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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0여 년의 기간 동안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정부가 꺼내 든 카드는 부동산시장 부양책이었고, 그때마다 주택 가격은 수직상승을 거듭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정부의 마약 ‘부동산 부양책’ 

‘부동산 신화’가 굳게 뿌리를 박고 있는 데다가 갈 곳 없는 뭉칫돈이 많이 쌓여 있는 우리 사회에서 경기부양책으로서 부동산시장 부양만큼 쉽고 확실하게 효과를 낼 수 있는 다른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투기 억제의 고삐를 조금만 늦춰 줘도 엄청난 규모의 투기 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 주택가격을 끌어올리고 이에 힘입어 건설경기가 반짝 되살아나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슨 수를 쓰더라도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싶은 정부에게 부동산시장 부양책은 마치 마약과도 같은 매력을 갖는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시장 부양책을 통해 성장률을 손톱만큼 끌어올리기 위해 우리 사회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우선 주택 가격의 급등은 집 없는 서민으로부터 내 집 마련의 꿈을 앗아가는 결과를 가져올 뿐 아니라, 전·월세 가격의 동반 상승을 가져와 이들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부작용을 가져온다. 이미 몇 채씩의 주택을 사재고 있는 부유층은 속으로 쾌재를 부를지 몰라도, 남의 집에 얹혀살고 있는 수많은 서민들의 한숨 소리는 나날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집

거품 붕괴의 촉진 강화 가능성  

또한, 부동산시장 부양책으로 인한 주택 가격의 급등은 거품 붕괴의 충격을 더욱 크게 만든다는 점에서도 우려의 대상이다. 현재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는 상황에서 곧바로 닥칠 ‘인구절벽’은 심각한 주택의 초과공급 현상을 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지금 이 순간 우리 사회에서 주택과 관련해 벌어지고 있는 폰지게임(Ponzigame; 채무자가 계속 빚을 지며 기존의 원금과 이자를 갚아가는 상황.)은 언젠가 그 끝자락에 이르게 되고, 이 단계에 이르면 정부가 아무리 부동산 시장을 떠받치려 발버둥 친다 해도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 되어 버릴 것이다.

그 결과 거품 붕괴가 본격화되었을 때 우리 경제가 받을 충격은 폰지게임이 끝나는 시점에서 주택가격이 높은 수준에 있을수록 더 커지게 된다. 경기 활성화를 위한 부동산시장 부양책은 바로 그 순간에 우리 경제가 받을 충격을 더 크게 만든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스런 도박이 아닐 수 없다.

도박 게임

최근 가계부채의 급증이 우리 경제의 현안 과제로 등장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의 부동산시장 부양책은 거품 붕괴가 한층 더 빨리, 그리고 한층 더 강하게 일어나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 부동산시장 부양책을 남발하다 보면 멀지 않은 장래에 더 큰 시련에 직면하게 될 것이 분명한데도 이 점에 대해 충분한 경각심을 가진 정부는 찾아보기 힘든 형편이다.

극단적으로 해석하면 이와 같은 근시안적 태도는 마치 폭탄 돌리기라도 하는 듯 ‘내 임기 동안에만 문제가 없으면 된다’는 식의 무사안일 혹은 무책임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려 깊고 책임감 있는 정부라면 부동산시장 부양책의 이득에만 정신을 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따른 부작용도 신중히 고려해 그 정책의 채택 여부를 결정해야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는 계속 두 번에 걸쳐 부동산시장 부양책의 이득에만 온 정신이 팔린 정부를 만나는 불운을 겪게 되었다.

김대중 정부, 강력한 부동산 부양책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경기회복을 위해 강력한 부동산시장 부양책을 들고나온 대표적 사례를 김대중 정부에서 찾을 수 있다. 외환위기로 인해 극도로 침체상태에 빠진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어준다는 명분으로 김대중 정부는

  • 취득세 감면
  • 등록세 감면
  • 양도소득세 감면
  • 분양가 자율화
  • 분양권 전매 허용
  • 외국인에 대한 국내 부동산 시장 개방 등

부동산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한 조처를 쉴 새 없이 쏟아냈다. 그때까지 지속되어 오던 부동산 투기 억제의 기조를 단숨에 뒤집는 대대적 변화였지만, 외환 위기로 인해 죽어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인식 때문에 별다른 저항에 직면하지 않았다.

2002년 전국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무려 22.8%에 이르렀고 경제성장률도 외환위기 이전의 수준으로 돌아갔으니 당시의 정부는 부동산시장 부양책이 성공을 거두었다고 환호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공공연히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정책으로 간신히 안정세를 찾아가던 주택 가격을 다시 한번 고공행진의 추세로 밀어 넣은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었다.

그림 1. 주택 가격 변화추이
그림 1. 주택 가격 변화추이

‘그림 1’에서 보듯, 안정세를 보이던 전국의 주택가격은 김대중 정부 후반부터 걷잡을 수 없는 상승추세로 바뀌게 된다. 그 후유증은 다음 정부로 이어져 노무현 정부는 임기 내내 주택시장의 불길을 끄는 데 정신이 온통 팔려 있을 수밖에 없었다.

노무현 정부, 투기 열풍 잠재우려 혼신의 노력 

‘그림 1’에 분명히 나와 있지만, 우리 기억에 노무현 정부 시절은 주택 가격이 가장 급격하게 뛰어오른 시기로 각인되어 있다. 그렇지만 이 주택 가격 이상 급등의 씨앗은 이미 김대중 정부가 뿌리고 간 것이었다.

노무현 정부 자신도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기치 아래 전국에 10개의 혁신도시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주택 가격 상승에 부채질하는 일을 하기는 했다. 혁신도시 건설을 위해 토지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풀려나간 엄청난 금액의 보상금이 다른 지역에서 부동산 투기의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에 의해 투기 억제책들이 모두 무장해제를 당한 것이 문제의 핵심이었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노무현 정부는 취임 초부터 부동산 투기 열풍을 잠재우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는데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정부가 부동산시장에 개입하지 말고 시장메커니즘에 내맡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와 같은 노력에 부정적인 평가를 서슴지 않지만, 당시의 상황에서 정부에게 손을 놓고 옆에서 지켜만 보고 있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오히려 임기 내내 부동산 투기 열풍을 잠재우려 노력하고 그 결과 임기 말에 이르러 드디어 주택 가격의 안정화를 일구어낸 노무현 정부에 박수를 쳐줘야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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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시절에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에 그 책임이 노무현 정부에 있다는 세간의 인식은 잘못된 것이다. 주택 가격 급등 책임은 그 씨앗을 뿌리고 간 김대중 정부에 있다. 오히려 임기 내내 주택 가격 안정화를 위해 노력한 노무현 정부에 박수를 쳐줘야 마땅하다.

이명박 정부, 핵심 투기 억제책에도 손대다 

경제성장률 7% 달성이라는 허황된 공약으로 정권을 잡은 이명박 정부는 성장률을 조금이라도 올리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어떤 방법이든 동원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시장 부양책은 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또 하나의 호재로 인식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후일 분명하게 밝혀진 사실이지만, 당시의 이명박 정부는 대규모 토목공사나 고환율정책 아니면 이미 미국에서 실패로 돌아간 감세정책을 제외하면 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이렇다 할 구상을 갖고 있지 못한 상태였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작은 폭으로나마 성장률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부동산시장 부양책은 아주 매력적인 정책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명박 정부는 취임 초부터 분양가 상한제, 강남 3구 투기지역 지정이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같은 투기억제책의 핵심에까지 손을 대기 시작했다. 당시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가 심각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와 같은 규제완화책이 별 비판을 받지 않았지만, 냉철하게 따져 보면 투기 열풍이 재연될 가능성이 완전히 없어진 것도 아닌 상황에서 그동안 애써 닦아왔던 투기억제 기조를 한꺼번에 무너뜨리는 것은 매우 위험한 도박이었다. 부동산시장의 상황을 보아가면서 적합한 시기가 왔다고 판단될 때 점진적으로 규제를 완화해 가는 것이 정도라는 것은 구태여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Gobierno de Chile, CC BY 2.0 https://flic.kr/p/8TDij7
Gobierno de Chile, CC BY 2.0

불행인지 다행인지 몰라도 그 당시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여서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경기 부양책은 이렇다 할 효과를 내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처럼 위험한 도박판을 벌인 데 대한 비판을 피해갈 수 있었지만, 사실 2016년 가을 우리 사회에서 다시 발등의 불로 등장한 부동산 투기 열풍의 씨앗은 이미 그때 뿌려진 셈이었다. 김대중 정부의 무분별한 부동산시장 부양책이 노무현 정부에 부담이 되었듯, 이명박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이 박근혜 정부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구도가 만들어지게 되었다는 말이다.

대놓고 투기 조장, 박근혜 정부의 ‘위험한 불장난’

모든 정책은 일정한 시차(time lag)를 두고 그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명박 정부가 뿌린 투기 조장의 씨앗도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당시의 특수한 상황 때문에 싹이 틀 기미를 보이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싹을 틔워 온 사회를 투기 열풍에 휩싸이게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이 있었다.

그러나 어처구니없게도 박근혜 정부는 부동산 투기 열풍이 다시 불붙을 수 있는 상황에서 정권을 잡았으면서도 이에 대한 위기의식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성장률 저하로 가슴을 앓고 있던 박근혜 정부는 오히려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는 전략, 즉 무슨 수를 쓰든 부동산 시장을 띄우려는 위험한 전략을 선택했다.

이하 作
박근혜는 부동산 투기 열풍에 대한 위기 의식은 전혀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부동산 시장을 띄우려는 위험한 전략을 택했다. (이하 作)

사소한 성장률 제고 효과를 노려 부동산시장 안정이라는 대명제를 헌신짝처럼 버린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시장 부양책도 무책임했지만, 그 뒤를 이은 박근혜 정부의 부양책은 한층 더 무책임한 것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뿌린 투기 조장의 씨앗이 서서히 발아의 기색을 보였던 것은 물론, 극도로 낮아진 이자율 때문에 갈 곳을 잃은 부동 자금이 호시탐탐 부동산시장을 노리고 가계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는 상황에서 대놓고 투기를 조장하는 정책을 채택한 것이니 말이다. 말하자면 투기 열풍이 언제라도 재점화 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위험 상황에서 불장난을 한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많은 전문가가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위험요소 중 가장 심각한 것 중 하나로 가계부채 문제를 지적한다. 가계부채의 증가속도는 박근혜 정부 하에서 한층 더 빨라져 2016년 11월 말 드디어 1,300조 원 고지를 훌쩍 넘어서고 말았다. 2016년 9월 국제결제은행(BIS)은 우리나라의 민간신용 수준을 ‘보통’에서 ‘주의’ 단계로 올림으로써 위험 신호를 이미 발송한 바 있다.

그 근거는 최근의 민간부문 부채증가 속도가 한층 더 빨라졌다는 데 있는데, 빚을 내서라도 집 사라고 등을 떠민 박근혜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단지 가계 부채의 총량만 빠르게 증가한 것이 아니라, 비은행권의 대출 비중이 크게 증가해 가계부채의 질도 나빠졌다는 점이 우려를 더 크게 만들고 있다.

2014년 12월, 최후의 투기 억제책마저 무너지다 

2014년 12월 국회에서 통과된 소위 ‘부동산 3법 개정’을 통해 마지막 남은 투기 억제책까지 풀어버린 결과 이제 부동산 투기를 통해 큰돈을 벌려는 꿈을 가진 사람에게는 거칠 것이 하나도 없게 되었다. 과거에 아파트를 분양받은 적이 있다 해도 또다시 받을 수 있고, 누구나 쉽게 청약 1순위 자격을 얻을 수 있으며, 6개월만 지나면 분양 받은 아파트에 웃돈을 붙여 자유로이 전매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주택 소유자에 적용되는 높은 양도세 부담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말 그대로 누구든 대박의 꿈을 안고 부동산 투기에 뛰어들라고 대문을 활짝 열어젖힌 셈이 되었다. 이에 더해 주택 관련 대출 요건을 대폭 완화함으로써 빚을 내서라도 주택을 사라고 등을 떠민 격이 되어 버렸다.

Joop, "Korean appartments", CC BY https://flic.kr/p/5HUzXX
Joop, “Korean appartments”, CC BY

극단적인 저금리 기조 탓에 정기예금을 해보았자 고작 1%대의 이자수입만 있을 뿐이고 펀드 투자를 한다 해도 원금까지 손해 보기가 일쑤인 상황에서 뭉칫돈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투자처가 부동산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언제라도 부동산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는 엄청난 부동 자금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형국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하라고 부추겨 댄 셈이 되었으니 그 결과는 보나 마나 뻔한 것이었다. 운만 좋으면 투기판에 뛰어들어 당장 몇천만 원 혹은 몇억 원이나 되는 전매차익을 얻을 수 있는데 옆에 가만히 앉아서 지켜보고만 있을 리 만무한 일이기 때문이다.

’16 가을 강남지역 재건축 시장의 투기 광풍

예기된 투기의 광풍은 서울 강남지역의 재건축 시장에서 거세게 불어 닥치기 시작했다. 전매제한 기간이 6개월로 단축되었기 때문에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자금이 대거 유입되었고, 분양가 상한제마저 완화된 상황에서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의 분양가격은 3.3m²당 4천만 원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치솟았다.[footnote]서울 강남지역의 한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경우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이 306대 1이었으며 3.3m²당 평균 분양가격은 4,194만 원을 기록했다.[/footnote]

청약에 당첨되면 당장 수천만 원 이상의 웃돈이 붙는 실정이니 투기자금이 대거 유입되어 분양가를 천정부지로 치솟게 만드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만약 정부가 이런 결과가 나올 줄 미처 예상하지 못하고 그동안 부동산 투기억제책을 줄줄이 풀어왔다면 그것은 시장의 기본도 모르는 무지의 소치가 아닐 수 없다.

아파트
vitroid, CC BY

강남지역에서 불어치기 시작한 투기 열풍은 서울의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고 급기야는 수도권으로까지 영향을 넓혀가게 되었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의 분양가격 폭등은 재건축 후보지의 주택가격 폭등을 불러오고, 이는 다시 일반 주택 가격의 상승으로까지 불이 옮아붙을 상황이 되었다.

뒤늦게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는 2016년 11월 3일 일부 지역에서의 분양권 제한 기간 연장, 주택청약 자격요건 강화, 주택청약 재당첨 제한 등을 포함한 투기 진정책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비록 예기된 것이기는 했지만,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동산 투기가 일어나라고 부채질을 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 왔던 정부로서는 엄청난 변덕이 아닐 수 없었다.

이로써 과거에 수없이 되풀이됐던 부동산시장에 대한 열탕-냉탕요법이 또 한 번 반복되는 불행한 결과를 빚게 되었다. 이런 일관성 없는 정책이 혼란을 가져오고 시장으로 하여금 정부에 대한 불신을 갖게 하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얼마 되지 않아 번복해야만 할 것이 뻔히 예견되는 정책을 왜 구태여 내놓아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느냐에 있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부동산시장 부양책을 쓰면 곧바로 투기 바람이 불어 닥치고 이로 인해 또 다른 골칫거리를 끌어안게 된다는 것은 이미 김대중 정부 등에 의해 의문의 여지 없이 확인된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가 부동산 투기 억제책을 대폭 제거한 상황에서 부분적으로 남아 있는 억제책까지 말끔히 치워버렸을 때 부동산시장이 또다시 거센 투기 광풍에 휩싸이리라는 것은 분명하게 예견된 사실이었다.

Pablo Fernández, CC BY https://flic.kr/p/5WwYyj
Pablo Fernández, CC BY

박근혜 정부의 위험한 도박, 그 불행한 결과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는 왜 이런 위험한 도박에 선뜻 손을 대게 되었을까? 우선 한 가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그때까지도 부동산시장이 투기 억제책의 제거에 그리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던 것을 보고 주택 가격 폭등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안이한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다.

그러나 정부가 부동산시장의 속성에 대해 그 정도로 무지했다는 것은 도대체 말이 되지 않는다. 부동산 투기 억제책 때문에 엎드려 있던 투기세력이 걸림돌만 제거되면 언제든 고개를 들고 활보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만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하나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경기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주택 가격 상승을 기꺼이 대가로 지불할 용의를 갖고 있었을 가능성이다. 투기 억제책의 제거가 주택 가격 상승을 가져올 것을 뻔히 내다보면서도 경기 활성화가 더 급하다는 생각에서 그것을 감수해야 한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두 가지 가능성 중 현실과 부합할 가능성이 더 큰 것은 당연히 지금 말하고 있는 두 번째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는 성장률 높이는 데만 혈안이 되어 서민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정책을 추구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도시 우울 슬픔 아파트 (사진 제공: 옥토)

별문제 없이 부동산시장 부양책을 통해 경기를 띄울 수 있을 것이라는 박근혜 정부의 낙관적 전망은 보기 좋게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다. 투기 광풍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조짐이 보이자 황급하게 11.3대책을 내놓았다는 것은 정부 스스로 실패를 자인했음을 뜻한다. 뒤늦게 내놓은 정부의 진정책이 얼마나 큰 효과를 낼지는 앞으로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그러나 일단 높은 수준으로 뛰어오른 주택 가격은 다른 요인이 발생하지 않는 한 현재의 수준에서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또 한 번의 열탕-냉탕요법이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을 한층 더 실현되기 어렵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거품 붕괴의 위험성을 한층 더 크게 만드는 불행한 결과를 가져왔던 것이다.

아직도 부동산 투기 억제가 답이다

만약 우리가 이 불행한 사태에서 한 가지 교훈을 얻는다면, 그것은 우리 사회에서 부동산 투기 억제의 고삐를 성급하게 풀어놓는 것이 위험한 일이라는 것이다. 아직은 그 고삐를 단단히 틀어쥐고 상황을 보아가며 점진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정답이라는 뼈저린 교훈을 얻었다. 그리고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이라는 작은 꿈을 볼모로 삼아 성장률을 높이려 드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는 데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나아가 이 실패를 계기로 정부가 추구해야 할 궁극적 목표는 성장률의 제고가 아니라 국민 행복의 증진에 있다는 평범한 진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넘어가야 한다. 실패를 통해서도 무언가 배우지 못하는 정부라면 국민이 기대를 걸어볼 가치도 없다고 생각한다.

집

[box type=”note”]이 글은 한국경제학회 ‘한국경제포럼’에 실리고, 최근 이준구 교수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입니다. 필자인 이준구 교수의 승낙을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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