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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유통 공룡' 아마존, 내년초 한국 진출

제가 아마존닷컴의 한국 전자상거래 시장 진출 소식을 처음 들었던 때는 2013년 12월이었습니다. 그때 기사를 보면 국내 유통업계 관계자의 말을 빌려 “내년 초(2014년)쯤 아마존이 국내 시장에 진출을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는 내용이었죠.

결론부터 말하면 2014년 일년 동안 아마존닷컴은 한국 시장에 진출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다시 아마존이 한국에 진출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아마존 한국 진출은 사실? 거짓?

“글로벌 전자상거래 및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최대 ‘공룡’인 아마존의 한국 시장 진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23일 ICT 업계에 따르면 아마존은 3월 중 한국 지사를 설립하고 본격적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한국 직원 채용에도 나섰다. ”

– 동아일보, [단독] ‘아마존’ 태풍 3월 한국상륙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아마존이 한국 전자상거래를 점령할 것만 같은 기세였죠. 이거 이거 작년 이맘때에도 비슷한 반응을 본 것 같은데…

역시나, 반나절만에 다른 내용의 보도가 나왔습니다.

“아마존 클라우드서비스를 판매하는 아마존 웹서비스 코리아 관계자는 “아마존 글로벌 셀링 부문이 하는 일은 한국 상품을 모아 아마존닷컴(amazon.com)에 판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상품을 구해서 아마존 사이트에서 파는, 일종의 ‘역직구’라는 설명이다. ”

– 조선비즈, 아마존 한국진출 첫 단계는 ‘역직구’…직접 진출은 언제? 

아마존이 채용한 구성원의 업무 성격만 봐도 알 수 있죠. 2012년 우리나라에 법인을 세운 아마존은 웹서비스(AWS) 관련 구인에 집중돼 있습니다. 기존 한국 셀러 어카운트 관리자를 계속해서 모집 중이죠. 적임자는 아직 못 구한 듯합니다.

“3월 진출설의 기폭제였던 아마존 국내인력 구인공고도 자세히 따질 필요가 있다. 아마존 커리어 사이트에 등록된 구인 공고 25개 중 22개는 AWS관련이고, 나머지는 지난해부터 올라와 있던 한국 셀러 어카운트 관리자다. 조금 더 명확해진다. 아마존이 언젠가는 국내 e-커머스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뜻이다.”

– 이코노믹리뷰, 국내진출설 아마존? 클라우드만 봐라(1)

왜 우리는 아마존에 열광하는 걸까요. 그리고 아마존이 한국 상거래 시장을 위협할 것이라는 근거는 무엇일까요.

면면을 들여다보면 아마존이 한국에 들어오면 ‘원클릭 결제’와 ‘당일 배송’ 등 혁신적인 서비스-물류 체계를 통해 시장을 점령할 것이라는 우려/기대가 녹아있습니다. 마치 이케아가 한국에 들어왔을 때 국내 가구시장은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와 비슷한 거겠죠.

두 개의 키워드: 우물 안 개구리와 사대주의 

우려/기대는 비슷하나, 현실은 다를 수 있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와 사대주의. 두 가지 키워드로 생각해봤습니다.

개구리

첫째, 과연 아마존은 한국 시장을 매력적이라고 생각할까요?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80%로 싱가포르에 이어 세계 2위입니다. 디지털에 친숙한 나라죠.

하지만 인구수는 5,000만 명에 불과합니다. 유통은 마진이 크지 않은 사업이기 때문에 고객 숫자가 중요합니다. 아마존 역시 수수료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입니다.

뒤집어서 생각해봅시다. 아마존은 한국 시장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할까요? 아니면 한국의 기술과 제품을 공략하는 게 낫다고 생각할까요? 한국 제품을 중국에 파는 교두보 정도로 역할을 생각할 수도 있겠죠.

둘째, 우리나라에서 아마존식 원클릭 결제와 당일 배송을 할 수 있을까요?

우선, 결제는 금융의 영역입니다. 금융 당국의 영향력 아래 있다는 의미죠.

공인인증서 화면
공인인증서 화면

10여 년 전부터 공인인증서 없는 간편 결제를 시도한 전자결제대행업체(PG) 페이게이트가 계속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유를 생각하면 답이 나옵니다. 이 영역은 업체의 혁신보다도 금융 환경을 고려해야 합니다.

아마존닷컴이 들어왔다고 원클릭 결제를 바로 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우리나라 결제 프로세스의 불편함에 대한 반대급부로 생겨난 기대감이 아닐까 의문이 듭니다.

배송을 봐도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의 배송은 화물법의 제재를 받죠. 최근 쿠팡이 로켓 배송을 실시하고 있으나 택배업계와 계속해서 마찰 중 점도 고려해야 할 겁니다.

그럼에도 아마존닷컴 한국 진출을 기다리는 이유

아마존닷컴의 한국 진출,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언제든 환영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우리나라의 불편한 전자상거래 영역에 좋은 자극을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Takashi Hososhima, CC BY SA  https://flic.kr/p/cuerp3
Takashi Hososhima, CC BY SA

하지만 외국 것은 우수하고 우리 것은 뒤처졌다는 인식 아래, 아마존닷컴의 한국 진출에 다소 과장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우리가 현재 전자상거래 영역에서 불편하다고 느끼는 것은 전자상거래 서비스 자체의 정책과 품질보다는 한국의 금융 정책과 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아마존은 중국에서도 고전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마존닷컴 한국 진출을 기다리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아마존닷컴의 서비스 자체가 아니라 전자상거래 제도 전반의 혁신을 바라는 기대감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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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댓글

  1. 우리나라 인구수가 5,000만 명에 불과하니 아마존이 탐내기엔 시장이 작다는 것은 상당한 고정관념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베이가 우리나라 오픈마켓을 장악하기 위해 옥션, G마켓을 연이어 인수하며 공을 들였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2. 시애틀 본사 근무자에 의하면, 모두가 고대하고 있는 소비자 대상 온라인쇼핑몰은 앞으로 최소 수 년 동안은 한국 진출 계획이 없을거라 함. 지난 몇 년 동안 어김없이 연초마다 관심끌기 목적으로 보도되는 아마존 한국 진출설은 모두 근거없는 억측에 가깝다고…(한 매체에서 선정적인 추측성 보도를 하면 다른 매체에서 순차적으로 재인용해서 마치 사실인 양 부풀려지는…) 현재 이루어지는 투자 및 채용은 백퍼 에이더블유에쓰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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