래 델의 사업 부문에 대한 가치 평가가 높지 않는다는 것도 의미한다.
앞에서 언급한 레드햇과 마찬가지로 VM웨어 입장에서도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고객들이 VM웨어를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의 기반으로 선택하고, 다양한 퍼블릭 클라우드에서 VM웨어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VM웨어는 IaaS 사업자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시장 선두주자인 아마존웹서비스와는 일찍부터 ‘VMware Cloud on AWS’를 제공하고 있었고, 2020년 내에 아마존웹서비스의 온프레미스 제품인 AWS 아웃포스트(Outpost)에도 VM웨어 클라우드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MS 애저와도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오히려 애저 VM웨어 솔루션은 마이크로소프트가 디자인, 개발, 지원을 하고, VM웨어가 승인(endorse)를 하는 형태를 띄고 있다.
마지막으로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도 VM웨어 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0년 5월 구글 클라우드 VM웨어 엔진을 발표하였는데, 이 역시 구글이 디자인, 개발, 지원을 하고, VM웨어가 승인(endorse)를 하는 형태를 띄고 있다.
레드햇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움직임인지는 모르겠지만, VM웨어는 적극적으로 기업 인수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20년 1월에는 인공지능 네트워크 분석 회사인 니얀사(Nyansa)를 인수하였고, 5월에는 클라우드 네이티브 쿠버네티스 보안 플랫폼 회사인 옥타린(Octarine)을 인수하여 2019년 8월에 인수한 카본 블랙(Carbon Black)의 보안 성능을 컨테이너 환경에서도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었다. 이 외에도 네트워크 보안 솔루션 회사인 라스트라인(Lastline)을 인수하였고, 7월에는 클라우드 네이티브 장애 복구 회사인 데이트리움(Datrium)을 인수할 예정이라고 발표하였다.
이상의 기업 인수 행보를 보면, 가상화를 넘어서 보안과 장애 복구를 포함하여 최선의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플랫폼을 제공하기 위한 착실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레드햇 vs. VM웨어
3대 IaaS 사업자들이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의 67%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90% 이상의 기업들이 하이브리드/멀티 클라우드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시사점이 준다.
- 기업들이 이미 투자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비용을 회수하기 전에는 퍼블릭 클라우드로 완전히 이전하기는 힘들고,
- 특정 워크로드는 퍼블릭 클라우드로 옮기는 것은 꺼리는 부분이 있으며,
- 특정 퍼블릭 클라우스 서비스에 종속되는 것은 두려워한다.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것이고,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다양한 클라우드 환경에서 동일한 환경을 제공해 주는 가상화 기술이다.
대표적인 가상화 기술인 쿠버네티스의 기업용 상용화 제품인 오픈시프트를 보유한 레드햇과 가상화의 원조 격인 VM웨어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플랫폼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두 회사 모두 공통적으로 고객들이 모든 IaaS 사업자들의 클라우드에서 자사의 가상화 솔루션을 사용할 수 있도록 협력관계를 갖춤은 물론, 하드웨어 기반을 갖추고 있는 모회사(델 이엠씨, IBM)와 협력을 통해 고객들이 온프레미스로 자사의 가상화 솔루션을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현재로서는 가상화의 원조 격인 VM웨어가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그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기업 인수를 포함한 아주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나, 전통적인 강자인 IBM이 레드햇과의 시너지를 어떻게 극대화하는지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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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으며, 클라우드스토어 씨앗 이슈리포트에 동시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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