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2014년 3월 3일 열린 제86회 오스카 시상식 중간에 사회자 엘런 디제너러스(Ellen DeGeneres)가 무대에서 그리고 객석에서 배우들과 함께 셀카를 찍는다. 이 장면들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평상시 아이폰을 쓰는 걸로 알려진 엘런이 시상식 중 갑자기 안드로이드 폰을 들고 무대에서, 객석에서 갑자기 셀카를 찍을 리가.

역시 PPL(간접광고)의 갑은 “내가 이거 써봤는데 죽인다~”는 형태의 자기 고백 형식(testimonial)이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시대인지라 이와 같은 고백을 잡지나 신문에다 하는 게 아니라,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으로 전송할 때 그 효과는 증폭된다. 유명인이 일상에서 쓰는 느낌이 고스란히 드니 말이다. 계약서를 확인하기 전까진 대중은 PPL인지 아닌지 확인할 길조차 없다. 얼마나 매력적인 광고 방법인가.

하지만 여러 유명인이 스마트 기기와 관련해 특정 제품을 칭찬한 것 중에 막상 그 결과가 우스꽝스럽게 된 경우가 적지 않다. 진짜 PPL이든 아니든 그 우스꽝스러움의 공통점은 어떤 제품을 찬양하기 위해 경쟁사 제품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망한 사례 TOP 3를 꼽아보자.

1. 티모바일 CEO, “노트3가 없다면…”

티모바일의 CEO 존 레저(John Legere)는 삼성의 미국 내 노트3 출시를 기뻐하는 트윗을 날린다.

삼성 모바일의 공식 트위터 계정까지 언급하며 느낌표를 붙인 이 트윗의 내용을 번역하면 이렇다. “삼성이 드디어 패블릿을 미국에서 출시하기로 결정해서 참 기쁘다. 노트3가 없다면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존 레저가 트윗한 내용. 모르긴 뭘 모르나. 아이폰 잘 쓰고 있으면서.
존 레저가 트윗한 내용. 모르긴 뭘 모르나. 아이폰 잘 쓰고 있으면서.

결국, 여기저기 이 사실이 알려지니 해명 차원에서 자신은 스마트폰을 두 개 사용한다는 트윗을 다시 날렸지만 궁색한 변명으로 보인다.

2. 오프라 윈프리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마소의 서피스?!

자신의 쇼 방청객 모두에게 자동차를 선물하는 등 통 크기로 유명한 오프라 윈프리가 지난 2012년 11월에 올린 트윗은 여러모로 놀라웠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태블릿 컴퓨터인 서피스(Surface)가 짱이라며 대문자로 제품을 표시한 걸로도 모자라 제일 좋아하는 제품이라는 해시태그(hashtag)까지 붙여서 트윗을 날렸는데, 알고 보니 아이패드로 날린 것이다.

오프라 윈프리의 서피스 홍보 트윗. “서피스 정말 짱인듯! 벌써 크리스마스 선물용으로 12개나 샀어요.” 그런데 나는 아이패드 써요?!
오프라 윈프리의 서피스 홍보 트윗. “서피스 정말 짱인듯! 벌써 크리스마스 선물용으로 12개나 샀어요.” 그런데 나는 아이패드 써요?!

이건 뭔가! 남들 선물로 주려고 서피스를 12개나 샀지만 정작 자신은 아이패드로 트윗을 날린다고? 이 분은 과연 대책 없는 기부천사인가, 아니면 어디 공짜로 받은 거 돈 안 들이고 선물하려는 건가.

3. 시상식 중 엘런의 뜬금없는 셀카

제86회 오스카 시상식의 사회자인 엘런 디제너러스가 행사 중에 갤럭시 노트3를 들고 뜬금없이 무대에서 횡설수설하면서 셀카를 찍는다. 그리고는 그 사진에 #Oscars #Blessed #blurry 라고 해시태그를 달아 트윗을 날린다. (오스카 시상식에서 진행하는 게 영광인데 사진이 흔들렸다는 내용. 개인적으로는 ‘오스카는 불분명한 걸 좋아한다’는 중의적인 표현을 담은 정해진 멘트라고 생각한다) 객석에 내려가 배우들과 함께 단체 셀카도 찍는다.

엘런이 무대에서 찍은 사진을 올린 트윗. 아마도 '사진을 찍으면 무척 흔들리는 삼성 안드로이드 폰'을 홍보하기 위한 건 아닐 거다.
엘런이 무대에서 찍은 사진을 올린 트윗. 아마도 ‘사진을 찍으면 무척 흔들리는 삼성 안드로이드 폰’을 홍보하기 위한 건 아닐 거다.

그런데 엘런은 평소 아이폰을 쓰는 걸로 알려진 인물이다. 자신의 쇼에서 아이폰 유머를 하기도 하며 “Heads Up!” 같은 아이폰 게임은 엘런 쇼의 제작진이 만들고 엘런의 인기를 등에 업은 히트 게임이다.

엘런이 갤럭시 노트3로 찍은 사진은 그의 공식 트위터 계정으로 올라갔으나 뒤이어 백스테이지의 모습이라며 올라온 사진들은 다시 아이폰으로 찍은 것이다.

엘런의 백스테이지에서의 트윗. 무대 뒤에서는 아이폰을 사용한다규!
엘런의 백스테이지에서의 트윗. 무대 뒤에서는 아이폰을 사용한다규!

“Oscars Blessed Blurry”라는 카피(?)는 나름 세련되긴 했다. 그런데 정작 노트3로 찍은 사진은 막 흔들리고 뚜렷이 나오지도 않고, 트윗을 올린 앱도 삼성이라는 글자는 찾아볼 수 없는 “Twitter for Android”라고만 표시되니 어떤 관점에서 보자면 “사진을 찍으면 흔들리는 수많은 안드로이드 폰 중의 하나”를 홍보한 셈이 된다.

삼성전자는 제86회 오스카의 광고주이다. 광고주로서 삼성이 그나마 다행스럽게 생각할 점은 최대 리트윗 수를 자랑하던 오바마의 트윗을 1년 4개월여 만에 이 셀카로 깼다는 것. 물론 무대 뒤에서는 여전히 아이폰을 쓴다는 인식은 깨지 못했지만.

보너스 1: 웨인 루니

축구계의 악동으로 유명한 웨인 루니는 삼성전자의 광고에 참여해서 “루니가 갤럭시를 선택했다”는 내용의 광고를 찍었다. 삼성전자는 이 광고를 유튜브에 올렸다.

http://www.youtube.com/watch?v=2bhT-5BTSyk

하지만 버지의 톰 워렌이 발견한 사실은 웨인 루니 역시 아이폰을 쓰고 있다는 것.

https://twitter.com/tomwarren/status/409981643852480512

돈은 돈이고 아이폰은 아이폰이란 말인가. 역시 해외의 유명인들은 자기 소신이 뚜렷한 걸까. 아니면 티모바일 CEO처럼 루니도 스마트폰을 몇 개씩 들고 다니는 걸까. 광고주인 삼성전자에 그나마 다행스러운 사실은 루니가 아이폰으로 날린 트윗은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는 점. 물론 다른 사람의 트윗으로 남고 기사로 남겠지만.

보너스 2: 슬로우뉴스

이런 유명인들의 황당 실수를 보고 슬로우뉴스도 아이폰을 이용해 이 기사를 소개해봤습니다. 어떤가요?

광고 문의는 언제나 환영합니다만, 이 트윗은 PPL에 의한 트윗은 아닙니다.
광고 문의는 언제나 환영합니다만, 이 트윗은 PPL에 의한 트윗은 아닙니다.

관련 글

6 댓글

  1. 오늘 아침 뉴스 보니 ‘아카데미 ppl의 진정한 승자는 삼성’이라는 보도가 나오더군요.. 잘모르는 사람은 그냥 속을수밖에 없을듯하네요

  2. 하 정말 오글거렸네요 시상식에서 무슨 뜬금없이 셀카?ㅡㅡ 전형적인 천박한 쌔임썽 PPL이란거 다시 한번 느꼈네요ㅋ 드라마에서 뜬금없이 노트로 그림 그리는 장면 나오는 것도 그렇고 대놓고 자연스러운 척하는 홍보ㅋㅋ 그러나 현실은 전혀 자연스럽지 않다는거ㅋ 타사 PPL은 로고나 잠깐 나오거나 제품이 말그대로 “배경”으로 들어갈 뿐이지 적어도 누구처럼 드라마 각본이나 시상식 설정에 “개입”하진 않죠ㅋㅋㅋ 엘렌도 솔직히 외압에 나름 빡쳐서 일부러 흔들게 찍은듯 해요ㅋ 엿 먹어라 하고ㅋㅋ 그리고 바로 아이폰으로 백스테이지 트윗 올리고ㅋㅋ

댓글이 닫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