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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몽구 김정환입니다. 지난 5월 30일과 31일 사전투표가 진행됐습니다. 전국 단위로는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실시한 사전투표였습니다.

한 유권자는 30일 투표하려고 했지만, 결국 못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한 선관위 직원의 말을 빌리면, 그 유권자는 “일반 선거권자”가 아니었으니까요. 주민센터 1층 입구는 2층보다 “협소하기” 때문에 1층이 아닌 2층에서 “일반 선거권자”들이 투표해야 하니까요. 그 때문에 1층에는 따로 투표소를 마련할 생각이 없으니까요.

그 유권자는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었습니다.

2층 투표소 ‘아래’ 2등 시민

승강기 없는 2층 투표소 아래 2등 시민이라도 된 듯 차별을 강요당하는 장애인 유권자의 현실은 암담했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나와 다른’ 장애인의 예외적인 절망이 아니었습니다. 언제든 장애인이 될 수 있는 ‘예비 장애인’인 나와 당신, 우리의 미래였습니다.

장애 여부를 떠나 국민으로서 당연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정상’입니다. 하지만 ‘비정상의 정상화’가 일상화한 ‘평범한’ 대한민국은 그런 정상적인 모습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투표소 입구에는 “교육, 복지, 사람 중심 새 영등포”라는 표어가 자랑스럽게 걸려 있었지만요.

"교육, 복지, 사람 중심 새 영등포"
“교육, 복지, 사람 중심 새 영등포”

“일반” 유권자 vs. 장애인 유권자?

선관위 직원은 그 상황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당장은 (개선이) 어렵습니다. 저희가 차후 개선을 해드리는 것으로 그렇게 하겠습니다. 지금 오늘 저 2층에서 (장애인 아닌) ‘일반 선거인들’도 많이 오시기 때문에.” (영등포선관위 직원)

선거권자면 다 같은 선거권자지 “일반” 선거권자와 ‘특별’ 선거권자가 따로 있는 걸까요? 아니면 비장애인은 일반 유권자이고, 장애인은 그렇지 못한 2등 유권자인 걸까요? 법은 모든 국민이 평등하다고 말하지만, 그건 법 속에 있는 말뿐인 것 같습니다.

장애인 유권자와 구별되는 “일반 선거인들”을 말하는 선관위 직원의 말에 악의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우리들 가운데 다수가 여전히 장애인과 구별해 비장애인을 ‘일반인’ 혹은 (심지어) ‘정상인’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습관적으로 일상의 의식이 자연스럽게 튀어 나왔을 겁니다.

“저는 국민이 아닌 거죠?”라고 말하는 (장애인) 유권자의 답답한 모습과 선관위 직원의 현장 대응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YouTube 동영상
  • 2014년 5월 30일
  • 당산 제1동 제2투표소

#. 투표소 건물 안

(2층 투표소로 이어진 계단을 오르지 못하는 한 장애인 유권자의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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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목소리: 지금 전화로 파악해야 하는 부분이라 가지고….

휠체어를 탄 장애인 유권자(이하 “유권자”): 뭘 전화로 파악을 해요?

여성 목소리: 그러니까 그게 이분들도 직접 계단으로 올라가지고(잘 안들림)… 다른 시도에도 이렇게 마련되어 있는지.

#. 투표소 건물 입구

미디어몽구: 저기, 왜 투표 못하고 계신 거예요?

유권자: 엘리베이터가 없어서요. 편의시설이 안 되어 있어서. 못 올라가서 투표를 못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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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몽구: 이럴 때마다 어떤 생각 드세요?

유권자: (저는) 국민이 아니죠? 네? 모든 국민을 위한 투표소, 그런 편의 시설을 마련하는 게 당연한 거고요. 당연한 국민의 권리인데 그런 국민의 권리를 계속 수없이 말을 해야만 만들어지고, 권리가 보장되니까. 아,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구나. 그 생각이 들죠. 투표하러 왔다가 반 시간 가까이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 중이에요. 지금 영등포선관위가 오겠다고 하는데 안 오네요? 그리고 아무도 관심이 없네요. 참, 투표하러 와서……

#. 유권자와 투표소 관계자들의 대화

간사: (….) 내려와서 얼굴이랑 신분증이랑 확인하잖아요, 그죠? (손동작으로 설명하면서) 여기서 확인하잖아요, 신분증을. 여기에 오신 분을.

유권자: 그리고요?

간사: 사모님 얼굴하고 신분증을 확인을 하죠? (휠체어 유권자: “네”) 그 신분증을 참관인하고 같이 올라가서 거기서 처리를 한다는 거예요.

유권자: 참관인하고 같이 올라가는 거요?

간사: 참관인하고 직원하고.

유권자: 참관인하고 직원하고요? 저 본인은 안 가고요?

간사: 본인이 지금 못 올라가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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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 왜 못 올라가는 거죠?

간사: (투표소가) 2층이니까는…

유권자: 왜 2층으로 해놓으셨죠?

(공무원인 듯한) 남성: 그러니까 선생님은 투표하는 곳이 정상적으로 기표소가 별도로 되어 있지 않고, 원래대로, 보통 하는 곳에서 하고 싶다는 거잖아요?

유권자: 당연한 거고, 그렇게 해야 하는 게 권리죠.

(공무원인 듯한) 남성: 그런데 여기는 승강기가 준비가 안 되어 있기 때문에……

유권자: 왜 여기에 승강기가 없는 거죠?

(공무원인 듯한) 남성: 없는 곳이 많아요. 승강기가 없는 곳이. 동사무소가 (그런 곳이 많아요.) 그러니까 여기에서 하는 정상적인 방법은요. 신분을 확인해서 기표용지를 가져와서 투표하고 기표용지에 넣는….

유권자: 그러니까 신분증을 누군가에게 줘야 한다는 거잖아요?

"승강기 없는 곳 많아요"라고 당당하게 상황을 설명하는 투표소 관계자
“승강기 없는 곳 많아요”라고 당당하게 상황을 설명하는 투표소 관계자

(공무원인 듯한) 남성: 여기 참관인하고 사무원하고 같이

유권자: 제가 가는 게 아니잖아요.

(공무원인 듯한) 남성: 바로 고 앞에서…

유권자: 당연하죠.

(공무원인 듯한) 남성: 거기까지 올라갈 수가 없으니까 제가 말씀드리는 거잖아요.

유권자: 저는 비장애인과 똑같이 평등하게 투표할 수 없다면, 저는 여기서 투표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왜 투표하지 않느냐면, 제가 원해서 투표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저는 여기서 제 기본적인 권리가 보장될 수 있는, 그런 정당한 편의가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에 (투표를) 안 합니다. 못하는 겁니다. 안 하는 게 아니라. 아시겠습니까?

투표소를 찾은 (장애인) 유권자들
투표소를 찾은 (장애인) 유권자들

(공무원인 듯한) 남성: 선생님께서 좀 불편하시더라도 저희가……

유권자: 저는 약속시간이 있어서 가야 하고요. 저는 저 차를 타고 다른 곳에서 투표할 생각이 없습니다. 저는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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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기서 투표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투표하지 않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겁니다.”

#. 투표소를 찾은 영등포구 선관위 관리계장

한 남성: 1층에 있는 민원실을 정리하고 투표소를 1층으로 내리는 건 안 된다는 말씀이시죠?

장호주 / 영등포구 선관위 관리계장: 그거는 지금 당장은 어렵습니다. 저희가 차후 개선을 해드리는 것으로 그렇게 하겠습니다. 지금 오늘 저 2층에서 “일반 선거인들”도 많이 오시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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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성: 제가 말씀드리는 건 내일, 토요일에 가능하겠냐는 건데요.

장호주 계장: 어렵습니다. 내일 “일반 선거권자들” 많이 오시거든요.

한 남성: 1층으로 변경하는 건 왜 안 된다는 건가요?

장호주 계장: 왜냐하면 여기(1층)가 좀 협소하잖아요? 더 넓은 데를(2층)…. 그리고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저희가 전화만 주시면…

한 남성: 1층이나 2층이나 같은 건물인데……

장호주 계장: (손으로 1층 공간을 가리키며) 아니, 여기가 좀 협소하잖아요? 여기가 좀 협소해서. 그 점은 좀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여기 입구가 좀 협소하잖아요.

"1층 입구는 협소"하기 때문에 2층 기표소를 1층에 마련하기는 마련하기 어렵다고 설명하는 선관위 직원
“1층 입구는 협소”하기 때문에 투표소를 마련하기 어렵다고 설명하는 선관위 직원

한 남성: (사전투표 시간이) 오늘 오전 6시부터 오늘 오후 6시까지 잖아요? 그 시간 이후에 탁자 옮긴 다음에 세팅하고, 내일 오전에 (1층에서 투표할 수 있게) 하는 건 가능하죠, 사실은?

장호주 계장: 아니, 그게 세팅 문제가 아니라 내일 아마도 선거권자들이 많이 오실 거예요. 그러면 (1층) 좀 좁으니까.

한 남성: 아니, 탁자 같은 건 치우면 되는 거고. 1층 공간이나 2층 공간이나 같은 관공서 건물이라는 건 차이가 없는 건데……

장호주 계장: 네, 그것은 저희가 차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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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댓글

  1. 장애우들은 특별한 대우도 바라지 않습니다. 일반인들과 똑같이 자기의 힘으로 도움없이 투표장까지 가서 일반인들과 같은 장소에서 투표를 하고 싶어하시죠. 장소를 섭외 할 때 장애우들을 배려하는 마음만 있었더라도 이런 일은 없었을텐데 말입니다. “특별히 도와주는 것” 보다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한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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