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한국은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65세 이상 인구가 1024만 명으로 총인구의 20%를 넘었다. 유엔(UN)은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의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장기적으로 노동력 부족, 생산성 약화, 경제성장률 하락이 불가피하다. 연금, 복지, 의료 재정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그나마 오늘날 ‘젊은 고령층’은 이전 세대보다 훨씬 건강하게 오래 살고 학력 수준이 높다. 2040년 한국 고령층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고학력 고령층이 된다는 관측도 나온다.

욜드(YOLD)가 등장했다. 욜드는 영(Young)과 올드(Old)가 결합한 말이다. 젊은 고령층은 과거 세대와 달리 활발하게 소비, 문화 생활을 즐기고 경제 활동에 참여한다. 정년 연장 이슈와 맞물려 이들의 노동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이게 왜 중요한가.

  • 60세인 법정 정년을 65세로 상향하는 정년 연장 이슈에 찬반이 대립한다. 노동계는 국민연금 수령 시기(65세)에 맞춰 정년도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은행 등은 정년 연장보다 ‘퇴직 후 재고용’을 주장한다.
  • 대선에서도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다. 국민의힘은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을 통한 계속 고용을 강조한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김문수는 고용노동부 장관 때부터 법 개정을 통한 일률적 정년 연장을 반대했다.
  • 민주당은 단계적으로 법정 정년을 65세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은 “정년 연장을 사회적 합의로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 고령자고용법 19조는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60세’는 정년의 하한이다. 어떤 기업이 정년을 70세로 정하면 그 기업 정년은 70세인 것이다.

“정년 연장, 무거운 역기를 드는 것과 비슷.”

  • 국책연구기관 KDI(한국개발연구원)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 한요셉은 15일 KDI·한국은행 공동심포지엄(초고령사회의 빈곤과 노동: 정책 방향을 묻다)에서 ‘정년 연장’ 대신 ‘퇴직 후 재고용’ 확대를 통해 젊은 고령층 노동력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한요셉은 정년이 정규직 보호 기간의 상한선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 노동시장에서 정년 연장은 정규직 고용 보호 및 임금 체계 연장을 의미하기 때문에 기업의 고령층 노동 수요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정년 연장은 연공서열식 임금 체계와 정규직 고용 보호라는 무거운 역기를 들어올리는 것과 같다.”
  • 정년 연장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법정 정년을 상향해 인구 감소에 따른 인력 부족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년 연장이 전체 노동 공급을 늘려 중소기업의 심각한 인력난을 해결할 수 있다는 논리다.
  • 한요셉은 중소기업이나 블루칼라 직군의 경우 장기 재직 확률이 떨어지는 등 정년 효과가 대기업 및 화이트칼라 직군에 비해 크지 않다고 반박한다.
  • 지난달 한국은행 보고서(초고령사회와 고령층 계속근로 방안)에 따르면, 2016년 시행된 정년 연장이 노동시장에 미친 영향을 실증 분석한 결과, 고령층 고용 증가 효과는 유노조·대기업 일자리에 집중됐고, 그 효과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감소했다.
  • (추가 설명: 2016년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 2017년부터 모든 사업장에 정년 60세가 의무화했다.)

정년 연장과 상충하는 청년 일자리.

  • “KDI가 기업 입장에서 정년 연장을 반대한다”고도 주장할 수 있지만, 정년 연장 이슈가 세대 갈등을 부르는 뜨거운 감자인 것도 사실이다.
  • 한요셉은 연구를 통해 정년 연장의 수혜 대상자 5명 가운데 3명은 실제 고용이 연장됐으나 1명의 청년 일자리가 사라지는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대기업과 제조업 등 양질의 일자리에서 신규 채용이 감소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 고령 노동(고숙련)과 청년 노동(미숙련)이 통상 대체 관계는 아니지만 기업은 강제된 고령 노동에 신규 채용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해법과 대안 : “임금 유연성 확보하되 해고 최소화.”

  • 한요셉은 단기와 중장기 과제로 나눠 설명했다. 먼저 단기적 과제로 첫째, 연공서열을 탈피하는 임금 체계로 개편하면서 중장년 고용 안정을 강화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임금 유연성을 확보하되 퇴직 유도나 해고를 최소화하고, 임금 유연성을 수락한 노동자의 고용 안정을 강화해야 한다.
  • 둘째, 고령의 비정규직을 사용할 경우 계약 종료 수당(퇴직금)을 부과하고 일정 기간 이상 계약을 연장하면 이를 면제해주는 시장 친화적 방식의 고용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
  • 셋째, 퇴직 후 재고용 등 일본식 계속 고용 제도도 하나의 대안이다. 재고용은 기업이 퇴직자를 계약직이나 시간제 노동자로 다시 채용하는 방식이다. 다만 퇴직자의 시장 임금은 재직 임금의 절반 수준으로 급락하는데, 이 경우 노동 유인을 어떻게 부여할지 사회적 과제다.

산재 예방 위해 노동자 안전에 투자하라.

  • 중장기적으로는 첫째, 일하는 방식을 혁신해야 한다. 한국은 노동자를 갈아 넣는 식으로 대응해왔다. 고용 보호를 위해 산업 재해를 예방하는 시스템을 강화하고 노동자 안전과 건강에 투자해야 한다. 고령자 친화적 작업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플랫폼 노동 규제와 사회 안전망도 강화해야 한다.
  • 둘째, 정년 연장은 노동시장 이중 구조 개혁과 연계해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영미권 노동시장은 유연성이 높아 정년 폐지가 용이했지만, 한국형 유연 안정성 모형에는 의문 부호가 따라붙는다. 북유럽식으로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면서 쉬운 해고가 가능할지 사회적 공론이 필요하다.
  • 셋째, 청년 고용에 지속적 관심이 필요하다. 인구가 부족한 상황인데 청년 실업이 지속되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양질의 일자리 개선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AI 활용 확대 역시 청년 고용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고학력 청년 구인과 구직 간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

일본 참고하기 : 노사 자율로 ‘퇴직 후 재고용’ 선택.

  •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연구팀장 오삼일은 일본 사례를 주목했다. 일본은 2006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한국처럼 연금 수급 연령(65세)과 정년(60세) 사이 시간 차가 있다.
  • 일본의 계속근로 제도는 ‘60세 정년’에서 시작해 ‘65세 고용 확보’, 그리고 ‘70세 취업 기회 확보’로 이어지는 점진적 방식이다. 기업 특성에 맞는 계속근로 형태를 노사가 자율적으로 채택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정년 연장, 정년 폐지, 퇴직 후 재고용 가운데 하나를 노사 합의로 선택할 수 있다.
  • 매우 점진적인 게 특징이다. 일본은 계속근로 로드맵을 1998년부터 2025년까지 약 30년에 걸쳐 도입했다. 임금 체계 개편과 임금 조정도 병행하면서 제도 정착을 뒷받침했다.
  • 2024년 6월 기준 99.9%의 기업이 3가지 방식 중 하나로 계속근로 희망 고령자를 65세까지 고용하고 있으며, 퇴직 후 재고용 형태가 67.4%, 정년 연장이 28.7%, 정년 폐지가 3.9%를 차지하고 있다.
  • 오삼일은 “일본은 정책 순응이 굉장히 빠르고, 임금 체계 연공성도 우리보다 훨씬 약하다. 노사 관계도 상당히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그런 일본도 일률적 정년 연장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해 유연한 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8일 한국은행 보고서. 초고령사회와 고령층 계속근로 방안.

암울한 전망 : 자영업으로 내몰리는 2차 베이비부머.

  • 더 큰 것이 온다. 954만 명의 2차 베이비부머 세대(1964년~1974년생)가 지난해부터 향후 10년 동안 순차적으로 은퇴 연령(60세)에 도달한다. 은퇴 후 상용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이들 중 상당수는 생계 유지를 위해 자영업으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 한국은행 보고서(늘어나는 고령 자영업자, 그 이유와 대응 방안)에 따르면, 은퇴 후 자영업자가 된 고령 노동자 상당수는 “임금 노동보다 더 오래 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바탕으로 자영업을 선택했다.
  • 실제 고령 재취업 자영업자(임금 일자리→자영업)의 46% 정도는 연금 수준이 낮고 노동 시간이 긴 생계형(연금 월 79만 원, 주당 노동 46시간)으로 분류된다.
  • 문제는 고령 자영업자들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창업 준비가 부족하고 운수·창고, 숙박·음식, 도소매 등 취약 업종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수익성이 낮고 부채 비율은 높다. 사업을 그만둔 후에는 임시·일용직으로 전환하는데, 재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 안정과 경제 성장 측면에서 중대한 리스크 요인이다.

해법 : 고령 은퇴자를 일손 부족한 지역으로.

  • 한국은행 조사국 거시분석팀 차장 이재호는 “과도한 자영업 진입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안정적 임금 일자리에서 오랜 기간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임금 체계 개편을 동반한 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중심으로 고령층 계속근로 방안을 논의해 볼 수 있다”고 했다.
  • △고령층 상용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서비스업 대형화 추진 △일손이 부족한 지방 기업과 고령 은퇴자 간 매칭 강화 등도 고령 자영업자 누적 문제를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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