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에 자신이 다니던 회사의 내부 고발을 하는 익명 계정들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12년 9월 12일이었다. 계정의 이름은 출판사 옆 대나무숲(@bamboo97889). 이 트위터 계정은 아래의 두 트윗을 날리며 활동을 시작했다.
'출판사X'의 계폭을 애도합니다. 하지만 그런 일을
당한 사람이 그분만은 아닐 겁니다. 이 계정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출판사 관계자분들이 이 대나무숲에서 속 시원하게 마음을 털어놓으셨으면 합니다.— 출판사 옆 대나무숲 (@bamboo97889) September 12, 2012
비밀번호는 97889000입니다. 모든 트윗은 비밀이 보장되어 있습니다. 되도록 크롬 브라우저의 시크릿모드 등을 사용하시길 권장합니다.
— 출판사 옆 대나무숲 (@bamboo97889) September 12, 2012
이 계정을 이용하는 사용자들은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어두운 면을 이야기하고, 출판업계에 대한 각종 더러운 이야기를 알리고, 정보를 교환하고, 서로를 동정했다.
트위터에서 시작된 대나무숲 속 이야기들
원래는 그 이전에 ‘출판사 X’(@excfex)라는 계정이 있었다. 자신이 다니는 출판사의 정체는 밝히지 않은 채 사장과 회사에 문제가 많다는 식의 트윗을 올리던 익명의 계정이었는데, 사장이 직원들을 소집했다는 트윗을 마지막으로 계정이 폭파 됐다.
내부 고발을 하던 출판사x 트윗 계정은 사장이 직원소집했다는 소식을 전한후 계정이 사라지고 동서문화사는 공식 계정으로 출판사x 계정의 글을 언급하지 말아 달라고 썼다가 바로 지우고, 그리고 새 직원 뽑는다는 공고가 올라왔고…우연의 일치겠지 ㅎ
— 김영혁 (@johnfunnykim) September 12, 2012
출판사 옆 대나무숲이 생기고 몇 일 지나지 않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된 후 각종 대나무숲 계정 열풍이 불었다. 신문사 옆 대나무숲 (@paperbamboo), 우골탑 뒤 대나무숲 (@bamboocowbones), 촬영장 옆 대나무숲 (@bamboo2412365), 홍보회사 옆 대나무숲 (@bamboo98765) 등 각종 대나무숲이 등장해서 함께 분노하고 조롱하고 위로했다. 직장에서 받는 부당한 대우라든지 외부에서 이해하기 힘든 업계의 속사정이라든지, 이제껏 말하지 못하던 사람들이 작은 바람을 만들어 서로의 비밀을 공유했다.
물론 이 트위터 계정들에 올라온 이야기들이 모두 맞는 이야기는 아닐 수 있다. 하나의 계정에 대해 비밀번호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이용을 하는 원시적인 방법이었기 때문에 종종 트윗이 대량으로 삭제되거나 홍보성 트윗이 올라오기도 했다. 누군가를 열심히 대변하는 트윗도 올라왔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그런 방해를 견재했고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해당 업계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이번엔 위키다. 게임회사 뒷담화부터 IT회사 뒷담화까지
시간이 흘러 2012년 9월 6일 루리웹의 성구쇼라는 유저가 게임회사 뒷담화 모음이라는 글을 작성했다. 전세계 메이저 게임회사에 대한 평이 kotaku.com 에 올라온 것을 번역한 것. 액티비전, 바이오웨어, 블리자드, EA 등 유명한 회사에 대한 평이 직원의 눈으로 평가되어 있는 글이다.
다시 이 글에서 영감을 받은 꿀위키의 채소룡이라는 유저가 2012년 12월 31일 최초의 위키 엔트리를 만들었다. 제목은 게임회사 뒷담화. 역시 IT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위키를 사용할 줄 아는 직원들이 참여해 항목들을 채워갔다. 그리하여 이 위키 문서에는 국내 게임회사에 대한 각종 정보들이 쌓이기 시작하더니 2013년 1월 30일 현재 3천5백 회가 넘는 수정을 통해 100개 회사에 대한 엔트리가 생성이 됐다. 그리고, 정보가 넘치다 보니 이제 IT회사에 대한 뒷담화 문서도 생성되기 시작했다. (2013년 1월 29일 시작)
위키의 장점은 하나의 문서를 두고 누구나 수정, 추가, 삭제 등 편집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또한 악의적인 사용자가 문서의 내용을 모두 삭제해 버려도 바로 이전 버전의 문서를 불러오면 감쪽같이 복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위키백과(Wikipedia)가 바로 이 위키 시스템을 이용한 온라인 백과사전 서비스이다.
참고로 각각의 문서에 들어가보면 몇몇 기업의 홍보팀이라 추정되는 사람들이 회사 이미지에 좋지 않은 항목은 삭제를 시도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여 현재는 회원들에게만 수정 권한을 주었다가 현재는 “과도한 편집 열기로 인해서 글 편집 자체를 일시 중단합니다. (회원,비회원 모두 불가능)”라는 안내문이 올라와 있는 상태이다.
이제 다시 시작, 충격 고로케가 위키를 만나 대나무숲 고로케
레이니걸이 만든 충격 고로케는 제목 그대로 인터넷과 미디어 종사자 모두에게 많은 영감과 충격을 준 사이트이다. 낚시 제목을 단 기사 제목을 수집해서 어떤 신문/뉴스가 제목으로 가장 많은 낚시질을 했는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우리가 이제껏 설마… 혹시… 했던 의심을 수치로 명확하게 보여준다. 어떤 언론사는 낚시질을 가장 많이 한 언론사로 뽑히기도 하고, 어떤 언론사는 낚시질을 가장 적게 한 언론사로 뽑히기도 한다.
우리나라 온라인 미디어 환경에 대해 차마 웃지 못할 쓴웃음 주었던 고로케가 대나무숲과 뒷담화의 방식을 따라 언론사들의 속 사정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대나무숲 고로케를 추가로 열었다. (2013년 1월 29일)
현재, 신문사, 인터넷신문, 방송사 이렇게 3가지 위키 문서가 있다.
- 대나무숲 고로케 신문사 문서 바로가기
- 대나무숲 고로케 인터넷신문 문서 바로가기
- 대나무숲 고로케 방송사 문서 바로가기
사이트를 연지 얼마 되지 않아 인터넷신문의 일부 항목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이 비어있는 상태다. 하지만, 기존의 트위터 대나무숲이나 게임회사/IT회사 뒷담화처럼 언제 금방 정보가 모일지는 알 수 없는 일. 충격 고로케가 인터넷 상에 유통되는 각종 언론사의 낚시질하는 민낯을 여실히 보여줬다면, 대나무숲 고로케는 인터넷 아래에 존재하는 언론사 내부의 사정을 보여줄 수 있을까?
게임회사/IT회사 뒷담화의 경우 참여자들이 일반적인 인터넷 사용자들보다 인터넷에 대해 훨씬 잘 알고, 전체 편집 또한 초보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순식간에 활성화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대나무숲 고로케의 관전 포인트는 한국의 기자들이 얼마나 위키를 잘 사용하는지에 달려있다고 본다.
제목낚시 1등해서 좋아하는 한국 언론
이러한 움직임이 모든 면에서 옳다고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충격 고로케를 만들어 제목 낚시하는 언론사를 골라 조롱을 하며 1등을 줬더니, 그것도 상이라고 모 신문사 부장은 “우리가 업계 선도다”, “우리가 1등이다” 라고 하는 현실이라니, 이런 충격 요법도 크게 나쁘지 만은 않을 것 같다.
위키리크스보다 훨씬 쉬운 제보, 해보실래요?
그리하여, 한국의 기자들에게 제안을 드린다.
대나무숲 고로케에 가서 글을 작성해달라. 혹시 위키 사용법을 모르는 기자가 있다면 옆 기자에게 물어보자. 옆 기자도 모르면 구글링을 해서 사용법을 익혀달라. 내용을 추가하다가 실수로 글을 날려 먹어도 괜찮다. 위키는 쉽게 복구가 가능하다. 어디 밥집이 맛있는지 적어도 좋을 것 같다. 어느 술집 어떤 안주가 맛난지 적어도 좋을 것 같다. 회사에서 누가 불편하게 하면 그런 거 적어도 될 것 같다.
혹시 언론사에 다니면서도 먹고사니즘 때문에 언론인으로서 차마 하면 안되는 일을 하고 있다면 이번에 참여함으로써 그 찝찝함을 조금이라도 씻어내자. 혹시 아는가. 이것이 한국 언론이 바뀌는 신호탄이 될지. 신호탄은 되지 못해도 계란보다는 조금 더 단단한 자갈이 될지.
위키리크스가 별게 아니다. 바꾸고 싶은 현실이 있다면 참여하면 된다. 단, 내용을 추가하기 전에 대나무숲 고로케가 전하는 주의사항을 확인하면 좋겠다. 아래와 같다.
- 뒤에 누가 있는지 조심합시다.
- 보안팀이 있는 메이저 언론사는 회사 네트워크로 접속하지 말고 개인 노트북 테더링으로 연결한 뒤 편집합시다.
- 경찰 및 정부 출입기자도 기자실 네트워크에서 편집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 충격 고로케에서 지원하지만 별도로 운영됩니다.
참고로 대나무숲 고로케에 올라온 내용은 신문사에서 무단으로 도용할 수는 없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동일조건변경허락 2.0 대한민국 라이센스”를 따르기 때문이다. 즉, 언론활동으로 돈을 버는 회사는 여기 담긴 내용을 무단으로 퍼갈 수 없다. 여기 글을 담아 기사화를 할 수 없다니… 자, 더욱 안심이 되지 않은가?
[box type=”note” head=”알림”]기사가 발행된 이후로 기사에서 소개한 꿀위키와 대나무숲 고로케는 서비스의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 글이 최초 발행된 2013년 1월 30일 당일에도 대나무숲 고로케는 잠시 서비스가 중단됐다가 당일 다시 서비스가 시작된 적이 있고, 2월 13일 다시 서비스가 중단되었습니다. 단, 그동안 쌓인 정보를 바탕으로 대나무숲위키(wikivoice.net)가 열렸습니다.
꿀위키 역시 글이 방행된 당일 서비스가 중단되어 오랫동안 열리지 않다가 2013년 2월 9일 게임회사 뒷담화는 사라지고, 뒷담화가 아닌 꿀정보로 시작한다는 말과 함께 다시 서비스가 재개되었습니다.
최종 업데이트일: 2013년 2월 15일 14시 20분[/box]
[box type=”note” head=”알림2″]위의 알림을 작성한 이후로도 변동이 있어서 대나무숲위키는 wikivoice.net의 서비스가 중단되었고, 이를 다시 이어받은 kwiki.mooo.com가 현재 운영 중입니다.
최종 업데이트일: 2013년 3월 15일 17시 30분[/box]
좁디 좁은 이 바닥. 구둣점 하나, 띄워쓰기, 글 한 줄, 문장 구성 방식, 맞춤법, 사용 단어만 봐도 대충 누구다 싶고, 전화 몇 통이면 동선 파악 되는 이 바닥에서 용자가 탄생할 수 있을지요. 정보를 주 무기로 다루고 정보를 수집 하고 써먹는 일들을 하는 이 바닥 사람들은 하려면 진작 했을 일인데 말입니다. 누가 과연 판도라의 상자를 열 것인지. 구경이나 해볼랍니다.
보니까 신문사 페이지는 반달행위들이 있는 것 같군요. 윗사람들은 누구인지 족치지도 못하고 그냥 냅다 지우기만 하는 듯. 기자들이 위나 아래나 다들 소심한 건가…
링크하신 게임회사 뒷담화와 뒷담화 문서는 닫아버렸는지 권한이 없다면서 볼 수 가 없네요.
항상 슬로우뉴스는 고로케 사이트를 밀어주느라 정신이 없네요
소속 언론사 관련 글 중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어 두번 지웠더니 차단금지가 되네요.
무지해서 그런지… 원래 자유롭게 지우고 추가하는 건 아닌가요?
연락처도 없고… 잘못된 내용을 그냥 둔 채 댓글로만 달기에는 그렇네요.
아마 삭제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규칙을 엄격하게 세운 거 아닐까요?
연락처는 아니지만 본문에 트위터 계정 링크되어 있네요 @rainygirl_ 한번 물어보세요.
아, 위에 달았는데 아래 붙었네요. 들꽃님에게 한 말이예요.
잘못된 내용이 있어 삭제하면 반달행위로 오해 받습니다. 이러저러한 내용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잘못되었습니다라고 해명을 쓰셔야 그대로 내용이 남아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