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법 인터뷰] 최병성 기후재난연구소 상임대표, “활엽수 벌목이 만든 비극… 자연 복원이 답, 진달래 멀쩡한 걸 봐라.” (⏳4분)

편집자의 말.

세상에 문제는 넘치지만 해법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좋은 해법은 질문에서 나옵니다. 슬로우뉴스가 문제와 함께 해법을 말하는 사람들을 찾아가 질문합니다.

최병성(기후재난연구소 상임대표 겸 초록별생명평화 연구소장).

“의성 산불 발화지 바로 곁에 있는 운람사 산림은 원래 활엽수와 소나무가 함께 자라는 혼효림이었다. 이곳을 2010년부터 산림청이 활엽수만 골라 벌목했다. 숲 가꾸기 명분이었다. 소나무만 남은 숲이 불폭탄이 됐다.”

최병성

대형산불이 일어난 산청, 의성 발화지에 다녀온 최병성 기후재난연구소 상임대표는 슬로우뉴스 전화 인터뷰에서 산불 대형화 문제의 해법으로 “혼효림을 보존하라”라고 말했다. 혼효림(混淆林)이란 침엽수와 활엽수가 혼합되어 있는 산림(mixed forest)을 뜻한다.

현재 상황: 역사상 최대 산불이 될 수도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불꽃이 바람을 타고 날았다.

해법: 혼효림의 자연복원.

  • 활엽수가 자라게 놔둬야 한다. 한국의 자연림에는 활엽수와 침엽수가 섞여 자란다. 활엽수는 1~2월부터 물이 오른다. 최 대표는 “한국 산불 85.6%(면적기준)가 3~4월에 일어나는데 산불이 지나간 자리에 가보면 활엽수들만 살아남아 있다”고 전했다.
  • 키 작은 나무를 그냥 둬야 한다. 키 작은 나무를 타고 올라간 불꽃이 키 큰 나무 꼭대기로 올라가 불씨를 퍼트린다(수관화, 樹冠火)는 이유로 산림청이 작은 나무들을 베어낸다고 최 대표는 말했다. 그러나 진달래 등 키 작은 나무가 큰 나무들 사이에 가득 차 있으면 바람이 일어나지 않아 오히려 불씨 이동을 막아준다.
  • 자연복원이 답이다. 최 대표는 “산불이 난 자리에선 자연이 더 빨리 복원된다”고 말했다. 산불로 탄 재가 영양분이 된다. 활엽수들은 뿌리만 남아도 금방 자란다. 소나무 등 침엽수조차 땅속에 떨어져 있던 씨앗이 자연 발아가 되어 저절로 자란다. 인가 인근 화재 현장, 관리 가능한 큰 나무들만 복원하면 된다.

미니 인터뷰 전문: 소나무는 왜 불폭탄이 됐나.

페이스북에 올리신 글을 봤다. 이번 대형산불의 원인은 지금까지 반복되는 것으로 산림 구조의 문제, 산불 진화 체계의 문제라고 했다.
  • “22일 산청, 24일 의성 산불 현장에 다녀왔다. 산림청이 조림한 소나무들이 타면서 불씨가 훨훨 날아오르며 사방으로 퍼져가고 있었다. 여기저기 산불이 타오르는데, 진화 인력이 보이지 않았다. 산청 산불에서도, 의성 산불에서도 쉽게 잡을 수 있는 작은 불이 진화 인력이 없어 대형 산불을 반복해 만들고 있었다.”
— 운람사 산림에 소나무만 남겨져 불폭탄이 됐다고 지적했다.
  • “2010년 이후 카카오 항공사진을 보면 지난 15년 동안 어떻게 활엽수가 사라지고 소나무만 남았는지 볼 수 있다. 불폭탄인 소나무만 남겨진 숲이 되니 작은 산불이 대형산불이 되어 천년 사찰을 순식간에 불덩이로 만든 것이다.”
— 소나무는 왜 불폭탄이 됐나.
— 활엽수는 괜찮나.
  • “사람들이 고로쇠 물을 1월부터 먹는다. 즉, 고로쇠나무는 그때 이미 물이 오르기 시작한단 얘기다. 활엽수는 1월부터 물이 오른다. 22일 새벽 4시에 산청 산불 발화지에 갔다. 소나무는 그루터기까지 다 재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바로 옆에서 자란 진달래는 멀쩡했다.”
— 기후변화로 토양이 건조해지고 봄비가 줄었다. 산불에 강한 수종이 필요하다.
— 산림청은 올해 경제림 조성을 확대(1만7000ha, 520억 원)한다며 예산을 늘렸다. 그런데 경제림 수종을 보니 소나무, 잣나무, 낙엽송 등이다.
  • “심어도 소용 없다. 10~20년 전 자연림으로 생긴 활엽수를 베어내고 경제림으로 조성한 곳에 가봤다. 홍천, 원주, 청주 등등. 그런데 원래 있던 활엽수가 올라와 있었다. 활엽수는 뿌리를 잘라도 죽지 않고 뿌리에서 새싹을 올린다. 성장성이 조림한 침엽수들보다 높다. 2000년에 산불 난 옥계에서도 피해지를 복구한다면서 인공조림한 소나무, 자작나무가 다 죽어가고 있다. 하지만 산 주인들이 반대해 불 탄 나무를 벌목하지 않은 지역에선 참나무가 내 키보다 크게 자라 있었다. 자연 스스로 자라도록, 천연갱신 되도록 놔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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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1. … 젠슨황..?
    역시 우리 쥐는 해도 티안나고 야물딱진거 골라서 나라를 망쳐먹는단 말이죠
    역사교육도 그렇고

  2. …젠슨황…? 역시 우리 쥐는 해도 티안나고 야물딱진거 골라서 나라를 망쳐먹는단 말이죠 역사교육도 그렇고 역사학 황현필님이 파악하기로 특정나이성별의 우경화는 역사교육이 변형된 그해의 세대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학계주류의 기본적이고 정규 교육은 받아야 이게 말장난이나 구라로 가볍게 넘어가지
    없으니 그렇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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