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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촉법소년에 대한 논의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핵심 쟁점은 형사처벌이 가능한 연령인 현행 만 14세를 13세로 낮춰 강력 처벌로 청소년 비행과 재범을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찬성 쪽은 과거에 비해 청소년들이 신체·정신적으로 성숙해졌기 때문에 처벌 연령을 시대에 맞게 조정해야 하며, 날로 흉포화되는 청소년 비행을 강력 처벌로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 쪽은 강력 처벌은 비행·재범 억제력이 없고 전과자만 양산할 뿐이며, 가정·학교·지역사회 등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고 유해 환경을 차단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정책이 사회를 안전하게 지키면서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을 건강하게 성장시킬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먼저 우리 사회에 만연된 소년사법에 대한 잘못된 정보들을 바로잡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오해 1. 촉법소년은 처벌받지 않는다.

사실이 아니다. 소년법에 근거해서 만 10세~13세의 촉법소년들은 보호처분을 받고 있다. 자유를 박탈하는 6호처분(아동보호치료시설)과 7호~10호처분(소년원)이 촉법소년에게도 적용된다. 보호처분은 형사처분과 달리 전과기록이 남지 않지만, 수사기록과 재판기록이 남아 향후 누범과 강력 처벌의 근거가 된다. 

오해 2. 한국은 외국보다 관대하다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법무부를 비롯해 다수의 언론이 제시하는 주요 국가와의 연령 비교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소년사법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오해다.

형법에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는 형사책임연령이 명시되어 있으며, 우리나라는 가장 많은 국가들이 채택한 14세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비교 대상이 되는 미국·영국·캐나다·프랑스·호주·독일 등은 형법에서 처벌하지 않겠다고 규정했기 때문에 소년법에도 촉법소년을 처벌 대상으로 넣지 않는다. 반면 우리나라는 형법에서 처벌하지 않겠다고 한 촉법소년을 소년법에 포함시켜 보호처분이라는 형태로 처벌하는 독특한 구조를 가진다.

소년보호사건 처리절차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

여기에 더해, 우리나라는 형법의 형사책임연령(14세)과 소년법의 형사처분 가능 연령(14세)이 일치하는 반면, 두 연령이 일치하지 않는 국가가 많고, 미성년자에 대해 형사처벌을 아예 하지 않는 국가도 있다. 이 차이를 국민은 물론 정부 관료와 정치인들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오해와 혼동이 반복된다.

소년법은 원래 형법에서 처벌하겠다고 정한 14세 이상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처벌보다는 보호와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한국은 형법에서 처벌하지 않겠다고 명시한 10~13세 촉법소년을 소년법으로 끌고와 보호처분을 내린다.

다른 나라를 보면 차이가 뚜렷해진다. 캐나다와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형법상 형사책임연령이 12세로 한국(14세)보다 낮다. 언뜻 보면 한국이 더 관대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다. 이 나라들은 12세 미만 아이들을 소년법으로 처벌하지는 않는 데다, 소년법 안에서도 형사처벌은 강력범죄에 한해 예외적으로만 적용한다. 캐나다는 14세 이상, 캘리포니아 주는 16세 이상의 강력범죄에만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법무부조차 이 차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2022년 10월 보도자료에서 잘못된 국제 비교를 제시하며 우리나라가 관대한 처벌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오류를 범했다. 한국은 형사책임연령과 형사처벌연령이 동일하다 보니, 다른 나라도 그럴 것이라 전제하고 형사책임연령만을 단순 비교한 것이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의 핵심은 형사처벌 가능 연령인 만큼, 국제 비교를 한다면 형사처벌연령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미국, 한국, 캐나다의 형사처벌 연령 비교. 박선영 정리.

촉법소년 논의를 위해 답해야 할 5가지 질문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은 뒤에는 다음 질문들에 답해야 한다. 

첫째, 강력한 처벌이 비행을 억제한다는 증거는?

국내에는 없다. 오히려 미국 등 선진국의 장기 통계분석과 실증연구는 강력 처벌이 비행 억제력이 없으며 오히려 재범이 증가한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그 이유로는 뇌발달 미성숙, 낙인효과, 범죄학습 효과, 분노와 반발이 꼽힌다. 국내·외 연구는 강력 처벌보다 교육, 복지, 심리상담과 가족치료가 청소년 비행 억제에 효과적이라고 보고한다.

둘째, 청소년 비행은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공식 통계를 보면 대다수 범죄는 향락·소비 욕구와 가출 후 생계유지를 위한 절도·사기 등이다. 강력 처벌이 필요한 4대 강력범죄(살인·강도·강간·방화)는 전체의 4%를 넘지 않는다.

촉법소년 유형별 소년부송치 현황(강력범죄 3.59%) 박선영 정리.
2024년 범죄소년 비행 유형 (강력범죄 3.27%) 박선영 정리.

셋째, 현행 소년사법은 충분히 작동하는가?

스쿨폴리스, 보호관찰관, 소년원 인력과 시설은 턱없이 부족해 비행청소년에 대한 효과적인 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다. 

넷째, 형사 처벌은 강력범죄에만 적용되는가?

그렇지 않다. 형사처벌하는 국가들은 소년법에 처벌 대상 범죄를 살인·강도·강간·방화 등 4대 강력범죄로 명시한다. 반면 우리 소년법은 형사처벌 연령만 명시할 뿐 범죄 유형을 규정하지 않는다. 실제로 사법연감을 보면 2024년 형사처벌을 받은 소년사범 중 가장 높은 비율은 절도(31%)였고, 폭행(13.4%), 아청법 위반(11.3%), 사기(10.5%) 순이었다.

소년 교도소 수감자 중 38.8%는 기타범죄, 20.6%는 절도, 성범죄는 15.2%, 강도는 9.7%, 살인은 3% 순으로 법무부 답변과는 다른 양상이다.

다섯째, 소년 교도소 운영은 가능한가?

현재 형사처벌을 받고 복역 중인 소년 165명 가운데 40명 만이 김천 소년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으며, 40명은 서울 남부교도소 만델라 학교에, 나머지 85명은 전국 성인 교도소에 분산 수용됐다. 소년 수형자에게는 정규 교과교육이 제공되지 않고 검정고시와 직업훈련만 제공되어, 의무교육 대상자인 중학생들의 교육권 보장에 한계가 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도 이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전 세계가 14세로…UN협약 비준 국가로서 권고 따라야

우리나라를 비롯해 가장 많은 국가들이 형법상 형사책임연령으로 채택한 기준이 14세이다. 의사, 뇌과학자, 발달심리학자, 교육학자들이 뇌 발달을 근거로 최소한의 인지능력과 추론능력이 생기는 나이를 14세로 보기 때문이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도 같은 근거로 우리나라에 14세를 권고했다.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국가로서 이 권고를 가볍게 볼 순 없다. 시대가 바뀌었다고 해서 인간의 뇌 발달 속도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촉법소년과 비행청소년 문제는 그 어떠한 사안보다 신중하고 정확한 정보와 데이터를 토대로 접근해야 한다. 잘못된 정보와 왜곡된 자료를 근거로 한 감정적 대응은 아이들의 미래와 사회의 안전 모두를 망칠 수 있다. 따라서 ‘대통령 직속 비행청소년 특별조사 위원회’ 구성을 제안한다. 전문가와 실무자들이 앞서 제기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치열하게 찾아내고, 그 결과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내 자녀와 함께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비행청소년에 대해 우리는 현명한 결정을 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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