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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범근뉴스의 국범근입니다.
때는 2012년, 갓 ‘고딩’이 된 나는 방송반에 엄청난 로망을 품고 있었지. 카메라 들고 교내를 누빈다! 얼마나 멋있어! 그래서 방송반에 지원했는데…
선배한테는 형, 누나, 언니, 오빠 일절 안되고 무조건 선배님으로 호칭 통일! 선배님을 만나면 무조건 90도 인사! 전화 받을 때 ‘안녕하세요, 선배님!’ 끊을 때 ‘안녕히 계세요, 선배님!’ 그 외 수십 가지의 조항이 있었는데, 뭐 하나라도 못 지키면 그 날은 집합해서 엄청 까는 거야.
기껏 한 살 차이 나는 고딩들이 나보고 ‘앞으로 사회생활 어떻게 할 거냐’면서 갈궜다니까? 시바 금방 때려치웠으니 망정이지 아직도 방송반 시절만 생각하면 빡침이 치솟아 올라.
그때 방송실에서 화분을 길렀는데, 화분에 주던 거름이 터져서 똥냄새 나던 게 생각나네. 맞아, 그건 바로 똥군기의 향내였어. 그런데, 벚꽃 향기로 가득해야 할 봄날의 대학가에도 똥군기의 향내가 풀풀 풍기고 있어.
수도권 모 대학에서는 누가 익명 제보 페이지를 통해 신입생이 지켜야 할 학과규정을 공개했는데, 관등성명 외우기, 학교 근처에서 휴대폰 사용, 이어폰 착용 금지 같은 괴상한 내용이 있어. ‘다나까’ 사용, 카톡 끝에 점 찍기, ‘압존법(壓尊法)’[footnote]대화의 대상이 되는 존대 여부는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듣는 사람을 기준으로 하는 어법. 서열이 명확한 관료조직, 특히 군대에서 흔히 쓰인다. [/footnote] 사용 등 말투까지 규제하는 똥군기도 있지. 시바 ‘앞존법’이란다. ㅋㅋㅋㅋㅋ
선후배가 다 같이 즐겁게 놀아야 할 OT, MT 자리에서 똥군기는 오히려 더욱 빛을 발하지. 얼마 전 부산에 위치한 D대학 신입생 환영회에서는 학과 전통 액땜이랍시고 신입생들 머리 위에 음식물 찌꺼기를 섞은 막걸리를 뿌렸다고 해. 이게 뭔 X지랄이야. 어휴 미개하다, 미개해!
선배라는 지위를 이용해서 음주를 강요하고, 술 게임으로 여자 후배에게 성행위를 묘사하도록 시키는 등 후배 알기를 자기 장난감으로 아는 못난 새끼들도 많아. 아예 MT를 군대식으로 하는 학교도 있다고 하니까 말 다 했지. 아니 군대가 그렇게 좋으면 평생 말뚝 박던가. 왜 기어 나와서 민간인들 힘들게 하는데?
똥군기가 진짜 심한 예체능 계열의 경우에는 단체 기합, 구타 등 육체적인 고통을 주기도 해. 꽤 오래된 일이지만 2011년 용인대 체대에서 이루어진 단체 기합 장면이 유출되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일기도 했지. 많은 이들에게 아픈 기억으로 남을 수 있는 이런 괴상한 똥군기가 전통, 혹은 규율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채 여전히 많은 학교에 남아 있어.
하지만 분명히 말하건대 이건 전통이 아니라 사라져야 할 악습이고, 필요한 규율이 아닌 쓸모없는 ‘똥군기’야. 전통도 결국 사람이 만드는 거야. 많은 이들에게 불편함과 불쾌감을 주는, 시대착오적인 ‘전통’은 하루빨리 사라져야 마땅하지. 더욱이 그 ‘전통’이란 게 일제식 군대문화와 대접받고 싶어하는 못난 선배들의 권위의식이 짬뽕 되어 탄생한, 근본없는 똥군기라면 아예 전통으로서의 의미도 없는 거야.
규율이라는 말도 웃긴 게, 고작 한 두살 차이 나면서 자기보다 조금 늦게 들어 온 애들을 스스로 생각도 못 하는 신생아 취급을 해버린다고. 니들이 똥군기 쳐 잡지 않아도, 신입생들 알아서 학교생활 잘 할 수 있어.;;
행동, 복장, 말투까지 간섭하는 규율이 도대체 학교생활 할 때 어디에 필요한 건데? 벌써 이렇게 권위의식에 찌든 학생들이 사회에 나오면, ‘헬조선’을 만드는 일등공신이 되는 거야.
얼마 전 황교안 총리가 서울역 플랫폼 안까지 차를 끌고 와서 과잉 의전 논란이 된 적이 있지. 무슨 007 영화 찍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작년에는 노인복지센터에 방문해서 자기만 엘리베이터 쓰고, 노인분들은 계단으로 오르내리게 만들었잖아.
권위는 내가 아니라 타인이 부여하는 것이라는 사실, 실력과 인품을 쌓아 자발적인 존경을 이끌어내는 게 똥군기 부리는 것보다 권위를 형성하는 데에 있어 몇 만 배는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왜 깨닫지 못하는 걸까?
하여튼 이 영상을 보고서도 여전히 똥군기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사회에서 엉뚱한 사람한테 지랄말고 빠르게 입대하는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병무청은 언제나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를 포함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