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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의 제네바 인터뷰] 이상헌(ILO 고용정책국장)이 말하는 노동과 인간. 오늘 주제는 프랜차이즈. (10분)

인트로: 돈은 위로 흐르고 피는 아래로 흐른다

5인 미만 사업장, 돈 없고 힘없어 많이 다치고 많이 죽는다


지난 제네바 인터뷰에서는 5인 미만 사업장 문제를 다뤘다. 가장 많이 다치고, 가장 많이 죽는다(2023 통계청). 강약약강. 힘이 없으니까. 돈은 위로 흐르고 피는 아래로 흐른다.

그렇게 가장 많이 다치고 죽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를 법은 ‘더’ 보호하지는 못할망정 ‘덜’ 보호한다. 우선 아래 근로기준법 주요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

  • 부당해고 및 부당해고 구제신청
  • 근로 시간
  • 근로 시간 중 주 12시간 연장 한도
  • 연장 휴일 야간 가산 수당 적용
  • 연차 휴가

중대재해처벌법에 비하면 근로기준법은 약과다. 왜냐하면 5인 미만 사업장은 중대재해법 적용이 아예 배제되기 때문이다. OECD는 물론이고, 우리가 이런 제도를 벤치마킹한 일본마저도 이렇게 노동자를 ‘사업장 규모’로 차별하지는 않는다.

5인 미만 노동의 특수 문제 ‘프랜차이즈’


그런데 5인 미만 사업장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이제 청계천이나 왕십리 문정동 길가에 줄지어 있던 소규모 공업소가 아니다. 이제 5인 미만 사업장이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건 빵집, 카페, 음식점, 치킨집 등 프랜차이즈다. 그런데 이런 프랜차이즈 문제는 기존 노동법 체계에 편입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와도 상관없는 ‘완전히 또 다른’ 문제라고 이상헌 박사는 지적한다. 프랜차이즈 문제를 5인 미만 사업장 문제와는 별개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 통상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이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와 직결된 문제다.
  • 하지만 프랜차이즈는 노동법이나 중대해제처벌법 편입 여부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기존 법률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플랫폼 노동’은 또 다른 문제로 추후 다룰 예정.)

이상헌 박사에게 한국 프랜차이즈 문제는 무엇이고, 그 해법은 무엇인지 물었다.

이상헌의 ‘제네바 인터뷰’ [ep. 24]

프랜차이즈, 을들의 전쟁

질문, 정리: 민노

알림 및 안내


– 이 글은 스위스 시각 기준 2024년 6월 23일 오전에 진행한 인터뷰입니다.
– 독자의 가독성을 위해 질문은 맥락화하거나 소제목으로 표시하고, 이상헌 박사의 답변을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편집자)

소비자 이슈가 된 프랜차이즈

최저임금 & 프랜차이즈


최저임금 문제는 각자 레파토리가 있다. 노동자는 물가 인상분, 경제 성장, 임금 불평등 문제를 거론한다. 경총 같은 경제단체는 중소기업이 어렵다, 더는 국내 노동자를 쓸 수 없다, 이런 상황이면 외국인 노동자를 쓸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최저임금은 예전에는 주로 제조업 문제였다. 일반 소비자에게는 큰 이슈가 아니었다. 그러다가 소비자 이슈로 급부상했는데 프랜차이즈 때문이다.

  1. 소비자 이슈: 빵집과 커피전문점, 편의점 등은 이제 일상이다. 평범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재량 범위에 있는 소비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아주 크다. 그렇게 최저임금 문제가 프랜차이즈를 매개로 소비자에게 더 가까운 이슈가 됐다.
  2. 프랜차이즈 점주 입장: 최저임금 때문에 더는 견디기 어려워서 직원을 감원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이 프랜차이즈 점주에게는 ‘일자리 파괴’의 논리와 연결될 수 있다.

프랜차이즈와 관련해서는 소비자 이슈이면서 동시에 점주의 경영 문제 그리고 일자리 파괴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논의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

게티이미지에 문자 합성.

바게닝 파워: 소비자의 선택권


소비자 측면에서 현재 프랜차이즈는 한국의 주요 소비시장을 독과점화했을 가능성이 높다. 가령 커피숍을 보자. 예전에는 프랜차이즈가 아닌 커피숍이 많았다. 지금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프랜차이즈의 조직화 집중화는 소비자 선택이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 소비자 선택에 따른 바게닝 파워가 축소한다. 처음에는 프랜차이즈의 프로모션이나 경쟁으로 소비자 선택권이 있는 것 같지만, 독과점이 진행할수록 점차로 그 균형추, 즉 시장을 컨트롤할 힘이 기업에 넘어간다. 특히 한국에서는 그 권한이 상당히 기업에 넘어갔다고 보인다.

비싼 빵값과 SPC 독과점


당연히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본다. 물가 높기로 유명한 스위스의 빵 가격보다 비싼 것 같다. 와이프에게 물어보면 잘 알 텐데. (웃음) 기업으로서는 시장을 독점하면 지대 추구 욕구가 커질 수밖에 없다. 그 기업에 수많은 점주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구조다.

관리를 체계화하고 획일화했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그런 시스템으로 가격이 올라가면, 점주들도 가격 여유가 생겨야 하는데, 가령 2000원 빵이 3000원이 되면 그 여유분만큼 선택권을 가지고 직원 임금을 높인다든지, 그런 선택 폭(여유)이 생겨야 하는데, 한국 프랜차이즈 문제점이 뭐냐면, 그렇게 제품 가격 상승을 통한 ‘가격의 숨통’이 트이면, 점주들에게 그 여유가 생기는 게 아니다. 본사가 그 여유분을 싹 다 가져간다.

이건 대기업과 하청업체(중소기업)의 관계와도 유사한 면이 있다. 가령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이 기술 혁신생산단가를 낮췄다고 치자. 100만 원짜리를 단가를 80만 원으로 납품할 수 있으면 생산성 향상 폭인 20만 원만큼을 중소기업이 가져가야 정상이다. 왜냐하면 대기업은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 게 없으니까. 중소기업이 기술 혁신이나 경영 개선을 통해 가져온 성과니까.

그런데 그렇게 ‘노동자와 나눌 수 있는 숨통'(여유)를 트일 수 있어야 정상인데, 대기업이 그걸 귀신같이 알고 납품 단가를 후려친다. 그런 후려치기로 20만 원을 다 가져가 버린다. 그런 관계가 프랜차이즈 본사-가맹점의 관계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프랜차이즈의 다른 점: 혁신의 요소가 없다


그런데 제조업의 사례를 예시했지만, 소비 시장은 완전히 다른 측면이 있다. 제조업계 중소기업은 새로운 기술, 새로운 방식이나 신기계, 특허 등으로 생산성을 향상할 요소가 있지만, 프렌차이즈는 그런 혁신이나 생산성 향상의 요소가 거의 없다.

본사에 의해 가맹점은 완벽하게 수직적으로 통제된 상태다. 그래서 점장이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래서 그런 생산성 향상의 몫은 본사에 있고, 그렇게 혁신을 통한 선택권이나 여유도 본사가 쥔다.

을들의 전쟁

점주에겐 공포, 소비자에겐 일상


이런 문제들이 다 결합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가령 임금 인상 요인이 생기면 점주든 소비자든 피부에 와닿는 문제가 된다. 특히 점주에게는 정말 두려운 문제가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최저임금이 오르면 ‘빵값 오르겠네, 커피값이 오르겠네’ 하면서 걱정한다. 그야말로 피부에 와 닿는 문제다. 그래서 정부는 지금까지 쌀값을 통제해 왔다. 하지만 지금은 빵값, 커피값이 쌀값보다 더 중요한 시대 아닌가.

프랜차이즈 문제의 구조화… 한 10년은 된 것 같다


체감하기로는 10년 전 정도부터 편의점, 빵집, 커피전문점, 치킨… 그렇게 프랜차이즈가 모든 소비 분야에 확대하고, 웬만한 소비자의 재량적 지출이 있는 분야에서는 프랜차이즈가 전면적으로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틈새시장으로 동네에 카페 만들고 그런 이야기도 종종 하지만, 역설적으로 동네에서 개성 있는 가게를 오픈하는 건 그야말로 ‘틈새’여서 이미 큰 골격이나 구조는 정해져 있다. 틈새 20~30%가 대세를 바꿀 수는 없다. 그런 틈새가 우리가 말하는 프랜차이즈의 대안은 아닌 셈이다.

허영인 SPC 회장 구속 문제? 별개 문제다


허영인 회장 구속은 프랜차이즈 문제와는 직접 관련이 없는 별개 문제다. SPC는 일반적인 대기업처럼 반노조 성격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대기업 일반의 부당노동행위 문제로 프랜차이즈와는 직접 관련이 없다. 그러니까 허영인 회장 구속으로 프랜차이즈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해선 안 된다.

즉, 허영인 회장 구속 문제는 SPC 노조와 관련한 문제라서 개별 점주나 프랜차이즈 문제와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 헷갈릴 수 있는데 구별해야 한다. SPC는 대기업이고, 노조원들도 본사 직원이라서 5인 미만 사업장 문제와는 전혀 관계없는 문제다.

이직/퇴출 ‘옵션’… 변화를 어렵게 한다


프랜차이즈는 특히 불안정한 고용 형태가 많다. 알바도 많고, 뜨내기 노동도 많다. 노동 이동성이 높아서 더 해결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 직장에서 5년, 10년 일한다면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하겠지만, 일하는 사람도 고용하는 사람도 ‘이직’이나 ‘퇴출’이라는 옵션(?)이 있다. 그런 이직/퇴출 옵션이 있어서 더 변화의 목소리가 나오기 어렵고, 변화가 없다.

불매운동도 쉽지 않다


소비자 불매운동도 쉽지 않다. 프랜차이즈 소비시장은 수많은 소비자의 일상에 ‘물려 있다’. 일주일은 할 수 있지만 한 달 두 달 그 이상으로 지속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래서 기업 입장에서도 한 달만 버텨보자고 나올 수 있고. 더욱이 해당 시장을 장악하면, 소비자 반발이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해서, 더 공격적인 정책을 구사할 가능성도 크다.

점주와 소비자를 묶을 수 있는 정책 담론이 필요하다


항상 서로 화가 나 있다. 점주는 한번 단체활동했다가 된통 당했다. 상황이 어렵다(프랜차이즈 본사, 집단분쟁 74% 대화 조정 거부). 소비자도 화가 나긴 마찬가지다. 소비자와 점주를 함께 묶을 수 있는 정치적 담론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점주와 소비자를 서로 싸우게 하는 담론 구조다. 돌파구가 필요하다.

너무 안타까운 일이지만, 사회적인 비극이나 갈등이 그 갈등과 비극의 씨앗이 되는 제도를 개선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기억이 명확하진 않지만, 7~8년쯤 전 발전적 논의를 할 기회가 있었다. 강남역 살인사건(2016.05)쯤으로 기억한다. 미스터피자의 ‘치즈 통행세’ 등을 비롯해 프랜차이즈 문제가 사회적인 의제로 떠올랐다. 아르바이트 직원 월급을 떼어먹고, 보복 폭력을 일삼고, 그런 일련의 사건들이 이어졌었다. 하지만 논란에도 그해 프랜차이즈 매출은 오히려 큰 폭으로 증가했다.

그때뿐이겠나. 프랜차이즈 갑질은 끊임 없이 터져나온다. 그런 갈등이 표면에 표출되었을 때를 기회로 삼고 제도를 개선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미스터피자 ‘치즈 통행세 사건. 2014년~2016년 동안 동생이 운영하는 장안유업이라는 중간 유통업체로부터 치즈를 공급받은 것처럼 서류를 꾸며 약 9억 원의 통행세(중간 유통 마진)을 창업주 정우현과 친동생이 나눠 가졌다. 2022년 10월 대법원은 배임 혐의만 유죄로 본 원심을 파기하고 ‘치즈 통행세’에 관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도 인정된다면서 사건을 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하지만 2023년 4월 파기환송심에서도 (대기업 ‘오너’에게 자주 선고되는 징역형+선고유예를 역시나 선고받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으로 구속을 피했다.

미국에서도 빅 이슈

미, 정권 따라 바뀌는 두 가지


지난 인터뷰에서 프랜차이즈 문제는 미국에서도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맥도널드 문제’라고 최저임금 등을 포함해 매우 중요한 의제다. 미국 노동부에서 아주 관심 있게 지켜보는 사안이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뀌는 노동 정책이 두 가지 있는데, 첫 번째가 산업안전에 관한 법률과 담당자. 두 번째가 근로 조건이다. 이게 특히 프랜차이즈 문제와 직결된 문제다.

미국은 프랜차이즈 문제를 노동문제로 보면서도 동시에 특유의 불공정 문제로 본다. 지금 바이든 정부에서도 프랜차이즈 문제는 큰 이슈다. 이 문제는 대기업의 시장 독점 문제와도 관련이 깊다.

유럽은 프랜차이즈가 늘긴 했지만, 미국처럼 심하진 않고, 프랜차이즈에 관해서도 기본적으로 노동법이 일률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비교적 덜 심각한 문제다. 유럽은 프랜차이즈 문제보다는 플랫폼 노동 이슈가 심각하다(이 문제는 추후 별도로 논의할 예정. 편집자).

한국은 미국에 가깝다. 미국은 그래도 액션을 많이 취하려는 편인데 한국은 너무 신경을 너무 안 쓴다.

프랜차이즈 고도화: 한국 > 미국 (추정)


프랜차이즈 산업의 고도화라는 관점으로 보면 한국이 오히려 미국보다 더 고도화한 것 같다. 좀 더 구체적으로 따져봐야겠지만, 직관적으로 보면, 한국 소비자가 일상에서 ‘재량적으로 지출하는 소비 영역’을 생각하면 상당 부분이 프랜차이즈와 연결돼 있다. 프랜차이즈가 중간이나 중하위 소비자의 소비에 관한 지배력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도, 그리고 미국과 비교해서도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기업을 나온 사람들이 도전할 수 있는 영역이 결국은 프랜차이즈(치킨집)인 상황에서 본사의 점주에 관한 지배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걸 하면 된다고 하지만, 시장이 이렇게 구조화된 상태에서는 다른 걸 할 여지가 거의 없다.

미국의 정책적 해법


오바마 때 표준 계약을 많이 바꿨다. 표준 계약 내 프랜차이즈와 관련 조항을 개선하고 편입하는 방향으로 접근했다. 그걸 담당했던 분이 친구라서 이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결국 공화당이 너무 강하게 반대해서 두 번째 임기를 앞두고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데이비드 와일(David Weil)이라는 분인데, 한국어로도 책이 번역됐고, 한국에도 한번 왔었다.

데이비드 와일 입장에서는 프랜차이즈가 다른 게 아니다. 점주라는 매개를 통해 위험은 밑으로 내려보내고, 이익은 위로 올려보내는 방식이 프랜차이즈다. 그걸 막으려면 그 중간을 끊어버리면 된다. 이 책의 원제(The Fissured Workplace)가 그런 의미를 내포한다.

본사(위)가 가격을 결정하고, 원가를 결정하며, 품질도 다 정한다. 그런데 임금이나 안전과 같은 위험은 밑에서 담당하게 하는 구조가 프랜차이즈다. 그렇게 이익과 위험을 인위적으로 분리한 구조가 프랜차이즈고, 그 위험을 점주가 떠안는 구조가 프랜차이즈라서 정책적으로 그 불공정한 구조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게 와일의 입장이다. 즉, 임금이나 노동 안전 문제 책임을 본사가 지도록 하는 게 데이비드 와일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해법: 을들의 전쟁을 넘어서

해법은 어쩌면 가까운 곳에? 본사를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이 문제의 긍정적(?) 측면은 해법을 어쩌면 쉽게 찾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점주와 소비자가 움직여서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 모든 키를 본사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법도 간단하다. 본사를 움직이게 해야 한다. 그 방식은 근로기준법이라기보다는 공정거래법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된 규제가 가해지면, 점주도 소비자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 그렇게 숨통을 트게 하지 않으면, 경제 정책으로 그 숨통을 만들지 못하면 프랜차이즈의 노동 환경 개선은 항상 을(점주)과 을(노동자 혹은 소비자)의 문제, 해결 불가능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구조적으로 바라보면, 우월한 위치에 있는 기업이나 여유가 있는 소비자는 신경 쓰지 않는 기득권 입장이라 굉장히 이 구조가 편리하다. 그렇게 구조상 답이 없는 문제라서 최저임금위원회에선 계속 싸우고, 논의가 공회전한다. 즉 이 문제 구조도 그 해법도 전통적인 노동 문제가 아니라는 특징을 가진다.

‘미스터피자’ 정우현(창업주)이 낸 책. 명백한 갑질과 수십억 원 규모의 배임, 경비원 폭행 등에도 불구하고 ‘집행유예’로 교도소행은 피했다. 대기업 오너의 갑질에는 관대한 대한민국. “국내외 400여 가족점 사장을 비롯한” 강조 표시는 편집자.

정치도 관료도 언론도 위만 쳐다본다


한국 정치와 저널리즘에 아쉬운 건… 개인과 개인의 갈등으로 표출되는 문제도 따지고 들어가면 제도의 모순에 근거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 뿌리를 외면한다.

정치를 다루는 언론도 정치인 개개인의 권력 역학과 신상에만 관심을 쏟는다. 정치적 논의의 70~80%가 유력한 정치인의 개인적인 신상에 관한 문제에 집중돼 있다. 정작 국민의 삶에 직결된 제도와 정책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이게 별로 폼이 안 나는 정책이다. ‘몇 퍼센트 성장했다’ 이런 게 정책 담당자에게는 폼이 나는데, 프랜차이즈는 좀 폼이 안 난다. 이해당사자가 많아서 욕도 많이 먹을 거고. 지저분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나 점주, 노동자 입장에서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이 문제가 안 풀리면 최저임금 등도 연계돼서 꼬일 가능성이 크다.

공정위도 경제관련 부처도 프랜차이즈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점주가 임금 문제, 근로조건 문제에 관해 인센티브를 가질 수 있도록 제도적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전향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최저임금 10%, 5% 인상할 때 가령 카드수수료를 낮춘다든지, 세금과 관련해 세재혜택을 준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접근해 볼 수도 있다.

타이밍? 계기!


이미 타이밍은 한참 놓쳤다. 단선적인 접근은 효과가 없을 거고, 경제 정책과 노동권 정책이 서로 결합해서 유기적으로 이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독점 시장은 어떤 방식으로든 파열음이 생길 수 있다. 특히 미국 시장의 예를 보면 한 독점이 다른 독점으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그 틈을 포착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식일 것으로 본다. 이 문제를 한 번에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해법은 없다. 독과점 문제라는 큰 틀에서 계속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

을들의 전쟁을 넘어서


프랜차이즈는 난도가 아주 높은 문제다. 특히 ‘을들의 전쟁’이라는 구조가 가장 큰 문제다. 너희들끼리 싸워라, 우린 빠진다. 그렇게 진짜 책임 있는 갑(본사)은 쏙 빠진다. 진짜 프레이어(갑, 본사)를 데려와야 하고 그게 정치권력의 힘인데, 그럴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갑들에게 편리하게 구조화한 ‘을들의 전쟁터’이긴 하지만, 독과점의 헤게모니 교체기에 갑들끼리 싸움이 나고, 그 파열로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 진짜 해법을 찾을 수 있는 기회… 그러려면 계속 떠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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