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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슬로우뉴스는 경실련과 함께 [제19대 대선, 차기 정부에 바란다]를 선거운동기간(4.17~5.8) 동안 연재합니다.

경실련 정창률각 분야 전문가의 정책 제언을 두루 살펴보는 이번 기획은 독자와의 교감을 위해 어려운 전문 용어나 세부적인 논점은 될 수 있으면 배제하고, 큰 흐름에서 정책 방향을 제안하고, 이를 통해 유권자 독자의 올바른 선택에 도움을 주고자 했습니다. (편집자)

¶ 이 글의 필자는 정창률 교수(단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경실련 사회복지위원장,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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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은 예상보다 빨리 실시될 뿐 아니라, 개헌 등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대형 이슈들이 등장하면서 복지 정책에 대한 논쟁은 별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향후 사회복지의 위상이나 중요성이 낮아지리라는 것은 아니며, 현재 사회복지가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대통령 선거를 앞둔 국면에서 각 후보들은 사회복지에 대한 청사진의 제시는 필수적인 과제로 보인다.

격차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관점에 대한 중요한 복지 이슈들은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우리 사회에서 앞으로 가장 뜨겁게 다루어져야 할 주제는 노동시장 관련된 복지정책과 저출산 대책이라는 점에서 이에 대해 한정하여 다루어보도록 한다.

19대 대선 주요 후보자 공약 (출처: 선관위) http://policy.nec.go.kr/svc/policy/PolicyList.do
19대 대선 주요 후보자 공약 (출처: 선관위)

노동시장 변화와 복지정책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노동시장 변화와 관련된 복지정책의 변화이다. 인공지능(AI)으로 상징되는 사무직 노동자의 수요 감소가 가져올 변화에 관한 정확한 예측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에 대한 근거 없는 낙관론부터 인류의 절멸을 예상하는 비관론까지 다양한 반응들이 나타나고 있다.

로봇 인공지능

분명한 것은 기존의 자본주의 생산방식의 변화가 불가피하며, 이에 기초하여 설계되었던 복지정책까지도 재구조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기존의 사회보험-공공부조의 틀 내에서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미시적 접근부터 이를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는 거시적 접근까지 다양한 논의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기본소득 논의

대선 과정에서 최근 유행하고 있는 기본소득 논의는 복지정책의 틀을 새롭게 짜야 한다는 논의로서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기본소득 논의는 실제 기본소득의 원리에 맞지 않는 논의가 지배적이며, 마치 새로운 복지급여의 확대가 기본소득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연하면, 특정 인구집단에게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것은 기본소득이 아니라 (선진국에서 오랬동안 운영하여 왔던) 수당제도이며, 소득조사를 하고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것은 기본소득의 취지를 부정하는 것이다. 기본소득은 재산이나 소득의 많고 적음, 노동 여부나 노동 의사와 상관없이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균등하게 지급되는 소득이다.

2013년 10월4일 모든 국민에게 월 2,500 스위스프랑(우리 돈 약 300만 원)을 지급하는 걸 골자로 한 기본소득법 국민발의안이 12만여 명의 시민이 서명해 연방의회에 부쳐졌다. 이 날 법안을 주도한 시민단체 회원들은 연방의회 앞마당에 스위스 국민 800만 명을 상징하는 5라펜 동전 800만개를 뿌려놓고, 발의안 통과를 맘껏 축하했다. 기본소득 헌법개정안은 국민투표에 부쳐졌지만, 2016년 6월 5일 찬성 23.1%, 반대76.9%로 부결됐다. (출처: © swissinfo.ch )
2013년 10월 4일 모든 국민에게 월 2,500 스위스프랑(우리 돈 약 300만 원)을 지급하는 걸 골자로 한 기본소득법 국민 발의안이 12만여 명의 시민이 서명해 연방의회에 부쳐졌다. 이날 법안을 주도한 시민단체 회원들은 연방의회 앞마당에 스위스 국민 800만 명을 상징하는 5라펜 동전 800만 개를 뿌려놓고, 발의안 통과를 맘껏 축하했다. 기본소득 헌법개정안은 국민투표에 부쳐졌지만, 2016년 6월 5일 찬성 23.1%, 반대 76.9%로 부결됐다. (출처: © swissinfo.ch )

청년수당과 실업보험 그리고 최저임금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노동시장 변화에 대한 복지정책의 대응이 기본소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청년수당의 도입이나 실업보험의 확대 등 기존의 틀 내에서도 현재의 노동시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들이 다루어져야 한다.

더불어 순수한 복지정책은 아니지만, 최저임금 혹은 생활임금 확대를 통해서 노동 빈곤층(‘워킹 푸어’)을 줄이려는 노력도 반드시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각 후보들은 이러한 노동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복지정책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여야 한다.

문제는 출산율이다 

다음으로, 현재도 대응이 늦었으나, 더는 늦출 수 없는 과제는 출산율을 높이는 노력이다.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100조 원을 썼다고 하지만, 실제 이를 실감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 출산율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정부의 정책 자체가 잘못되었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재정 여건이 제한된 상태에서 실시되었던 정책은 마치 가뭄으로 논밭이 갈라지고 있는데 화초용 분무기로 물을 뿌리는 격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한 정책은 하지 않는 것보다는 다소 나을지 모르지만, 15년 이상 출산율이 1.3에 미치지 못하는 재앙적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접근은 아니다.

아기 베이비 갓난아이

다시 말해서, 난임 부부 지원 등은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은 정책이지만, 저출산의 기본적인 문제인 교육비 문제, 주거 문제, 그리고 보육 문제 등에 대한 대안 없이는 결코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문제들이 다루어지지 않는 상태에서는 1년에 수십조 원이 필요로 하는 아동수당 등의 정책을 새로 도입한다 하더라도 실제 출산율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 자명하다.

새 정부는 저출산 문제가 개인의 문제라는 생각을 버리고, 획기적인 일가정 양립 정책과 주거비 대책, 사교육 절감 방안들을 내세워야 할 것이다. 사교육시장을 살리고, 주택시장을 살리고, 민간 보육업자들의 이윤을 챙겨주면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만약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출산율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선 후보들은 저출산 현상이 초래할 재앙적인 미래를 인식하고 이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에 입각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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