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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재생산: 중앙일보의 겨울왕국2 ‘노키즈관’ 설문

중앙일보 페이스북 페이지의 설문조사

중앙일보 페이스북 페이지의 겨울왕국 2 노키즈관 설문 조사 게시물 캡처. 그런데 아동용 애니메이션을 아동들과 함께 보는 걸 어떻게 막겠어요(….)

중앙일보의 해당 설문은 두 가지 항목으로 이뤄져 있다.

  1. 아이 소음에 방해받지 않고 영화 볼 권리 있다.
  2. 전체관람가 영화에 아이 쫓아내는 건 말도 안돼.

인터넷 설문조사에 뭘 기대하겠냐마는, 이 설문은 당연히(!) 제대로 설계된 설문은 아니다.

혐오의 확대 재생산

우선, 두 가지 항목이 서로 상충된다고 볼 수가 없다. 보통 많이들 할 만한 생각이, ‘전체관람가 영화니 아이들도 당연히 보겠지만’, ‘아이들이 내는 소음은 자제시켜야 한다’는 정도다. 한 발 더 나아가봤자, ‘뭐 가능하다면야 성인만 들어갈 수 있는 관람관이 따로 있어도 좋지 않겠느냐’ 고 생각하는 정도일 테고. 이런 사람들이 그럼 보통 어느 쪽을 선택하겠냐 하면 아무래도 전자(‘노키즈관’)에 반사적으로 손이 갈 테고. 이 쪽이 ‘앞’ 문항이라는 것도 꽤 중요하게 작용할 거다.

사실 기가 차는 건 설문보다 본문이다. 사실 “아이들이 내는 소음 때문에 영화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는 볼멘 반응들”이 얼마나 다수의 의견인지도 모르겠고, “애들이 영화관에 오면 민폐다. 맘카페나 키즈카페를 대관해 보라”는 수준의 극단적인 의견은 대체 어디에서 본 건지도 궁금하다. 인터넷 영화 커뮤니티에서도 노키즈존 같은 얘기는 보기 힘들고, 가끔 노키즈존 얘기 나오더라도 ‘관크'(관객+크리티컬; 관람을 방행하는 행위를 뜻하는 신조어)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문제이고, ‘아이의 문화생활을 막을 순 없다’는 반대 반응이 훨씬 우세하다.

말하자면 중앙일보의 이 게시물은 사실 딱히 의도한 건 아니고, 소셜 페이지 운영자가 단지 클릭을 유발하기 위함일 뿐이겠지만, 혐오를 전제하고, 그것을 ‘확대 재생산’ 하는 방향으로 굉장히 성실하게 짜여져 있다. 아동혐오가 먼저 있었고 중앙일보가 그걸 기사화한 건지, 중앙일보가 일부의 논란을 일부러 메인 스테이지로 끌어올려 조장하고 있는 건지 헷갈릴 지경이다. 물론 이 설문에 무슨 악의적인 의도가 있다는 건 아니지만.

아동 혐오와 차별을 전제하고 설문을 구성하는 중앙일보 페북 페이지의 '설문. 악의가 있다기보다는 기존의 편견과 선입견에 기대어 심심풀이(?) 설문을 만든 것 같은 인상이 든다.

아동 혐오와 차별을 전제하고 설문을 구성하는 중앙일보 페북 페이지의 설문은 악의가 느껴진다기보다는 기존의 편견과 선입견에 편승해 ‘아무~ 생각없이’ 그 편견과 선입견을 확대 재생산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혐오의 확대 재생산?

매너? ‘그거슨’ 느슨한 사회적 합의일 뿐 

어차피 매너라는 건 느슨한 사회적 합의일 뿐이다. 영화관에서 떠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사실 절대적인 규칙이라고 할 순 없고, 외국에선 손뼉치고 환호하며 보는 경우도 많다. 다만 영화가 종합예술로서 점점 더 고도화되고 하는 마당이라, 사실 영화관에서 조용히 해야 한다는 매너 자체는 좋다고 생각한다. 대화소리나 휴대전화 불빛 등이 집중을 깨는 것도 사실이다. 좌석을 발로 차는 등의 행위는 진짜 말할 것도 없고.

다만 아동영화는, 아동의 특성상 어느 정도 소음과 관크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게 또 대체적인 사회적 합의인 건데, 그 아동영화라는 걸 어떻게 판단할 건지도 애매한 게 사실이다.

전설이 되어버린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야 애초에 15세 관람가라 치고, 예를 들어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만든 [휴고] 같은 영화는 전체관람가에, 어린 아이가 주인공이고, 환상적인 세계에서의 모험을 보여주는 등 외양은 완전히 아동용 가족영화지만, 사실 그 실상은 웬만한 영화 덕후들도 몰입하기 힘든 진짜 슈퍼-덕후-오마쥬물이다. 웬만한 덕후가 아니면 재미를 느끼기 쉽지 않은, 진입장벽이 어마어마한 영화다.

휴고 (2011, 마틴 스콜세지)

휴고 (2011, 마틴 스콜세지)

영화 상영 등급이란 건 미성년자를 선정성, 폭력성 등에서 보호하기 위함일 뿐이지 그게 ‘이 영화는 몇살 몇살이 보는게 적절하다’는 가이드라인은 아니다. 최근 영화 중에서 예를 들자면, [나랏말싸미]는 전체관람가 영화지만, 이걸 유치원생을 데리고 같이 보는 건 아무래도 무리다.

기면 기다 아니면 아니다 딱 부러지게 나눌 수 있는 기준이 있는 게 아니란 얘기다. 대강 합의된 매너를 따지자면, [기생충]을 보면서는 조용히 집중하며 볼 걸 요구할 수 있겠지만, [겨울왕국]을 보면서는 어느 정도 소란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럼 같은 전체관람가인 [나랏말싸미]는? 이게 좀 너무하다면, 적어도 외양은 가족영화의 그것인 [휴고]는? [트랜스포머] 시리즈 같은 건 아동영화일까 아닐까? [겨울왕국]이 좀 이상하게 격상(?)된 느낌도 든다. 이 영화는 ‘어른도 볼 만 하지만, 아동을 주 관객층으로 겨냥한 가족 애니메이션’일 뿐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의 노력이 필요하다 

어쨌든 뭐, 아무리 아동 ‘관크’를 용인해야 한다 해도 클라이막스에서 “쇼열셀!”(“Show yourself”) 을 외치며 A열 앞을 뛰어다니면 그건 내쫓아도 할 말이 없을 거다. 그런데 그정도로 ‘관크’가 심하던가? 그건 잘 모르겠다.

오히려 좀 이상해보이던 건, 가끔씩 애들이 영화를 보기 싫어하거나 자리에 앉아있기 괴로워하는데도 계속 굳이 앉혀놓는 경우라든지, 그 정도는 아니어도 아이는 그렇게까지 시끄럽지 않은데 보호자가 더 떠드는(!) 경우였는데, 그때는 좀 짜증이 났었는데 나이 먹고 생각해보니 그것도 다 사정이 있겠거니 싶다. 육아란 넘 지옥같은 것이니까.

사실 어른이고 애고 영화에 집중하고 있는데 주변이 시끄러우면 1차적으로 짜증이 나는 건 사실이고, 그걸 참게 만드는 게 ‘아이를 키우는 건 온 마을의 책임’이라는 식의 연대의식이라고 생각한다. 그 연대의식을 짚어주는 게 언론의 역할이 아닐까. 물론 언론 탓만은 아니고, 사회 전체적으로 그 ‘연대의식’을 짚어주는 면이 모자란 것 같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의 노력이 필요하다.” – 아메리칸 인디언 오마스 족의 격언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의 노력이 필요하다.”
– 아메리칸 인디언 오마스 족의 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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