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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인터넷 혐오 표현 금지법’, 결국 통과하다

프랑스 하원이 결국 ‘인터넷에서의 혐오 콘텐츠 규제 법안’(이하 ‘인터넷 혐오 표현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2018년, 마크롱 대통령이 인터넷에서의 인종차별적, 반유대주의적 혐오 발언에 대한 강력한 조치 마련을 약속한 이후, 기나긴 설전과 논란을 거쳐, 5월 13일 이 법안이 통과된 것.

일명 ‘아비아법’의 내용 

이 법안이 마련된 데에는 프랑스 인터넷에서 혐오 표현의 확산이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 요인으로 작용했다. 법안을 발의한 여당(전진하는 공화국, LREM)의 대변인, 래티시아 아비아(Laetitia Avia)는 법안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명시했다.

“인터넷에서 아무런 제어를 받지 않는 혐오 표현이 10배나 증가했다. (…중략…) 우리 국민의 70% 이상이 이미 SNS에서 유통되는 혐오 표현에 노출되어 있다. 우리 사회에서 혐오 표현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바로 이런 상황이기에 인터넷에서 혐오 표현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아비아 대변인의 이름을 따 일명 ‘아비아(Avia) 법’으로도 불리는 이 법에 의해 당장 올 7월부터 디지털 플랫폼과 검색 엔진에게 24시간 이내에 신고된 콘텐츠들 중 ‘명백한’ 불법 콘텐츠를 삭제할 의무가 부여되며, 이를 거부한 경우 최대 125만 유로의 벌금이 부과된다. 여기에는 혐오 콘텐츠뿐 아니라, 폭력, 인종 차별, 모욕적 발언까지도 포함된다.

레티시아 아비아 (출처: G.Garitan, CC BY SA 4.0)

래티시아 아비아 ‘전진하는 공화국’ 대변인. ‘인터넷 혐오 표현 금지법’은 아비아 대변인의 이름을 따서 일명 ‘아비아법’으로 불린다.  (출처: G.Garitan, CC BY SA 4.0)

규제 대상과 플랫폼 운영자의 의무

구체적으로 온라인 플랫폼과 검색 엔진 운영자들에게 한사람 이상이 명백한 불법적 콘텐츠, 혐오 발언, 인종차별적 혹은 반종교적 발언을 신고한 경우, 24시간 이내에 이를 삭제해야 하는 의무가 부여된다.

아울러 테러 관련 콘텐츠 혹은 아동 포르노 관련 콘텐츠의 경우, 삭제해야 할 시간이 1시간으로 단축된다. 언론 자유 원칙에 위배되는 모든 게시글이 이 법의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Steven Depolo, CC BY https://flic.kr/p/6Z3LfZ

인터넷 혐오 표현 금지법은 모든 종류의 ‘언론 범죄’를 그 규제 대상으로 삼는다 (출처: Steven Depolo, CC BY)

플랫폼 운영자에게 보내는 신고 내용에는 논쟁적인 콘텐츠의 작성자가 누구인지, 어떤 카테고리에 첨부되어 있는 콘텐츠인지, 이 콘텐츠에 대한 설명, 삭제해야 하는 이유 등이 포함된다. 신고를 남용한 경우도 처벌 대상이 된다. 합법적인 콘텐츠에 대한 신고 남용은 최대 1년의 징역과 15,000 유로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삭제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경우 플랫폼은 최대 125만 유로(16억7천만 원)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운영자는 문제가 된 콘텐츠의 게시자에게 신고 접수 시기와 내용, 신고에 대한 조치와 그 이유에 대해 통지해야 한다. 또한 24시간 이내에 콘텐츠를 삭제하거나 액세스 할 수 없게 하거나 검색 결과에 포함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콘텐츠를 게시한 사용자에게 ‘명백히 불법적인’ 콘텐츠의 게시로 인해 민사상 및 형사상 제재가 발생했음을 알려야 한다. 문제가 된 콘텐츠는 그것이 삭제되었음을 알리는 메시지로 대체된다. 그리고 삭제된 모든 불법 콘텐츠는 사법 당국의 조사 및 확인을 위해 최대 1년 동안 보관해야 한다.

감독 책임은 ‘CSA’ 

이 법이 올바르게 기능할 수 있도록 감독할 책임은 CSA(시청각 최고위원회; Superior Audiovisual Council)에게 있다. CSA는 플랫폼이 준수해야 하는 권장 사항을 마련하고 알려야 한다.

또한, CSA는 처벌에 대한 내용을 최고(催告)할 수 있는데, 위반 내용이 심각하거나 플랫폼이 반복적으로 혐오 콘텐츠를 게재할 경우, 전 회계 연도 총 매출액의 4%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재정적 처벌을 가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아비아법에는 교육이나 모니터링과 같은 혐오 표현에 대한 다른 방식의 대처 방식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교육은 “온라인으로 혐오 메시지 전파에 대처하는 모듈”“디지털 리소스의 책임 있는 사용”에 관한 교육을 진행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CSA의 권한 하에 해당 분야에 대한 온라인 혐오 표현 모니터링 기관, 혐오 메시지 작성자를 확인할 수 있는 전담 검사국도 마련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방송통신위원회'와 유사한 프랑스의 시청각감독위원회(CSA)는 "방송 정지 명령"이라는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됐다.

우리나라의 ‘방송통신위원회’와 유사한 프랑스의 시청각감독위원회(CSA)는 ‘방송 정지 명령’까지 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의 국가기관이다.

비판: 불명확성, 표현의 자유 침해, 사기업의 검열

2019년 4월 국회에 제출된 이 법안은 수많은 비판에 부딪쳐 여러 차례 수정되었다. 유럽위원회마저 ‘혐오 콘텐츠’의 내용을 좀 더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해 이를 반영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이 법안은 코로나19가 프랑스를 덮친 이래 코로나19와 무관하게 통과된 최초의 법안이기도 한데, 이 법안 통과에는 코로나19도 한몫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국회에 출입할 수 있는 의원 수가 150명(전체 577명)으로 제한되었는데, 사회당 의원들은 대부분 기권했고, 찬성파인 중도파 정치그룹 UDI-Agir 의원들이 참여해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처럼 일부 국회의원들의 참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표결이었기에 몇몇 의원들은 인정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인터넷 혐오 금지법 통과에는 코로나19 상황이 한몫(?)을 했다.

인터넷 혐오 표현 금지법 통과에는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이 한몫(?) 했다.

찬성파인 UDI-Agir 의원들의 주장은 인터넷 혐오표현을 규제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플랫폼에게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반대파인 ‘자유와 영토'(Libertes et territoires),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a France insoumise), 프랑스 국민연합(Rassemblement National) 등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에 반대했다. 또한, 몇몇 의원들은 유럽 규정에 관련 조항이 없어 “비효율적”이라며 이 법안에 강력하게 반대했다.

아울러 국가디지털위원회 (CNNum: Conseil national du numerique), 국가인권자문위원회(la Commission nationale consultative des droits de l’homme), 프랑스의 디지털 권리 단체인 라 캬드라튀르 뒤 넷(La Quadrature du Net)과 같은 기관들도 이 법안의 채택을 반대해왔다. 민간 사업자에 그토록 중요한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후퇴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바로 이런 점으로 인해 헌법위원회가 이 법에 대해 위헌 판결을 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도 있다. 헌법에 따르면 사법 판사가 개인의 자유에 대한 보증인 역할을 하는데, 이 법은 게시글의 성격에 대한 평가를 판사가 아닌 민간 플랫폼 운영자에게 맡기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반대파들은 공통적으로 이 법이 “과도한 검열”에 대한 제재가 없는 상황에서 벌금에 대한 두려움으로 플랫폼 사업자가 합법적인 콘텐츠마저 삭제하게 될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는 필연적으로 사용자에 대한 (사기업에 의한 형식적으로는 자율적인 형태를 띤) 검열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즉 법이 플랫폼 사업자에게 '의무'를 강조하면, 사업의 필요를 위해 위험을 줄여야 하는 사업자는 사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세울 수밖에 없다.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는 필연적으로 사용자에 대한 (사기업에 의한 형식적으로는 자율적인 형태를 띤) 검열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즉 법이 콘텐츠 사업자(우리나라로 치면 ‘포털’ 등)에게 ‘의무’와 ‘책임’을 과도하게 강조하면, 기업 경영상의 리스크(사업 제재나 벌금 등)을 줄여야 하는 사업자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세울 수밖에 없다.

더 강력한, 더 많은 법이 필요하다? 

한편, 지난해 유럽연합(EU)이 실시한 연구에 의하면 플랫폼들은 이미 많은 불법 콘텐츠를 제거하고 있다. 정보 기술 회사는 24시간 이내에 신고된 콘텐츠의 89%를 평가하고, 이 중 72%를 혐오 표현으로 간주하여 삭제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아비아법은 결국 온라인 혐오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을 제공하는 것 외에 특별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영미권과는 달리 온라인 혐오 표현이나 허위정보에 대해 비교적 엄격한 프랑스가 몇 년 전부터 이를 근절하기 위한 다양한 관련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미 1881년 언론법을 통해 언론 자유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 즉 허위 뉴스, 개인의 명예를 침해하는 정보, 선동적인 발언을 처벌하고 있는 상황에서 2014년 11월 대테러법, 2017년 평등 및 시민권법, 2018년 가짜뉴스 근절법, 그리고 올해 인터넷 혐오 표현 금지법까지 허위정보나 혐오 표현에 대한 강력한 법적 조치들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의 ‘허위, 테러, 혐오 표현’ 규제법 

언론법(1881)

언론법에 명시된 언론 자유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는 크게 허위 뉴스, 개인의 명예를 침해하는 정보의 전달, 그리고 선동적인 발언 등 세 유형으로 분류된다. 여기서 ‘허위 뉴스’는 말 그대로 사실에 근거 하지 않은 정보를 보도하는 경우에 해당하고, 개인의 명예를 침해하는 정보의 전달은 명예훼손, 중상, 모독에 해당하는 정보를 전달한다거나 범죄(추정)자 혹은 범죄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대테러법(2014)

언론법 제24조에 따르면 테러 옹호 메시지를 유포한 경우, 5년의 징역과 4만5천 유로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2014년 11월 대테러법에 따라 개정된 형법 제421-2-5조는 테러 옹호를 “테러 행위를 직접적으로 선동하거나 이 행위를 공개적으로 옹호하는 것”이라 정의하고, 이 범죄를 저지른 자는 최고 “5년의 징역과 7만5천 유로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온라인 공중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이용해 테러를 옹호한 경우에 대한 처벌은 오프라인에서 보다 훨씬 가혹하다. 이 경우, 최고 10만 유로의 벌금과 7년의 징역을 선고할 수 있다. 그러나 “테러 행위의 선동이나 옹호”라는 규정의 내용이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이 많다. 테러 선동과 기존 사회질서에 대한 비판 사이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평등 및 시민권법(2017)

2017년 평등 및 시민권법의 제정과 더불어 개정된 언론법은 인종이나 종교적 이유로 인한 차별뿐 아니라 성적 취향, 장애로 인한 차별, 젠더 정체성으로 인한 차별 등 혐오를 조장할 만한 다양한 차별적 발언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가짜뉴스 금지법(2018)

프랑스의 가짜뉴스 금지법은 ‘정보조작 대처법(Loi contre la manipulation de l’information)이라는 이름으로 2018년 11월 20일 채택되었다. 선거 기간(선거 이전 3개월부터 선거일까지) 동안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서의 정보 왜곡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이 법은 허위 정보의 배포를 판사가 중지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행정부의 기구들, 후보자, 정당, 시민단체들은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유포된 이러한 정보에 대해 판사가 개입할 것을 요구할 수 있고, 판사는 48시간 이내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조치의 궁극적인 목표는 언론이 지켜야 할 기본적인 가치이자 동시에 민주주의적 가치인 인권에 대한 보호일 것이다. 그러나 몇몇 법적 조치들은 오히려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트리거나 가장 근본적인 권리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우려를 낳고 있다.

혐오 표현 규제 vs. 표현의 자유, 프랑스

혐오 표현 규제 vs. 표현의 자유, 한쪽에서는 혐오 표현이 인권과 민주주의 더 나아가 안보를 인질 삼고 있으며 그 해악이 프랑스 사회가 참을 수 있는 수인 한계를 넘어섰다고 말하고, 다른 한쪽은 여전히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면서 국가 공권력의 무분별한 확장과 사기업이 경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검열을 남용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비단 프랑스만의 문제는 아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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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슬로우뉴스 편집위원

산책과 명상을 좋아합니다. 프랑스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했습니다(파리2대학 언론연구소 박사). 제가 가장 사랑하는 단어는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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