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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drone)은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2014년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드론은 사진 영상 촬영과 농업, 감시모니터링, 측량 지도 서비스, 에너지 인프라 등 항공 촬영에서 배송까지 그 활용범위가 광범위하다. 여전히 각국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드론에 대한 영역이 끊임없이 확장되고 있다.

드론은 하늘 위 퀵서비스 그 이상이다

드론의 여러 역할 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끄는 것 가운데 하나는 ‘하늘 위 물류 인프라’다.

아마존은 지난 2016년 12월 6일(현지시각) 영국에서 드론을 이용한 프라임 에어(Prime Air) 배송 테스트를 시작했다. 배송까지 걸린 시간은 13분.

영국 정부로부터 드론 배송을 위해 허가를 받은 케임브리지 교외 지역에서 이뤄진 이 실험에서 배송은 모두 전자동으로 이뤄졌다. 태블릿을 통해 팝콘 등을 주문하면 무게 2.27kg까지 운반이 가능한 드론에 상품이 실리고 카메라가 아닌 GPS 기반의 완전 자동 비행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안전하게 배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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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보다 한발 앞서 상용 테스트를 시작한 편의점 체인 브랜드인 세븐일레븐은 2016년 12월 미국 네바다주 리노에서 드론을 이용하여 77회의 배송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드론 기업인 플러티(Flirtey)와 공동 실시한 이 배송은 전용 앱을 통한 드론 온디맨드 서비스를 표방한다. 앱은 드론에 상품이 적재될 때부터 착륙할 때까지 계속 알람을 보내준다. 주문에서 배송, 실제 상품을 받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10분 이내다. 세븐일레븐은 2017년 서비스 지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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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드론을 이용한 배송, 물류 시스템 확대는 단순히 ‘하늘 위 퀵서비스’ 이상이 될 수 있다. 기본 인프라가 전혀 구축되어 있지 않은 아프리카를 비롯한 개발도상국에서 메디컬 인프라 측면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이미 드론을 이용해 수혈용 혈액이나 의약품 수송은 현실화가 진행되고 있다.

르완다에서 벌어지는 의료 인프라 실험

지난 2015년 미국 스타트업 업체인 지프라인(Zipline)은 UPS,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Global Alliance for Vaccines and Immunization)과 공동으로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드론을 활용한 의약품 배송 계획을 세웠다. GPS를 기반으로 자동 조종이 가능한 드론 15대를 이용해 르완다 곳곳에 위치한 의료시설 21곳에 매일 150회씩 의약품 배송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르완다에서 혈액 수송에 활용되는 지프라인 드론
르완다에서 혈액 수송에 활용되는 지프라인 드론

르완다 곳곳에 위치한 의료 시설의 의사와 간호사로부터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통해 간단하게 물자를 요청받으면, 의약품을 싣고 태블릿으로 비행 설정만 하면 된다. 지프라인의 의약품 수송용 드론은 고정익기 형태를 취하고 있다. 고정익기는 일반 로터형 콥터보다 체공시간이 길며 자칫 드론이 추락할 수도 있는 아프리카 지역의 날씨에서도 비행이 가능하다.

또 다른 특징은 개발도상국에 적합한 저 기술을 적용하고 비용을 줄이는 데 있다. 지프라인은 드론에 탑재할 캐리어나 낙하산 제조비용을 50센트로 억제하고 한 번 사용하면 폐기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드론 자체는 유압식 투석기를 통해 공중으로 날아가게 되며, 이후 설정에 따라 GPS 좌표를 따라가며 자동 비행을 한다. 속도는 100km/h 가량이며 목적지에 도착하면 물품을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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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주요 수송 대상은 수혈용 혈액이다. 아프리카의 경우 임산부의 사망 원인을 보면 출산 후 출혈이 가장 많다. 문제는 이에 대한 치료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며. 특히 전기 공급이 불규칙한 지역이 많아 혈액을 저장해두기 어렵다. 결국, 한곳에 집중적으로 보관했다가 드론을 이용하여 배송하겠다는 의도이다.

의료 분야에서 드론을 활용하려는 시도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올해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선 미국 뉴욕 스토니브룩대학 연구팀이 드론을 이용해 결핵 테스트를 위한 혈액 샘플 수송을 진행했다. 바유(Vayu)라는 기업이 개발한 드론 역시 지프라인과 마찬가지로 고정익형 드론으로 GPS를 이용해 수직 이착륙과 수평 비행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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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다가스카르에서 이뤄진 이 의료 샘플 수송은 혈액과 배설물 등을 대상으로 했다. 고립지에서 이들 샘플을 채취한 뒤 시험장으로 운송해 결핵을 진단하려는 목적이다. 연구팀은 이런 샘플 수송이 원격지에 사는 메디컬 인프라 취약계층에게 의료 혜택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이 진행 중인 드론을 이용한 배송 시스템인 프로젝트 윙(Project Wing) 역시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난 2014년 10월 당시 호주 퀸즐랜드에서 시제품을 통해 농부에게 가축용 예방 백신 등의 물품을 배송하기도 했다. 구글은 프로젝트 윙이 단순 배송뿐 아니라 재난재해 지역을 대상으로 백신이나 구급상자를 배송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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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 ‘메디컬 실크로드’가 구축되려 한다

유니세프(UNICEF) 역시 올해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드론을 이용한 의약품 수송 테스트를 시작했다. 매터넷(Matternet)과 손잡고 진행한 이 테스트에서 유니세프가 기대하는 것은 HIV 테스트용 혈액 운송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아직은 이 지역에선 샘플을 구급차를 이용하거나 최악의 경우 자전거를 이용해 육로로 운반해야 한다.

하지만 그나마 구급차 수가 많지 않고 순회 일정에 한계가 있는 데다 도로 상황까지 열악해 혈액 샘플을 받아서 다시 반송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최대 8주에 달한다. 유니세프는 이 지역을 대상으로 혈액 샘플 250개가량을 실은 드론을 이용해 93회가량 무인 비행 테스트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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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아내와 함께 설립한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 역시 백신 수송 드론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재단은 프로젝트 프리모니션(Project Premonition)을 통해 대표적인 병원균 매개체인 모기에서 미생물을 채취, 확보하는 데 드론을 활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채취한 미생물의 유전자를 분석하여, 인체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잠재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하려는 것이다.

드론은 이런 모기를 채취하여 연구소로 운반해주는 역할을 한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75만 명에 이르는 인류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것으로 추정되는 매개체에 대한 의료 연구에도 드론을 활용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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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유독 아프리카 지역에서 드론을 활용한 ‘메디컬 실크로드’ 테스트가 잦은 이유는 뭘까. 앞서 소개한 르완다를 예로 들면 이곳 도로 중 포장 비율은 25%에 불과하다. 말라위 역시 열악한 도로 상황은 비슷하다. 도로나 운반 수단 등 기본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날씨다. 이곳은 우기가 되면 잦은 침수를 감수해야 한다. 포장이 되지 않은 도로는 트럭이나 오토바이 같은 운송수단이 아예 통행하지 못할 정도로 물에 잠긴다. 말라위 같은 지역에서 혈액 샘플 하나를 반송하는 데 2개월 넘게 걸린다는 점이 이 같은 사실을 말해준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 WHO에 따르면, 기본 인프라 미비로 인해 르완다 같은 곳은 의료 혜택을 제대로 받을 수 없어 HIV 감염률은 2.9%에 달하며, 평균 수명은 65세로 전 세계 평균보다 낮다. 의료 물자를 제대 공급할 수 없는 지형과 인프라로 인해 원격지에 흩어진 마을은 외딴 섬처럼 의료 혜택에서 멀어져 있다.

이 같은 단점과 더불어 관련 규제가 없다는 점은 아프리카가 드론 테스트를 수행하기에 적합한 곳이라는 점을 더욱 배가시킨다. 전 세계적으로 드론 배송에 대한 각국의 규제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실제로 아마존이 미국이 아닌 영국에서 프라임 에어에 대한 첫 테스트를 한 이유도 규제 때문이다.

이에 비해 르완다 같은 곳은 규제가 적다. 선진국과 달리 영공이 복잡하지도 않다. 이런 점에서 오히려 복잡한 관리나 법규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선진국보다 오히려 규제가 적은 아프리카가 드론 테스트에 제격이라는 것이다.

인도적 활용·지역 특성 맞춤형 도입, 기술 확산 부른다

유니세프의 경우 말라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HIV 백신 드론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이미 시험 비행 루트를 개설한 상태이며 2017년 4월부터 이 비행 루트 40km, 고도는 500m 이하를 대상으로 HIV 테스트용 혈액 샘플과 백신 수송을 할 계획이다.

르완다는 아예 국내에 드론 공항 44개를 건설할 계획이며 주로 의약품과 의료용품 제공을 위해 구축된다. 물론 드론 공항은 실제 항공기를 위한 일반적인 공항보다 훨씬 구조가 간단하며, 벽돌을 아치형으로 쌓은 간단한 형태로 만들어 유지 보수를 쉽게 할 계획이다. 르완다에 위치한 드론 공항은 50km 이내 레드라인, 100km 장거리인 블루라인 2개 노선으로 나뉜다.

지프라인 측은 드론 공항 같은 허브를 증설하게 되면 미래에는 드론을 통한 혈액 샘플이나 의약품 전달이 르완다 전체 인구 1,100만 명까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니세프는 말라위 정부 지원 하에 HIV 혈액 운송 드론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유니세프는 말라위 정부 지원 하에 HIV 혈액 운송 드론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의료 분야를 중심으로 한 드론의 활용은 군사용이나 상업용과 달리 생명을 구하는 인도적 차원에서의 기술 활용으로 볼 수 있으며, 이는 광범위한 의료 혜택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의료 인프라 구축에 대한 저항이 상대적으로 적거나 없으며 그 효과는 확실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를 비롯한 개발도상국의 지역 특성에 맞는 기술 도입이라는 측면도 생각해볼 수 있다. 다른 지역보다 훨씬 기술을 받아들이기 쉬운 조건이라는 것이다. 분야는 다르지만 지난 2014년 코카콜라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설치할 자판기에 아예 와이파이 핫스팟을 제공한 것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인터넷 인프라가 적은 아프리카 지역에 무료 와이파이를 공급하고 이곳을 중심으로 사람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음료를 접할 소비자도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다.

페이스북이 드론 아퀼라를 활용해 ‘드론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도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이미 우리나라의 경우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은 83.6%에 달하며, 선진국 평균도 모두 80% 이상이다. 하지만 아프리카를 비롯한 개발도상국 지역의 평균 보급률은 6.7%다. 아프리카에 위치한 54개국 중 ISP 업체 간 기간망인 IXP(Internet Exchange Point)를 보유한 곳은 단지 24개국에 그치고 있다. 아프리카 상당수 지역은 여전히 인터넷조차 개통이 되지 않은 ‘디지털 불모지’인 셈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eOez_Hk80TI

페이스북과 구글 등 거대 IT 기업이 아프리카 지역을 대상으로 모바일 인터넷 인프라를 공급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력 공급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점 역시 이 지역이 구글 같은 기업의 신재생 에너지 투자의 이유가 될 수 있다. 모바일 인터넷 공급은 기본 인프라가 부실하다는 점에서 드론을 통한 메디컬 서비스 확대와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인프라 부족은 실제 시장 진출에서도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한다. (출처: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인프라 부족은 실제 시장 진출에서도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한다. (출처: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말라위의 경우 유니세프와 협력하게 된 이유는 해마다 1만 명에 달하는 어린이가 HIV로 사망하고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지난 2014년 말라위에선 HIV에 감염된 산모를 통해 어린이 4만 명이 태어났다. 결국, 의료 인프라 구축은 국가 발전을 위한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존스홉킨스대학 연구팀은 드론을 이용한 혈액 체제 운송이 품질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사진 출처: 존스홉킨스메디슨)
존스홉킨스대학 연구팀은 드론을 이용한 혈액 체제 운송이 품질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사진 출처: 존스홉킨스메디슨)

드론을 이용한 혈액 수송에 대한 의학적 영향에 대한 검토도 이뤄지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연구팀은 올해 드론을 이용한 의료용 혈액 운송이 실제 혈액 품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드론을 이용해 적혈구와 혈소판 혈장을 아이스박스에 담아 운반하도록 하고 실제 드론 배송 환경과 비슷한 100m 높이에서 최대 20km 거리, 26여 분 거리를 비행하게 한 다음 해당 혈액을 대상으로 화학, 혈액학적, 미생물학적 영향을 확인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드론을 이용한 배송은 혈액 품질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적절한 온도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는지 등 추가 테스트를 진행 중이지만 의료 인프라 수단으로서의 드론을 위한 기술 검토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책 결정 데이터·실효성 입증할 거대한 실험실

물론 이를 위해선 기술 개발을 위해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기술 개발, 규제 완화 등 제반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 지난 2016년 8월 미국 정부는 백악관이 중심이 되어 드론에 대한 제한을 완화하면서 시험 비행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백악관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이 시험 비행에는 구글의 프로젝트 윙이 참여, 배송용 드론이나 농업 등에 활용할 드론 개발을 진행하게 된다. 물론 비행이 가능한 영역은 FAA가 정하는 지역에 한정되지만, 드론 위치를 파악하고 주변 드론과 지상 관리자에게 보내는 무선 발신 장치를 탑재할 계획이다. 미국 정부가 드론에 탑재하려는 장비는 일반 항공기를 대상으로 2020년까지 탑재를 의무화한 것과 비슷한 기능을 갖춘 것이다. 이를 통해 공중에서 위험한 접근이나 충돌, 추락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드론 추락으로 인한 안전사고나 조종사의 시야 안에 있는 범위에서만 운용이 가능한 현재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배송이든 의료 인프라 구축이든 결국 드론을 자동화하고 조종사 시야를 벗어난 범위에서도 운용이 가능해야 드론의 활용가치가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법적 규제가 약한 아프리카를 비롯한 개발도상국에서의 메디컬 드론 인프라 구축은 드론 상용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법적, 제도적 장치에 대한 보완과 개선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한다. 아마존은 미 FAA 규제를 피해 영국 민간항공국 CAA와 제휴하여 영국에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기업은 원하는 기술적 시도를, 영국 정부는 드론 관련 미래 정책과 규정 책정을 위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윈윈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아프리카에 구축될 메디컬 드론 인프라는 드론 상용화를 앞당기는 역할을 하고 기술적 보완을 위한 다양한 데이터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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