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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우리의 하루 생활을 돌이켜보자.

아마도 시끄러운 알람 소리에 눈을 뜨고, 습관적으로 포탈사이트에서 뉴스를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음악을 듣고, 웹툰을 보는 한편으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쉴 새 없이 보내면서 출근한다. 회사에 도착해 일을 하면서도 스마트폰에 들어오는 알림과 메시지를 놓치는 일은 없다. 퇴근 길에는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보고, 모바일 쇼핑을 하며, 이따금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은 일상의 모습을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이 모든 활동들은 전부 스마트폰으로 이뤄진다. 현대인의 하루는 스마트폰으로 시작해서 스마트폰과 함께 마무리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과연 하루 중 스마트폰 없이 보내는 공백 시간은 얼마나 될까? 스마트폰 없는 삶이란 가능하기는 한 것일까?

이제 '(거의)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 보면서 출근하고, 스마트폰 보면서 퇴근한다. 스마트폰은 이제 우리 삶의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제 ‘(거의)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 보면서 출근하고, 스마트폰 보면서 퇴근한다. 스마트폰은 이제 우리 삶의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디지털이 없다면, 현실도 없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스마트폰의 부재’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처럼 보여진다. 스마트폰으로 관계를 맺고 유지하며, 스마트폰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스마트폰이 활용된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9명(88.8%)이 스마트폰을 포함한 디지털기기가 현대 사회에서 생활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고 바라봤으며, 디지털기기가 없어지면 매우 불편할 것 같다는 주장에도 84.7%가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이 일상생활에 깊숙하게 관여하고 있다는 것을 직접 체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 이를 ‘편리함’이라고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디지털시대는 편리함 그 자체(81.7%)이고,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다(70.4%)고 생각하였으며, 디지털시대에 사는 것을 축복이라고 말하는 사람들(59.8%)도 상당히 많았다. 디지털시대가 아닌 시대를 상상할 수 없다는 소비자도 증가(16년 45.4%→18년 53.2%)하는 추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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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현재, 사람들이 여가시간에 가장 많이 하는 활동도 다름 아닌 ‘스마트폰’의 이용(69.7%, 중복응답)이었다. 예전보다 개인의 취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다양한 취미활동을 즐기는 사회분위기가 무색하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면서 여가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스마트폰 이용 다음으로 많이 즐기는 여가활동인 TV시청과 컴퓨터 이용, 게임과 영화감상도 요즘은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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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은 영혼을 잠식하는가  

이렇게 스마트폰의 활용도가 높은 만큼 스마트폰이 없는 상태에는 상당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모습이다. 대부분 스마트폰을 두고 나오면 불안감을 느끼고(61.7%), 스마트폰이 없으면 일상생활에서 지장이 있을 것 같다(64.2%)고 말했으며, 아예 10명 중 4명(39.9%)은 스마트폰이 자신의 몸 가까이에 없으면 불안하다는 것을 밝히기도 한다.

이런 불안감 때문에 자기 전에 스마트폰을 손에 닿기 쉬운 곳에 두거나 손에 쥔 채 잠을 자고(14년 49.2%→17년 59.1%→19년 64.8%), 화장실에 갈 때 스마트폰을 가지고 가는(14년 58.5%→17년 61.4%→19년 65.5%)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일이나 공부를 할 때도 스마트폰을 가까이에 두고(63.9%) 있어야만 하는 현대인들이다. 어쩌면 디지털시대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멀티태스킹’은 고도화된 상태의 ‘스마트폰 의존도’를 뜻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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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비롯한 디지털기기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 보니 그에 따른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다. 디지털기기의 지나친 사용으로 오프라인 인간관계가 단절되고, 사회성이 약해지고 있으며, 건강상의 문제를 호소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개인정보 유출 및 기기의 미사용에 따른 불안감도 우려 요인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치매 

그리고 최근에는 모든 것을 디지털기기에 의존하다 보니 기억력이나 계산 능력 등 전반적인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상태를 일컫는 ‘디지털 치매’ 현상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무엇인가를 찾고, 기록하고, 확인하는 일련의 과정이 모두 스마트폰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과연 외우고 있는 전화번호가 거의 없고, 모르는 것이 있을 때는 포탈사이트의 검색창부터 열며, 간단한 계산조차도 디지털기기를 이용하는 모습을 남의 이야기로만 흘려만 들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성인 2명 중 1명(51.3%)이 스스로 ‘디지털 치매’에 해당된다고 생각하는 모습은 현대인의 디지털 기기 의존도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디지털 치매가 연령과 상관없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현상(88.6%)이며, 사회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사회적인 문제(78.3%)라는 의견에 대부분 공감했다. 반면 디지털 치매가 자신과는 상관없는 문제라고 말하는 사람들(16%)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디지털 치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디지털기기의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이른바 ‘디지털 디톡스’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다만 디지털기기의 사용을 줄이는 것이 실제로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도 상당해 보인다. 디지털기기를 얼마나 잘 사용하는지가 개인의 경쟁력으로 인정받고, 모든 삶의 영역에 스마트폰이 관여하고 있는 현대사회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모바일에 연결되어 있는 것을 당연하고, 기본적인 상태로 생각하는 현대인들은 스마트폰이 없는 상황을 사회에서의 단절로 받아들인다.

점점 더 디지털기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디지털 디톡스를 하는 것이 가능한가는 또 다른 차원의 고민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디지털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그리고 디지털 디톡스를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활동도 불필요한 앱을 삭제하고, 야외활동을 하는 등 제한적인 방법에 그친다. 결국, 디지털기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디지털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은 개인 차원뿐 아니라, 사회공동체 및 국가 차원에서의 관심과 노력이 뒷받침 돼야만 조금이나마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우리는 스마트폰에 종속되어 디지털 시대를 살아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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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치매’는 (아직) 의학적·과학적 개념이 아닙니다. 디지털 치매는 디지털 기기에 관한 의존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이에 따라 인지능력이 낮아지는 현상을 강하게 우려하고, 비판하는 하나의 시각(관점)이나 해석입니다.

그런데 ‘디지털 치매’라는 말은 그 말을 사용했을 때 듣는 사람의 마음이 다칠 수도 있는 말입니다. 그러니 꼭 필요한 경우에만 구체적인 맥락에서 쓰고, 막연한 비유로서 일상적으로 사용하거나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해 사용하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참고로, 2018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인구 중 약 75만 명(출처: 2016년 치매유병률조사)이 치매환자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어르신들은 치매를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으로 뽑았습니다(43%, 2014 국내 치매 인식도 조사). 영국인은 가장 두려운 것으로 죽음이나 암보다 치매를 뽑았습니다(31%).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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