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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기본권 보장의 최후 보루’로 불립니다. 1987년 헌법개정을 통해 법률이나 국가 공권력의 작용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판단하는, 국민 기본권 보호의 역할을 부여받았기 때문입니다. 지난 6년간 유남석·이종석 소장을 거치며 헌법재판소는 다양한 결정을 내려왔습니다. 과연 시민들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한 결정이었을까요? 2024년 10월, 헌법재판소에서는 소장을 포함한 3명의 재판관이 교체됩니다.

이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헌법재판소의 주요 결정을 선정해 〈2019~2024 헌법재판소 특집 판결비평〉을 진행합니다. 변화의 시기, 과거 결정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헌법재판소에 요구되는 사회적 기대를 담아봅니다.

여덟 번째 특집 판결비평은 “대통령 관저 앞 100미터 내 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11조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에 대해 다룹니다. 헌법재판소는 집회의 자유가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필수 요소임을 재확인했습니다. 하지만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에도 경찰은 대통령실 인근 집회 신고에 대한 금지 통고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권력이 시민의 목소리를 듣게 하기 위한 험난한 과정 속 헌재의 결정,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최석군 변호사가 비평했습니다.


2019~2024 헌법재판소 특집 판결비평
  1. 패륜상속인 ‘유류분 불합치’ 결정, ‘구하라법’으로 남다 (김제완)
  2. 사기업이 내 질병정보를 동의 없이 사용해도 괜찮다고? (오병일)
  3. 기후소송: 기본권 침해 확인은 성과, 미흡한 심사는 한계 (이재희)
  4. 5인 미만 사업장 차별로 영세사업주 보호할 수 있다는 헌재의 ‘착각’ (하은성)
  5. 세월호 참사의 국가 책임, 아예 논의조차 않은 헌법재판소 (이태호)
  6. 희생만 있고 책임은 없었다: ‘이태원 참사’ 이상민 탄핵 기각 결정의 재구성 (이준일)
  7. 대북 전단 살포 금지 위헌, ‘풍선 전쟁’으로 무너지는 접경지 주민의 삶 (이영아)
  8. 대통령과 시민 목소리: 대통령 관저 앞 100m 내 집회 금지 헌법불합치 (최석군)

헌법재판소는 2022년 12월 22일, 대통령 관저 인근 100미터 이내에서의 모든 옥외 집회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시 형사 처벌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 제11조 제2호 중 ‘대통령 관저’에 관한 부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대통령 관저 100미터 이내 집회 금지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의 제정 목적이 대통령과 그 가족의 신변 안전 및 주거의 평온을 확보하고, 대통령 등이 어떠한 압력이나 위력에 구애됨 없이 자유롭게 대통령 관저에 출입할 수 있도록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대통령의 원활한 직무 수행을 보장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대통령의 헌법적 기능을 보호하는 데 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그 제정 목적은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법률이 관저 인근 집회에 대한 전면적 제한을 규정하고 있어, 집회의 성격과 규모에 따라 대통령의 헌법적 기능에 위해를 가할 우려가 없는 경우조차 집회를 진행할 수 없으므로 과도한 제한으로 보았습니다. 만일 우려할 만큼 위험성이 있는 집회라면, 집시법의 다른 규정들에 의해 충분히 그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 결정에서 집회의 자유는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필수적 구성 요소’이고, 집회의 장소를 선택할 자유는 집회의 자유의 핵심적 보장 내용 중 하나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으며, 집회의 장소는 집회의 성과를 좌우할 수 있는 주요 요소로서, 집회가 타인의 시선에서 멀어지면 그 목적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효력 상실됐지만 대통령실은 평온하다

결국 대통령 관저 근처에서 대통령 및 가족의 신변 안전에 직접적 위협이 되지 않는 집회조차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해당 법률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보았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헌법불합치 결정은 현재의 법률이 헌법에 합치하지 않으나, 즉각 무효로 선언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법적 공백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법을 개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그 법을 존속시키는 결정을 말합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입법 공백을 막기 위해 개정 시한을 2024년 5월 31일로 설정하였습니다. 그러나 국회는 집시법 해당 조항을 개정하지 않았고, 그 결과 해당 조항은 현재 효력이 없습니다.

결국 개정 입법이 없어 조항은 무효가 되었지만, 위험성이 높은 집회는 집시법의 다른 규정에 의하여 규율이 가능할 것이라는 헌재의 판단처럼 대통령실의 헌법적 기능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상황입니다. 대통령실은 여전히 평온합니다.

‘국민의 품’으로 옮긴 대통령실? 여전히 집회 막는 경찰

그러나 헌재 결정의 취지와는 달리 공권력이 여전히 집회를 개최조차 못 하게 하는 방식으로 평온을 지키려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해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현 정부 들어 청와대를 벗어나 국민의 품으로 대통령실을 옮긴다며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이전하였습니다. 이전의 취지는 분명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것이었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대통령실 인근의 집회 신고에 대해 경찰은 집회 금지통고를 하였습니다.

현재 용산의 대통령실은 집무실일 뿐, 대통령과 가족의 숙소인 관저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용산경찰서는 대통령 집무실은 관저가 아니라는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있을 때까지, 1심 행정법원에서 경찰이 행한 금지통고의 집행이 여러 차례 정지당했음에도 반복적으로 ‘집무실 = 관저’라며 집회 금지 통고를 내렸습니다.

용산 집무실이 관저라는 주장은 법원에 의해 최종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이번엔 시행령을 개정하여 용산 집무실 앞 도로를 집시법상 주요 도로에 포함시키고, 국방부 부지 안으로 이전한 것을 기화로 군사시설이기 때문에 집회가 금지된다는 새로운 논리를 펼치고 있습니다.

대통령실, 여전히 시민의 목소리 듣지 않으려는가

헌법재판소는 이번 결정을 통해 시민이 권력의 경계를 넘어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달할 권리가 있음을 명확히 하였고, 집회의 자유와 장소 선택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임을 다시금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헌재가 특정 공간의 집회에 대한 무제한적 제한은 집회의 자유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하여 위헌이라 판단 내렸음에도, 국회는 개정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경찰은 권력자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새로운 논리를 동원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이 여전히 집회를 거부하고 있는 현실은 권력이 시민의 목소리를 듣는 과정이 얼마나 험난한지를 보여줍니다.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국회는 조속히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에 맞게 법 개정에 나서야 합니다. 그리고 공권력은 자신들이 권력자가 아닌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기본적인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광장에 나온 판결: 273번째 이야기

– 대통령 관저 앞 100미터 내 집회 금지한 집시법 11조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
– 헌법재판소 재판관 유남석(소장),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2022.12.22. 2018헌바48, 2019헌가1(병합) [결정문 보기]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 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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