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호 칼럼] 논쟁을 망가뜨리는 위험한 주장… 물량 선언 이전에 인간과 도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주택을 빵에 비유한 표현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금방 찍어낼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빵이 아니라 식탁에 비유하면 어떨까. 식당에 자리가 부족하면 식탁 간격을 좀 줄여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식탁을 더 놓자고 아예 주방을 없앨 순 없다. 밥값이 싸지는게 아니라, 밥을 못 먹는다.
최근 용산 공원에 주택을 지을 것인지, 얼마나 지을 것인지가 화제가 되고 있다. 전체 부지에 100만 호를 짓자, 공원 면적의 25%에 10만 호를 짓자는 주장도 있고, 과거에 한 국회의원은 20%만 써서 8만호를 짓자는 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그 밖에도 많은 땅을 대상으로 논의가 오간다. 국회가 있는 자리엔 용적률 500%로 1만5000호를 짓자는 주장도 인터넷을 달군다. 어느 대학교를 지방으로 보내면 그 부지에는 15만 호를 지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주택은 빵보다 식탁에 가깝다.
이들 물량의 산출 내역을 뜯어보면 모두 문제가 심각하다. 시야를 ‘현관 문 안’으로만 한정하고, 구구단 만으로 너무 쉽게 주택 물량을 산출한 것이다. 대개는 현관 문 바깥에 있지만 사람의 삶에 필요한 기본적인 요소들, 예컨대 내부 도로는 물론, 복도나 엘리베이터 놓을 자리 마저도 빠뜨린 것으로 보인다. 변전소라던가 상하수도, 쓰레기 처리에 필요한 시설 등은 당연히 빠졌다. 몇 백명이 아니라 몇 만명이 사는 도시에서 그런 걸 생략하면, 시민의 삶이 유지될 수 없다.
손님이야 주방 사정에 관심이 없어도 되겠지만, 창업하는 사장이라면 주방 없이 식탁으로만 음식점을 채우려 하지 않을 것이다. 배달앱을 통해 음식을 다른 곳에서 주문하는 곳도 음식점으로 인정한다치더라도, 라이더가 오려면 식당까지 길은 나 있어야 한다.
규모가 큰 주거단지라면, 아무리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어도, 아니 잘 되어 있을수록 단지 내부에도 마을버스든 트램이든 다녀야 한다. 무엇보다 소방차나 이사짐 트럭은 들어올 수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주차장 안 짓는게 능사가 아니다.

분당 수준의 단지 밀도와 용산공원 100만호 경우의 시각적 비교. 한 변 220미터의 단지에 들어가는 건물의 모습이다. 한 층에 10호, 100층짜리 건물 1,000동을 지으려면 오른쪽과 같은 단지를 63개 연달아 붙여야 한다.
용산 공원에 100만 호를 짓자는 주장을 보자. 한 층에 10세대 씩 100층 짜리 건물 1000동이면 된다는데, 물론 그러면 숫자는 채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높이 330미터 넘는 건물을 20미터 미만의 간격으로 세워야 한다(개별 주택 전용면적 평균 60m2기준).
부산의 LCT 85층 아파트동의 높이가 333미터다. 100층이면 아무리 층고를 줄여도 그 이상으로 높은 건물이, 한 두채가 아니라 1,000채가, 20미터도 안되어 내부 도로도 제대로 넣기 힘든 간격으로 늘어서야 용산 공원에 100만 호를 넣을 수 있다.
채광과 환기는 사치라 쳐도(사실 결코 사치가 아니지만), 가장자리 건물 외에 나머지엔 이사짐 차량은 물론 소방차나 헬기도 접근하지 못하는 건물이 된다. 건물 틈새에 불 강풍을 생각하면 공사를 진행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상가, 학교, 체육관, 병원, 파출소, 소방서, 동사무소, 종교시설은 하나도 못 넣어도 이 정도다. 결국 이런 도시를 만드는 건 적절한지 따지기 전에 가능하지도 않을 것이다. 걱정하는 이유는 실현 가능성이 때문이 아니라, 이런 주장이 낳는 파급효과 때문이다.
주택만으로 채워진 도시에서 사람이 살 수는 없다.
인터넷 저잣거리에서 심심풀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오는 이야기에 대해 진지한 반박을 할 필요는 없을 지도 모른다. 당국에서 정책으로 추진하는 것도 아닌데 호들갑일 수도 있겠다. 선의에서 나온 주장에 대해 알량한 지식을 바탕으로 근거를 대며 지적하는 것은 마음도 편치 않다. 그러나 ‘물량 인플레’가 심해지면, 발전적인 논의를 가로막는 해악의 측면도 커지는 것이 더 두렵다.
제안자의 선의나 취지와는 반대로, ‘용산 공원 100만 호 개발’와 같은 주장은 오히려 그 허황됨으로 인해 공원의 절대 유지론을 강화할 수도 있다. 혹은 10만호나 8만호 쯤은 별 것 아니라는 인식으로 이어지는 것도 걱정이다. 진지한 검토 끝에 그 보다 적은 수치, 예컨대 1~2만호 정도의 물량이 제안될 경우 실망으로 이어지고, 적정한 수치를 산출하려는 노력을 ‘왜 그거 밖에 안하냐’며 ‘공원 유지론이나 녹지 사유화론 편드는 것 아니냐’고 오해하게 만든다면 사회적으로도 큰 손해다.
하여 이 글의 궁극적 목표는 당장 100만호, 10만호에 대해 찬반을 가르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마을과 도시를 이루어 살아갈 때 ‘현관문 안의 자신의 집’ 외에도 필요한 것이 무엇이며, ‘개별 주택 외에도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을 이 사회가 어떻게 마련하고 나눌 것인지를 함께 고민하고자 쓴다.
서울 200분의 1 면적에 대구시 주택 만큼을 넣겠다?
100만호 숫자만 보면 어느정도 규모인지 감이 잘 안 온다. 2024년 기준 서울시 주택수가 390만호, 인천시 115만호, 대구시 106만호 정도 된다. 서울시 면적은 60,525ha, 용산공원의 면적은 300ha다(1ha=100×100m2). 용산공원에 100만호를 짓겠다는 건, 서울시의 0.5% 정도 땅에 서울시 기존 주택의 4분의 1 혹은 인천시나 대구시 전체 주택(보다 좀 적은) 만큼을 넣겠다는 것이다.
총인구와 인구밀도를 가늠해 보자. 대구시 정도 규모를 1인가구로만 채우는 건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을 것 같다. 현재 서울시 1인가구 비율이 40% 정도라니, 40만호는 1인가구, 25만호는 2인가구, 30만호는 3인가구, 5만호는 4인가구용이라고 배정하면, 총인구 200만( 평균 가구원수 2.0명)이다. 면적으로는 작은 편인데 인구로는 각각 100만 쯤 되는 화성+창원 또는 고양+성남을 합친 수준으로, 인구 밀도는 6667명/ha인 초(초초)고밀 미니 신도시가 만들어진다.
개발 당시 분당의 면적은 2,000ha가 좀 안되고 계획 인구는 39만명, 인구밀도는 199명/ha 였다. 용산공원에 100만호를 짓자는 것은, 분당 인구 밀도의 33배를 분당의 15% 면적에 넣자는 이야기다. 산지나 하천 등을 뺀 분당의 주거와 상업지 면적은 800ha, 이에 따른 ‘시가지’ 인구밀도는 490명/ha 정도다. 이렇게 보정해도 용산 미니 신도시는 분당 시가지 인구 밀도의 14배 쯤 된다.
개발의 ‘스케일’과 인구’밀도’
기반시설이 필요한 범위를 더 좁혀서 개별 아파트 단지로 가보자. 현재 4,424세대에 평균 2.5명 씩 산다고 치면 은마아파트 단지의 인구밀도는 461명/ha다. 재건축 이후 미래의 은마는 용적률과 세대수가 늘어나서, 가구원수가 같아도 인구밀도는 527/ha로 늘어난다.
| 초기 분당(시가지 부분) | 은마 (재건축 전) | 은마(재건축 후) | 올림픽파크포레온 | 용산공원초(초)고밀화 | |||
| 주택 수(호) | 9.76만 | 4,424 | 약 5,890 | 12,032 | 100만 | 10만 | 8만 |
| 가구원수 (명) | 4 | 2.5 | 2 | 2 | 2.5 | ||
| 인구(명) | 약 39만 | 11,060 | 14,725 | 30,080 | 200만 | 20만 | 20만 |
| 면적(ha) | 약 800(주거지+상업지 기준) | 약 25(단지 내부) | 약 46(단지 내부) | 300(공원 전체) | 75(공원의 25%) | 60(공원의 20%) | |
| 인구 밀도 (명/ha) | 약 490(주거지+상업지 기준) | 461 | 527 | 648 | 6,667 | 2,667 | 3,333 |

최근 재건축 되어 좀 더 고밀화된 경우는 어떨까. 6천세대 둔촌주공을 재건축하여 1만 2천세대, 세대당 2.5명 잡으면 3만명이 사는 올림픽 파크 포레온의 인구밀도는 648/ha다. 기반 시설을 외부에 의존하며 꽤 고밀로 개발되는 주택단지와 비교해도, ‘용산 100만가구’는 10~14배 수준이다. 감당할 수 있을까?
현관문 바깥에 꼭 있어야 하는 것들을 빠트리면 안 된다.
‘100만호’가 아니라 ‘10만호’나 ‘8만호’ 공급론도 비현실적이긴 마찬가지다. 그렇게 해도 기존의 고밀 아파트 단지의 5~7배를 훌쩍 넘는 인구밀도 때문만이 아니다. 공용면적을 빠트린 것 같아서다.
10만호를 짓자는 주장은 개별 주택면적을 평균 60m2로 잡고 공원 25%의 면적(75ha)에 용적률 800%를 적용하자고 한다. 8만호 주장은 개별 주택 면적을 70m2, 택지는 20%(60ha), 용적률은 1,000%로 잡았다. 이게 ‘전용’면적이라면 2~3명이 사는 집으로 큰 문제가 없다. 문제는 ‘공용’면적이다.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집이 되기 위해서는 외부계단과 복도, 엘레베이터 등이 필요하다. 이렇게 ‘현관문 밖에 있지만 꼭 필요한 공간의 면적’을 공용면적은 보통의 중고층 아파트의 경우 전용면적의 ⅓ 정도 된다. (100층으로 지으려면 공용면적이 전용면적보다 더 커진다. 이에 대해선 뒤에서 다룬다)
| 필요 면적 내역 | 주택 물량 (호) | 100만 | 10만 | 8만 | |
| 평균 주택 면적(m2) | 전용 면적 | 60 | 60 | 70 | |
| 공급면적 | 120 | 80 | 90 | ||
| 필요 건축 연면적(m2) | 전용면적 기준 | – | 600백만m2 | 560만m2 | |
| 공급면적 기준 | 12,400만m2 | 8백만m2(가능면적 초과) | 630만m2(가능면적 초과) | ||
| 가능 면적 내역 | 대지면적(m2) | 3백만m2 | 75만m2 | 60만m2 | |
| 용적률 | 4,096%(분석자의 역산) | 800%(제안자의 주장) | 1,000%(제안자의 주장) | ||
| 가능 면적(m2) = 대지면적 × 용적률 | (제안자의 제시 없었음) | 600백만m2(제안자의 주장) | 600만m2(제안자의 주장) | ||

전용면적과 공용면적을 합친 것을 ‘공급면적’이라고 하는데, 주택의 연면적은 이 공급면적에다가 주택수를 곱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제안과 같은 전용면적의 주택을 10만호나 8만호를 지으려면 용적률은 800%나 1,000%가 아닌 1,067%%나 1,200%가 되어야 한다.
(국회 부지에 1만5000호를 짓자는 주장에서는 공용면적을 고려한 것 같지만, 다른 문제는 역시 남는다. 기존 건물 철거 역시 탄소중립이나 비용 측면에서 만만히 볼 일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국회이전에 찬성하지만, 기존 건물은 리모델링하고 빈 땅에 주택을 채웠으면 좋겠다. 의원회관은 방마다 화장실이 이미 있으므로 유스호스텔 같은 숙박시설로 바꾸고 식당이나 회의장은 재활용하고, 본관은 컨벤션센터, 도서관은 일반 도서관으로 전환하고, 소통관은 창업이나 스터디 까페로 쓰며 나머지 빈 땅에 고밀로 청년주택 절반, 다양한 연령대 주택 절반으로 채워 지어도 충분할 것 같다. 청년 국제 행사 중심 직주근접 단지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도시 차원에서 필요해지는 시설들이 추가된다
물론 용적률 규제는 필요하면 좀 완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양보할 수 없는 것은, 주택이 제 기능을 하려면 ‘현관문 바깥에도 꼭 필요한 시설들이 있다’는 점이다. 공용 면적은 주로 ‘건물 안’ 부분에 해당한다. 필요한 것은 ‘건물 밖’과 블럭 차원에도 있고, 여러 블럭이 모인 대단지 차원에도 있으며, 단지와 전체 도시 사이에도 있다.
대중교통과 자율주행 기술에 기대어 주차장은 안 짓는다 쳐도, 필요한 것들은 많다. 1인가구가 늘어서 학교용지는 과거만큼 필요하지 않다 해도, 최소한의 상가나 부대 시설은 있어야 한다. 블럭 하나라면 도로가 별로 필요 없겠지만, 블럭이 여러 개가 되면 그 사이에도 도로가 필요하다. ‘스케일’이 변하면, 필요한 시설이 ‘할증적으로’ 늘어난다.
주민센터는 3~5만명당, 경찰서와 소방서는 각각 10만명당, 우체국은 5~10만명, 일반병원은 9000~1만2000명당 하나씩 필요하다. 100만 가구면 대구나 인천시 정도 크기이니 당연히 종합병원도 (여러개?) 있어야겠다. 요즈음엔 돌봄시설도 필수다. 공원자리에 짓는다니 공원을 포함한 다른 시설들은 지면 관계상 설명을 생략한다.
10만호론이나 8만호론을 비롯해서 어느 대학 캠퍼스에 15만호를 짓자는 주장도, 전용면적이냐 공급면적이냐를 떠나, 이런 부분에 대한 고려 없이 전체 땅을 전부 아파트 단지로 채우는 것으로 가정한 수치였다.
분당(10만호), 일산(7만호), 평촌(4만호) 등 1기 신도시들은 앞서 나온 주장들 보다 적은 주택을 공급했음에도, 전체 대비 ‘주택용지’ 면적 비율은 30% 정도였다. 도로용지(대략 20%)나 각종 공공시설용지를 제외하고 나면 그렇게 된다.
이들 도시 주거환경이 ‘지나치게’ 쾌적해서, 이 보다는 훨씬 고밀로 짓겠다고 해도 어느 정도가 있다. 이보다 몇배, 몇십배 많은 집을 지으면서 오로지 주거용지 100%로 채우겠다? 글쎄, 집값을 명분으로 사람들을 학대하는 정책이 되는 것은 아닐까.

출처: 국토교통부, <지속가능한 신도시 계획기준> 5쪽
‘스케일’에 따른 한계이익 체감
주택을 더 높이, 고층ᐧ고밀ᐧ복합용도로 만들어서 필요한 시설들을 내부에 넣으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겠다. 공학기술로는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고층ᐧ고밀화가 주택문제의 대중적 해법이 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건물을 한 층 올릴 때 마다 우리에게 생기는 편익이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경제학의 용어로 말하면 ‘한계 이익’이 ‘체감’한다. 예컨대 단층 주택은 계단도 필요없겠지만 2층으로 지으려면 계단 면적을 생각해야 한다. 5층 이상이면 법적으로 엘리베이터도 놔야 하며, 구조 안전이나 배관에 들어가는 면적도 넓어진다.

이러한 용도로 수직을 관통하는 이른바 ‘코어 면적’은 건물이 높아지면 할증적으로 커진다. 바꿔말하면 각 층에서 실제 사용가능한 면적은 점점 작아진다. 구조적으로 안전해야 하니 공사비는 늘어난다. 그리하여 이러한 ‘고층화의 한계이익 체감’ 때문에, 대략 70층 이상 부터는 굳이 한 층 더 올려봤자 추가되는 실익이 없어지게 된다.
엘리베이터 수라도 줄이려면 한 층에 도착하는 사람수를 줄여야 할테고, 결국 주택은 대형화ᐧ고급화 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아는 유명한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들은 죄다 고급 주택으로 채워지고, 높이도 대개 70층 정도에서는 멈추는 것이 이유가 다 있는 것이다.
물론 기술적으로는 그 이상 높일 수 있기에, 랜드마크나 다른 상징적 이유로 70층을 훨씬 넘는 초고층 건물도 짓곤 한다. 그러면 코어 면적이 더욱 커져서, 롯데월드 타워의 중간층 같으면 코어 면적이 40%를 넘기도 한다. 게다가 법적으로는 50층 이상 건물이 되면 30층마다 피난층도 둬야 한다. 재무적으로 이를 보완하려면 내부 호텔이나 주택은 더 고급화될 수 밖에 다.


용산 100만가구에 필요한 100층짜리 아파트의 코어 면적은 얼마나 될까? 관련 기준에 따르면, 한 층에 10호로 100층 인구가 무리 없이 오가기 위해서는 승강기 18대 정도가 필요한 것으로 나온다. 결국 현관문보다 엘리베이터 문이 2배 가까이 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해도 출근시간대엔 전쟁이 벌어질 지 모른다.
그 밖에 계단과 배관 등을 생각하면, 호당 전용면적 60m²이라 해도 공용면적은 64m²만큼이나 필요한 것으로 나온다. 전용률은 48%로 떨어지고, 공용면적이 늘어난 만큼 나눠 부담해야할 건설비나 운영비(관리비)도 비싸질 것이다. 결국 ‘초고층화’는 경관이나 심리적 문제 이전에, 물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도 주택문제의 대중적 해법이 못되는 것이다.
드론을 타고 출입하거나 혹은 재택근무가 늘어나면 해결이 되는 문제일까? 주차장을 만들지 않더라도 100층의 무게를 감당하기 위한 터파기와 지하수 처리 비용도 비용이지만, 사람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 에너지 소비량, 배출하는 쓰레기량도 더 많아질텐데, 그건 감당할 수 있을까?
에너지와 자원순환은?
1인당 에너지 사용량이나 쓰레기 배출량이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 기준으로 산출해보자. (※ 이하의 수치들은 현재 기준과 몇 가지 합리적 가정을 통해 산출한 것이지만 향후 원단위 기준, 라이프스타일과 기술의 변화에 따라 바뀔 수 있음을 밝혀둡니다)
100만가구가 살기 위해서 하루에 물은 7.2억 리터, 전기는 3.5GW 이상이 필요하고, 생활폐기물은 2,500톤 가까이 처리해야 한다. 평균이 아닌 피크 수요와 정수장 가동률 권장 기준 75%를 감안하면 정수장 처리용량은 최소 하루 100만 톤은 새로 확보해야 한다. 서울시가 강북정수센터의 처리용량을 25만 톤 늘리는 데 지금 2,761억 원을 투입하는데, 그 4배는 필요한 셈이다.
강북정수센터는 기존 부지 안에서 증설하는 것이지만 용산은 송수관로 등 제반 인프라까지 새로 까는 비용도 추가해야 한다. 가령 수심 5m 기준 10.3ha짜리 배수지와 총 펌프동력 11.7MW의 가압장도 필요하다. 그에 비례해 배출될 하수 처리 이슈도 있지만 일단 전기 문제로 넘어가보자.
100만가구가 쓸 전력 3.5GW를 위해선 154kV 기준으로 배전용 변전소가 최소 22개소 필요하다. 변전소나 송전선로 숫자를 줄이려면 전압을 올려야 할텐데, 345kV 이상 계통이 필요하거나 가능한지도 일단 논외로 하자. 발전원은 원전 2.5기 만큼이 더 필요하다.
하루 2,500톤 가까운 쓰레기라면, 재활용품과 음식물류를 빼고 종량제 봉투로 나가는 것만 640톤이다. 이는 지금도 자체 발생량을 소화하지 못해 민간에 위탁하고 서울 밖으로 보내고 있는 초과분의 12배 가량으로, 현재 가동중인 자원회수시설 4개 중 하나가 처리하는 수준의 양이다. 참고로 마포에 지으려던 1,000톤짜리 신규 자원회수시설은 2026년 2월 서울고법이 절차에 하자가 있다고 판결했고, 3월에 서울시가 사업을 접은 상황이다.
용산공원 전부를 주택으로 쓰면 천상 이 시설들은 공원 외부에 지어야 하는데, 후보지를 찾을 수 있을까? 서울에 100만가구를 더 살게 하기 위해 지방이 또 희생해야 할까?
100만가구 200만명이 들어오는게 워낙 비현실적이라서 그렇지, 다른 제안들도 이런 문제 앞에서 답이 안 나오기는 마찬가지다. 10만 가구 제안은 평균 주택 면적이 60m2이니 가구원수를 2명으로 잡으면 인구가 20만명이고, 8만 호는 그보다 집이 좀 넓어서 70m2이니 가구당 2.5명이면 역시 20만명이 새로 들어온다.
지금 용산구 인구가 딱 그 정도다. 어느 자치구 인구를 갑자기 2배로 늘리면 상하수도, 전기, 쓰레기 등이 감당할 수 있을까? 용산에 주차장만 안 짓는다고 이런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도 서울에 주택의 여유가 10만 가구나 100만가구 정도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은 한다. 그러나 지방에 일자리가 생겨서 그렇게 되면 좋겠다. 서울에 (닭들도 폐사할 것 같은) 닭장같은 주택이 백만호 늘고, 에너지 소비도, 쓰레기 배출도 그만큼 늘고, 또 그만큼 지방에 그 부담을 떠넘겨서가 아니라, 지방에 일자리가 생겨서 그렇게 되면 좋겠다.
공원으로 쓰든 주택으로 쓰든 토양오염 정화는 어차피 해야 하는 것이니 병행하더라도, 작년 기준으로 공원부지는 이제 11% 돌려 받았고 언제 다 받을지는 기약도 없다. 오염 정화 작업은 커녕, 그 전에 필요한 본격적인 토양오염 조사도 일단 반환 받아야 가능하다.
그러니 용산 공원에 실제 주택이 지어지는 건 둘째치고, 토양오염 정화 끝나고 개발 계획을 세울 때 쯤이면 메가프로젝트나 5극3특의 효과가 나타나서 다핵 분산 발전이 가시화될 때 쯤 일 수도 있다. 부디 그렇게 되어, 굳이 서울에 대규모 주거단지를 지어 그 에너지 소비와 쓰레기 배출의 부담을 서울 바깥으로 떠넘기는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럼에도 만약 공원 일부에 주택을 짓는다면, 용산구나 서울 도심에 워낙 ‘공공’주택이 부족하니 공공주택 중심으로 짓되, 세내내/세대간 형평성과 소셜믹스를 구현해야 할 것이다. 가령 공공임대주택은 영속형 임대로 하되, 입지조건이 좋은 곳이므로 개별 입주자의 거주기간은 후속세대와의 형평성을 위해서 10년 정도를 한도로 할 수 있을 것이다.
공공분양주택은 토지임대부든 지분공유형이든 협동조합 형태든 모두 환매조건부로 하여, 적정 수준에서 자산축적을 할 수 있되 개발이익의 수분양자 독식을 방지하고 2기 입주자도 적정가격에 입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역시 후속세대와의 형평성 때문이며, 전체적으로 다양한 가구 규모와 소셜믹스를 구현해야 한다. 용산구 뿐만 아니라 인근의 서울 시민들이 생애주기에 맞춰 이 곳의 다양한 주택에 거주할 기회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제로에너지주택을 넘어, 가상발전소(VPP)와 스마트그리드 체계를 도입하여 전체 차원에서는 (외부로 전기를 보낼 수도 있는) 플러스 에너지마을을 조성하는 것 역시 추구해야할 과제다.
용산 공원을 만약 실제로 개발한다면, 그 절차와 목표 및 개발 원칙에 대해서 숙의 과정부터 거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첫 단계는 몇 만호냐 하는 수치나 화려한 이미지부터 앞세울 것이 아니라, 이러한 개발의 원칙부터 세우는 단계여야 할 것이며, 실제 지을 도면은 그 이후에 나와야 할 것이다. 사실 이는 용산 공원 뿐만 아니라 신도시든 재개발 재건축이든 모든 개발사업에도 해당되는 이야기일텐데, 다음에 논할 기회를 기약한다. 만시지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