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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관통하는 사건 중 하나인 이재용 뇌물공여 사건. 필자인 박형준 기자(샤브샤브뉴스)가 재판 진행 경과에 따라 공판 참관기를 주 1회씩 정리합니다. (편집자) [/box]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19일부터 21일까지 삼성 측 피고인에 대한 뇌물공여 등 혐의 공판을 진행했다. 삼성 측 피고인의 면면은 다음과 같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 겸 대한승마협회장
  •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 겸 대한승마협회 부회장

이 3일 동안에도 서류증거조사가 진행됐다. 특검이 3일 간 각종 서류증거를 공개하면서 주장했던 것은 “공무원 사회 구석구석을 파고드는 삼성의 힘”이었다. 그러면서 특검 측은 “대관 로비 작업을 총지휘한 사람은 장충기”라고 주장했다.

장충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http://www.vop.co.kr/A00001108758.html
장충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특검에 따르면, 삼성은 크게 두 가지 방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1. 전직 고위 공무원에게 삼성 고문 직을 주며 영입해 로비에 내세우거나
  2. 영향력 있는 ‘삼성맨’을 통해 힘이 닿는 조직에 원하는 바를 전달하는 것이다.

특검에 따르면, 삼성은 2015년 7월 진행된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 및 그 이후 대처에 대해서도 다양한 로비 작업에 나섰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은 당시에도 다양한 논란의 대상이 됐다. 수치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 자산 규모: 삼성물산 29조 5,058억 원 > 제일모직 9조 5,114억 원의 약 3배
  • 시가 총액: 삼성물산 12조 5,359억 원 > 제일모직 8조 7,114억 원의 1.5배
  • (그런데) 합병 비율: 삼성물산:제일모직 = 1:0.35

중요한 사실 하나가 더 있다면, 제일모직은 이재용 일가가 42.74%(이재용은 23.22%)를 지배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일모직은 삼성전자 지분을 직접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제일모직 → 삼성생명 → 삼성전자 순으로 삼성전자 지분을 간접 보유하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의 지분 4.1%를 직접 지배하고 있었다.

합병으로서 이재용의 삼성전자 지배력이 높아질 가능성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이재용이 돈 한 푼 쓰지 않고 순환출자 구조를 지주회사 체제로 바꿔가면서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2017년 1월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굳은 표정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http://www.vop.co.kr/A00001113980.html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적정 합병 비율’이라고 산정한 1대 0.46도 제일모직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엉터리 비율이라는 비판이 있는 마당에, 이보다 불리한 1대 0.35라는 합병안에 국민연금은 찬성했다. 이는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였던 제일모직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수치였다.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다음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둘러싸고 삼성이 로비에 나섰던 다양한 정황들이다.

삼성 제일모직 삼성물산

1. 합병 찬성 여론 위해 전경련·보수단체 활용

특검은 손병두 호암재단 이사장이 2015년 7월 14일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호암재단 이사장이라는 사실로부터 알 수 있듯이, 손병두는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제일제당에서 근무한 전력이 있는 ‘삼성맨’이다.

“엘리엇(합병에 반대한 헤지펀드) 때문에 얼마나 노고가 크십니까? 한국선진화포럼과 바른사회시민회의 외 공동으로 간단한 세미나와 기자회견을 개최하도록 조치했습니다.

한국선진화포럼 윤○○ 정책위원장이 주도할 예정입니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에게도 ‘이럴 때 전경련이 목소리를 내고 삼성을 도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촉구했습니다.”

즉, ‘삼성맨’이 삼성의 현직 유력자인 미래전략실 차장에게 “보수단체를 동원했고, 전경련을 움직이려고 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한국선진화포럼·바른사회시민회의는 대표적인 보수단체다.

한국선진화포럼 바른사회

특검은 “2015년 7월 14일은, 삼성이 속칭 ‘수박’까지 공급해 (의결권을) 모았다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무슨 말이냐면, “당시 삼성 임직원들은 합병 찬성 의결권을 모으기 위해 일일이 수박을 한 덩어리씩 들고 소액주주들을 찾아갔던 시기“라는 이야기다. 삼성물산의 임시 주주총회는 2015년 7월 17일이었다.

2. 미전실 임원 “이재용 경영권 승계” 운운하며 전문위원 접촉

삼성 김종중김종중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사장급, 사진)은 박창균 국민연금공단 주식의결권행사전문위원을 접촉했다. 박창균은 특검 조사를 받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 김종중이 주도적으로 ‘이재용 경영권 승계’를 이야기했고
  • “내게 ‘삼성이 국가경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설득하는 전화를 한 사람이 있었다”며
  • “김종중의 부탁으로 내게 전화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김종중은 2015년 7월 10일 국민연금의 ‘찬성 의결권 행사 결정’을 빠르게 장충기에게 전달했다. 그러면서 “전문위 개최소집 요구가 있으면 개최해야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으므로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3 “상속으로 경영권 승계하면 상속세로 재산의 반 날아간다”

일성신약은 옛 삼성물산의 지분 2.11%를 보유하던 주주였다. 당연히 합병에 반대했으며, 합병 무효 소송을 제기한 적도 있다. 김종중은 2015년 7월 13일과 7월 15일 윤석근 일성신약 부회장을 만났다. 윤석근은 특검에, 김종중이 자신에게 했다는 말을 공개했다.

이건희 회장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시간이 돈이다.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합병은 매우 중요하다. 빨리 경영권을 승계해야 하는데 상속을 통해 승계하면 상속세로 재산의 반이 날아간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 합병은 아주 중요하다. 통합된 삼성물산은 그룹 내 사실상 지주회사가 될 것이다.”

이주민들도 세금 낸다. (출처: CotCredit, "Tax", CC BY https://flic.kr/p/rnjfcL)
“이재용이 상속으로 경영권을 승계하면 재산의 반이 날아간다” 30억 원을 초과하는 상속세율은 50%다. (출처: CotCredit, “Tax”, CC BY)

김종중은 “회장 건강을 들먹이며 합병 찬성 권유를 하지는 않았다”며, 윤석근의 주장을 부인했다. 한편, 윤석근은 “김종중이 ‘찬성을 해주시면 개인적인 보상을 해 주겠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종중은 이를 부인하며 “윤 부회장이 저를 모해할 인품을 가진 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4.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관련 로비 시도

특검이 20일 공개한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검토안’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금융지주회사: 금융기관의 주식이나 지분을 보유하고 해당 회사를 지배하는 회사)

  1. 삼성생명을 지주회사·사업 부문으로 인적 분할: 지주회사는 금융계열사 전체의 지주회사가 되고, 사업 부문은 변함없이 생명보험업을 영위한다.
  2. 삼성생명의 자산 약 11조 원은 지주회사로 이전: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화재·삼성증권·삼성카드 등 지분 5조 9천억 원, 삼성생명의 자사주 2조 1천억 원, 현금 3조 원은 전부 지주회사로 이전한다.
  3. 현금 3조 원을 지주회사 자산으로 옮긴 뒤 삼성화재 지분 15% 추가 매입: 지주회사는 각 계열사 지분을 최소 30% 이상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3조 원은 삼성화재 지분 15% 이상 매입에 사용해야 했다.

특검은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방안”이라고 비판하며, 그 근거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 이건희 회장은 삼성생명의 지분 20.76%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지주회사·사업부문으로 분할되면, 이건희는 지주회사에서도 20.76%를 보유한 대주주가 된다.
  • 삼성생명의 2대 주주는 19.3%를 보유한 제일모직(이재용)이다. 즉, 이건희 부자(父子)는 금융지주회사의 지분 41.06%를 가지고 금융계열사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
  • 사업 부문으로 분할된 이건희의 지분 20.76%는 지주회사로 현물투자하려고 했다. 그렇게 되면, 이건희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지주회사의 지분 41.56%를 단독으로 보유한다.

'안티 에이징'이라는 본능적인 욕구는 돈과 권력이라는 연결고리로 '줄기세포시술'이라는 무지로 표출됐다.

금융지주회사 전환의 장애물은 다음과 같았다.

  • 현금 3조 원: 금융지주회사 전환 검토에서, 3조 원은 삼성화재의 지분 15%를 매입해야 했다. 하지만 이 3조 원은 “보험계약자에게 추후 지급할 보험금의 재원”으로 쓰는 것이 맞다.
  •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3.2%: 금융지주회사가 비금융회사의 최대 주주가 돼서는 안 된다. 따라서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지분 3.2%를 매각해야 했다. 삼성은 매각 시한으로 7년을 원했지만, 금융위는 2년을 제시했다.

이 모 미래전략실 전무와 방 모 삼성생명 부사장은 금융위 담당 국장과 공무원을 접촉했다. 손 모 금융위 국장은 특검에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

“삼성전자 지분 3.2%의 매각 기간을 늘려서라도 유배당 보험계약자들에 대한 배당금을 줄이려고 하는 것을 보고 ‘조금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전무에게 ‘삼성은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행동은 하지 말고 사회적 기업으로서 책임을 다하라’고 말했다.”

손 국장의 반응에 이 전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금융위의 입장이 부정적이어도 삼성으로서는 관련 쟁점을 해소하면서 최대한 추진할 것이다.”

손 국장은 “그렇게 무리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이 전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이 부회장의 추진 의지가 워낙 강하다.”

물론, 이 전무는 특검에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5. ” 갤럭시 S6 8대 지원해주시면 유용하게 사용하겠습니다”

박의명 전 삼성증권 고문은 전직 감사원 고위 공무원이다. 특검은 “박의명이 장충기의 명으로 로비 일선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박의명도 특검에서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

“저(박의명)는 형식적으로 삼성증권 소속이지만, 실제로는 미래전략실의 업무를 지원했다. 미래전략실은 계열사 전체를 컨트롤하고, 회장의 명에 따라 움직인다. 회장 외 다른 사람의 지시를 받거나, 회장의 뜻과 다른 업무 처리는 상상하기 어렵다. 최지성과 장충기가 그룹 차원 업무와 관련해 움직이면, 회장의 명이라고 보면 된다.

박의명이 본 장충기는 ‘대단한’ 사람이었다.

“장충기는 수십 년 넘게 대관업무에 종사했다. 정부기관의 고위직 공무원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맥이 대단하다.”

박의명은 ‘메르스 사태’ 관련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두고 로비에 나섰다. 박의명은 “이재용이 삼성서울병원을 총괄했기 때문에, 이수형 미전실 기획팀장(부사장급)이 직접 최지성·장충기에게 관련 사안을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메르스 삼성병원

박의명은 장충기에게 꾸준히 로비 진행 과정을 문자 메시지로 보고했다. 그중 단연 인상적인 것은 다음과 같다.

“방금 감사위원회가 끝났습니다. 삼성 관련 예상 문제점 8건 중 7건은 처분 요구 없이 종결했습니다. 14번 환자(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의 접촉자 관련 보고 지연 1건만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감염병 예방관리법 위반으로 조치하기로 의결했습니다.”

“다음 주부터 신임 금융감독원장·수석 부원장·증권 담당 부원장·금융위원장·부위원장·감사원 사무총장·제2차장·최○○ 감사위원과 순차적으로 식사 약속이 잡혔습니다. 죄송하지만 새로 나온 갤럭시 S6 8대 지원해주시면 유용하게 사용하겠습니다.

장충기는 박의명을 통해 감사위원회 결과를 곧바로 보고받았으며, 박의명은 감사원·금융감독원 고위직들에 대한 로비에 나서면서 “로비용 선물로 써야 하니 최신형 전화기를 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재용, “모른다” 일관하다 “실장님이 그렇게 이야기하셨으면…”

19일 공개된 이재용의 참고인 진술조서들과 피의자 신문조서에 따르면, 이재용은 각종 혐의에 대해 “모른다”로 일관했다. 그러다가 특검에 일격을 당했던 두 번의 순간이 있었다.

  1. 박상진의 대한승마협회 회장 내정(2014년 12월)
  2. 정유라 승마지원에 대해 박상진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는지(2015년 7월)

이재용은 이에 대해서도 “모른다”로 일관했다. 하지만 특검이 “이재용의 의견을 듣고 결정했다”거나 “이재용도 회의에 동석했다”는 최지성의 진술을 제시하자 답변이 바뀐다.

“‘2014년에는’ 의견 제시를 하지 않았다.”

“실장님이 그렇게 이야기하셨으면 맞겠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2016년 12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질의응답 중 생각에 잠긴 모습.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http://www.vop.co.kr/A00001097381.html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윤석열 검사, ‘단순 뇌물’인 이유

특검은 박근혜·최순실과 이재용 등의 금전 거래를 ‘단순 뇌물수수’라고 규정한다. 삼성 측은 “특검의 기소는 제3자 뇌물수수이고, 부정한 청탁은 없었다”고 반박한다. 제3자 뇌물수수는 단순 뇌물수수와는 달리 ‘부정한 청탁’이라는 추가 요건을 입증해야 한다. 그런 이유에서, 삼성은 “박근혜와 최순실의 관계를 몰랐다”고 완강히 부인한다.

윤석열 특검 수사팀장은 19일 공판에 직접 공소유지에 참여해 다음과 같이 ‘단순 뇌물 관계’인 이유를 설명했다.

윤석열 검사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http://www.vop.co.kr/A00001095512.html
윤석열 검사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1. 대통령이 “최순실을 통해 인사권을 행사하고 운영하는 재단”에 출연을 요구해 삼성이 실제로 출연했다면 단순 뇌물로 볼 수도 있다. 출연자는 곧 설립자이고, 초기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이 재단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출연자금을 기업에 요구하면 그건 ‘(수수자 스스로) 그냥 받는 것’이다.
  2. 엄격하게 제3자 뇌물로 판단하더라도, 굴지의 대기업의 정부 부처 관련 현안은 대부분 대통령과 수석비서관의 결재와 승인이 있어야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삼성 관련 이슈가 기획재정부 장관이나 산업자원통상부 장관의 전결 정도로 처리될 수 있는 것인가?
  3. 검찰이 SK에 대해서는 대통령과 최순실이 요구만 했지 돈을 받은 내역이 없어서 기소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롯데는 받았다가 돌려준 정황이 있어서 기소한 것이라고 추측한다.

윤석열 검사는 왜 이런 이야기를 했을까? 다음날인 20일 공판 중 공개된 안종범 수첩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다.

“금융지주회사-Global 금융-은산 분리(은행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추진과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내용이라면 과민한 것이었을까? ‘안종범 수첩’은 이렇게 이재용 등 공판에서도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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