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조본좌의 주간 뉴스 큐레이션

2016년 6월 넷째 주 좋은 기사 솎아보기

1. 비서처럼 왔다 투명인간이 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제 2017년 대선의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됐다. 정치인이 아닌 만큼 대권 주자인 반기문을 평가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척도는 유엔 사무총장 시절의 업적이다. 몇몇 외신들은 ‘최악의 사무총장’이라는 악평을 내린다. 하지만 그런 악평이 편견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시사IN이 영어권 유력매체 6곳과 영어판 발행하는 비영어권 유력매체 4곳, 총 10곳의 반기문 키워드를 분석했다. 그의 10년을 있는 그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다.

유엔 사무총장의 영어명칭은 ‘secretary-general’다. 유엔사무총장은 대체로 1기 때 강대국 눈치를 보며 비서(secretary)처럼 일하지만 일단 재임하고 난 뒤 2기 때는 장군(general)처럼 적극적으로 나서기 마련이다. 시사IN과 아프락시스의 분석 결과, 반기문 사무총장의 1기, 관련된 키워드는 강대국 간 갈등소지가 적은 개발, 기후변화 의제다. 비서처럼 일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2기 때 키워드 분석에서는 반기문 사무총장이 아예 사라져버린다. 키워드 지도에서 반 총장은 왼쪽 하단, 중심과 아주 먼 곳에, 주요 의미망 덩어리와는 링크가 끊어져 고립된 상태로 등장한다. 반 총장을 키워드로 수집된 기사와 칼럼도 그를 이슈의 중심에 두지 않았다는 뜻이다. 장군도 비서도 아닌 투명인간이 되어버렸다.

2기 지도에서 담론의 중심에는 시리아, 이스라엘, 난민, 위기 등 갈등과 관련된 키워드가 등장한다. 갈등이 등장하자 반기문 총장은 사라졌다. 갈등 회피형 리더가 갈등 관리가 업무라 할 수 있는 대통령 후보로 유력하게 등장했다.

● 시사IN

큐레이션 시사IN

[divide style=”2″]

2. 구의역 참사가 박원순의 최대 위기인 이유

또 다른 유력 대선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취임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구의역 참사에 대한 책임론 때문이다. 세월호, 메르스, 복지 등으로 중앙정부와 맞서던 박원순 시장의 강하고 자신감 있던 ‘언어정치’는 이번 사건에서 힘을 잃었다. 한겨레21이 박 시장의 언어가 먹히지 않은 이유를 분석했다.

박 시장은 그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장이 되겠다”며 토건 대신 복지를 내세웠다. 복지 시장을 내세우며 자신이 시장이었다면 용산참사의 강경 진압은 없었을 것이라 말하기도 했고, 재개발 현장에 가서 원주민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이런 화살 같은 언어는 구의역에서 무력해졌다. 그의 ‘언어정치’를 대변하던 노동 존중, 청년서울, 경제민주화, 사회혁신, 복지 등은 구의역에서 모두 사라졌다.

메트로는 노동도 청년도 복지도 존중하지 않은 채 경영 효율화만 앞장세웠고 김 군의 죽음은 그 맥락에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 시장은 “서울메트로의 관행을 잘 알지 못했다”는 말을 남겼다. 그간 박 시장이 겪은 위기가 중앙 정부와의 충돌, 보수 세력의 공세 등 밖에서 온 것이라면 이번 위기는 박원순 시장이 이끄는 서울시 체제에서 불거진 문제다. 더는 핑계 댈 곳도 없다. 오로지 시장 박원순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 한겨레21

큐레이션

[divide style=”2″]

3. 일자리 붙잡은 그들이 메피아인가

구의역 참사에 대한 책임이 ‘메피아’에게로 향하고 있다. 서울메트로 출신으로 스크린도어 업체 은성PSD에 옮겨와 전 직장 임금을 다 받아 챙긴 그들. 김 군이 140만 원 받는 동안 400만 원 넘는 임금을 받은 그들. 박원순 시장도 ‘메피아’ 퇴출을 선언했다.

김기덕 변호사는 매일노동뉴스에 실린 칼럼을 통해 “왜 메피아인가”라고 묻는다. 서울메트로 전적자들에게 화살을 돌릴 일이냐는 문제 제기다. 서울메트로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경영 효율화를 이유로 업무와 인력을 외주화했고, 이직 유인책으로 전적자의 보수 및 정년 특혜를 담보하는 ‘조건부’로 민간위탁을 했다. 이런 민간위탁은 수많은 공공기관에서 선진화란 이름 아래 벌어졌다. 노조가 합의하지 않은 사업장에서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이런 의미에서 메피아는 철밥통과 갑질의 이름이 아닐지도 모른다. 사용자 방침에 따라 외주화되어 급여 등을 삭감당하고 정리해고 위기에 내몰리다 일자리를 붙잡으려 했던 또 다른 노동자라는 것이다. 서울메트로가 외주화 철회를 선언한 만큼 이제 그들에게 붙여진 메피아라는 이름도 지워야 하지 않나.

● 매일노동뉴스

큐레이션

[divide style=”2″]

4. 열리지 않은 고정문, 그뒤의 광고판

많은 사람을 추모와 분노의 길로 이끈 구의역의 김 군 사망사건은 사실 이전부터 벌어져 왔다. 2013년 김 군과 같은 회사 소속 심 모 팀장이 김 군과 같은 이유로 성수역에서 사망했고, 2015년에 강남역에서는 스크린도어 수리공 요한 씨가 사망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반복되는 죽음의 진짜 원인을 심층 취재했다.

세 명의 스크린도어 수리공은 모두 센서를 고치다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크린도어 고정문은 열리지 않기에 센서를 고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하철이 다니는 철로 쪽으로 들어가야만 했고, 열리지 않는 문 탓에 열차가 와도 탈출하지 못했다. 이 유리 감옥의 배후에는 수리공의 위험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스크린도어 설계가 자리한다.

이명박 시장이 재임할 적 광고회사인 유진 메트로컴은 스크린도어 고정문이 포함된 설계 도면을 지하철공사에 제출했다. 22년간 벌어들인 막대한 광고수익. 고정문은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디자인이었다. 우리가 분노해야 할 대상은 ‘메피아’라 불리는 이들의 고임금이 아니라 경영 효율화, 수익 극대화라는 구조화된 범죄가 아닐까.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 큐레이션

관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