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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커피전문점, 헬스장 등에 음악저작물 공연권료를 자신(음저협)에게 내지 않으면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는 공문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음악저작권이란 그 음악을 창작한 사람들이 가지는 권리고, 그들에게 사용료를 지급해야 하는 것인데 왜 음저협이라는 곳이 자신들에게 공연권료를 내라고 하는 것일까? 그리고 꼭 내야만 하는 것일까?

하나씩 살펴보자.

‘음저협'(한국음악저작권협회)은 어떤 단체인가?

‘협회’라는 이름이 붙은 단체가 ‘공문’을 보내면 누구나 조금(?) 위축된다. 그러나 ‘협회’는 일단 대부분 나와 같은 일반 사인들의 모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즉, 정부부처나 공권력을 가져서 나에게 일방적인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는 기관이 아니라는 뜻이다. 음악저작권을 가진 무수한 창작자들이 있는데 이들이 1:1로 자기 창작물을 사용하는 사람을 찾아다니며 사용료를 징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이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단체가 바로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음저협이다.

한편,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위 협회에 가입한 창작자들이 자신의 저작권을 ‘위탁’하면 협회가 창작자들의 권리를 대신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내가 내 음악을 협회에 등록하고 대신 관리해달라고 하면 협회가 나 대신 저작권료도 징수하고 언젠가는 나에게 분배도 해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발매된 음악은 대부분 협회에 등록되어 있기 때문에 협회는 사업장 대부분에서 이 음악들을 사용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공문을 발송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운영하는 커피전문점, 헬스장 등에서 협회가 관리하는 음악을 틀고 있다면 공연권료 납부에 대해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음저협')은 국가기관이 아닙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음저협’)은 국가기관이 아니라 음악저작권자가 자신의 권리를 위탁해 관리하게 한 단체다.

협회가 관리하지 않는 음악을 틀 때에는?

협회의 허락을 받을 필요는 없지만, 창작자의 사용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예컨대 협회가 관리하지 않는 ‘인디 음악인’의 음악을 해당 음악가(작곡가와 가수)의 허락 하에 트는 것은 가능한 것이다. 이 허락과 대가 책정 여부는 해당 창작자와 사용자 사이에 자유롭게 논의하면 된다.

협회가 관리하는 음악은 협회 홈페이지 ‘저작물검색’ 페이지에서 검색 가능하다.

음저협 '저작물검색' 페이지 https://www.komca.or.kr/srch2/srch_01.jsp
음저협 ‘저작물검색’ 페이지

물론, 모든 음악을 협회가 관리하는 것은 아니다. 아예 신탁을 안한 창작자도 있고 해지한 창작자도 있다. 위 페이지의 ‘신탁해지자의 저작물’ 페이지에서 검색을 해보면 예명 서태지로 알려진 정현철 씨는 “원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하지 못하는 협회의 처분에 모순을 느낀”다며 2003년에 이미 신탁을 해지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저작물에 대한 사용 대가는 원칙적으로 창작자에게 돌아가야 하는데, 협회가 워낙 많은 저작물을 관리하다보니 대신 징수한 대가를 원 창작자에게 원활히 분배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평당 ‘얼마’는 누가 정한 기준인가?

협회의 공문에 따르면 사업 종류별로 매장 넓이에 따라 월 금액이 책정된다. 이 기준은 저작권법 및 시행령에 근거하여 협회가 정한 것인데, 그 기준을 문화체육관광부가 일종의 허락을 해준 것이다.

이 기준은 ‘세금’과는 다르다. 원칙적으로 창작자가 받아가야 할 돈인데 해당 매장에서 협회가 관리하는 음악을 튼다는 전제에서 누구의 음악을 얼마나 틀었는지 하나하나 산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편의상 정한 기준일 뿐이다. 협회가 이 금액을 받아간다면 차후에 창작자들에게 이를 잘 분배해 주어야 한다.

사실 매장마다 트는 음악이 다를텐데 창작자에게 대가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단 사업자 입장에서는 협회가 관리하는 음악을 마음껏 틀고 이 금액으로 면책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얼마를 낼 지는 문화관광부의 '허락'을 받아 협회에서 임의로 '편의상' 정한 것이다.
얼마를 낼 지는 문화관광부의 (일종의) ‘허락’을 받아 협회에서 임의로 ‘편의상’ 정한 것이다.

공연사용료, 누가 내야 하는가?

기본적으로 지난해(2018년) 8월 23일부터 바뀐 저작권법 시행령(11조)이 시행돼 기존에는 단란·유흥주점, 대형마트, 백화점에 한해 ‘공연권'(저작권의 일종)을 인정했지만, 그 범위가 지나치게 좁다는 공연권자의 요구를 반영해 공연권 행사 범위를 1) 커피전문점 등 비알코올음료점 2) 생맥주 전문점과 기타 주점 3) 체력단련장(헬스클럽, 헬스장) 4) 복합쇼핑몰 및 그 밖의 대규모 점포로 확대했다. 단, 여기에서 전통시장과 50㎡ 미만의 사업장은 제외된다.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참조 기사: 전자신문, 23일부터 50㎡ 이상 커피숍·호프집·헬스장에서 음악틀면 공연권료 납부, 2018. 8. 20.).

음악 저작권

공연권 적용 업종

  • 기존(’18년 8월 23일 이전): 단란·유흥주점, 대형마트, 백화점에서
  • 현행(’18년 8월 23일 이후): 커피전문점, 생맥주 전문점 및 기타 주점, 체력단련장, 복합쇼핑몰로 확대.

적용 제외 

  • 전통시장  
  • 50㎡(약 15평) 미만 소규모 영업장(국내 음료 및 주류점의 약 40%)은 공연권료 납부 대상에서 제외.

공연권료 (업종과 면적에 따라 차등 산정) 

  • 음료점 및 주점업: 50㎡ 이상~100㎡ 미만인 경우 4천 원.
  • 체력단련장: 월 최소 1만 1,400원.
  • 대규모 점포(대형마트, 백화점, 쇼핑센터): 기존 징수규정대로 월정액 최저 8만 원(영업장 면적: 3000㎡ 이상 ~ 5000㎡ 미만)

2018년 8월 법률 시행령이 개정되기 전에는 노래연습장, 단란주점, 유흥주점 / 경마장 등 사행산업시설 및 골프장, 스키장 등 체육시설 / 여객용 항공기, 열차, 선박 등 교통시설 및 호텔, 콘도, 유원지 등 관광시설 / 대형마트, 백화점, 전문 판매점, 쇼핑센터 등에서만 협회에 공연권료를 납부하면 되었다. 그러나 법률이 개정되면서 복합쇼핑몰 및 그 밖의 대규모 점포 / 면적 50㎡ 이상의 커피 전문점, 생맥주 전문점, 체력단련장으로 확대되었다.

매장 음악 저작권 안내 http://www.mncmaru.com/perf/main.jsp
문화체육관광부 ‘매장 음악 저작권 안내’

 

영업 종류가 ‘일반음식점’인 곳은 원칙적으로 해당되지 않는다. 하지만 음식점이라도 ‘한국표준산업분류코드’에 따라 ‘생맥주 전문점’이나 ‘기타 주점’으로 영업하는 곳은 해당이 된다. 막걸리집, 민속주점, 사케 전문점, 와인바, 생맥주집 등이 이에 해당한다. 다음 링크는 본인 사업장이 납부 대상인지 알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안 내면 어떻게 되는가? 얼마를 배상해야 하나?

안 낸다 하여 세금처럼 내 재산에 곧바로 압류가 들어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창작물을 이용할 때에는 사용 허락을 받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급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협회 또는 창작자가 언젠가는 무단 사용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보통은 그 동안 무단으로 사용한 것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라는 요청이 들어올 수 있고, 협의가 되지 않는 경우 협회나 창작자는 소송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또한, 저작권법에는 형사처벌 조항도 있기 때문에 무단 사용에 대해 고발당할 수도 있다. 만약 협회가 관리하는 음악을 사용하지 않음에도 협회가 이의를 제기해 온다면 이 점을 증명할 수 있는 플레이리스트 등을 보관해 놓는 것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물론, 이때에도 저작물의 창작자가 이의를 제기해 온다면 성실히 협의에 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법원은 협회가 관리하는 음악저작물을 무단 사용한 경우 위에서 설명한 평당 사용료를 기준으로 손해배상액을 판단하고 있다. 만약, 월 4,000원을 납부해야 하는 사업자가 공연권료를 협회에 내지 않고 무단으로 사용하다가 추후 소송을 당하는 경우 그 손해배상액 역시 월 4,000원을 기준으로 설정되는 것이다.

판결 판사 법원

다음 판결은 롯데하이마트가 무단으로 음악을 사용하였다는 이유로 음저협이 손해배상청구를 한 사건에서, 롯데하이마트 매장의 면적 사용료를 기준으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한 내용의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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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5. 12. 10. 선고 2014나2023643 판결

  • 재판장 배준현 고등부장판사, 주심 이기리 판사
  • [2015. 12. 10.자 민사] 영업장 면적 3,000㎡ 미만의 소규모 마트나 쇼핑매장도 영업장에서 음악을 재생한 데 따른 사용료를 내야한다고 판단한 사안

판결요지:

1. 저작권법 제105조 규정의 취지가 승인받은 사용료의 요율 등이 없는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의 소 제기까지 금지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승인을 받은 공연사용료 요율 등이 정해져 있지 않다고 하여 공연권 침해로 인한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없다.

2.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 본문의 ‘판매용 음반’이란 ‘시중에 판매할 목적으로 제작된 음반’을 의미하는 것으로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는바, 매장음악서비스 제공업체들이 저작권 관리업체(원고)로부터 공중송신에 대한 이용 허락만 받고 그에 대한 대가만 지급한 채 가전제품 운영업체(피고)의 매장들에 전송한 음원들은 위와 같은 의미의 음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참고: 음저협 징수 규정에 따른 대규모점포에 대한 공연사용료 (판결문 중에서) 

원고(음저협)의 주장에 따른 산정액. 원고인 음저협은 1심에서는 패소했지만, 2심에서는 승소했다.
원고(음저협)의 주장에 따른 산정액. 원고인 음저협은 1심에서는 패소했지만, 2심에서는 승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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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에 대한 새로운 부담인가?

음저협이 관리하지 않는 음악만을 틀지 않는 이상, 언젠가 손해배상 청구를 당할 수 있다는 불안에 자영업자들은 협회에 공연권료를 내게 될 것이다. 이에 자영업자는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참고 기사: 서울경제, 음악 공연권료 시행 첫날, 카페·헬스장, 부담 없는 클래식·라디오 소리만, 2018. 8. 23.).

하지만 저작물에 대한 대가는 지급되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공연권료를 내는 것이 문제’라기보다 그 공연권료를 협회가 일방적으로 징수하는 것이 타당한지, 그 기준은 적절한지, 징수된 공연권료가 과연 잘 분배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논의해야 한다.

만약 협회가 일방적으로 면적에 따라 공연권료를 징수한 후 그것이 창작자에게 제대로 분배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자영업자에 대한 추가 부담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시도는 매우 필요하지만, 과연 현 제도가 저작권 보호에 유효적절한 수단인지에 대한 평가와 감시·감독이 필요하다.

고생 고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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