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레터 2024년 2월 27일(화).
“이재명은 사퇴해야 한다.”
- “그는 경기도지사에서 당내 대선 경선 참여자로, 대선 후보자로, 대선 패배자로, 당대표로 자신의 지위가 변할 때마다 다른 사람이 되었다. 특히 자기 정체성이었던 기본소득을 포기한 뒤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선거제를 약속하고, 그걸 뒤집고, 뒤집은 걸 다시 뒤집었다.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하고는 포기를 포기했다가 이런 변심을 지지하지 않은 동료 의원을 공천 과정에서 보복했다. 전당대회 연설에서 ‘당대표 경쟁 후보가 공천을 걱정하지 않는 당’을 만들겠다고 다짐하고는 ‘공천 때 복수하는 당’으로 만들었다. (중략) 그의 역량은 실망스럽다. 해당 행위자는 친명이라는 이유로 끌어안고, 득표력 있는 당 자산은 비명이라는 이유로 내버렸다.”
- 이대근(우석대 교수)의 경향신문 칼럼이다. 외부 필진이지만 이대근은 경향신문 편집국장 출신이다. 요 며칠 경향신문과 한겨레 지면에서 끓어오르는 불만을 압축적으로 정리했다.
- 이대근은 이재명(민주당 대표)의 목표가 총선 승리가 아니라 잠재적 당권‧대권 주자를 제거하고 8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다시 선출되는 것이라고 본다. 이재명의 이익과 민주당의 이익이 충돌한다면 둘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이대근 칼럼이 시작일 수도 있다.
고민정의 불만, 파국으로 가는 민주당.
- 이재명에게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최고위원 회의를 보이콧하면서 “더는 지도부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무 거부라는 극단적인 대립이다. 경향신문이 1면 머리기사로 “파국 치닫는 민주당 공천 갈등”이라는 기사를 끌어올렸다.
- 고민정(민주당 최고위원)은 대표적인 친문 의원이다. YTN 라디오에 출연해서 “빨리 뇌관이 되는 부분들은 풀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논의조차 전혀 안 하고 거부하는 상황”이라며 이재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중성동갑에 출마한 임종석(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두고 “공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까지 왔다”고 말했다.
- 경향신문은 “이재명이 가장 큰 리스크”라는 익명의 민주당 의원의 말을 인용했다. “총선 승리에 대한 전혀 근거 없는 낙관적인 기대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는 말도 돈다.
- 유승찬(정치평론가)이 이런 말을 했다. “최소한의 공정성을 위한 가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 중인) 노웅래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려면 이재명도 스스로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하지 않나.”
“160석도 가능”, 김칫국 마시는 국민의힘.
- 경기 안산상록갑에 공천받은 장성민(전 대통령실 기획관)의 말이다.
- 한동훈이 “우리의 조용한 공천은 보이지 않지만 많은 분의 감동적 희생과 헌신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 민주당에서는 “한강벨트는 물론이고 서울 강북지역까지 어렵다”는 말이 돈다. “수도권 전반으로 위기감이 퍼지는 모양새”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공천도 결국 친윤 대부분 생환.
- 조선일보에서 터져 나온 불만이다. 친윤계와 용산 고위직 출신은 대부분 공천받았다. “혁신위 때부터 ‘희생’ 요란하더니” “친윤과 중진의 희생은 사실상 전무하다”는 평가다.
- 윤핵관이라고 불렸던 장제원(국민의힘 의원)이 불출마하긴 했지만 권성동과 윤한홍, 이철규 등 ‘찐윤’은 모두 공천을 확정했다.
쟁점과 현안.
임종석 공천하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 임종석(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공천이 뜨거운 화두인 건 임혁백(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이 문재인 정부 책임론을 이야기했는데 여기에 이재명의 의중이 깔린 것 아니냐는 관측 때문이다.
- 한겨레가 “이해찬(민주당 상임고문)이 임종석 공천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보도한 것도 눈길을 끈다. 만약 이재명이 이해찬의 조언을 거절한다면 친문 진영과 갈등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게 최병천(신성장경제연구소장)의 분석이다.
한동훈의 위성정당 유세, 불법은 아니라고?
- 국민의미래는 국민의힘이 만든 위성정당이다. 한동훈(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후보자가 아니라 국민의미래 선거운동을 하더라도 제약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제가 불출마한 이유 중에서 국민의미래를 앞장서서 선거 운동과 승리의 길에 함께하겠다는 이유도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 경향신문은 “3개월 전까지 법치를 주관하던 법무부 장관이 공직선거법 입법 취지를 몰각했다”고 지적했다. 김형철(성공회대 교수)은 “책임 정당정치를 희화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국신당 안 되지만 조국시민행동은 된다.
- 선관위가 안철수신당도 안 된다고 한 적 있다. 사람 이름을 당명에 쓸 수는 없다. 친박연대는 허용됐다.
- 정치인 조국(曺國)이 아니라 할아버지의 나라 조국(祖國)이라는 의미라면 된다. 조국민주개혁이나 조국민주행동 같은 이름은 쓸 수 있다.
- 조국(전 법무부 장관)은 비례대표로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판결 때문에 국회의원을 하루만 하게 될지, 1년을 하게 될지, 파기환송 절차를 거쳐서 3년을 하게 될지 나도 모른다”면서 “만약에 국회의원직을 중간에 그만두게 되면 나의 동지들이 대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례 승계를 염두에 둔 말이다.
윤석열 지지율 반등은 왜?
- 리얼미터 조사에서 41.9%를 찍었다. 8개월 만에 40%를 넘어섰다. 그린벨트 규제 완화와 의대 정원 확대 등 효과라는 분석이다.
- 정당 지지도도 국민의힘이 43.5%, 민주당은 39.5%로 격차가 벌어졌다.
더 깊게 읽기.
의사들 29일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3개월 면허 정지.
- 윤석열 정부의 문제 해결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며칠이 될 것이다. 사직서를 낸 전공의가 1만 명에 육박한다. 80% 규모다.
- 전공의들은 증원 반대가 97%인데 의대 교수들은 65%로 격차가 크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성명을 냈다. “전공의들을 돌리기 위한 대책은 협박이나 강제가 아니라 설득”이라는 호소다.
-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두 가지를 제안했다. 첫째, 의사들의 현장 복귀와 함께 심도 있는 의정협의체를 운영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둘째, 의사 수를 늘려도 필수‧지역 의료로 안 간다는 의료계 의견을 수렴해서 실효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군사 보호구역도 무더기로 해제.
- 정부가 하루가 멀다하고 총선용 ‘떡밥’을 쏟아내고 있다.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 등 여의도 면적의 117배에 이르는 군사시설 보호구역을 해제하기로 했다.
- 중앙일보는 “성남 비행장 인근은 금싸라기 땅이어서 개발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 총선 포퓰리즘 아니냐는 비판도 많다. 대통령실은 “국민 권익 증진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다르게 읽기.
밸류업 프로그램 뚜껑 열어보니.
- 알맹이가 빠졌다는 비판이 많다. 주식 시장 반응도 냉담하다. 밸류업 수혜주라던 은행과 보험, 카드, 자동차 업종 주식들이 일제히 떨어졌다.
- 크게 네 가지다. 첫째, 기업 가치를 끌어올릴 계획을 공시하도록 하겠다. 둘째, 주주 환원을 잘 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겠다. (세제 혜택 등 구체적인 내용은 나중에 공개하겠다고 했다.) 셋째, 주주 환원을 잘 하는 기업들을 모아 지수를 만들겠다. 넷째, 연기금 등의 스튜어드십 코드(행동 지침)도 개정하겠다.
- 언론마다 미묘하게 포인트가 다르다. 보수 성향 언론은 좀 더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진보 성향 언론은 지배구조 개선이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 연합뉴스는 “대증 요법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 한겨레는 사설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언급은 아예 빠져 있어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자사주를 소각하거나 배당을 늘린 기업에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 동아일보는 “총선을 앞두고 증시를 끌어올리기 위한 단기부양책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대종(세종대 교수)은 “지금과 같이 법인세와 상속세 부담이 크다면 강소기업이 탄생하거나 유지되지 어렵다”고 주장했다.
- 조선일보도 사설에서 “공매도 금지 등 진통제를 내놓는 데는 발 빠르던 정부가 구조적 처방은 미적댄다”면서 “이래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리 없다”고 차가운 비판을 쏟아냈다. 비판의 강도는 진보나 보수나 다르지 않지만 조선일보는 “법인세 감면 등의 세제 지원이 없다”는 것이라 방향이 다르다.
- 중앙일보는 “행동주의 펀드가 과도한 주주 환원을 요구하며 성장 동력을 훼손하고 먹튀하는 것을 막을 보호책도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사회가 무능한 CEO 쫓아낼 수 있어야 한다.
- 조명현(고려대 교수)은 이사회의 역할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 첫째, 견제와 균형이다. 둘째, 집단지성 효과를 만드는 것이다. 셋째, 외부 시각으로 회사를 봐야 한다.
- 흔히 오너 지분이 늘어나면서 기업 가치가 오르지 않는 건 CEO가 이사회와 함께 참호를 구축(entrenchment)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CEO에 포획되지 않는 사외이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외이사의 임기를 3년 단임으로 제한하면 연임 눈치를 보지 않고 할 말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제안도 나온다.
- 미국 기업들은 사외이사 비율이 85%인데 한국은 51%인 것도 흥미로운 포인트다. 한국은 기업 경험이 거의 없는 관료와 법률가, 교수 등 명망가들이 대부분이라 사외이사를 늘리는 게 의미가 없다. 아직 기업들이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이야기다.
- 한국에서 사외이사는 기업의 필요가 아니라 법 때문에 두는 귀찮은 존재이고 비용이라 생각하는 회사가 아직도 많다. “사외이사는 외부 시각으로 기업을 도와주는 사람이다’란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해법과 대안.
‘죽음의 단풍’ 소나무재선충병, 막을 방법이 없다.
- “방제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말이 나온다. 2007년과 2017년에 이어 7년 만인데 올해는 더 심각하다. 일본처럼 소나무가 절멸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 감염된 소나무는 87만 그루, 지난해 107만 그루보다는 적지만 예산과 인력이 크게 줄어들어 방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상태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2017년 596억 원이던 예산이 2022년 109억 원까지 줄었다. 재선충에 감염된 나무는 2020년 30만8000그루에서 지난해 107만 그루로 세 배 이상 늘었다.
- 감염을 차단하려면 감염목 발생지 외곽의 선단지부터 방제하는 게 맞다. 그런데 공무원들은 이미 새빨갛게 말라죽은 곳에 방제를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방제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쓰레기 버려드려요.”
- 외국인 관광객들이 돌아온 서울 명동. 한동안 쓰레기 무단 투기로 난장판이 됐는데 서울 중구청과 상인들이 협의해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곳곳에 배치했다.
- 탕후루를 들고 다니면서 먹다가 붕어빵 가게에 놓인 쓰레기통에 버려도 된다. 한국어와 중국어, 영어, 일본어로 안내판도 곳곳에 붙었다.
중학교 품은 초등학교.
- 일본 도쿄의 히노학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통합해 9년 과정으로 운영한다. 2001년 초등학교 입학생이 8명까지 줄어 폐교 위기에 놓이면서 찾은 해법이다.
- 단순히 같은 건물을 쓰는 게 아니라 9년 동안 일관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를테면 4학년까지 즐기는 영어를, 5학년부터는 사용할 수 있는 영어로 가르친다. 9학년 학생이 1학년 학생과 놀아주는 형제 학년 프로그램이나 5학년 학생에게 공부를 가르쳐주는 썸머 스쿨도 인기다. 2022년 기준으로 전교생이 958명으로 늘었다.
- 한국은 초등 교원이 중학생을 가르칠 수 없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오늘의 TMI.
“차은우보다 이재명”, 안귀령의 ‘취향’에 뒷말.
- YTN 앵커 출신의 안귀령(민주당 부대변인)이 서울 도봉갑에 전략 공천을 받았다. 고 김근태(전 민주당 의원) 지역구였고 인재근(민주당 의원, 김근태 부인)이 3선을 한 상징적 지역구인데 인재근에게 불출마를 권유하고 그 자리에 안귀령을 꽂았다. ‘벼락 횡재’라는 말이 나온다.
- 안귀령이 지난해 한 유튜브 채널에서 외모 이상형 게임을 하면서 조국보다 이재명, 차은우보다 이재명을 선택한 영상이 뒤늦게 화제가 됐다. 한동훈이 굳이 이 영상을 언급하면서 “만약 국민의힘 후보 중 제가 차은우보다 낫다고 하는 분이 있다면 절대 공천받지 못할 것”이라며 “왜냐하면 아주 높은 확률로 굉장한 거짓말쟁이거나 굉장한 아첨꾼일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귀령은 “예능을 다큐로 받아들였다”고 일축했다.
물가의 역습, 제주도 관광객 8.3% 줄었다.
- 고용과 생산, 소비가 모두 줄었다. 지난해 제주도 물가 상승률이 5.9%로 전국 평균 5.1%를 웃돌았다.
-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면서 해외여행이 늘어난 데다 일본 엔저 효과와 겹치면서 비싸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 제주도는 서비스업 비중이 72.2%, 음식숙박업 비중이 7.3%다. 서울은 각각 85.2%와 2.7%다.
42일 일찍 찾아온 매화.
- 올해 1월 기온이 평년보다 1.8도 높았다. 제주도에서는 84년 만에 가장 일찍 매화가 피었다. 2월 10일에 피던 매화가 올해는 1월15일에 피었다. 서울도 평년에는 3월26일에 피었는데 2월17일로 당겨졌다.
- 벚꽃도 3~6일 빠를 거라고 한다. 진해 군항제는 2주 앞당겨 22일 개막했고 광양 매화축제도 1주일 당겨 다음 달 8일 시작된다.
우크라이나 전사자는 3만1000명.
- 블로디미르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가 공식 확인한 숫자다. 러시아가 30만 명이라고 주장한 건 사실이 아니라는 반박이다. 실제로는 더 많을 거라는 관측이 많다.
- 젤렌스키는 러시아 군 전사자가 18만 명이라고 주장했는데 역시 확인할 방법은 없다. 러시아 정부는 숫자를 밝히지 않고 있다.
밑줄 쳐 가며 읽은 칼럼.
“짠하고 안타까운 분.”
- 한국일보 기자가 만난 한 민주당 의원의 이재명에 대한 평가다. 민주당 의원들 상당수에게 “이재명은 무도한 검찰 탄압 희생자(친명)이거나, 피해 호소인(비명)일 뿐”이라는 이야기다.
- 강윤주(한국일보 기자)는 원인을 세 가지로 분석했다.
- 첫째, 정치적 동지가 없다. “믿고 의지할 정치적 동지급의 참모가 거의 없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변호사 출신이라 양쪽 이야기를 최대한 들을 때까지 결단하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 둘째, 스킨십이 약하다. 비주류로 오래 살아서 친밀감이 떨어진다. “샤이하다”는 평가도 있고 “비겁하다”는 평가도 있다. 이낙연도 붙잡지 못했고 ‘비명횡사’에 반발하는 의원들을 달래지도 않았다.
- 셋째, 명분이 약하니 오해가 쌓인다. “결국은 명분이다. 이재명이 왜 정치를 하는지 대의를 제시 못 하니, 사익 정치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느냐”는 이야기다.
- “’이재명을 지켜라’로 ‘이재명당’을 만들 수는 있어도 1당은 장담 못 한다는 걸 이재명은 정말 모르는 걸까. (중략) 한쪽은 디올백을 지키고, 한쪽은 이재명만 지키면, 국민은 누가 지킨다는 말인가. ”
미래 세대가 반대해서 복지 못한다?
- 주은선(경기대 교수)은 국민의힘이 미래세대의 반대를 핑계로 복지 확대에 부정적인 걸 두고 “’분할하여 지배하라(divide and rule)’는 뻔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다음 네 가지 이유에서다.
- 첫째, 복지재정의 역할을 간과한 주장이다. 둘째, 젊은 세대는 모두 계층적으로 동일하며, 20대의 경제적 상태가 앞으로 그대로일 것처럼 말하는 건 옳지 않다. 셋째, 도대체 미래세대의 ‘미래’는 언제이며, 그걸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미래세대는 정확히 누구인가. 넷째, 각자도생의 사회, 공공복지의 획기적 확대와 장시간 노동 및 불안정 고용을 대폭 줄이는 사회 전환을 미루는 게 과연 젊은 세대를 돕는 것인가.
- “현대 자본주의에서 개인이 온전히 삶을 책임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회연대와 공적 보장이라는 안전판이 충분할 때 자유의 영역은 넓어질 수 있다. 공공복지 영역은 좁고, 사람은 갈아 넣되 최소한의 안정성도 보장하지 못하는 성장방식 또한 수명을 다하고 있다. 그렇다면 돌봄, 실업, 산재, 노후보장에 관해 사회연대를 통한 보장의 영역을 대폭 늘리는 것이 젊은이들에게도 합리적 선택이 될 수 있다. ”
피드백.
- 어제 슬로우레터에서 이야기한 ‘지지율×3’ 공식 관련해서 설명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 집권 여당 의석수가 대통령 지지율의 3배라는 공식이 있긴 하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내용이었죠. 갤럽 데이터를 다시 확인해 봤습니다.
- 실제로 계산해 보니 오히려 맞는 경우가 드물었습니다. 사실 지지율×3 법칙이란 건 하나 마나 한 소리입니다. 애초에 지지율은 100점 만점이고 의석수는 300석이니까요. 오히려 ×3이 안 되게 만드는 변수가 더 중요하겠죠.
- 문재인 정부 3년 차(정확히는 3년 11개월)에 치러진 20대 총선은 대통령 지지율이 직전 분기 기준으로 52.9%였는데 180석을 얻었습니다. ×3이면 159석인데 실제로 21석 정도를 더 얻었고요.
- 노무현 2년 차에 치러진 17대 총선은 ×3이면 75석인데 열린우리당이 152석이나 얻었죠. 노무현 때와 문재인 때는 각각 탄핵과 코로나라는 변수가 있었으니 일반화하기는 어려울 수 있고요.
- 18대 총선(이명박 1년 차)이 거의 비슷했지만 19대 총선(이명박 5년 차)은 집권 여당이 대통령 지지율×3의 두 배 이상을 얻었습니다. 박영환(경향신문 정치부장)이 지적한 것처럼 이명박이 싫지만 민주당을 대안 세력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정서가 강했죠.
- 민주당이 파격적인 변신을 하지 않는다면 올해 총선에서도 대통령 지지율×3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역대급 비호감 선거가 될 거라는 말도 나오지만 정권 심판 정서가 크게 약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