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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2012년 MBC 총파업 때 가장 먼저 해직당했던 박성호(MBC기자, 방송기자연합회장)가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소회를 전합니다.
2012년 MBC 총파업 당시 이진숙 후보(당시 홍보국장)의 노조 탄압에 관해 발언하는 모습.

1. 잘못된 프레임


지난주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사흘 중 첫날과 이튿날 참고인으로 다녀왔습니다. 다들 보셨겠지만 첫날은 이진숙 검증이 아닌 MBC 청문회처럼 흘러갔죠. 전 MBC사장인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이 후임 사장인 최승호 선배를 불러세워놓고 추궁하는 장면은 아찔했습니다.

김장겸 전 사장에 관해서는 서울고등법원이 ‘방송의 공정성·공익성 훼손, 보도 신뢰도 및 사회적 영향력 하락, 부당노동행위, 조직관리 및 운영 능력 상실 등의 이유로 해임이 타당하다”고 판시한 바 있고, 지난 2023년 10월 부당노동행위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습니다.

MBC사장 재임 시절 노조 탄압 부당노동행위로 2023년 10월 유죄가 확정된 김장겸(현 국민의힘 의원).

그런데 당사자와 국힘 의원들, 이진숙 후보자는 그가 정치 보복으로 잘린 것처럼 포장하고, 후임 사장인 최승호, 박성제 두 분을 불러세워 특정 노조(제3노조)를 탄압하지 않았냐는 프레임을 짜더군요. 이진숙 본부장 시절에 대한 탄압 증언을 ‘반사’라도 하듯 자신들도 탄압받고 있다는 논리를 펴기 위해 제3노조원들에게 발언 기회를 주던데, 이진숙 후보자 검증을 교묘히 피해가는 전략이었다고 봅니다.

2. ‘물타기’ 전략


그런데 그들의 ‘탄압’ 주장에 절규와 고함은 있었지만, ‘왜'(맥락)도 없고 ‘전사'(全史)도 없었습니다. 적어도 저와 동료들은 공정방송을 요구하다가 해고됐고, 공정방송을 요구하다 징계받았고, 공정방송을 요구하다 보도본부 밖으로 쫓겨났습니다.

그날 ‘탄압’을 호소한 제3노조 핵심들을 보면, 자신들이 MBC의 신뢰도가 추락하고 사회적 흉기가 됐던 김장겸 사장 시절,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을 맡았던 책임자들이었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정치, 경제, 사회 부서에 자신들이 하나도 없다고 주장하면서, 인사철 소원수리 때마다 그런 취재부서를 결코 희망하지 않았으며 현재 있는 부서의 잔류를 요청해 온 사실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김재철 사장 시절, 기자와 피디를 스케이트장, 신사옥 건설 현장, 드라마 세트장, 행사 입찰 영업으로 내몰았다가 법원에서 ‘부당 전보’라고 판결한 사실은 외면한 채 보도본부 내 자신의 처지를 두고 “이렇게 모욕적인 업무 배치는 없었다”고 주장하더군요.

더 가관인 것은 국민의힘 의원들이었습니다. ‘어쩌다 MBC가 이렇게 둘로 나뉘었냐’ ‘서로 이렇게 엇갈린 증언을 하는 걸 보니 씁쓸하고 답답하다’면서 걱정해 주는 듯하면서도 양측 상황을 ’50대 50’의 같은 무게로 대했죠. 전형적인 물타기였습니다.

그런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의원들과 제3노조의 ‘공조’를 뒤에서 지켜보는 내내 ‘대체 이게 이진숙 후보자 검증과 무슨 상관인가?’하는 말을 여러 번 되뇌였습니다.

이훈기(더불어민주당 의원)가 정리한 이진숙 후보자의 언론인 탄압 행태.
이용마 기자. 1969-2019. 향년 50세. 2012년 MBC 파업 당시 노조 홍보국장으로 파업을 적극 주도했다. 김재철이 첫 번째로 해고한 언론인.

3. 이진숙의 ‘뇌 구조’


기억을 못 하는 걸까… 아니 기억하고 싶은 대로 기억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2012년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던 MBC 파업을 앞장서 공격했던 이진숙 후보자의 ‘뇌 구조’는 그래 보였습니다.

민주당 김우영 의원이 “2012년 MBC 파업은 합법 파업이었죠?”라고 물었을 때도, 민주당 이훈기 의원이 “이 사건 파업의 목적은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대법원판결을 읽었을 때도 이진숙 후보자는 같은 답변을 반복했습니다.

“공정 방송을 요구하는 근거라는 게 MBC 카메라 기자가 한미 FTA 반대 시위 현장에서 쫓겨났기 때문이고, 그것이 발단이 되어 기자들의 제작 거부와 파업으로 이어졌다”며 마치 사소한 해프닝에서 일이 엉뚱하게 커졌다는 식의 동문서답을 내놨습니다.

노종면 의원이 제기한 대전MBC 퇴임일의 법카 결제 ‘빵값 97만 원’이 화제였지만, 이진숙 후보자는 무엇보다 언론인을 탄압한 장본인이다.

제작 거부를 주도했던 저로서는 즉시 반박 가능했지만 답변 기회는 오지 않더군요.

MBC 2012년 1월 제작을 거부하면서 밝힌 불공정 보도 사례는 차고 넘쳤습니다. 2011년 4월 재보궐 선거 편파를 시작으로 장관 인사청문회의 검증 보도 외면, 서울시장 선거 불공정 보도, MB의 내곡동 사저 의혹 축소, 한미 FTA 반대 집회 삭제, 김문수 지사의 119 전화 논란 불방 등등. 기사 가치 판단의 차이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일관성 있는 편향 보도가 계속됐습니다(아래 사진 참조)

당시 불공정 보도로 원성이 자자했던 정치부장은 김장겸 현 국민의힘 의원이고, 사회부장은 얼마 전 총선에 출마했던 박용찬 국민의힘 후보입니다. 보도를 지휘한 이들의 정치적 종착역이 국민의힘인 걸 보면, 제작 거부와 파업에 참여한 기자들더러 ‘정치적’이란 딱지를 붙인 건 난센스겠죠.

야당 의원들이 MBC 파업의 정당성을 재차 물었던 이유는, 지금이라도 합법 파업을 불법이라고 몰아붙인 데 대한 반성은 하는지, 후배들을 대량 해고한 데 사과할 용의가 있는지 검증하려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진숙 후보자는 오로지 “MBC 제3노조는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치켜세웠고, 증언하다가 퇴장까지 당했던 제3노조 인사는 “이런 부분을 해소하고 싶다는 분이 나타나서 너무 반갑다”고 화답했습니다.

4. 100% 확신 있어야 보도?


이진숙 후보자는 소위 ‘바이든-날리면'(이라고 적고 저는 ‘이 새끼 쪽팔려’라고 읽습니다) 보도를 또 공격하면서 “100% 확신이 없다면, 기자라면 보도 말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진숙 후보자에게 묻고 싶었습니다.

  • 100% 확신이란 건 어떻게 확신할 수 있습니까?
  • 100% 확신을 가졌다고 단정 가능한 사실은 얼마나 존재할까요?
  • 그날 대통령의 비속어 파문을 보도하지 않은 언론사가 존재합니까?
  • 이를 보도한 내외신 모두 저널리즘 규범을 어겼다고 봅니까?
  • 저널리즘 규범 어디에 100% 확신을 갖는 경우에만 기사를 쓰라고 돼 있습니까?
  •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잣대로 언론을 평가하는 건 위험하지 않습니까?

윤 대통령의 ‘상스러운 발언’ 파문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아니지만 서울고등법원은 2011년 언론이 취재원의 모든 진술을 100% 검증할 수는 없다는 현실을 감안한 바 있습니다

“언론사에는 사실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보도할 의무가 있으나, 인터뷰 기사를 작성하면서 그 내용의 진위 여부를 전부 일일이 검증해야 한다면 취재 대상자의 진술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취득·전달하려는 인터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게 만들어 언론기관의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하는 결과를 가져올 위험성이 있다”

고등법원(2011)

그래서 언론은 당연히 정확하게 보도해야 하지만 100% 정확한 것만 요구했다가는 언론의 문제 제기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전문가 우려가 있다는 점도 그에게 알려주고 싶네요. 모르면 좀 배우라고요.

“언론의 진실보도 의무를 강조하게 되면, 언론으로서는 진실하지 않을 수도 있는 사항에 대한 보도를 주저하게 될 것이고 위축 효과가 발생하여 의혹 보도를 자제하기 마련이다. 진실 보도 의무와 언론의 자유는 필연적으로 서로 충돌하는 관계일 수밖에 없다.”

양재규 변호사, 2024년 4월 26일 언론법학회 발표
위쪽 시계 방향으로 “2014년 당시 기념촬영을 한 안광한 체제 부역자들”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 표현). 나머지 세 장의 사진은 2017년 파업 이후 첫 정상화 모임(11월 21일) ‘굴욕의 역사를 가리고 세월호를 기억한다’는 취지의 행사 모습 갈무리.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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