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다를 바 없이 페이스북을 켜고 일터에 앉아 월급 도적질을 하던 나의 뉴스피드를 한 차례 쓸고간 이슈는, 강남 노점상을 철거하는 용역을 ‘개꿀 알바’라 부르며 ‘갓수’들에게 그 방법을 알려주고 추천 700개를 받은 일베의 어떤 게시물이었다.
게시물을 바라보는 주변인들의 시선은 다양하게 혼재되어 있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질 법한 ‘청부 린치’에 대해서 무감각한 것으로도 모자라 스트레스를 해소할 기회라며, ‘오피 창년'(오피스텔 성매매 여성 – 편집자)을 부러워할 것이 없다고 말하는 일베 유저에 대한 생리적인 경멸감, 서울 중심부에 있는, 조폭이 연계되어 있다는 소문도 돌고 억대 수입을 찍고 세금조차 내지 않는다는 노점상에 대한 혐오감, 어느새 일상화된 ‘일베의 선동질’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까지.
한 게시물을 둘러싸고 각자는 다양한 스펙트럼 상의 위치에서 문제를 바라봤다.
‘악’의 무게를 저울에 달다
그리고 사람들은 나름대로 마음속에서 저울을 달기 시작했다. 그런 일베충은 얼마나 혐오스러운가? 동시에 권리금이 억대라는 소문이 도는, 경제의 무임승차자들은 얼마나 혐오스러운가? 사내유보금이 100조 단위라는 대기업은 어떨까.
거의 모든 사람들은 열심히 각자의 가치관에 위치한 여러 ‘악’의 무게를 저울에 달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결과로 결정을 내린다. 경멸스러운 일베충이 돈을 받는 꼴은 도저히 못 보겠다든지,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심가 노점상’은 없어져야 하기에 이 이슈에 대해서 중립을 지키겠다든지.
그 저울질의 대부분은 강남의 노점상을 하는 사람들은 ‘충분히 부유하기에’ 그런 꼴을 당해도 싸거나, 아니면 ‘충분히 부유하지는 않기에’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결론으로 귀결되었다. 이 사이에서, 죄목을 판단하는 기준과 심판을 내릴 강제력의 주체는 완벽하게 녹아내린다.
그들이 부유한 것이 문제였다면 조세를 탈루한 수많은 고소득자들에게 일베 유저들이 ‘활빈당’을 조직하더라도 별문제가 없었을 것이고, 일베의 경멸스러운 행위가 문제였다면 반대로 모범납세자들이 노점상을 철거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이미 있는 비즈니스, 일베가 하면 안 되나?
이 철저한 계급적인 이이제이는 너무나 얄팍하다. 그래서 다시 허튼 희망을 만들어낸다.
일베 유저는 돈이 그렇게 궁하지도 않으면서 그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 이런 일을 하려고 하고, 그에 비해서 일베 유저가 하려는 ‘비즈니스’를 선점하고 있거나 그런 비즈니스를 관리하는 업체들은 그것이 생업이라서, 혹은 ‘진짜로 돈이 궁해서’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것으로서 편리하게 모순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물론 그것은 희망 사항일 뿐이다.
진지한 고민? 오히려 일베 유저들은 스트레스가 생각보다 풀리지 않을 것이 뻔한 용역 알바의 현실을 마주하면 고민을 하겠지만, 그것이 일상이 되어 있는 용역업체 사람들에게는 그런 고민은 이미 과거의 추억이다.
그저 그런 비즈니스가 있기에, 할 수 있기 때문에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결국 존재하고 있는 용역 비즈니스가 편해 보이기에 일베에서 하겠다는 데 그것이 왜 안 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답변할 수 없고, ‘그들이 일베이기에’를 반복하거나 아니면 수줍게 중립을 택한다.
폭력을 아웃소싱한 대한민국
‘폭력을 국가가 독점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모든 종류의 사회적 강제력이 국가에 의해 이루어져야만 하고, 그렇지 못한 사적인 폭력은 역으로 배제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노점상, 판자촌, 그 외에도 수많은 ‘무허가’를 철거하기 위한 사회적인 강제력은 놀라울 만큼, 지난 수십 년간 하나의 비즈니스로서 사회로부터 그 권리를 위임받지 않은 업자들에게 아웃소싱되어 있었다.
애초부터 그 상황이 문제였다. 궂은 일이라, 다칠 것 같아서, 인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공공이 돈을 벌고 싶은 다른 사람에게 사회적 강제력을 아웃소싱하여, 모종의 ‘철거 전문성’과 함께 그들에게 실제로는 주어선 안 될 정당성을 돈으로 판 것이다. 경찰과 관리반이 아닌, 깡패를 간접적으로 고용해 사회의 흉물들을 없애고 ‘미관을 살리는’ 경제 용병으로 써먹는다.
그렇게 바라보면, 앞서 말한 저울질은 필요가 없어진다. 일베도 용역업체도 모두 잘못된 주체고, 실제로는 이를테면 ‘공무원’이 그런 일을 해야 했던 것이니까.
‘어떻게 하면 싸게 때려잡을 수 있을까’
사회가 아닌 사회의 그 누구도, 적법하게 의사를 위임받아 저지르는 사회적 강제력을 고용이라는 계약을 통해서 대신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사회 그 자신만이 해야 하고, 그런 관리를 업무로서 해야 하는 당사자가 나서야 한다. 강남 노점상을 해체하든, 달동네 무허가 주택지를 해체하든 모두 마찬가지의 문제다.
누구도 용역, 아웃소싱, 인력소개, 아르바이트로, 어떠한 공적 업무로서의 의미도 없이 그저 폭력을 대리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필요악도 무엇도 아니기에. 그저 구조물을 철거하는 데에는 전문가가 있기는 있어야 한다는 자그마한 변명과 더불어 단지 ‘싸니까’, ‘더러운 일이라’, ‘비난받기 쉬워서’ 돈이 궁한 누군가에게 떠넘기고 있었을 뿐이다. 어떻게 하면 ‘싸게 때려잡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그마저도 정규직조차 아닌, 800만 비정규직 시대의 일원을 늘리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일베 유저가 사회적으로 악에 가까워서, 혹은 경멸스러운 일을 하고 있었고 또 하려고 하고 있기에 용역을 맡으려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이미 그런 철거 용역은 지난 수십 년간, 잘도 ‘민영화’되어 비즈니스로 자리 잡아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 비즈니스를 거쳐 갔다.
희생과 폭력도 모두 사회의 손으로
결국 달아야 하는 것은, 누군가의 미관을 위해서, 혹은 고용창출을 위한 사업으로서, 부자의 것이든 빈자의 것이든 그 터전을 파괴하는 일을 ‘알바’로 떠넘기고 있는 우리 사회의 야만성이 갖는 의미다.
어떤 사람도 잘못이 있다면 사회적으로 공인된 법률과 같은 기준과 사회적 강제력을 상징하는 공공의 사람들에 의해서 처분을 받는 것이 순리고, 그저 돈을 받기 위해 누군가가 대신 가하는 폭력을 맞을 이유는 애당초 없었다.
목적성과 분리되어 비즈니스의 형태로 떠도는 폭력이 경멸스러운 사람의 손에 들어간다면, 그 사람을 막을 것이 아니라 폭력을 목적성에 다시 결합해야만 할 것이다. 그것이 사회적 강제력에 따르는 책임이므로.
질서도, 질서를 세우기 위한 희생과 폭력도 모두 사회의 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공무원이 있고, 정부가 있다. 모두는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는 것은, 누군가가 가진 정체성이 그 사람이 겪어야 할 것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든 각자의 자유이나, 그 사람을 심판하는 것은 자유의 영역에 남아있지 않다.
그러하니, 나는 그 일베의 게시물을 보며, ‘철거 용역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하겠다. 2014년 4월 조치원의 포장마차를 철거하기 위해 세종시가 선도산업과 계약한 522만 원을 보며, 이 522만 원은 그 과업을 대신할 ‘공공의 사람’을 늘리는 데에 들어갔어야 한다고, 그렇게 말하겠다.
이 기사 독해가 좀 어렵습니다. 왜 그런지는 무지해서 잘 모르겠습니다.
문장이 읽기 힘들어요 ㅠㅠ
모든 사람들이 읽기 편한 글을 써주십시오
뭘 말하고싶은진 장황하게 이어가다 마지막 줄에서 이해가 되긴 하는데, 사람 아닌 것들에게 일베유저라고 칭하니까 되게 불쾌하네요.
잘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