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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에서 보도하는 수많은 유형의 기사 중 온라인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것은 뭘까? 사람마다 관심사는 다르겠지만, 공통적으로는 사건·사고 기사의 주목도가 가장 높다.

올해 상반기 경남도민일보에서 조회 수 1위 기사는 ‘양산 아파트 밧줄 절단 사건’이었고, 2위는 ‘창원 모 골프연습장 납치 살해 사건’이었다. 특히 밧줄 절단 사건은 페이스북 ‘부산공감’ 페이지에서 3만 1,000명 이상의 공감과 414회 이상의 공유, 6813개의 댓글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도달 수는 200만, 기사 조회 수도 100만이 넘었다.

경남도민일보, 국민 경악에 빠트린 양산 '아파트 옥상 밧줄 절단 사건' http://www.idomin.com/?mod=news&act=articleView&idxno=540025
경남도민일보, 국민 경악에 빠트린 양산 ‘아파트 옥상 밧줄 절단 사건’ (2017. 6. 13)

다른 사건 기사도 이만큼은 아니지만, 정치·행정·경제·문화·스포츠 기사보다는 훨씬 주목도가 높다. 이건 무엇을 뜻하는 걸까? 나는 이것을 ‘전통적인 뉴스 가치(value)의 부활’이라고 본다.

소셜미디어 시대 ‘사건 기사의 부활’ 

사실 내가 처음 기자 생활을 시작한 199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만 해도 사건 기사는 아주 중요하게 취급됐다. 경찰서 출입 기자는 새벽 6시 이전에 출근하면서 담당 지역 종합병원 응급실을 돌며 간밤에 들어온 환자들을 챙긴 후 경찰서 상황실과 형사 당직, 유치장을 샅샅이 훑는 게 일상이었다. 아침 기사를 송고한 후에는 조사계에 접수된 고소·고발 대장을 보는 것도 필수였다.

그런데 90년대 중후반 무렵 흥미를 자극하는 연성 기사, 즉 ‘배꼽 박스’로 대표되는 말랑말랑한 기사가 사회면의 트렌드가 되는 듯 하더니 아주 선정적이거나 엽기적인 사건 이외에는 지면에 실리지 않았다. 사건 기사는 점점 자투리 지면 메우기용 단신으로 취급되기 시작했다. 자투리가 남지 않으면 빠지는 기사가 된 것이다. 그땐 인터넷도 없었으니 지면에서 빠지면 아예 그 사건은 없는 셈이 됐다.

페이스북에는 이런 독자 제보가 끊이지 않는다.
페이스북에는 이런 독자 제보가 끊이지 않는다.

한동안 그런 취급을 받던 사건기사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시대를 만나 새롭게 뉴스 가치를 인정받게 된 것이다. 더불어 ‘속보성’의 가치도 되살아났다. 흔히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에는 속보 경쟁의 의미가 없다고들 하지만, 그건 종이신문에서나 그렇고 디지털 환경에선 속보가 더 중요해졌다.

앞서 경남도민일보의 ‘밧줄 절단 사건’이 소셜미디어에서 그만큼 주목받았던 것도 다른 매체들보다 가장 먼저 보도했기 때문이었다. 양산 담당 김중걸 기자는 6월 12일 오전 본사에서 열린 사원총회로 인해 마산에 와 있었다. 그때 이 사건을 인지하고 곧바로 기사를 작성, 인터넷으로 송고했다.

만일 그가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양산으로 돌아간 후 기사를 썼다면 이미 다른 매체에 기사가 떴을 수도 있고, 그랬다면 이만큼 주목받지도 못했을 것이다.

세계는 안전한가, 내 가족과 친구는 안전한가 

지역신문에서 사건 기사가 중요한 건 모든 뉴스의 기준이 ‘안전’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80·90년대 기자들의 교본으로 읽혔던 [취재보도의 실제] (나남)에서 저자 이행원은 뉴스의 기준을 이렇게 제시했다.

“세계는 안전한가, 내 집과 내 가족들은 안전한가, 만일 그것들이 안전하다면 지난 24시간 동안에 그것들을 위태롭게 할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물론 오늘날 그가 다시 이 책을 쓴다면 ‘지난 24시간 동안에’라는 말은 ‘지금 이 시각’으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줄곧 지역신문 연구에 매진해온 장호순 교수도 [지역사회와 언론] (주변인과 문학)에서 사건 기사의 중요성을 이렇게 말한다.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어떤 범죄가 일어나고, 얼마나 자주 일어나고, 발생한 범죄의 해결이 얼마나 잘 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범죄 예방을 위한 개인적 대책이나 사회적 방어망이 효과를 발휘한다.”

이국종 아주대 의과대학 교수는 ‘세바시’ 797회 강연에서 “40대 이하의 사망 원인 1위는 질병이 아니라 중증외상, 즉 다쳐서 죽는 사람이 가장 많다”며 “그런데 누가 다칠까요?”라고 묻는다.

이어 그는 아주대병원 중증외상 중환자실 환자들 직업 리스트를 화면으로 보여준다. 대부분 무직, 생산직 노동자, 학생, 마트 판매원, 음식점 배달부, 일용직 노동자, 자영업자 등이다. 그는 “이분들 중에서 끗발 날리는 직업이 있나요?”라고 다시 묻는다. 우리 사회의 약자들, 즉 힘없고 돈 없고 ‘빽’ 없는 사람들이 그렇게 다쳐서 죽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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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겨울 진주 촛불집회 현장에서 시민 박지호 씨는 자유발언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산업재해로 죽은 노동자가 1년에 2,000여 명으로 하루 6명꼴”이라며 이렇게 묻는다.

“매일 6명이 일터에서 죽는다는 사실이 방송이나 신문에 매일같이 나오면 이 나라가 여태 이랬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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