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레터] “사진 찍어 보내줬더니, 여사가 울었다.” (⏰16분)
11월이 왔다.
- 11월 5일 미국 대통령이 선출된다.
- 14일에는 민주당이 주도하는 김건희 특검법 표결이 있다.
- 11월15일에는 이재명(민주당 대표) 선거법 위반 1심 선고가 있고, 11월25일에는 이재명 위증교사 1심 선고가 있다.
- 무엇보다도 명태균 파문이 심상치 않다. 동시다발적으로 새로운 폭로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박근혜 탄핵 사유 가운데 하나가 공천 개입이었는데 그때 수사 검사가 윤석열이었다는 것도 역사적 아이러니다.
“김영선 해줘라”, 윤석열 녹취가 나왔다.
- 2022년 5월9일, 윤석열(대통령)과 명태균의 통화다.
- 윤석열: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
- 명태균 : “진짜 평생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명태균이 들려준 녹음을 제보자가 녹음한 것이다. 민주당은 제보자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명태균의 반응을 보면 명태균도 이런 녹음이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
“말이 많네, 당에서”의 의미는?
- 만약 대통령이 여당의 공천에 개입했다면 공직 선거법 위반이 된다. 그런데 이 대화는 취임식 하루 전이니 당선인 신분이다.
- 공직선거법에서는 공무원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 명태균이 “김건희가 우리 명 선생님 선물은 김영선, 박완수라더라”고 한 녹음도 공개됐다. 명태균이 윤석열을 도와준 대가로 공천을 줬다는 취지의 말이다.
“장관 앉혀, 뭐 앉혀, 아무것도 모르는데.”
- 다음은 2022년 6월15일 명태균과 다른 누군가와의 통화다.
- 명태균: “‘아니 오빠, 명 선생 그거 처리 안 했어? 명 선생님이 아침에 이렇게 놀라서 전화 오게끔 만들고 오빠 대통령으로 자격이 있는 거야?’ 그래서 (윤석열이) 나는 분명히 했다고 마누라보고 이야기하는 거야. 장관 앉혀, 뭐 앉혀 아무것도 모르는데 xx 이거 앉혀라 저거 앉혀라.”
- 김건희(대통령 부인)가 실제로 그렇게 말했다는 게 아니라 그런 상황이었다는 명태균의 주장이다.
“김건희한테 딱 붙어야 먹고 산다고.”
- 명태균과 김영선의 통화도 추가로 공개됐다.
- “내가 지시받았댔잖아. 오더 내려왔다 했잖아. 본인이 그러면 김건희한테 얘기하이소. (중략)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진짜. 두 번이나 전화 왔어요, 두 번이나! 정리해달라고. 김건희한테 딱 붙어야 본인이 다음에 6선을 할 거 아닙니까.”
“우리 명 대표님은 이제 영남의 황태자.”
- 조은희(국민의힘 의원)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 “저 조은희도 만들어 주셨고, 김영선도 만들었으니까, 이제 우리 명 대표님은 이제 영남의 황태자십니다.”
- 이것도 역시 명태균이 다른 누군가와 통화에서 한 말이다.
- “근데 그 사람들은 왜 나를 그렇게 대할까? 사람을 알아보는 거야, 김건희가.”
“녹취 더 있다.”
- 탄핵 사유가 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박찬대(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이 판단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 “녹취록이 더 있다”고도 했다. 박성준(민주당 의원)은 “장님 무사와 오빠라고 하는 부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 명태균은 TV조선과 인터뷰에서 “나와 함께 일했던 A씨가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개된 녹음 뒤쪽에 ‘당에서 다 알아서 하겠다’는 내용이 있는데 빠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동잎이 떨어졌다.”
- 조국(조국혁신당 대표)의 말이다. “오동잎 하나가 떨어지면 가을이 온 줄 안다는 말이 있는데 저는 지금 오동잎이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탄핵을 이야기할 때가 됐다는 말이다.
- 전체적으로 박근혜 탄핵 때와 비슷한 구도다. 여소야대에 여당이 분열돼 있고 대통령이 국회와 대립하고 있다.
- 윤석열이 검찰을 장악하고 있다는 게 큰 차이다. 트리거가 될 만한 스모킹 건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여당이 탄핵에 동참할 가능성도 작다.
임계점을 넘었다.
- 주요 신문 사설을 보면 2016년 10월 같은 위기감이 드러난다. 그동안 신중하게 접근하던 언론이 ‘국정농단’과 ‘탄핵’을 핵심 의제로 끌어올렸다.
- 조선일보는 “대통령 당선인과 전화로 공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의 해명을 믿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 “취임을 하루 앞둔 대통령 당선인이 일개 정치브로커의 공천 민원 전화나 겉치레로 응대할 만큼 한가했다는 건가.” 경향신문은 “국민을 바보로 아는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 한겨레는 “권한 없는 김건희를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 공천 개입을 이끌어낸 국정농단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 한국일보는 “탄핵 여부는 야당이 아닌 민심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당선인 신분이라 공천 개입이 아니라는 논리로 빠져나갈 상황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쟁점과 현안.
윤석열의 반응은?
- “그런 통화가 있었나. 기억에 남는 통화가 아니었다.”
- 참모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 명태균 녹음이 처음 나왔을 때는 “친분은 없고 두 번 만났을 뿐”이라는 해명 자료를 냈지만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상황이다. 이번에는 그나마 공식 해명도 없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공천 관련 보고를 받은 적도 없고 공천을 지시한 적도 없다”고 말한 게 전부다. 대선 경선 뒤 연락을 끊었다던 해명과도 맞지 않다.
- 대통령실 관계자는 “명태균이 김영선 공천을 계속 이야기하니까 그저 좋게 이야기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100명이 넘는 사람이 전화해서 거절 못 하고 응대를 한 것뿐”이라는 이야기다.
- 중앙일보는 “매사가 별것 아니라는 이런 태도는 오만과 독선으로 비칠 뿐”이라고 지적했다. “안이한 용산의 인식과 달리 공천 개입 의혹은 빠르게 심각한 국면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당선인 신분이었다.
- 조선일보는 “단순 의견 개진 차원이라면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소개했다. 당선인은 공무원이 아니라 정치적 의무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논리다.
- 김영선이 공천을 받은 건 통화 다음날, 윤석열 취임식이 열렸던 날 오후다.
- 권성동(국민의힘 의원)은 “당선인 신분에서 한 대화라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 노종면(민주당 의원)은 “김영선(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 발표는 5월10일”이라며 “임기 중에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했다.
- 중앙일보에 따르면 김영선이 전략 공천되자 당에서도 놀랍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한다.
- 윤상현(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대통령 당선인에게 공천을 보고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동훈의 침묵.
- 기자들이 물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동훈은 그동안 강조했던 ‘국민 눈높이’와 ‘배신자 프레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
- 한 친한계 의원은 “선조가 도망갔을 때 묵묵히 분조를 만들어 나라를 지켰던 광해군처럼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 국민의힘 당직자가 이런 말을 했다. “민주당이 계속 틀 텐데 어떻게 감당하냐.” 다른 한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스타일을 구긴 정도지, 사안이 심각한 건 아니다.”
탄핵 전야 데자뷔.
- 홍준표(대구시장)가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겼다.
- “구속되기 싫어서 제멋대로 지껄이는 선거 브로커 하나가 나라를 휘젓고 있고 야당은 이에 맞추어 대통령 공격에만 집착하고 있는데, 이에 대항하는 여당은 보이지 않고 내부 권력투쟁에만 골몰하는구나. 박근혜가 그래서 간 것이다. 한 줌도 안 되는 정치 낭인들 모아 내부 총질이나 일삼으니 꼭 탄핵 전야 데자뷔를 보는 것 같다. 싫어도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다.”
검찰은 그동안 뭘 했나.
- 창원지검이 지난해 12월에 명태균 사건 수사를 시작했는데 9개월 뒤 지난달에서야 명태균 집을 압수수색 했다.
- 그리고 민주당이 명태균-윤석열 녹음 파일을 공개하자 한 시간 뒤 또 압수수색을 했다. 명태균이 텔레그램 캡처 2000장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검찰이 확보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 명태균이 CBS와 인터뷰에서 “휴대폰을 아버지 묘소에 묻어뒀다”면서 “오늘 다 불 지르러 간다”고 했는데 창원지검 관계자는 “명태균의 아버지는 화장해서 묘소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한겨레가 만난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대통령 녹취가 나온 이상 창원지검에서 수사하기는 어렵다”면서 “대통령을 정면으로 조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수사 인력 50명은 투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검으로 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명태균이 털어놓은 놀라운 이야기들.
- 명태균이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김건희 꿈 해몽도 해줬고 딸과 영상통화도 했다고 한다.
- “2021년 9월 10월쯤 어느 날 여사가 대통령이 젊은 여자하고 어딜 떠나는 꿈을 꿨다고 심각해했다. ‘왜 그런 꿈을 꿨지’ 하면서 어디에 막 전화를 하더라. 그래서 내가 ‘감축드리옵니다’ 그랬지. 여사가 ‘왜요 선생님?’ 이라길래 나는 ‘남편분을 국가, 국민한테 5년 동안 떠나보내는 꿈입니다. 당선되는 꿈입니다’라고 했다. 사람이 어떤 일을 할 때 일이 내가 되고 내가 일이 돼야 한다. 물아일체가 돼야 한다. 우리가 사실 태몽도 보고 하잖나.”
- “우리 막내 애가 18개월 동안 걷지를 못했다. 그래서 여사를 만났을 때 내가 ‘여사님 우리 황금이가 걷는 날 윤석열 총장이 대통령 되는 겁니다’ 했었다. 그랬더니 당내 경선을 얼마 안 남겨놓고 애가 걷더라. 전화기가 마침 있길래 사진 찍어 여사에게 보내줬더니, 여사가 울었다. 이후로 여사가 무슨 일이 생기면 전화 와서 ‘황금이 잘 걷고 있어요?’라고 묻는다. 여사와 막내가 영상통화도 안 했겠나.”
- 윤상현이 유세단장이 안 된 것도 명태균 조언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 “대선 유세단장으로 윤상현이 내정됐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대통령 부부에게 ‘그 형님은 안 된다’고 말했다. ‘전두환 전 사위인데 광주를 어떻게 할 거냐. 유세를 전라도 가서는 안 할 거냐’라고 했다. 근데 그거를 (대통령 부부가) 모르고 있다가 ‘어? 그렇네요?’ 그러더라. 개념이 없던 거다. ”
미국 보란 듯이, 북한의 ICBM 발사.
- 10개월 만이다. 신형 고체연료 미사일이다.
- 고각으로 발사해 비행거리를 축소했다. 미국을 자극하되 수위를 조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최고 고도는 7000km, 86분 동안 비행하고 동해안에 떨어졌다. 둘 다 역대 최고 기록이다. 만약 30~45도 각도로 쏠 경우 1만5000km 이상 비행이 가능한 수준이고 미국 본토가 사정권 안에 들어온다.
다르게 읽기.
미국 대선을 보는 방법.
- 1주일 뒤면 미국 대통령이 결정된다. 그 어느 때보다도 예측이 쉽지 않은 선거다.
- 김낙호(드렉셀대 교수)는 “결과를 안다고 말하면 거짓말”이라고 단언했다. 기대나 우려를 모두 제거하고 “모른다”고 말하는 게 정확한 판세 분석이라는 이야기다.
- 첫째, 예측이 여론을 흔든다. 이른바 “예측 시장의 공진화”다. 여론조사 결과가 잘 맞지 않으니 계속 보정을 하고 있는데 과거 선거와는 양상이 또 다르다.
- 둘째, 폴리마켓은 신경 쓰지 않는 게 좋다. 내 돈 걸고 하는 도박이니 여론을 더 잘 반영할 거라고 보는 사람도 있지만 어차피 정보가 없기는 마찬가지고 경합주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 셋째, 마지막 1%를 얻기 위한 백병전에 돌입한 상태다. 49:51 또는 51:49로 승부가 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를 모르는 사람들이 있나. 올해는 막판 변수도 없다.
- 넷째, ‘샤이 트럼프’는 없다고 보는 게 맞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다만 막판까지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변수다. 오히려 ‘샤이 해리스’가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다는 관측도 있다.
- 다섯째, 트럼프가 되면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펼칠까. 관세 장벽과 부자 감세, 이민자 퇴출 등등 모두 중산층과 저소득 계층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된다.
- 극우 팬덤이 지배하는 선거다. 김낙호는 “누더기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평가했다.
- “점점 더 미국 대선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게 사회적 정체성을 표현하고, 교육 격차가 가장 강력한 잣대로 작동하는 표현주의적 선동의 장이 돼버렸다. 그러니까, 더 나은 공동체를 위한 진짜 정치를 원하는 사람들과 정치적 패배주의와 혐오 속에서 정치적 복수와 정치적 스펙터클의 쾌감을 원하는 사람들, 그 50:50의 세계 속에서 1%를 더 얻기 위한 싸움을 치르면서 민주주의를 꾸려나가야 한다. 그게 현재 미국 정치가 당면한 현실이다.”
‘쓰레기’ 발언으로 둘 다 실점.
- 1차: 트럼프의 유세 현장에서 지지 연설에 나선 토니 힌치클리프(코미디언)가 푸에르토리코를 “떠다니는 쓰레기섬”이라고 해서 논란이 됐다.
- 최대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에는 푸에르토리코 출신이 45만 명이나 된다. 만약 트럼프가 펜실베이니아를 잃는다면 이 발언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 2차: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이 “내가 보기에 밖에 떠다니는 유일한 쓰레기는 트럼프 지지자들”이라고 반박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바이든이 자산이 아니라 짐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 3차: 트럼프가 유세 현장에 쓰레기차를 몰고 나타났다. “누가 진짜 쓰레기인지 말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무기 제공하면 교전 당사국 된다.
- 중앙일보가 단호한 논조의 분석 기사를 내보내 눈길을 끈다.
- 엄구호(한양대 교수)는 “최후의 레버리지에 해당하는 살상 무기 지원을 과연 지금 꺼내 들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원곤(이화여대 교수)은 “레드라인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한 외교 소식통은 “살상 무기 지원은 억제력 차원에서 칼집 안에 들 때 더 위력을 발하는 칼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법과 대안.
지역화폐 대신 온누리상품권을.
- 민주당은 2조 원을 들여 지역화폐 10조 원어치를 발행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지역화폐에 소득공제율을 80%까지 올리고 최대 100만 원까지 공제하자는 조세특례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 주용석(한국경제 논설위원)은 “지역화폐는 만병통치약이 아니고 오히려 부작용이 많다”고 지적했다. 여유 있는 지자체가 더 많이 발행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부유한 계층이 더 이득을 본다.
- 게다가 이미 온누리상품권이 있다. 액면가 대비 5~10% 할인 발행되고 전국적으로 유통된다. 지역화폐보다 운영비도 적게 든다. 내년 예산에는 온누리상품권 국고 보조액이 3510억 원에서 3900원으로 늘고 발행액도 5조 원에서 5.5조 원으로 늘어난다.
범죄 수익 왜 못 받아내나.
- 법원이 선고한 추징금이 누적 32조 원이다. 이 가운데 실제로 추징된 건 1049억 원(0.3%)뿐이다. 대우그룹 분식회계 23조 원을 빼면 대략 9조 원. 그래도 성공률은 1% 수준이다.
- 청담동 사기 사건의 이희진은 123억 원 추징금을 안 내고 버티다가 경찰이 20억 원어치 고급 시계 4개 등 숨은 재산을 찾아내 환수했다.
- 추징금을 안 내는 건 안 내도 되기 때문이다. 5년 시효를 넘기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 이현승(조선일보 기자)은 “추징금 납부를 압박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미국과 프랑스에서는 추징금을 미납하면 교도소에 구금될 수 있다. 한국은 수익 환수를 위한 인력과 조직이 부족하거나 없다.
더 깊게 읽기.
삼성전자 3분기 확정 실적, 더 안 좋았다.
- 매출 79.1조 원에 영업이익 9.2조 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부문만 놓고 보면 매출 29.3조 원에 영업이익 3.9조 원이다.
- 지난달 8일 발표한 잠정 실적과 비슷하고 매출은 사상 최고 기록이지만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시장의 예상보다 더 적게 잡혔다.
4분기에는 엔비디아 공급? 여전히 아쉽다.
- 삼성전자가 컨퍼런스 콜에서 “5세대 HBM3e 사업화가 지연됐지만 퀄(승인) 과정에서 중요한 단계를 완료하는 유의미한 진전이 있었다”면서 “4분기 중 판매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삼성전자의 설명은 명확하지 않았다. 아직도 샘플을 인증받는 단계라면 양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고 내년 실적 전망도 좀 더 낮게 잡아야 한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평가다.
- 외국인 투자자 매수가 붙긴 했지만 SK증권은 “언더웨잇(과도하게 비중 축소)한 삼성전자를 담으면서 오버웨잇한 SK하이닉스를 덜어내는 과정이었을 수 있다”고 크게 의미 부여를 하지 않았다.
- BNK투자증권은 “4분기에 8단 제품 주문을 받을 거라고 예상하지만 이미 고객사들 신제품 라인업이 12단으로 올라갔기 때문에 실제로 삼성전자가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은 제한적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2022년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투자 효율성과 생산성 지표가 경쟁력 저하 우려로 이어지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 DS투자증권도 “악재를 모두 반영해서 하방 리스크는 제한적이나 유의미한 반등을 위해서는 HBM과 서버 시장에서 반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한국투자증권도 “긴 호흡으로 접근하기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주가가 많이 빠졌지만 아직 들어갈 때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삼성전자가 정부 보조금이 없어서 이 모양인가.
- 정부가 내놓은 반도체 지원 방안은 다음과 같다.
- 정책 금융 17조 원에 반도체 생태계 펀드 조성 1.1조 원, 반도체 클러스터의 인프라 구축에 2.5조 원 등이다. 이것도 부족해서 정책 금융을 100조 원으로 늘리고 세액 공제를 10%포인트 높이는 등의 법안이 올라와 있다.
- 김태일(고려대 교수)은 “과거 개발연대의 유물로만 여겼던 대기업 정책금융과 조세감면, 게다가 보조금 지원까지 부활하고 있다”면서 “정부 지원의 과실이 대기업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퍼질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고, 이 내용까지를 법안에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낀 세대’의 정년 연장.
- 1960년대 전후에 태어난 베이비부머들을 일컫는 말이다. 80~90대 부모와 20~30대 자녀 양쪽을 부양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 50대와 60대 임금 노동자가 각각 463만 명과 403만 명에 이른다. 전체 임금 노동자의 40%를 차지하는 이들이 한꺼번에 은퇴하면 첫째, 노동 공급이 줄어들고, 둘째, 소비가 위축된다. 셋째, 복지 비용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
- 한국은행은 1964~1974년생을 2차 베이비부머로 분류하고 이들의 은퇴가 시작되면 경제성장률이 2034년까지 최대 0.38%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정년 연장이 해법으로 거론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동국제강은 정년을 62세로 늦추기로 했고 현대자동차와 포스코는 퇴직 후 재고용을 도입했다.
오늘의 TMI.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 문재인(전 대통령)이 감명 깊게 읽었다는 책 제목이다. 뭔가 제목이 의미심장하지만 최근 정치적 상황과는 무관하다.
- 후천적 시각장애인 소녀의 인생 역경을 다룬 책이다. 시력이 남아 있을 때 읽고 싶은 책들을 다 읽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학교 대신 도서관에 파묻혀 하루 종일 책을 읽었다고 한다.
- “세상은 잔인하면서 아름답다는 말이 생각나는 책”이라고 했다.
2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달러.
- 2언데실리언 루블. 러시아가 구글에 부과한 벌금이다.
- 언데실리언(undecillion)은 10의 36승이다.
- 한국식 숫자 표기로는 2간 루블이다. 대략 200루블이 2달러니까 2달러에 0이 34개 붙는다.
- 구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러시아 언론의 채널을 유튜브에서 삭제했다. 이 언론사들이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2020년 러시아 법원이 10만 루블의 벌금을 부과하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1주일에 두 배씩 늘리기로 했다. 4년 동안 불어나서 2언데실리언 루블이 됐다. 다음 주면 4언데실리언 루블이 된다.
- 세계 모든 나라의 GDP를 합쳐도 110조 달러 정도다. 구글이 벌금을 내려면 57억 년이 걸릴 거라는 분석도 있다. 구글 러시아 법인은 파산 신청을 하고 사업을 중단한 상태다.
무량대수.
- 참고삼아 조 이상의 숫자는 다음과 같다.
- 1경 = 10의 16승 = 10,000,000,000,000,000.
- 1해 = 10의 20승 = 100,000,000,000,000,000,000.
- 1자 = 10의 24승 = 1,000,000,000,000,000,000,000,000.
- 1양 = 10의 28승 = 10,000,000,000,000,000,000,000,000,000.
- 1구 = 10의 32승 = 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
- 1간 = 10의 36승 = 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
- 1정 = 10의 40승 = 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
- 1재 = 10의 44승 = 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
- 1극 = 10의 48승 = 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
- 1항하사 = 10의 52승 = 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
- 1아승기 = 10의 56승 = 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
- 1나유타 = 10의 60승 = 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
- 1불가사의 = 10의 64승 = 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
- 1무량대수 = 10의 68승 = 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
- 영어로는 더 큰 수도 있다. 구골은 10의 100승이고, 구골 플렉스는 10의 10승의 100승이다.
러시아의 전시경제.
- 지난해 성장률이 3.6%였다. 올해는 3.9%를 찍을 전망이다.
- 600억 달러 수준이던 국방비가 올해 1400억 달러로 늘었다. 군수 공장을 풀 가동하고 있다고 한다. 실업률은 2.4%까지 떨어졌고 실질 임금은 13% 오른 상태다.
- 안드레이 란코프(국민대 교수)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서 싸우는 군인들은 일단 입대하면 2만 달러를 받고 월 2200달러를 월급으로 받는다. 그런데도 지원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 르몽드는 “죽은 러시아인이 살아 있는 가족보다, 가족을 위해 더 많은 돈을 번다는 이상한 경제 모델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러시아 경제가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전쟁을 3년 이상 끌고 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인플레 억제를 위해 기준 금리를 21%까지 끌어올렸다. 강경희(조선일보 논설위원)는 “정부가 푸는 돈이 전쟁의 포화로 증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군수 중심의 기형적인 성장인 데다 과열 조짐도 보인다. 포천은 “케인즈의 비유처럼 구덩이를 파고 흙으로 메우는 것과 놀랍도록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오늘의 전쟁을 위해 미래를 저당잡히고 있다”는 이야기다.
민주당 돈봉투 유죄.
- 윤관석(전 민주당 의원)에게 징역 2년이 확정됐다. 송영길(당시 당대표 후보)의 당선을 위해 교부용 현금 6000만 원을 마련해 의원들에게 뿌렸다.
- 재판에 넘겨진 다른 전현직 의원들도 유죄가 인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밤새 조업했는데 오징어 세 마리뿐.
- 조선일보 기자가 울릉도 오징어잡이 배에 동승했다. 1500W 전구 54개를 켜니 눈이 부셔 제대로 뜨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한다.
- 저녁 8시에 출항해서 3시간40분 만에 처음으로 한 마리가 잡혔다.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6시간 동안 잡은 오징어는 세 마리가 전부였다. 그나마 나머지 두 마리는 17cm밖에 안 돼 시장에 팔지도 못한다.
- 5년 전만 해도 하루 1000~2000마리를 잡았지만 요즘은 기름값도 못 버는 수준이다. 100마리는 돼야 유지비가 나온다.
- 적자를 보면서도 출항하는 건 1년에 60일 이상 조업을 해야 정부 지원금을 받고 폐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울릉도 오징어 어획량은 2020년 527톤에서 지난해 17톤으로 줄었다.
중국의 전기차 굴기.
- 비야디 매출이 테슬라를 제쳤다. 3분기 매출이 283억 달러. 테슬라는 252억 달러다.
- 중국 정부는 전기차 산업에 누적 2300억 달러의 보조금을 썼다.
- 중국산 배터리의 성장 속도도 놀랍다. 점유율이 지난해 35%에서 올해 39%까지 올랐다.
학폭 징계에 불복, 행정소송+행정심판 2851건.
- 행정소송이 2223건, 행정심판이 628건이었다. 학교폭력위원회 처분에 불복해서 낸 행정심판의 16%와 행정소송의 10%가 뒤집힌다.
- 학폭위가 유사 법정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많은데 여기서 끝나지 않고 법정 공방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 집행정지 신청도 늘고 있다. 인용률이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의 각각 50%와 46%에 이른다.
- 구자근(국민의힘 의원)은 “긴 소송 기간과 집행정지, 본안 심판 등 소송 과정에서 학폭위 처분이 여러 차례 번복되는 걸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밑줄 쳐 가면서 읽은 칼럼.
특별감찰관에 힘 빼지 말자.
- 특별감찰관은 뽑을까 말까 검토할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뽑아야 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6월 이석수(당시 특별감찰관)가 물러난 뒤 8년째 공석인 상황이다.
-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배우자와 사촌 이내 친족,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의 비위를 독립적으로 상시 감찰한다. 문재인 정부도 굳이 임명하지 않았고 윤석열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 특감은 국회가 15년 이상 법조 경력자 가운데 3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지명하고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한다.
- 이석수는 우병우(당시 민정수석)의 병역 특혜 의혹 등을 감찰하다가 수사 정보를 유출했다는 논란으로 사퇴했다. 이석수가 첫 특감이었고 마지막 특감이었다.
- 장택동(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지금 상황은 이미 특감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본다. 특검 대신 특감으로 여론을 돌이킬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 “김건희 문제가 커질 만큼 커졌는데도 진작 했어야 할 특감 임명조차 합의하지 못한 채 계파 간 다툼에 헛심을 쓰고 있는 현실이 현 여당의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시정권과 각시정권.
- 이용욱(경향신문 정치에디터)은 “윤석열 정권은 정치적 사망 선고를 받았다”고 평가했다. 이미 통치 불능 지경인데 지지율 20% 대통령에게 출구 전략도 없다.
- “세계 정세가 요동치는 요즘 같은 격변기에 무지한 정권은 존재만으로도 국가에 위협이 된다. 반국가세력은 윤석열 정권 그 자체다.”
“탄핵 또는 하야뿐이다.”
- 황준범(한겨레 논설위원)은 남은 길은 세 가지라고 분석했다.
- 첫째, 식물 대통령: 이미 그렇게 가고 있고 2년 반을 더 버틸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 둘째, 자진 사퇴: 가능성은 매우 낮다.
- 셋째, 탄핵: 역시 가능성은 작지만 국민들이 견디기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다.
위기의 차원이 달라진다.
- 윤태곤(정치칼럼니스트)은 11월이 중요한 고비라고 본다.
- “국민들은 당신들이 이 어려움을 감당할 깜냥이 있느냐고 묻는다. 윤석열은 11월 한 달 동안 이 질문에 행동으로 답해야 한다. 그 기간 동안 제대로 된 대답을 못 들었다 생각하는 국민들은 그나마 지탱해 오던 어떤 끈이 뚝 끊어진다 여길 것이다.”
- 탄핵으로 가기 전 뭐라도 해볼 수 있는 시간이 남아있다는 이야기다.
윤석열-명태균 녹취가 나오며 넘치는 언론 보도 정리하기 어려우셨을텐데 수고하셨습니다~
ps. 에 나오는 ‘포천’은 ‘포츈’의 오타인가 싶네요. 확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