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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꺾정 53화] 이재명 정부 출범 100일, 진짜 성장은 모두의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나? (강우진/경북대 교수) (⏳3분)

🌱 22대 국회가 개원했습니다. 유권자의 소중한 한 표, 한 표를 읍소하며 당선된 300명의 국회의원이 과연 유권자를 위해 제대로 일하는지 지켜보고 감시해야 할 때입니다. 이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일을 해야 하는데 안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지니까요.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칼럼을 통해 유권자의 시각에서 22대 국회와 정치를 비평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정’치개혁이니까요.

시민의 힘으로 내란을 극복하고 출범한 국민주권 정부가 곧 100일을 맞는다.

3+1 ‘진짜 성장전략’

대통령 탄핵과 인수위원회 부재라는 상황 속에서 출범한 국민주권 정부는 지난 8월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민보고대회를 열고 ‘국정개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국정 비전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이었다. 이를 위해 3대 국정원칙, 5대 국정목표, 23개 추진 전략, 123대 국정과제, 564개 세부 과제를 제시하며 향후 5년간의 청사진을 내놓았다.

국민주권 정부 100일을 앞두고 국정과제를 다시 살펴보는 이유는 국정 과제가 국민주권 정부의 향후 5년간의 국정 운영 설계도이기 때문이다. 국민주권 정부는 광복 80년의 시대정신을 건국, 산업화, 민주화로 정리하고 이재명 정부의 시대정신을 ‘국민 행복’으로 제시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으로 3+1 ‘진짜 성장전략’을 구체화했다. 이는 기술선도전략, 모두의 성장, 공정한 성장(3)과 지속가능한 성장기반 강화(1)이다.

익숙한 그림자, 양적 성장 담론

국민주권 정부의 국정과제에 익숙한 그림자가 드리운다. 박정희 정권의 국정 철학으로서 한국 사회에 거대한 뿌리로 헤게모니적 지위를 가지고 민주화 이후에도 지속되어온 양적 성장 담론이다.

외환위기의 혼란 속에서 집권당의 분열과 DJP 연합을 통해서 집권에 성공한 국민의 정부는 ‘위기 극복과 성장의 회복’을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특히 IMF 관리 체제를 졸업하고 연평균 6-7% 성장을 달성하여 2000년대까지 국민소득 3만불 달성을 제시했다. 국민의 정부를 계승한 참여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심화된 경제적 불평등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의 대선 공약은 성장전략에 집중되었다. 2002년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각 당의 대선 후보는 높은 경제성장을 달성하겠다고 경쟁적으로 공약했다. 이회창 후보는 20년간 6%의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는 잠재력을 통해서 10년 이내에 국민소득 2만 5천불, 세계 10위권 국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2002년 12월 16일 서울 여의도 선거 유세 중 승리의 ‘브이'(V)를 들어보이는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후보. 출처: 노무현사료관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향후 10년 동안 연평균 경제성장률을 7%로 유지하겠다고 말했다(문화일보 2002/10/21). 촛불 항쟁으로 집권한 촛불 정부의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후보는 제20대(2022) 대선에서 세계 국력 5위(G5), 국민소득 5만불, 코스피 지수 5000을 달성하겠다는 ‘555 공약’을 제시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참여정부의 정책 실패를 기반으로 집권에 성공한 이명박 정부의 대선 공약은 7% 성장률,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위 경제 강국 진입을 목표로 한 이른바 747 공약이었다. 이와 같이 진보 정부와 보수 정부를 관통하는 만능 열쇄는 양적인 성장이었다.

민주화 이후 네 번째 ‘진보’ 정부, 여전한 성장 담론

민주화 이후 진보 정부가 네 번째 집권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여전히 더 많은 성장의 담론에 갇혀있다. 한국 사회의 주류 담론이 양적인 성장 담론에 머무른 사이 한국 사회의 청년은 다중격차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다. 한국이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지만 한국 사회에서 노력은 더 나은 미래로 이어지지 않는다.

고도 성장기 거대한 균형자(great equalizer) 역할을 일정 정도 담당했던 교육은 오히려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통로가 되었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와 하위 80%의 잠재력(중1 수학성취도 점수)이 같다고 가정하면 부모의 경제력이 상위권대 입시 결과에 75%에 달하는 영향을 미쳤다. 또한 서울과 비서울 학생 사이에 서울대 진학률 격차의 8%만이 학생 잠재력의 영향이고, 나머지 92%는 거주지역 효과로 나타났다(이동원·정종우 2024).

한국 사회에서 부모의 소득은 자녀의 소득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한국에서 소득 하위 10% 자녀가 국민 전체 평균 소득을 얻기 위해서는 다섯 세대가 걸리는 것으로 조사되어 조사 대상 OECD 24개국 평균(4.5세대)를 웃돌았다(OECD 2018).

한국 청년이 직면한 다중격차는 양적인 성장 부족해서가 아니라, 양적인 성장만을 절대화한 지난 시대의 패러다임이 남긴 유산이다. 내란을 넘어서 새로운 민주주의를 만들어야 하는 이 시점에 정말 필요한 것은 숫자로 표현되는 더 많은 성장이 아니라, 어떤 성장을 통해 누구를 위한 행복을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토론과 사회적 합의다. 국민주권 정부가 제시한 ‘진짜 성장’과 ‘국민행복’이 과거의 양적 성장 담론을 넘어설 수 있을 때, 한국 사회는 비로소 청년 세대는 노력이 보상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을 것이다.

📢 중꺾정 필자의 견해는 참여연대 공식입장이 아니며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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