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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에 대한 공포가 점점 더 확산하고 있습니다. 노환규 박사(전 의사협회장)가 메르스에 관한 과학적 접근법과 최신 정보를 전합니다. (편집자)

  1. 노환규 전 의협회장이 말하는 메르스
  2. 감추는 것이 불안을 키운다
  3. 떠도는 소문의 진실 
  4. 박원순 시장의 긴급 기자회견에 대해
  5. 환자와 의료진에게 응원이 필요하다
  6. 중동과 한국의 차이
  7. 임산부 감염과 ‘메르스 룰렛’
  8. 사이토카인 폭풍, 젊으면 더 위험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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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노환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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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9일 오전 7시 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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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확진환자 87명 → 95명, 사망자 6명 → 7명

오늘 오전 발표된 최종통계는 메르스 확진환자가 8명 추가 발생하여 총 확진환자는 95명, 이들 중 1명이 추가 사망하여 사망자는 현재까지 총 7명입니다. 상세한 내용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8명 중 3명이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한 것으로 알려져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환자는 현재까지 총 37명입니다.

환자 수는 늘고 있지만, 기존 잠재적 감염자에 대한 검사가 진행됨에 따라 발생하는 것이고 다수가 잠복기가 지난 분들이 확진되고 있는 것이기에 지금 현재 상황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것은 아닙니다. 경유 병원의 증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증가 추세가 중요한데 하루만의 감소라서 큰 의미를 둘 수는 없지만, 어제보다 감소했다는 사실은 일단은 다행스러운 소식입니다.

가라앉을 것인가?

확률로만 평가할 수 있을 뿐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평택성모병원에서 추가환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서울삼성병원에서 발생자가 줄었으며 병원정보가 공개되었고, 의료진에게 환자정보조회가 가능해졌으므로 앞으로 감염의 확대추세는 꺾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한국에서 새로운 양상 드러내는 메르스

메르스는 지난 2015년 5월, 중동에서 우리나라로 처음으로 유입된 바이러스 질환입니다. 우리나라에 없던 질병이기 때문에 메르스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병의 예측은, 중동에서 메르스 바이러스가 보여주었던 행동(behavior)을 참조하여 예측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동에서의 특성

중동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던 메르스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메르스의 특성에 대해 정리해놓았습니다. 간략히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메르스 낙타 사우디

  1. 감염자 중 사망률은 약 35~40%(기저질환 있는 분들에서 사망 발생)
  2. 전파력 약함, 감염자와 밀폐된 공간에서 친밀한 접촉(close contact)에 의해 전파
  3. 전파될 때마다 전파력과 독성이 떨어져 3차 감염자 발생 거의 없음 (2명)
  4. 거의 모두 병원 감염(극소수 집에서 감염)으로 옥외 사람 간의 감염사례 없음

이 때문에 우리나라 정부는 첫 감염자가 발견되었을 때, 격리대상을 평택성모병원의 같은 병실 사용자로 제한하는 등 안이하게 대응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안이한 대응은 지금까지 이 사태를 키운 결정적 요인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메르스 감염은 25개국에서 발생했지만,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환자들을 모두 모아도 이제 고작 1천2백 명을 넘었을 뿐입니다.

한국에서 새롭게 관찰된 특성 

그리고 알려진 것처럼 메르스 바이러스는 우리나라에서 조금 다른 형태를 보입니다. 우리는 메르스 바이러스에 대해 ‘좀 더 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메르스 감염 과정과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삼성병원 질병관리본부

  1. 감염자 중 사망률은 약 10% 내외 (기저 질환 있는 분들에서 사망 발생)
  2. 슈퍼 전파자 다수 나타남. 감염자와 잠시 접촉하거나 개방된 공간에서도 전파됨
  3. 전파가 될 때마다 전파력과 독성이 떨어지지 않음. 다수 3차 감염자가 발생했고 이 중 사망자도 발생함
  4. 현재까지 모두 병원 감염. 시외버스 감염사례 있다고 알려졌으나 아직 확인 안 됨

우리나라에서 메르스 바이러스가 보여주는 행동(behavior)은 기존의 중동 것과는 사뭇 달라 보입니다. 변이는 없는 것으로 발표됐지만, 행동(behavior)은 분명히 다릅니다. 이제 메르스 바이러스가 기존에 중동에서 보여주었던 행동(behavior)은 잊고, 우리나라에서 보이는 새로운 행동(behavior)를 분석하고 이를 기준으로 대책을 세워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메르스의 특성 

  1. 여전히 직간접 접촉(contact)에 의해서만 전파될 뿐 공기로 전파되지 않는다. 즉,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떠돌다가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는 일은 없다.
  2. 증세가 나타나기 전 잠복기에는 감염력이 없다.
  3. 건강한 사람은 감염이 잘 되지 않을뿐더러 감염되어도 가볍게 앓고 지나간다.

부풀려진 메르스 공포: 참조 통계 

전 국민이 메르스 공포에 휩싸여 있습니다.

우리가 두려워하니 외국인 관광객도 발길을 끊고 평택은 유령도시가 되었다고 합니다. 지나친 공포는 큰 후유증을 남길 것입니다. 사람들은 메르스 치료제가 없어서 두렵다고 합니다. 새로운 병이 들어왔으니 두려움이 생기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그 공포는 분명히 부풀려졌습니다.

치료제가 있는데도 우리나라에서만 하루 6명씩 매년 2천 명 이상 사망하는 전염병이 있습니다. 더욱이 이 병은 메르스와 달리 공기감염이 됩니다. 그 병은 무엇일까요?

결핵입니다.

출처: 질병관리본부 http://tbfree.cdc.go.kr/tbfree/mtbfree/contents/contents.do?conts=01/06_01.jsp&mId=1600
출처: 질병관리본부

결핵은 공기감염이 이뤄지는 대표적인 병입니다. 결핵은, 결핵 환자가 말을 하거나 기침 또는 재채기할 때 균이 포함된 미세한 가래 방울이 공기 중으로 나오는데 이 가래방울의 크기는 매우 작아 몸 밖으로 나오자마자 수분은 곧 증발하여 결핵균만이 공중으로 떠돌아다니다가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숨을 들이쉴 때 공기와 함께 폐 속으로 들어가 증식을 함으로써 감염이 이루어집니다. 

이 결핵으로 지금도 매년 우리나라에서만 2천 명 이상 사망하고 있지만, 우리는 결핵을 두려워하여 모임에 나가지 않거나 사람을 만나지 않거나 휴교령을 내리거나 매일 마스크를 쓰고 다니지 않습니다.

현황판도 홈페이지도 자료도 없는 대책본부 

메르스 발생 20일째, 아직도 정부는 메르스 감염상황에 대한 현황판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그저 불특정한 시간에 브리핑하거나 보도자료를 배포할 뿐입니다.

이 때문에 메르스의 정확한 정보가 필요한 의료진들은 물론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을 보도해야 하는 언론사들은 늘 답답해하고 이런저런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메르스와 관련해서 계속 방송에 출연해 현 상황에 대한 의미를 전달해야 하는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질병관리본부 '메르스' 페이지 http://www.cdc.go.kr/CDC/cms/content/33/63033_view.html  실시간 현황을 살펴보기엔 역부족이다.
질병관리본부 ‘메르스’ 페이지 
실시간 현황을 살펴보기엔 역부족이다.

정부는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를 만들었지만, 이 기구 역시 홈페이지가 없습니다. 사실 하루면 만들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서도 정보 제공이 없습니다. 그저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하는 보도자료가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 올라오면 참조할 뿐입니다.

오늘도 일어나자마자 혹시 공식 보도자료가 나온 것이 있는지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 자료실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기대했던 보도자료는 없었습니다. 대신 제목 “test”, 내용이 텅 비어있는 글이 하나 올라왔을 뿐입니다.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 자료실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 자료실

온 국민이 여전히 메르스 공포에 휩싸여있고, 이미 국가재앙이 되어버린 이 시각에 이런 에피소드 하나가 질병관리본부의 태도를 보여줍니다. 사실, 그들은 그 어느 때보다 수고가 많을 것입니다. 그들을 격려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을 볼 때면, 또다시 안이한 태도를 질타하지 않을 수 없네요. 안타깝습니다.

메르스 대응 지침(3-3판)을 직접 다운로드한 뒤에 115페이지에서야 만날 수 있는 "꼭 알아야 할 10가지"
질병관리본부 메르스 페이지에서 [메르스 대응 지침](3-3판)을 직접 다운로드한 뒤에 115페이지에서야 만날 수 있는 “메르스, 꼭 알아야 할 10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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