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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말과 외모에 현혹된다. 사기꾼들이 구사하는 스킬을 보면 이 점은 명확한 듯하다. 과거부터 있어 보이고 아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현란한 어법을 활용하는 사람들을 겪어 보면서, 그들의 가식적인 모습에 닭살이 돋은 적이 많았다.

자신의 말을 장식하는 술수

‘줄리아 로버츠’라고 널리 부르는 이의 이름을 굳이 ‘줄리아 롸벗’이라고 하며 미국 유학 경험을 과시하던 교수님은 그나마 낫다. 언젠가 어떤 교수님이 설파하신 바처럼, 지식인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자신의 말을 장식하는 술수는 별반 어렵지 않다.

  • 수시로 외국인의 이름을 인용하며 자신의 주장을 보강할 것.
    • 예) ‘로버트 윌리암’이 말하길 밥은 쌀이라 했지요.
  • 영어 약어를 많이 사용할 것.
    • 예) IDF의 최근 발표에 의하면,
  • 통계 수치처럼 보이는 숫자를 반드시 소수점 두 자리까지 밝힐 것.
    • 예) 25.77%는 되어야 사실상 이긴 것입니다.

로버트 윌리암이 뭘 하는 사람인지, IDF가 무슨 기관의 약어인지, 통계 숫자가 정확한지, 사람들은 절대 묻지 않는다. 행여 자신의 무식이 탄로 날 것을 두려워하여 절대 되묻지 않고 짐짓 아는 체하는 게 허위의식이 가득한 사람들의 통상적 행태이므로 절대 주저하지 말고 자신 있게 아무 단어나 막 내뱉으라는 거다.

탈

세칭 ‘출세’한 자들의 정형

나이 들어가며 세칭 ‘출세’했다는 이들의 말을 들으며 내 나름대로 파악한 정형도 있었다.

  • 될 수 있는 한 말을 느리게 한다.
    • 신중하고 점잖아 보이기 위함이다.
    • 이를 보강하려면 걸음도 최대한 천천히 한다. 종종걸음은 아랫것들이나 한다는 듯이.
  • 절대 사투리를 쓰지 않는 척한다.
    • 지방 출신이기에 억양에 사투리가 묻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으면서도 자신이 충분한 교육을 받은 교양인이라는 점을 가장하기 위함이다.
  • 특이한 영어 형용사를 쓴다.
    • 예를 들면 “오우! 후식으로 나온 딸기가 매우 스마트하군요. 오늘 점심은 정말 큐트했어요. 너무 헤비하지 않아 좋아요”
    • 대체 뭔 말인지 알 순 없지만, 자신의 외국 생활 경험에서 자연스레 터득한 형용인 것으로 가장한다.
  • 이때 반드시 유럽보다는 미국의 도시 이름이나 강 이름을 대며 유학파인 것을 과시한다.
    • “하~ 그때 포토맥 강의 낙조를 바라보며 칩 샷을 날리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같은 류.

야들아, 사람들이 모르는 것 같아도 그 자리 벗어나면 다 알아채고 이야기한단다. “하~ 그 자식 참, 역겹더구만……”

TV 토론의 이미지와 화술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지지율이 어떻다고 말하는 이도 많다. 하지만 언제나 중요한 것은 사람의 진심이다. 그걸 알아볼 수 있어야 진짜 사람이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도 자신의 선생님이 진짜 알고 이야기하시는 건지, 엄마 앞에서 진짜 자기가 귀여워 그렇게 말하는 건지 다 알아챈다. 그래서 사람이 영물이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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