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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확산과 더불어 통신사 및 장비회사 등 관련 기업들의 클라우드 네이티브(cloud native)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5G가 본격 상용화되면서 통신사들의 클라우드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고, 이를 통한 새로운 사업기회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이다. 그렇다면 클라우드를 넘어 왜 클라우드 네이티브인가?

서비스 중심의 5G 네트워크

이전 4G까지 무선통신 네트워크가 발전해온 과정과 5G의 등장을 비교해 보면 새로운 표준을 제정하고 이를 확산하는 과정에서의 접근방식이 다소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dropcap font=”arial” fontsize=”33″]4G[/dropcap]까지는 고속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면서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기술적 과제들을 해결해 나아가는 과정이 무선통신의 발전과 괘를 같이 했다. 하드웨어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이를 이용해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네트워크 기술을 활용한 응용 서비스들이 등장했다. 사용자들이 이전에는 누리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중심으로 신규 사업기회가 생기고 이를 통한 생태계가 생성, 발전되었다. 대표적인 예로 다양한 형태의 소셜미디어 확산을 들 수 있다.

[dropcap font=”arial” fontsize=”33″]5G[/dropcap]에서는 주요 유즈 케이스(use cases)들을 우선 제시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네트워크 요구사항들을 정의하였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IoT(Internet of Things),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시티, 디지털 헬스케어, 자율주행 자동차, 로봇, 가상/증강현실(AR/VR) 등 다양한 분야의 요구사항들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이 5G의 목표이다. 이는 빠른 전송속도뿐만 아니라, 초저지연(ultra low latency), 초연결(hyper connectivity), 고신뢰도(high reliability) 등 다양한 속성을 지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물리적 네트워크 특성이 아닌 서비스 특성의 관점에서 네트워크 표준이 정의되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Christoph Scholz, CC BY SA https://flic.kr/p/TgHKvA
Christoph Scholz, CC BY SA

예를 들어 AR/VR과 같은 몰입형 컨텐츠 서비스를 위한 네트워크 요구사항과 수백만 개의 센서로 구성되어 도시 전반에 걸친 현상을 모니터링 해야 하는 스마트시티에서 필요로 하는 네트워크 요구사항은 크게 다르며, 더 나아가 지향하는 목표도 상호 모순적일 수 있다. 높은 데이터 전송속도를 제공하는 것과 엄청난 수의 저전력 센서/기기들이 상호 연결되어 데이터를 전달하는 것은 전혀 다른 속성인 것이다.

5G에서는 네트워크 슬라이싱(network slicing)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동일한 물리적 네트워크상에서 논리적으로 독립적이며 속성도 다른 네트워크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 즉, 앞서 예시한 요구사항이 완전히 다른 두 가지 서비스가 상호 독립적인 네트워크상에서 구현이 가능하다는 얘기이다.

구현방법은 다음과 같다. 각각 네트워크 기능들을 별개로 패키지화하여 이를 각기 다른 조합으로 연결하여 네트워크상의 실제 장비에 배치(deploy)함으로써 논리적으로 독립된 가상 네트워크를 구성한다. 각 네트워크 기능들의 조합은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로 상호 호출함으로써 구현된다. 예를 들어, AR/VR 서비스를 위해서는 높은 대역폭 서비스와 일정 수준의 QoS(Quality of Service), 그리고 저지연에 적합한 네트워크 기능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지며, 수많은 센서들이 연결되는 경우에는 낮은 대역폭, 일부 패킷 유실도 용인되는, 그러나 매우 저전력으로도 구동 가능한 네트워크 기능들로 구성될 수 있다. 연결되는 기기나 범위가 늘어남에 따라 동적으로 자원을 더 할당하여 규모 확장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도 주요 특징이다.

이 같은 방식은 클라우드 네이티브와 가장 잘 어울리는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micro service architecture)를 구현하는 방식과 사실상 동일하다. 네트워크 서비스 구성 및 확산을 위해서는 자동화 기능이 필수이고 따라서 쿠버네티스(Kubernetes)와 같은 오케스트레이션(orchestration) 기능도 포함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클라우드 네이티브란?

클라우드 네이티브라 함은 일반적으로 컨테이너에 기반한 애플리케이션 개발과 동일한 의미로 간주된다. ‘클라우드 네이티브 기술동향’이라는 글에서도 다룬 바 있지만, 클라우드 네이티브 애플리케이션의 주요 특성은 다음과 같다.

  • 가벼운 컨테이너로 포장(패키징)되어 배포함으로써 물리적 인프라스트럭처를 효율적으로 사용
  • 각각의 컨테이너는 그 자체로 독립적이며 완결성을 갖기 때문에 호환성 혹은 특정 기술에 종속될 필요가 없이 해당 컨테이너가 제공하는 기능에 최적화된 기술을 활용
  • 컨테이너로 포장된 각 기능들은 API 호출을 이용, 서로 연계됨으로써 더 큰 서비스로 발전 가능
  • 특수 목적 혹은 고성능의 특별한 장비 또는 하드웨어가 필요할 경우, 이를 별도의 서비스로 분리하여 컨테이너에 묶어 해당 장비를 통해 배포함으로써 성능 최적화
  • 애자일(Agile) 데브옵스(DevOps) 프로세스에 기반한 자동 통합/배포(CI/CD: Continuous Integration / Continuous Delivery)
  • 다수 서비스들을 컨테이너 기반으로 동적 배포를 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자동화 도구가 필수적임

위 특성을 몇 가지 핵심 키워드로 요약해 보면, “데브옵스”, “애자일 CI/CD”, 컨테이너, 마이크로서비스이다.

클라우드 네이티브의 핵심 요소 (출처: Pivotal)
클라우드 네이티브의 핵심 요소 (출처: Pivotal)

데브옵스는 소프트웨어 개발과 IT 운영을 합친 표현으로 개발자의 역할과 IT 운영의 역할을 절차적 구분 없이 일련의 잘 정의된 프로세스에 의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것을 말한다. 개발자가 개발뿐만 아니라 서비스 배포 및 운영까지 하는 경우에 흔히 쓰이던 용어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는 애플리케이션이 변경되는 시점과 실제 라이브 시스템에 적용되는 시점의 간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일련의 프로세스를 데브옵스로 정의한다. CI/CD는 데브옵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애플리케이션 변경과 통합 배포가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연결되는 것을 의미한다.

컨테이너는 클라우드 네이티브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클라우드 상에서 배포되는 최소 단위이다. 마이크로서비스는 하나 혹은 몇 개의 컨테이너화 된 패키지로 구성되며 다수의 서로 다른 마이크로서비스 조합으로 더 큰 규모의 서비스를 구성하도록 하는 애플리케이션 개발 방식이다. 클라우드 네이티브의 개념은 특정 기능이 독립적으로 수행 가능한 형태로 패키지화되어(containerized) 클라우드 내에서의 배포 및 확산이 용이하도록 하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다수의 상이한 컨테이너로 구성되는 서비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클라우드 내에서의 배포가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NFV와 클라우드 네이티브의 만남

NFV(Network Functions Virtualization)는 네트워크에서 제공되는 모든 서비스를 소프트웨어로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SDN)를 구현하기 위한 핵심 요소라고 볼 수 있다. 서비스 사업자들이 새로운 네트워크 기능을 쉽고 빠르게 추가할 수 있기 위한 방편으로 NVF 개념이 처음 도입되었으며, 2013년에 유럽의 통신 표준화 기구인 ETSI를 중심으로 AT&T, 브리티시텔레콤, 도이치텔레콤 등 주요 사업자들이 그룹을 결성하여 본격적인 NFV 연구 개발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실제 적용은 기대한 만큼 빨리 진행되지 못하다가, 컨테이너에 기반한 클라우드 네이티브 접근 방식에 사업자들이 관심을 가지며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된다. 특히 5G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네트워크 속성을 구현하는데 NVF는 핵심기술로 자리 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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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는 2018년 11월 클라우드밴드(CB19)라는 자사의 클라우드 기반 NFV 플랫폼을 업그레이드 하면서 컨테이너와 쿠버네티스 기반으로 VNF(Virtulized Network Function)가 실행될 수 있는 인프라 스트럭쳐를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VNF 혹은 다수 VNF 조합으로 다양한 속성의 네트워크 서비스 구성이 가능해 질 수 있으며, 이는 마이크로서비스 구조에 기반 한 애플리케이션 개발 및 배포 방식과도 동일하다.

즉, API 호출을 통해 동적으로 네트워크 서비스를 요구사항에 맞게 구성하며, 또한 필요시 규모의 확장 및 축소가 용이해 진다. 이런 과정을 쿠버네티스를 활용하여 관리(orchestration)함으로써 가상화된 네트워크의 구성이 마치 마이크로서비스를 개발하고 배포하듯이 이루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노키아의 CB19이 갖는 또 다른 중요한 의의는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 그대로 도입한 오픈스택(Openstack)을 활용하였다는 것이다. 노키아뿐만 아니라 다른 오픈소스 커뮤니티나 벤더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된 NFV 오케스트레이션 솔루션이 나올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 개발 및 수정이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제대로 수용하기 위해서는 통합/배포 전 과정이 자동화되어야 한다. CI/CD(continuous integration/continuous deployment)가 필수적이란 얘기며 이는 클라우드 네이티브의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NFV에 기반 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도 마찬가지로 유즈케이스에 따라 VNF들이 임의의 지역/위치에서 실행될 수 있다. 중앙 데이터 센터일 수도 있고, 네트워크의 엣지가 될 수도 있으며, 또한 특정 네트워크 슬라이스에서 실행될 수도 있다. 즉 고객의 요구사항에 따라 수시로 VNF의 구성 및 배포가 이루어진다는 얘기이며,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자동화된 CI/CD가 반드시 필요하다.

NFV에 기반한 5G 네트워크는 수많은 사용자들의 데이터가 오가는 매우 복잡한 메시(mesh) 형태가 될 것이다. 전체 네트워크가 다양한 오픈소스와 수많은 벤더들의 솔루션들을 통해 구현되기에 나쁜 의도를 가진 해커 공격의 타겟이 되기도 쉽다. 따라서 전체 오케스트레이션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수시 테스트를 통해 정상적인 네트워크 서비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클라우드 네이티브 환경에서 대두되고 있는 보안 이슈와 본질적으로 그 괘를 같이 한다. 5G가 갖고 있는 네트워크 서비스 구조의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통신 네트워크 시설 보호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정부 출연기관도 무척 고심하고 있다. 필자도 본 정책 수립 활동에 참여하면서 네트워크 서비스 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모니터링 체계가 우선 고려되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5G에서 클라우드 네이티브는 선택이 아닌 필수

5G에서 예견되는 서비스의 다양성으로 인해 통신 사업자들 역시 새로운 패러다임의 접목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패러다임으로 클라우드 네이티브를 들고 있다. 앞서 언급한 네트워크 속성의 다양성뿐만 아니라, 통신사업자들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서비스 자산들을 효과적으로, 또한 차별화된 형태로 고객들에 제공하기 위해서도 클라우드 네이티브 방식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의견에 나도 공감한다. 대표적인 표준화 기구인 ETSI에서도 클라우드 네이티브에 기반한 VNF(Virtual Network Functions) 구현방식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 통신사업자들은 API 호출을 통해 온-디맨드로 제공되는 네트워크 서비스를 점차 확대해 나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B2B 형태로 특정 기업에 제공되는 가상 전용망 서비스 구성을 위해 이런 API들이 주로 활용되겠지만, API 호출 자체를 별도의 서비스로 제공할 가능성도 높다. 즉, 애플리케이션에서 필요 시 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네트워크 서비스를 온-디멘드 형태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미 구축된 통신 인프라스트럭처를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함으로써 통신 사업자에게는 매력적인 수익모델이 될 수도 있다. 클라우드 네이티브에 기반 한 애플리케이션 개발 및 배포가 반드시 필요한 대목이기도 하다.

통신3사

이미 많은 통신 사업자들과 벤더, 그리고 오픈소스 커뮤니티가 함께 클라우드 네이티브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본격적으로 5G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통신 사업자들과, 벤더, 그리고 기존 클라우드 사업자들의 합종연횡 움직임도 활발해질 것으로 예견된다. 이에 맞추어 표준화 활동도 점차 가속화될 것이 틀림없다. 다만, 국내 사업자나 벤더들이 이런 표준화 활동에서는 다소 뒤쳐져 있다는 점이 아쉽다. 3G, 4G를 거치며 표준 제정 및 네트워크 구축 기술력 측면에서 항상 두각을 나타내던 국내 기업들이, 5G로 오면서 다소 주춤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서비스 전파를 최초로 발사하고, 5G 서비스 단말기를 먼저 출시하는 것은 더이상 자랑거리가 될 수 없다. 오히려 다양한 네트워크 서비스를 탄탄하게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 및 이를 기반으로 한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생태계를 얼마나 잘 갖추는가가 더 의미가 있다.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기반이 약한 국내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 국내 사업자들과 벤더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오픈소스 커뮤니티 활동에 참여하고, 서비스 표준 발전에도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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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으며, 클라우드스토어 씨앗 이슈리포트에 동시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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