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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판사들만 알면 그만입니까?

이번 ‘광장에 나온 판결’에서는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직접 진행했으나 최종 패소한, 사법농단문건 정보공개소송 판결을 다뤄보았습니다. 필자는 박수빈 변호사입니다. (편집자) 

‘사법농단’ 사건의 장본인들은 법관의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해야 하는 헌법의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의 법원행정처는 개별 판사의 성향을 분석해 인사고과에 반영하려 하거나, 대법원장의 정치적 지향에 동의하지 않는 모임을 와해시키려 하거나, 박근혜 청와대와 내통하여 특정 재판의 결과를 변경하려 하는 등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거나 훼손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농단은 ‘법원 내부의 일’이 아니다 

이러한 행위는 단지 법원을 구성원인 판사 개인에게만 해악을 미치는 ‘법원 내부의 일’이 아니다. 그들에게 재판을 받는 사건 당사자인 국민들의 재판 받을 권리 그 자체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된다. 그러므로 이 사태와 관련해 법원행정처와 판사들이 어떤 자료들을 만들어 무슨 일을 했는지 국민들이 구체적으로 알 수 있도록 자료를 공개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법원행정처와 그 판사들은 '사법농단' 사건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짓'을 했는지 국민이 알아야 한다. 사법농단 사건은 '판사들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법원행정처와 판사들이 사법농단 사건에서 어떤 자료를 만들어 ‘무슨 짓’을 했는지 국민이 알아야 한다. 사법농단 사건은 ‘법원 내부에 한정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당시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하여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특별조사단)을 구성하고 ‘조사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사보고서에는 의혹이 제기된 사안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174개의 파일이 인용되었고, 특별조사단이 입수한 파일 410개 중 236개의 파일은 인용되지 않았다. 입수한 자료들을 선별적으로 국민에게 공개한 것이다.

참여연대는 조사보고서에서 공개된 내용 외에 특별조사단이 조사한 내용과 의혹을 좀 더 명확하게 확인하고 이를 통해 국민적 여론이 제대로 수렴되어야 한다고 봤다. 그러기 위해서는 특별조사단이 검토한 조사대상 파일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보고, 법원에 총 410개의 파일 중 D등급에 해당하는 6개 파일을 제외한 404개 파일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몇몇 매체가 비공식적 통로를 통해 공개되지 않은 자료 일부를 입수해 공개하기는 했지만, 법원 스스로 이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법원, “국민 알 권리 충분히 충족됐다”??? 

기대와 달리, 법원행정처는 해당 자료를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자료가 공개될 경우 법원 내부 감사업무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참여연대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위 정보를 공개해줄 것을 요구했다. 1심 법원은 참여연대의 주장을 받아들여 승소판결을 내렸으나, 2심 법원은 원고 패소판결, 대법원 역시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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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행정처가 비공개 근거로 삼은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5호는 ‘공공기관이 보유, 관리하는 정보는 공개대상이 되지만, 감사에 관한 사항이나 의사결정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 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이면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1심 법원은 특별조사단의 활동을 ‘감사’에 해당한다고 보고, 참여연대가 공개를 요청한 자료들이 ‘감사에 관한 사항’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특별조사단의 조사는 마무리되었으므로 감사 절차가 마무리되었다고 보아 정보의 공개를 인정했다. 2심 법원은 1심과 달리 특별조사단의 조사활동 이후 징계절차 및 형사재판이 진행중이라서 감사업무가 종료되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이 자료가 공개되어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

2심 법원은 심지어 조사보고서에 인용된 파일들만으로도 “국민의 알 권리는 충분히 충족되었면서, “조사보고서에 인용되지 않은 230개의 파일과 조사보고서에 인용된 174개 파일 중 조사보고서에 현출된 내용 이외의 정보는 법원 구성원이나 제3자의 개인정보 및 사생활의 비밀에 관한 사항이 담겨있거나 법관 인사, 조직에 관한 내부 보고 등으로서 현안에 관한 내부검토 과정이나 의사결정에서 작성된 것이며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이 없지는 않아도 재판의 독립, 법관의 독립 또는 법관들의 기본권 침해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사항에 관한 것일 뿐이어서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할 필요가 크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전국법관대표회의는 하였고, 법원행정처는 2018. 7. 31. 대부분의 미공개파일을 법원 내부 전산망을 통해 공개했다. 법원 내부에는 공개해도 되고 일반 국민에게는 공개하지 않겠다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인 것이다. 2심 법원 역시 일반 국민은 일부 자료로 ‘충분히 알 권리가 충족되었다’는 판단을 했다. 결국 법원행정처의 최초 자료 비공개처분과 2심법원 및 대법원의 비공개 판결은 정보공개법상의 비공개 요건에 해당한다 안한다의 법리적인 판단보다도 사법농단 사태를 ‘법원 내부의 일’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법원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법원의 오만과 월권 (출처: Phil Roeder, "Black & White Justice, CC BY https://flic.kr/p/oo3eDD )

법원은 사법농단 사태를 ‘법원 내부의 일’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출처: Phil Roeder, “Black & White Justice”, CC BY)

법원의 오만과 월권 

정보공개법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국정(國政)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이다. 곧, 주권자인 국민에게 공공기관의 업무를 감시할 수 있는 도구로서 위 법이 존재하는 것이다. 사법행정과 관련된 업무는 결코 법원 내부의 일이 아니다.

국민의 재판 받을 권리에 관한 공적인 일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언제든 공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투명하게 운영되어야 한다.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한 2심 법원과 같은 소극적인 판단, 사법농단과 같은 거대한 범죄행위를 ‘법원 내부의 일’로 치환하는 과오를 범해서는 안된다.

공공기관이 정보를 비공개할 경우 국민은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해 판단을 받지만, 법원은 스스로 자신의 정보공개여부의 타당성을 판단하는 권한을 가진다. 이번 사법농단과 관련된 자료의 비공개 결정은 법원이 정보공개와 관련해 자신에게 부여된 권한을 과도하게 행사한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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