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솔루션 인사이트] 국제시민사회, “화석연료 금융에 있어서 한국은 여전히 과거에 머무는 중” 비판…모잠비크-한국 청년들, “한국 공적 금융, 헌법 위반” 소송 제기. (⌚7분)
🌱 ‘세계 환경의 날’ 돌아보는 한국의 위상
매년 6월 5일은 세계 환경의 날이다. 1972년 이날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엔인간환경회의에서 국제사회가 지구환경보전을 위해 공동노력을 기울일 것을 다짐하고 인간환경선언을 공표한 후 매년 열리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지구환경보전’에 얼마나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경제, 문화에서 선진국에 들어선 한국은 기후 대응 면에서는 여전히 후진국에 머물러 있다는 세계시민사회의 평가를 받고 있다. 기후운동단체 기후솔루션이 한국의 현재를 돌아봤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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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하면 외국인들은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까.
대중문화에서 한국은 밝고 활기찬 나라, K-팝·K-드라마·K-푸드 등등 ‘문화강국’으로 통한다. 하지만 기후위기 대응에서 한국의 이미지는 안타깝게도 ‘기후악당’이다. 전 세계가 줄이려고 애쓰는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에 여전히 공적 자금이 투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오늘의 화석상’ 1위로 선정됐다. 2024년 11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열리던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세계 150개국 운동단체연대체인 기후행동네트워크는 당시 열리고 있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출신용협약 정례회의에서 참가 37개국 가운데 30개국이 이미 화석연료 금융제한에 동참했는데 한국이 이를 제지했다는 점을 1위 선정 사유로 들었다. 이 회의는 만장일치제로 운영된다.
시상식에서 기후행동네트워크 활동가 케빈 버크랜드는 “BTS나 삼성, 삼겹살(Korean BBQ)이 한국을 트렌드 선도국으로 만들지 모르겠지만, 화석연료 금융에 있어서 한국은 여전히 과거에 머무는 중”이라고 비판했다.
뉴욕 14개만큼 탄소 배출 줄이겠다던 한국, 화석연료엔 투자 지속
한국은 파리협정에 서명한 나라다.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이란, 모든 국가가 자국의 상황을 반영하여 참여하는 보편적인 신기후체제다. 2015년 제21차 당사국총회(COP21)에서 채택됐다. 협정의 골자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 지구적 장기목표 하에 모든 국가가 2020년부터 기후행동에 참여하며, 5년 주기 이행점검을 통해 점차 노력을 강화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2020년 12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2021년에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40% 줄이겠다고 했다. 이 양은 뉴욕 크기의 도시 14개에서 1년간 배출하는 온실가스 양과 비슷할 정도로 크다.
이런 목표 선언은 국제사회에서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한국은 수출신용기관을 통해 여전히 화석연료 산업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정말 기후위기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 걸까?”라는 의심을 받고 있는 이유다. 수출신용기관은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수출이나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금융을 지원해주는 공공기관이다. 정치적·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지역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인프라 사업에 특히 많이 등장한다.
한국에서는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대표적인 수출신용기관이다. 수출입은행은 해외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빌려주거나, 대출기관에 보증을 서주는 역할을 한다. 무역보험공사는 수출 거래 중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보험으로 보장해주는 기관이다.
문제는 이 기관들이 아직도 화석연료 기반 사업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스전 개발은 단순히 땅을 파는 수준이 아니다. ‘가스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막대한 자금과 기술이 투입된다.
- 탐사·채굴
- 운송·액화·LNG선박 건조
- 석유화학공장이나 발전소 연료 등 최종 소비처
이런 사업은 민간은행이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수출신용기관이 차관(대출), 보증, 보험 등의 방식으로 참여하게 된다. 그 덕분에 기업은 해외 사업을 수주할 수 있고, 은행도 손해를 보지 않게 되는 구조다.
선진국은 화석연료 금융 지원 60% 이상 줄였지만 한국은 여전
202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에 공적 금융을 중단하기로 약속했다. 이후 석유와 가스 투자도 제한하는 흐름이 이어졌다. 2022년부터는 43개국과 기관이 청정에너지전환 파트너십(Clean Energy Transition Partnership, 이하 CETP)에 서명했다. 청정에너지엔 우선 투자하고, 화석연료엔 공적 자금 중단하자는 내용이 이 파트너십의 핵심이다.
영국, 캐나다, 프랑스, 스웨덴, 호주 등 많은 나라들이 이 흐름에 동참했다. 2022년 G7 회원국도 CETP에 참여했다. 그 결과, CETP 가입국들의 화석연료 금융 지원은 1/3로 줄었다. 2023년 기준 전체 투자 규모는 고작 52억 달러에 그쳤다.
하지만 한국은 CETP에 가입하지 않았고, 여전히 화석연료 산업에 막대한 공적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한국 ‘매년 13조 원’ 화석연료 공적 금융…G20 국가 중 최대 수준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한국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9위를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2025년 기후변화 대응 성과지수(CCPI)에서는 63위로 거의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심지어 G20 회원국 중에서도 한국은 화석연료에 공적 금융을 가장 많이 제공한 나라다. 2020~2022년 사이에 평균 연간 100억 달러(약 13조6000억 원)를 투자했다.
이런 추세면 현재 세계 2위 화석연료 공적 금융국인 한국은 조만간 ‘1위’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다. 현재까지는 캐나다가 투자 1위지만, 캐나다 정부는 이미 화석연료 금융 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반면, 청정에너지에 들어간 자금은 일본보다도 적다. 2020년과 2022년 사이에 한국의 청정에너지 금융은 연평균 8억 5000만 달러(약 1조 1500억원)에 불과했는데, 이는 화석연료 금융의 1/13 수준에 불과했다. 이웃 나라 일본의 청정에너지 금융 규모는 연평균 23억 달러(약 3조 1000억원)로 한국의 3배 수준인데, 전 세계 청정에너지 시장 확보에서 한국이 많이 뒤처져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OECD ‘화석연료 공적 금융 중단’ 무산시킨 한국
2024년 OECD 수출신용협약에서는 화석연료 사업에 대한 공적 금융을 전면 중단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한국과 튀르키예가 반대하면서 합의가 무산됐다. OECD 협약은 만장일치가 원칙인데, 한국이 온실가스 다배출 사업에 공적금융을 계속 지원해야 한다며 강하게 반대한 것이다. 그 결과, 한국은 국제사회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 참여할 ‘모잠비크 가스전’, 연간 튀르키예 전체만큼 온실가스 배출
한국의 화석연료 금융 흐름은 지금 모잠비크 가스전 사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모잠비크 해상에서는 코랄 사우스(Coral South), 코랄 노스(Coral North), 로부마(Rovuma) 총 3개 프로젝트가 있는데, 이중 코랄 사우스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고, 나머지 두 프로젝트는 기획 단계에 있다. 코랄 노스의 최종투자결정 여부는 올해 안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투자결정이 임박하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는 코랄 노스 관련, 한국가스공사는 이 사업의 지분 10%를 갖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생산설비 선박 건조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코랄 노스 가스전이 완공되면 연간 350만 톤 규모의 LNG를 생산하게 된다. 한국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는 총 18억 달러의 금융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업은 온실가스를 무려 4억 8900만 톤을 배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튀르키예 한 나라가 1년간 배출하는 양과 비슷하다. 게다가 개발 지역인 카보 델가도 해안은 해양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곳이다. 그러나 이곳 생태계 영향에 대한 고려는 부족한 상황이다. 기후에 취약한 모잠비크 주민들의 삶에도 가스전 개발은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2019년 기준 모잠비크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고작 0.21% 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하지만 모잠비크는 기후 위기에 매우 취약한 국가다.
모잠비크 프로젝트와 같은 대규모 화석연료 개발 사업 때문에 모잠비크에서는 이상 기후가 이전보다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모잠비크 사람들의 삶과 터전이 더 크게 위협받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 “LNG 개발은 더 이상 필요 없다”
새로운 LNG 사업을 향한 경고등은 이미 켜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각국이 지금 세운 기후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기만 해도, 추가적인 LNG 사업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분석한다. 기존 설비만으로도 충분하고, 오히려 화석연료 의존을 줄여야 한다는 거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역시 현재 가동 중인 LNG 설비만으로도 지구 온난화를 1.5도(°C) 이내로 억제하는 목표는 이미 벗어났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코랄 노스 프로젝트에 공적 자금을 지원한다면, 그 피해는 전 세계 시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 책임은 결국 한국이 져야 한다.
모잠비크·한국 시민들, ‘가스전 공적 금융 제공금지’ 가처분 신청
그래서 법적 대응도 시작됐다. 한국가스공사는 이 사업과 관련해 이미 두 건의 소송에 휘말려 있다.
- 사업 수익성과 관련된 정보를 공개하라는 행정소송
- 최종투자결정(FID)에 대한 효력 정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
2025년 5월 29일, 모잠비크 시민단체와 한국의 청년 활동가들은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이 사업에 금융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이들 주장의 핵심은 이렇다.
- 모잠비크 가스전 개발사업은 한국 헌법과 탄소중립기본법을 위반하고
-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며
- 시민들의 환경권을 침해한다.

새 정부, 화석연료 지원 끊고 청정에너지 산업 수출 선도해야
6월 4일, 새 정부가 들어섰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국회에서도 한국의 공적 금융 방향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 김성환 의원은 “다른 선진국들은 재생에너지와 녹색산업에 전력 질주 중인데, 이를 키워야 할 공적 금융기관이 오히려 막아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 진성준 의원도 “OECD 수출신용협약 개정은 신규 화석연료 투자가 파리협정 목표에 어긋나지 않는지 점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였다”면서, “이를 반대한 건 파리협정 자체를 부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한국은 지금까지도 재생에너지 기술을 수출하면서 청정에너지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나라다. 수출신용기관이 어떤 산업에 자금을 지원할지 결정하는 일은, 공적 자금의 성격상 더욱 신중하고 책임감 있게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그 결정은 파리협정의 이행 목표와 반드시 부합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의 수출보증기관은 국내 기업의 청정기술 수출을 지원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이제는 그 경험을 살려서, 한국이 재생에너지 산업을 선도하는 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같은 공적 금융기관이 있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한국의 기후 약속과 국제사회에 대한 책무를 잊지 않아야 한다.
- 청정에너지전환 파트너십 즉 CETP에 가입하고
-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는 유해한 화석연료 산업에 공적 금융을 끊고
- 재생에너지 기술 개발과 수출을 지원하면서
깨끗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