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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코리아 칼럼] 인공지능 폭발, 기후에 ‘약’ 될까 ‘독’ 될까? 낙관론-비관론 팽팽···지구생태계 한계 안에서 작동해야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위원) (⌚6분)

지난 2년 동안 오픈AI가 불러일으킨 생성형 인공지능 열풍이 드디어 기후 대응 영역에서도 파란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사회경제적으로 온갖 낙관과 기대를 불러일으켜 온 인공지능 붐이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 재난 대비에도 획기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전망이 쏟아지는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 vs. 전기 먹는 하마

인공지능 단백질 구조 예측 모델 ‘알파폴드’를 개발해 노벨 화학상을 받은 데미스 허사비스(Demis Hassabis)는 이미 지난해 인공지능 기반 기상예보 모델인 ‘그래프 캐스트’를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그가 이끄는 기업 딥마인드(한국인에게는 2016년 이세돌과 바둑 대결한 알파고의 개발회사로 알려졌다)는 이미 2019년에 최대 36시간 전에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훨씬 더 정확하게 예측하는 인공 신경망 모델을 개발하기도 했다.

구글 딥마인드가 공개한 그래프캐스트 기상 분석 화면. 구글은 “그래프캐스트는 업계 표준 날씨 시뮬레이션 시스템보다 최대 10일 전의 날씨를 더 정확하고 빠르게 예측”한다고 밝혔다. 2023.11.14. 구글 제공.

동시에 생성형 인공지능 붐은 하이퍼스케일(hyperscale) 데이터센터(서버랙 10만 대 이상을 수용)와 같은 엄청난 컴퓨터 자원을 요구하면서 ‘전기 먹는 하마’라는 오명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는 통상 100MW(메가와트) 이상의 전력 수요가 발생하며, 연간 전력 소비량은 약 35만~40만 대 전기 자동차에 필요한 전력에 맞먹는다.

그 결과 인공지능이 향상되고 활용 범위가 늘어날수록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지구 생태계의 충격이 커지고 기후위기도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급격히 확산하는 중이다.

이처럼 생성형 인공지능이 앞에서는 기후 재난을 막아주고 에너지의 효율적 이용을 도와주면서도, 뒤로는 막대한 컴퓨터 자원과 에너지를 소모하여 지구생태계와 기후에 악영향을 주는 양면적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기후를 위해 인공지능은 더 좋아지고 커져야 하는가 아니면 적절하게 절제되고 제한되어야 하는가? 우리 사회가 새롭게 직면한 거대한 딜레마다.

낙관론 “온실가스 추가로 10% 줄일 수 있다”

전문가들이나 정책 설계자에 따라 이 딜레마에 접근하는 형태는 낙관적인 관점, 중립적인 관점, 그리고 비관적인 관점 등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우선 생성형 인공지능을 부상하는 신산업이자 거대한 수익을 안겨줄 투자처라고 생각하는 허사비스 같은 빅테크 엔지니어와 경영자, 경제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기후 대응에 미치는 긍정적 순효과를 강조한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과 구글이 공개한 보고서를 보면 “인공지능은 현재 검증된 애플리케이션과 기술을 확장함으로써 2030년까지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의 5~10%를 줄일 수 있음”은 물론 기후 재난에 대비하고 복원력 향상을 위한 통찰력을 줄 잠재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분산적인 재생에너지의 효율적 관리 분야에서 인공지능은 이미 50개 이상의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 계량기와 사물인터넷 장치에서 나오는 다양한 데이터를 사용하여 네트워크, 특히 배전 수준에서 전력의 흐름을 관찰하고 제어한다. 또한, 인공지능은 전기 가격 예측, 응답 부하 예약 및 제어, 동적 가격 설정 등을 통해 최적의 전력 수요 대응에 활용한다. 교통과 수송 분야에서도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머신러닝을 응용하고 있기도 하다.

빅테크 엔지니어뿐 아니라 일자리 소멸이나 인간의 권리 침해를 문제 삼으며 인공지능 위험성을 경고하는 많은 전문가조차 인공지능의 생태적 위험성은 상대적으로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는 인공지능 규제를 선도해 온 유럽연합의 ‘인공지능법’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유럽조차 인공지능이 미칠 수 있는 생태적 위험을 규제하는 조항이 없을 정도다.

다만 최근에 인공지능 확장과 데이터센터 증설 투자가 치열해지면서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빅테크들이 자사의 탄소중립 계획이 틀어져 버리자, 내부에서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전 구글 CEO 에릭 슈미트가 다소 운명론적으로 “우리는 어차피 기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배출량 감축에 집중하기보다는 “인공지능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베팅하고 싶다”고 주장했던 사례가 그것이다.

중립적 관점, 생태에 미치는 영향 양면성 인정

빅테크 분야의 엔지니어나 경영자들과 달리 환경정책 분야나 학계의 경우 기술 낙관주의에서 한발 물러서 다소 중립적인 위치에서 인공지능이 기후와 생태에 미치는 영향의 양면성을 인정한다. 이들은 기후에 미치는 순기능을 살리고 위험성을 줄인다면 인공지능이 전체적으로는 기후 대응에 도움이 되리라고 기대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낙관성을 유지한다.

예를 들어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은 “AI가 엄청난 전기를 쓰면서 온실가스 배출을 늘리는 새로운 주범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다른 면에서는 AI가 기후 에너지 솔루션의 주역으로 등장하고 있다”며 양면성을 인정한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해법으로 ‘Green of AI’, 즉 AI에 필요한 에너지를 최대한 효율화·청정화하는 한편 ‘Green by AI’, 즉 AI를 통한 녹색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 과정이 총량적으로 인공지능 폭증에 따른 에너지와 물질 사용 총량 증가를 제어할 수 있는지는 제대로 따지지 않는다.

비슷하게 유럽정책센터(The European Policy Centre)의 2020년 보고서는 유럽이 “디지털화를 통해 환경 보호와 기후 행동을 강화하고 동시에 디지털 부문의 친환경성을 강화”하자고 제안한다. 인공지능이 기후에 미치는 부정적인 측면을 규제하면서 긍정적인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접근법은 그 자체로는 꽤 매력적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현실에서 직면할 난관들은 전혀 간단치 않다.

비판, ‘제본스 역설’ 피할 수 있나?

한편, 적지 않은 환경 활동가와 생태경제학자들은 인공지능 폭발이 기후와 생태에 점점 더 큰 위험 요인이 될 것이라고 심각하게 경고한다. 일차적으로 그 위험은 에너지의 과다 사용에서 온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에너지와 컴퓨터 자원수요를 급증시킨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일례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 알렉스 드 브리스(Alex de Vries) 교수의 계산에 따르면 현재의 구글 검색 기능을 완전히 인공지능 방식으로 구현하면 전력 수요가 10배 이상 증가한다.

물론 선진국과 중국 등 주요 경제권에서는 오늘날 데이터센터 비중을 전체 전력 소비량의 약 2~4% 내외 정도로 제한하고 있으며, AI 반도체 칩 에너지 효율성도 약 2년 반에서 3년마다 두 배로 빠르게 향상되기 때문에 충격이 의외로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글로벌 산술평균에 불과하다. 구체적으로는 지역과 국가에 따라 에너지 수요가 예상을 넘어 급증하면서 기존의 석탄과 가스 발전을 수명 연장하거나 심지어 원전과 SMR(소형모듈원자로)를 신설하려는 움직임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데이터센터가 몰려있는 미국 5개 주에서는 전체 전력공급의 10% 이상을 데이터센터에 투입하고 있으며, 유럽의 개방 국가 아일랜드에서는 현재 전체 전력 소비의 20% 이상을 데이터센터가 잡아먹고 있어 심각한 부담을 주고 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폭발로 인해 이처럼 에너지 부담이 늘어나는 측면과, 앞서 언급한 대로 인공지능이 기후위기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합산하면 순효과가 어떻게 나타날까?

독일 생태경제학자 스테펀 랑게(Steffen Lange)와 요한나 폴(Johanna Pohl) 등은 한편에서 디지털 기술을 신규 도입하여 이용하고 폐기하는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경제 전체가 성장하면서 간접적으로 에너지 수요도 증가한다고 보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인공지능이나 디지털 신규 도입이 에너지 이용을 최적화하여 사용량을 감소시키고, 아울러 새로 커지는 디지털산업이 기존 탄소 집약적 산업을 대체하면서 전체 에너지 수요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런데 상반되는 두 경향이 합쳐졌을 때 “두 가지 증가 효과가 다른 두 가지 감소 효과보다 우세하여 전반적으로 디지털화가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키고 있다고 최종 결론지었다.

비록 생성형 인공지능 등장 이전인 2020년 연구지만 효율 개선이 오히려 가격을 떨어뜨리고 수요를 팽창시켜 자원이나 에너지 사용량 감소 효과보다 총사용량이 늘어나는 효과가 우세해진다‘제본스 역설(Jevons Paradox)’은 디지털과 인공지능 분야에도 예외 없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생태적 유해성을 경고하는 이들은 바로 이 대목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데이터센터 수요·영향 정확히 파악해야

글로벌 빅테크의 생존을 건 경쟁을 넘어 국가 간 디지털 경쟁력 우위를 지키려는 치열한 싸움까지 확산하는 상황에서 어떤 명분으로도 당장은 인공지능 개발과 응용의 폭발을 꺾기는 쉽지 않다.

그 때문에 인공지능 지지자들은 인공지능이 기후 대응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수백 가지 이유를 들이대거나, 다른 산업에 비해 디지털 산업이 훨씬 저탄소 산업이라는 근거를 쏟아내거나, 심지어 에릭 슈미트처럼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다소 미루더라도 인공지능 경쟁력이 너무 중요하다는 이유를 열거하면서라도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데이터센터 팽창으로 가장 큰 몸살을 앓는 아일랜드의 환경기후 장관인 에이몬 라이언(Eamon Ryan)의 경고를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그는 지난 9월 17일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우리가 모두 직면한 기후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산업 분야는 없다”고 분명히 하면서 인공지능과 데이터센터 역시 “우리가 약속한 기후 한계 안에서(within climate limit) 작동해야” 한다고 분명하게 짚고 있다.

그렇다. 유력 기업의 수익성 전망이나 특정 국가의 산업 경쟁력에 사활이 걸린 인공지능이라고 하더라도 기후의 한계 안에서 작동해야 한다는 점을 절대 벗어날 수 없다.

특히 디지털산업 의존도가 높고 인공지능 기술 낙관주의가 팽배한 한국 사회에서 그저 ‘인공지능을 녹색화하고, 인공지능으로 녹색을 촉진’하자는 엉성한 논리로 문제를 회피하면 안 된다. 당장은 데이터센터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위한 에너지 증가와 온실가스 감축 영향을 투명하고 정확히 평가하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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