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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1월 22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정부조직개편에 대한 세부적인 방안을 발표했다.

2013년 1월 15일 1차 발표 당시에는 과학과 정보통신 기술(ICT)을 총괄하는 ‘미래창조과학부’ 신설과 ICT 전담차관을 둔다는 것, 그리고 규제와 진흥을 분리하겠다는 내용만 포함되어 있었다. 나 역시 ‘규제와 진흥의 분리’라는 기본 원칙에는 동의하고, 또 망중립성이용자포럼 차원에서도 그러한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에 인수위의 안은 ‘나쁘지 않다’ 정도의 느낌을 가졌지만, 세부적인 내용이 없었기 때문에 어떤 판단을 할 근거는 부족했다.

그러나 1월 22일 발표된 정부조직개편안은 ‘규제와 진흥의 분리’는 말뿐이고 사실상 방송에 대한 규제 정도만 기존 방송통신위원회에 남겨두고, 방송통신에 대한 모든 규제/진흥 정책을 미래부에 이관한 것으로 보인다. 전담부처만 아닐 뿐, ‘ICT 대연합’의 주장, 그리고 인수위 1차 발표 후 방통위 관료들의 제안을 거의 다 수용한 것이다.

ICT 전담부처가 없어서 문제였는가?

대선 전부터 ICT 전담부처 설립을 주장해온 ICT 대연합이라는 단체는 2차 발표 전인 20일에 전담부처 조직도까지 제시했는데, 이들은 C(콘텐츠)-P(플랫폼)-N(네트워크)-D(기기) 생태계를 아우를 수 있는 전담조직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컨트롤 타워
cacophonyx “Control Tower and Moon” (CC BY SA)

MB 정부 하에서 한국의 ICT 산업이 위축되었다는 것은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공통된 평가인데, 문제는 과연 그 원인이 과거 정보통신부처럼 전담부처가 없어서였는가이다. 1월 22일, 언론연대 등이 주최한 토론회에서의 공통된 인식 중 하나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과거 정통부의 기능이 방통위, 행안부, 지경부 등으로 분산된 것이 문제가 아니라, MB 정부가 (4대강과 같은 토목사업에는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은 반면) ICT 진흥에 정책의지가 부족했던 것, 그리고 오히려 인터넷 실명제, 게임 셧다운제, 공인인증제도, 망중립성 비규제 등 잘못된 규제정책이 정보인권 침해는 물론이고 ICT 산업의 발목을 잡았던 것이 아닌가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물론 ICT 업계라고 해서 생각이 다 같지는 않다. 통신사와 인터넷 업계는 이해관계가 다르다. 케이블업체와 통신사 역시 마찬가지다.

분산된 ICT 진흥을 통합하고 강화하겠다는 것이야 새 정부의 정책의지라 평가할 수 있지만, 방통위의 규제/정책까지 모두 통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으며, 오히려 산업 진흥을 명분으로 공공규제정책이 약화되지 않을지 우려된다. ICT 대연합은 사실상 통신사들과 이들과 결탁한 과거 정통부 관료들이 주도하는 모임이라 생각된다. 문제는 이들의 주장을 IT 신문과 경제지에서 그대로 받아쓰고, 조직개편과 관련하여 이들의 얘기만이 들린다는 것이다.

규제와 진흥은 분리할 수 없다?

2차 조직개편 전부터 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 등의 입을 통해 규제와 진흥은 분리할 수 없다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렇다. 예를 들어 망중립성 ‘규제’는 인터넷 서비스 ‘진흥’ 정책일 수 있다. 그러나 ‘진흥’을 이런 의미로 쓰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규제’ 정책이 마냥 기업을 갈구기 위한 정책은 아니지 않은가? 산업의 진흥이든 공익을 위한 것이든, 규제 역시 진흥을 위한 것이다.

‘진흥’이라는 말을 쓸 때에는 주로 세금이나 방송통신진흥기금과 같은 공적자원을 특정 산업이나 공동체 미디어, 시민방송과 같은 공공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정책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언론연대 토론회에서도 지적되었지만, ‘진흥’은 곧 ‘기금’의 문제가 된다. 이미 과거 정통부 역할이 분리되어 방통위가 설립되었을 때 대부분의 ‘진흥’ 업무는 타 부처로 이관되었다. 물론 여전히 방통위에 ‘진흥’ 역할이 남아 있었고, 이 때문에 ‘합의제 위원회’인 방통위에 ‘독임제적 요소’가 가미되었지만.

시민사회에서 ‘규제와 진흥의 분리가 어렵다’고 주장하는 맥락에는 방통위의 방송진흥 기능이 미래부로 이관될 것에 대한 우려가 담겨있다고 보인다. 그러나 이는 역으로 ICT 대연합과 미래부로 대부분의 기능을 이관하려는 방통위의 주장을 합리화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방통위, 무엇이 문제였나?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방통위가 ‘방송장악’을 주도했고, ICT 산업을 위축시켰다는 것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는 것 같다. 그러나 그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시민사회 내에서도 입장이 통일되지 않을 듯 하다. 구 방송위원회 및 구 정통부에서 방통위로의 전환 과정에서 큰 변화는 방송/통신정책의 통합, 그리고 규제/진흥의 분리라고 본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방통위 실패의 원인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MB 정부는 방송장악 과정에서 수많은 불법, 탈법적인 행위를 자행했다. 즉, 구조보다는 정부의 ‘의지’, 그리고 이를 집행한 사람이 문제였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굳이 구조의 문제를 짚자면, 방통위에 독임제적 요소를 가미하여 최시중이 주도적으로 패악질을 실행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주었다는 점 정도이다. 그래서 인수위가 규제, 진흥의 분리를 얘기했을 때, 방통위를 본래적인 합의제 위원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방통위에 대한 감정적 반감은 크지만, 시민사회 입장에서 방통위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자고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인수위 안, 국회에서 어떻게 처리될까?

어쨌든 시민사회는 거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고, 인수위의 조직개편안은 어느 정도 골격이 잡혔다. 결국 인수위 안은 ‘진흥’이라는 이름 하에 방통위의 방송규제 ‘집행’ 정도만 제외하고, 방송통신과 관련된 모든 규제/진흥 정책 기능을 미래부가 흡수했다. 통신 ‘규제’정책도 산업논리가 우선한다는 이유로 미래부로 이관되었다.

국회에서는 어떻게 처리될까? 새누리당이야 인수위의 안에 큰 이견은 없을 것이고, 문제는 민주당. 방송정책을 독임제 부처에서 담당하도록 한 것에 대해 반발하고는 있는데, 그럼 민주당안은 무엇인지 의문이다. 민주당이 “5년 전 방송위원회와 정통부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인수위 안을 비판했다고 하는데, 민주당 역시 ICT 전담부처를 주장하지 않았던가? 정통부 차관 출신인 민주당 변재일 의원은 ICT 대연합의 주장에 동조하기도 했고. ‘방송정책은 방통위로, 통신정책은 미래부’로를 주장한다면, 이야말로 방송위, 정통부 체제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이제라도 민주당이 방송통신 규제/정책을 방통위로 되돌리기를 바라지만, 크게 기대를 하지는 않는다.

방통심의위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어떻게?

표현의 자유 증진을 위해, 당사자의 이의신청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임시조치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얘기는 나오지만, 통신심의는 명예훼손 관련 조항은 삭제되더라도 대부분 현행처럼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역시 대선공약으로 통신심의 폐지까지는 이르지 못했기에 통신심의 폐지를 기대하기 힘들 전망이다. 그래도 임시조치 제도 개선과 함께 통신심의 대상이 가능한 한 축소되기를 바란다. 더불어 방송과 통신심의는 분리되어야 한다. 심의위가 방송심의의 시각으로 통신심의를 바라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행안부의 개인정보보호 기능 역시 미래부로 이관될 것으로 보이는데, 조직개편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독립성과 권한이 강화된다면 좋을 것이다. 물론 이 역시 낙관적이진 않다. 박근혜 당선인은 대선 공약에서 중복규제라며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강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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