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령 자네가 푹 빠져 있는 연예인처럼 생긴 서울대 교수를 예로 들자. (중략) 불과 4년 전이었다. 총선에 출마했던 서울대의 한 여교수가 대학으로 복귀하려고 했다. 그때 “서울대에는 ‘폴리페서’가 설 자리가 없다”며 그 여교수를 쫓아내는 데 제일 앞장선 이가 그였다.
– 최보식 칼럼, “젊은 친구, 현실에는 ‘메시아’가 없네”, 2012년 4월 11일
총선 당일, 어떤 수수께끼…
제19대 총선이 있는 오늘자(4월11일) 조선일보에 실린 최보식 칼럼의 일부다. 이 글엔 지난 18대 총선의 한 사건(?)이 등장한다. “총선에 출마했던 서울대의 한 여교수”가 “대학으로 복귀하려고 했”었고, 이를 저지했던 “연예인처럼 생긴 서울대 교수”가 있었으며, 그 연예인 처럼 생긴 교수는 “(여교수를) 쫓아내는데 제일 앞장선”다. 이 정도면 나름 수수께끼의 구색을 갖췄다. 이 수수께끼를 풀어본다.
“연예인처럼 생긴 서울대 교수”는 누굴까?
당연히 조국 교수다. 최보식이 직접 인용한 발언 일부만 검색해도 바로 답이 나온다. 아니 그 전에 트위터를 조금이라도 접해본 독자라면, “연예인처럼 생긴 서울대 교수”와 “트위터”라는 문장의 조합만으로도 조국 교수를 떠올렸을 법하다. 이 익명 비판이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이유는 조국 교수의 트위터 발언을 직접 인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행위자 비판이 아닌, 행위의 특징을 유형화해 비판하고자 했던 취지라고 보기는 어렵다(검색하면 나오는데?). 더욱이 어떤 행위자의 행위가 아닌 ‘외모’를 “연예인처럼 생긴 서울대 교수”라고 묘사하는 바, 감정적이고, 조롱투다. 이렇게 글을 쓴 의도는 도무지 알 수 없다. 이건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겨두는 수 밖에. 이건 이쯤하자.
4년 전 그 사건의 정체는? (김연수 ‘폴리페서’ 논란 사건일지)
“불과 4년 전” “총선에 출마했던 서울대의 한 여교수가 대학으로 복귀하려고 했”던 사건, 그리고 조국 교수가 “(그 여교수를) 쫓아내는데 제일 앞장선” 이유를 사건일지 형식으로 살펴보자.
- 2008년 3월 : 서울대 체육교육과 부교수 김연수(여. 당시 39세), 서울대 현직교수 최초로 지역구(한나라당, 경기 남양주 을) 출마
- 2008년 3월 : 김연수, 학교에 육아휴직계 제출, 학교(사범대)측 반려
- 2008년 3월 ~ 6월 : 김연수, 근무지 무단 이탈 및 교수의무 불이행
- 2008년 4월 초 : 조국과 81명의 소장파 교수, 대학본부에 ‘폴리페서 윤리규정’ 건의문 제출 (관련기사)
- 2008년 4월 9일 : 김연수, 제18대 총선에서 낙선 (한나라당 153석, 통합민주당 81석 획득)
- 2008년 4월 총선 직후 : 김연수,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사 피력
- 2008년 5월 초 : 김연수, 경기 남양주을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맡음. 언론은 “이중행보”라며 기사화 (관련기사)
- 2008년 6월 24일 : 김연수, 징계위원회 당일 직전, 한나라당 경기도당 측에 사퇴서 제출
- 2008년 6월 24일 : 서울대 징계위원회, 감봉 3개월(경징계) 결정 (관련기사)
- 2008년 10월 8일 : 서울대 국정감사, “서울대 김연수 교수(체육교육과)가 정치활동을 위해 강의를 하지 않고 결근한 것은 교육공무원 징계양정기준에 따라 정직 또는 해임감”, “(김연수 교수가) 수업을 하지 않았음에도 1800여만원의 정상 임금이 지급되고, 시간강사가 수업을 대신함에 따라 480만원의 추가비용이 발생” (최재성 민주당 의원) (관련기사)
- 2009년 6월 15일 : 서울대, ‘학기 시작 전 휴직계를 내면 국회의원 및 지자체 출마가 가능하도록 규정’한 휴직 규정 초안이 규정심의위원회 소위원회에서 통과됐다고 밝힘 (관련기사)
최보식의 조국 비판은 정당한가?
최보식의 ‘폴리페서’는 자기 의미를 찾지 못한다.
위 일지를 거칠게라도 통독한 독자라면 이 질문에 합리적으로 답할 수 있으리라 본다. 위 일지 보충 자료로 사용된 관련기사들은 가급적 조선일보에서 발행한 기사들을 위주로 구성했다(연합뉴스나 뉴시스의 송고기사를 조선일보에서 발행한 기사들도 포함). 최보식은 4년 전 김연수 교수와 현재 조국 교수를 공히 ‘폴리페서'(Politics와 Professor의 합성어)라고 비난한다.
그리고 조국이야말로 폴리페서인데, 그에 열광하는 젊은 친구들은 조국이 과거 행적을 비판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한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조국의 김연수 비판은 그 취지와 근거가 아주 명확하고, 정당해서 따로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다. 그리고 그 비판은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더욱이 이 입장은 지난 조선일보 기사들을 통해서도 간접적으로 지지되고 있기까지 하다(특히 위 일지 11번. 조선일보 기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국이 선거운동을 위해 근무지를 이탈했다는 소식을 들은 바 없고, 조국이 교수의무를 위반해가면서 국회의원에 출마했다는 소식 역시 들은 바 없다. 폴리페서라고 다 같은 폴리페서가 아니다.
지식인의 사회 참여는 권장해야 마땅하다. 교수는 지식인이다. 그렇다면 교수의 사회 참여를 장려해야 한다. 따라서 구체적인 참여 행위에 대한 평가는 별론으로, 그 참여 자체를 비난하는 건 몰상식한 일이다.
기자라면 단어에 함축된 맥락의 차이를 예민하게 직시하고, 이를 냉정하게 구별해서 사용할 필요가 있다. 이 칼럼에서 사용된 ‘폴리페서’는 길 잃은 고아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자신이 도착해야 하는 의미를 영영 찾지 못한다.
최보식의 충고가 돌아가야 할 곳
젊은이들의 조롱이 담고 있는 또 다른 충고
“자네는 덩달아 달릴 태세만 돼 있지, 선거판에서 이 인기교수의 맹렬한 활약상에 대해 전혀 의심할 줄 모른다.”는 최보식의 충고는 조선일보 ‘선임’기자의 칼럼을 읽는 독자들에게, 그리고 무엇보다 최보식 자신에게 돌아가야 할 충고처럼 들린다. 최보식 칼럼은 젊은 유권자에게 인생 선배가 충고하는 투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현실에서 최보식 칼럼은 젊은 네티즌이 즐겨 찾는 한 야구 동호회 게시판에서 “정말로 투표하지 말라 권하는 조선일보”라는 이름으로 회자되고 있다. 최보식은 이 풍자 섞인 조롱이 의미하는 바를 한번 쯤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 젊은이들의 조롱이야 말로 진심이 담긴 충고일 수 있으니 말이다.
그 “정치인보다 더 정치를 본업(本業)으로 삼고 있는 그”는 오히려 조선일보와 그 종업원들이란 것을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데 그 정치와 정치인들보다 더 더럽고 더 저열한 목소리로 어디서 약을 팔려 하는지… 본글의 일지에 관련기사 링크가 대부분 조선일보라는 것에 제가 다 화끈거리며 뼈아픈데 정작 조선일보는 아무렇지도 않을 것이고-_-;; 조선일보가 설파하는 폐약질에 대한 반론?의 근거는 다른 곳이 아닌 바로 조선일보에서 충분히 찾을 수 있으니 이 어찌 알흠답지 아니하겠습니까? 삼가 일등신문의 명복을 빌어 볼뿐…
어느 매체 한 기자 입장에서 말씀드립니다 ㅡ 다~~~~그런거예요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