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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점점 더 지갑은 가벼워지지만, 쌓아놓은 물건은 많아집니다. 월급 타면 꼭 하나 사고 싶었던 ‘명품’과 각종 폭탄세일은 우리를 유혹합니다. 이 모든 욕망과 유혹의 틈 속에서 ‘가볍게 살기’ 위한 노하우를 독자와 함께 나눕니다. (편집자)[/box]

말은 살찌고 하늘은 높다는 계절이 오고, 수확의 풍요로움을 더하니 먹을 것이 널렸다. 결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먹는 것에 돈을 쓰고, 빼는 데 돈을 쓰는 사람들이 더 많다. 다이어트 제품, 피트니스센터, 지방흡입술을 판매하는 병원까지. 모두 현대에 등장한 신문물이 아니던가!

먹방 전성시대 

육체노동으로 스스로 일용한 양식을 마련했던 시절이 지나고 지금은 대부분이 화폐를 교환하는 조건으로 먹거리를 구한다. 몸은 적게 움직이는데 당장 메야 할 밭이 수만 평이라도 있는 것처럼 풍요로운 음식 앞에 고칼로리를 과하게 섭취한다.

언제 다시 끼니가 돌아올지 알 수 없는 사람처럼 아침, 점심, 오후 4시에는 떨어진 당을 충전하고, 저녁, 회식, 술자리, 야식에 수시로 마셔대는 커피와 같은 기호식품까지. 로마 시대 말기 귀족들처럼 아주 사치스럽게 먹고 마신다.

텔레비전을 켜면 사람들을 맛있게 먹이기 위한 프로그램들이 난무하며, 먹음직스럽게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총출동해 선보이는 ‘먹방’이 인기를 끈다.

먹방

SNS에는 페이스북 식욕 자극 게시물은 기본이고, #먹스타그램 해시태그를 붙여 인스타그램에 자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자랑한다. ‘푸드 포르노’(Food Porn; 시각적으로 식욕을 자극하는 음식 관련 영상물)라는 신조어가 등장하는 지금, 이제 먹는 것은 그저 생존이나 건강이 아닌 다양한 오락거리로 ‘진화’했다.

무엇을 얼마나 먹을 것인가?

“걸인처럼 아침을, 여왕처럼 점심을, 서민처럼 저녁을!”

“배가 고프지 않도록 조금씩 조금씩.”

“간헐적 금식이 몸에 좋다!”

음식 조언

사람마다 조언도 제각각이다. 위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회춘의 신호라며 하루 한 끼만 먹을 것을 제안하는 ‘1일 1식’이 엄청난 인기를 끌었지만, 이와 같은 공복이 과다한 위산 분비를 일으켜 염증이 유발될 수 있으니 안 좋다는 의견도 있다.

수학 공식처럼 정확한 칼로리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과 과일·채소를 먹어야 한다는 영양학적 의견과 금식을 주기적으로 하여 금욕을 통한 몸과 정신을 수련시키는 종교의 교리는 내가 속한 사회와 처한 상황에 맞춰 식습관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너무나 많은 주장과 정보 때문에 오히려 헷갈린다.

채식이 답인가?

리어 키스 ㅣ 김희정 옮김 ㅣ 부키 ㅣ 2013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BOK00019895337BA
리어 키스 ㅣ 김희정 옮김 ㅣ 부키 ㅣ 2013

채식주의자로 잘 알려진 이효리와 같이 동물을 사랑해서 채식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건강상 이유로 채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동물성 콜레스테롤과 지방 섭취를 줄여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고, 장 건강을 위해 식이섬유 섭취를 높이고자 하는 채식. 하지만 [채식의 배신]을 쓴 작가 리어 키스는 채식하며 자신이 겪은 몸의 변화들을 바탕으로 채식을 비판하기도 했다. 혹자는 탄수화물 중독이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라고도 한다.

100세 이상 고령자가 6만 명을 돌파했다는 일본을 비롯해 대표적인 장수 국가의 식습관을 조사해 보았더니 채소나 콩류 등 식물 위주로 식사하지만 생선을 즐겨 먹고, 육류도 횟수는 적지만 다양하게 섭취한다고 한다. 즉, 신념이 아닌 건강을 이유로 굳이 채식을 해야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기억해보면 유치원 때 바른 식습관을 모두 배웠다. 생애 최초로 만났던 스승인 유치원 선생님은 음식은 골고루 먹고 먹을 수 있는 양 만큼만 적당히 먹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편식은 나쁜 것이고, 많이 먹으면 배가 아프므로 안 된다고 했다. 인스턴트 음식이나 사탕 또는 과자를 먹으면 몸에 안 좋다고도 알려줬다.

모두 그때 가르침을 잊고 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른이 된 지금 적당량을 조금 먹는 것은 상당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우아하게 소식하는 법 

1. 공기와 그릇은 작은 것으로, 식판으로는 쟁반을 준비

위는 자신의 주먹만큼의 크기라고 한다. 주먹 크기가 손바닥을 펼친 크기가 되지 않게 하려면 눈을 먼저 속여야 한다. 작은 공기에 음식을 담으면 양이 많게 보여 눈으로 먼저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찌개를 냄비째로 먹는다거나 반찬 통 그대로 반찬을 먹는 것은 절대 지양한다. 한 번에 다 먹을 만큼만 조금 덜어서 작은 접시에 담는다. 이 모든 것은 식탁이나 상이 아닌 쟁반 위에 차려낸다.

신미경 가볍게 살기

2. 진짜 맛있는 음식만 먹는다

맛있는 것은 딱 하나만 먹어도 오감이 만족한다고 한다. 진짜 맛있는 음식이란 값비싼 송로버섯이나 캐비어 같은 진귀한 음식재료가 아닌 제철음식이다. 시장에 나가보면 이 계절에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음식재료들이 넘친다.

양질의 음식재료를 준비해 재료 본연의 맛이 사라지지 않는 최소의 조리법으로 요리하면 영양과 맛이 풍부하다. 예컨대 9월의 제철음식인 꽃게를 찜으로 요리하거나, 굴에 레몬즙을 뿌려 몇 개만 먹어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다.

신미경 가볍게 살기

3. 가진 그릇 중 가장 예쁜 것을 골라 보기 좋게

눈으로 만족할 수 있도록 가장 예쁘게 먹을 방법을 궁리한다. 특히 주부들은 값비싼 그릇을 식기장에 두고 손님용으로만 쓰려는 경향이 있다. 평소에도 아끼는 그릇에 맛있는 음식을 담아 일상적으로 즐긴다면 식사의 만족도가 올라갈 것이다.

신미경 가볍게 살기

4. 디저트는 가장 좋은 것으로 조금만 먹는다

식후에 먹는 디저트는 배가 고파서가 아닌 즐기기 위해 먹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그런데 가끔 달콤한 디저트를 본래 식사보다 더 많이 먹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때는 가장 좋은 것으로 딱 하나만 사서 먹는 연습을 해본다.

초콜릿도 슈퍼마켓에서 파는 저렴한 공산품과 고급스러운 것이 있다. 디저트만큼은 귀족의 마음으로 즐겨본다. 이렇게 가장 맛있고 좋은 것을 딱 하나만. 저렴한 것 10개보다 가장 좋은 것 한두 개를 즐기는 습관이 폭식을 막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초콜릿

나의 일상식이 오트 퀴진(Haute cuisine; 프랑스 요리의 최고급 코스 요리)은 아닐지라도 눈으로 보고 냄새를 맡고, 음미하며 먹어야 조금만 먹어도 만족스러워진다. 그러니 지금부터 적게 담고, 예쁘게 차려 먹는 것은 어떨까?

상자에 담긴 채로 먹지 말고, 밥솥을 끌어안고 먹지도 말 것이며 배달 음식마저도 자신이 가진 예쁜 그릇에 담아 먹어보는 것. 그러다 보면 복잡하고 이상한 건강법을 따라 하는 것보다 정신건강은 물론 적당량의 음식을 만족스럽게 즐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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