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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코리아 칼럼] OECD 재생에너지 최하위 한국, 전쟁이 오히려 기회…탈탄소 전환으로 화석연료 관성에서 벗어날 때. (권오성 / 기후솔루션 미디어팀장) (⏳4분)

이번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은 기후 대응에 있어 절호의 기회다.

전쟁을 두고 기회라고 일컫는 것은 잘못되었으므로 먼저 설명하고자 한다. 모든 전쟁은 아픔이며, 특히 이란 미나브의 샤자라 타이이바 여자 초등학교 학생 168명을 포함해서 수많은 생명이 숨진 이번 전쟁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런 애도를 바탕에 두고 왜 전쟁이 기회라고 하는지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한국 입장에서 중동 전쟁 소식과 치솟는 유가, 이어지는 물가 상승과 경제 부담은 공포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 위기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은 ‘화석연료와의 결별’에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고유가와 에너지 안보 위기는 우리가 미뤄왔던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에너지원, 즉 ‘재생에너지로의 대전환’을 촉진할 수 있는 기회다.

검은 욕망에 끌린 현대의 전쟁

현대 전쟁의 상당수는 ‘화석연료’라는 한정된 자원의 확보 및 경로 장악과 궤를 같이한다. 1990년 걸프전, 9·11 테러에서 비롯된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까지 석유와 가스를 빼고 해당 전쟁을 온전히 이야기할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기 재임 기간중에는 “시작한 전쟁이 없었다”는 점을 자랑하다가 갑자기 베네수엘라와 이란을 공습한 이유도 마찬가지로 ‘검은 황금’을 빼놓을 수 없다.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체제는 필연적으로 특정 지역에 대한 지정학적 종속을 야기하며, 이는 곧 잠재적인 전쟁의 불씨가 된다. 만약 세상의 모든 민족과 국가가 에너지를 자립할 수 있다면, 자원 확보를 위한 전쟁의 유인 자체가 감소한다. 온 땅에 돌아가며 쏟아지는 햇빛과 국경을 가로질러 부는 바람을 뺏기 위해 이웃 나라를 침공할 필요는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과거에도 전쟁과 유가 급등, 에너지 안보 위기는 반복됐다. 1973년 오일쇼크도, 2008년 유가 폭등도 모두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경고를 울렸다. 그런데 이번은 무엇이 다른가.

미국 비영리단체인 에너지효율경제위원회(ACEEE)가 발표한 2025 국제 에너지 효율 점수. 대한민국은 평가 대상국 중 상위권에 올랐지만, 국가적 노력과 수송 부문은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ACEEE, 기후변화행동연구소.

답은 단순하다. 당시에는 대안이 없었다. 재생에너지는 값비싼 이상에 불과했고, 화석연료를 대체할 경제적인 선택지는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태양광과 풍력의 발전 단가는 지난 10여 년 사이 극적으로 낮아졌다. 이제는 많은 지역에서 신규 화석연료 발전소를 짓는 것보다 재생에너지를 설치하는 것이 더 저렴한 시대가 됐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2024년 세계 평균 태양광 발전 단가는 1kWh당 0.043달러, 육상풍력은 0.034달러로, 석탄·가스 대비 각각 41%, 53% 정도 저렴하다.

이제 부족한 것은 기술도, 경제성도 아니다. 오직 의지와 실행 뿐이다. 그런데 인간은 익숙한 방식과 헤어지는 데 서투르고 시스템에는 관성이 작용한다. 전기 생산도 마찬가지다. 익숙함과 결별하고 변화를 향한 의지를 깨우는 것, 역설적이게도 그것이 지금의 위기가 우리에게 부여한 진정한 시대적 과제다.

두 개의 시나리오와 기로에 선 인류

인류는 지금 악순환과 선순환이 교차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악순환의 길은 당장의 에너지 위기에 겁을 먹고 화석연료에 더 매달리는 경로다. 자원 확보를 위해 석탄이나 셰일 가스, 잠재 석유나 가스전 등 대체할 화석연료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이 경우 추가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이미 심각한 기후 위기를 더욱 심화할 것이다.

더 빈번한 재난과 온도 상승으로 거주 불능 지역이 늘어나고, 이주민이 증가하면서 사회 갈등은 격화될 것이다. 다자주의(여러 나라가 국제 기구나 규칙에 기반해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하는 체제)는 더 붕괴할 것이다. 각국은 각자도생을 선택하고, 희소해진 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다. 

전쟁이 직접 야기하는 지구 온난화 악화도 빼놓을 수 없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이번 전쟁 초기 2주 동안 배출된 온실가스는 500만 톤으로, 승용차 200만 대가 1년 내내 뿜어내는 양에 맞먹는다.

OECD 회원국별 최종에너지 소비 중 재생에너지 비율(2020년 기준). ACEEE,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선순환의 길은 이번 위기를 지렛대 삼아 에너지 체질을 바꾸는 경로다. 고유가를 사회적 논의와 변화의 전환점으로 삼아서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전폭적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이는 온실가스 감축으로 이어지고, 글로벌 감축 목표가 궤도에 오르면서 국제사회에 “할 수 있다”는 신뢰가 쌓이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외교적 협업이 공고해지고, 화석연료 의존도가 낮아지며 지정학적 충돌이 줄어든다. ‘기후 안정화’와 ‘구조적 평화’의 정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리는 길이다. 

한국, OECD 꼴찌 수준의 재생에너지 비중

미국,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로 빚어진 불안은 우리에게 묻는다. 산업혁명 후 지속된 화석연료와의 관계에 안주할 것인가, 아니면 이 불길을 태워 선순환의 길을 밝힐 것인가. 전쟁 위험을 낮추는 세련된 방법은 군비 증강이 아니라, 전쟁의 목적이 되는 에너지원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석유와 가스 이용을 당장 중단하자는 식의 극단적인 주장이 아니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할수록 기후 안정과 평화라는 실익을 더 확실히 누릴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은 여전히 OECD 최하위 수준의 재생에너지 비중에 머물러 있다.

에너지 자립을 통한 탈탄소 전환은 단지 환경을 지키는 활동이 아니라, 전쟁의 고리를 끊어내는 평화 운동이다. 망설이지 말고 선순환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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