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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이 글은 [알바들의 반란: 일본 스키야 점원들이 집단 퇴직한 이유], 그 뒷이야기입니다. (편집자)[/box]

왜 아르바이트들이 그만두는 것만으로 이런 상황에 직면했는가? 집단 퇴직에 의한 여파는 어떠했는가? 그 후 스키야의 대응은 어떠했는가?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기에 간단히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깟 알바들 그만둔다고 휴업 하느냐고?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면 아르바이트 점원들이 가혹한 노동환경을 견디지 못해서 집단으로 그만둔다고 체인 전체의 운영이 흔들린다니, 조금 이해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신메뉴인 나베 정식으로 야간에 일하는 사람의 부담이 커지고, 많은 시간대에 1인 점원 체제를 유지하고, 취약한 보안 설비로 인한 강도 사건의 다발 등으로 점원들의 인내가 한계에 달했다는 것이 스키야 사건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기업이라고 한다면 이렇게까지 어려운 상황이 될 때까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 조금 의아해집니다. 스키야의 공식 사이트에 발표된 데이터만으로도 이 사건에 따라 전국 스키야 중 13%가 사실상 폐업을 했다고 합니다. 임시 휴업을 했던 점포를 합치면 이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었을 것입니다. 도대체 이런 상황까지 왜 아무것도 못 했을까요? 그 배경에는 스키야 특유의 사원 등용 제도가 있습니다.

7개의 계단, 아르바이트부터 정사원까지

스키야는 원칙적으로 아르바이트로 시작해서 젠쇼 그룹의 정직원까지 올라갈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정사원이 되기까지 여러 종류의 랭크를 거치게 됩니다.

rankup
출처: 스키야 홈페이지
  • NF(뉴 페이스, 입점한지 얼마 안 된 연수생)
  • Crew(크루, 아르바이트)
  • CAP(캡틴, 아르바이트)
  • CF(치프, 아르바이트)
  • ACE1(계약사원, 1개의 점포를 담당하는 점장 신분)
  • ACE2(계약사원, 복수의 점포를 담당하는 점장 신분)
  • 정사원(지역 매니저)

그럼 스키야를 운영하는 젠쇼의 연봉은 어느 정도일까요? 기업 정보 사이트를 통해서 확인해본 젠쇼 그룹의 평균적인 정사원은 다음과 같습니다.

  • 평균연수: 667만엔
  • 평균연령: 38.2세
  • 평균근속연수: 6.3년
  • 종업원수: 392명

현장 스태프 중 정직원 전혀 없는 스키야

젠쇼 그룹의 정직원에 대한 대우는 절대 나쁘지 않습니다. 상당히 좋은 수준이죠. 그런데 스키야를 비롯해 10종류가 넘는 프렌차이즈를 운영하는 대기업 젠쇼 그룹에 직원이 392명밖에 없다니…

그렇습니다. 이 회사는 현장 스태프 중에는 정직원이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점장조차도 계약직 사원이고, 복수의 점포를 운영하는 상급 점장도 계약직 사원입니다. 스키야를 실제로 경영하는 스태프까지 전부 비정규직의 계약직 사원입니다. 그럼 아르바이트로 시작해서 정직원이 된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요? 아마 과거에 한두 명 정도 있지 않았을까요?

즉, 스키야는 현장 스태프를 전원 아르바이트와 비정규직 점장으로 운영했기 때문에 이번 사건과 같은 상항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나베 정식, 왜 문제가 되었는가

스키야가 나베 정식을 도입하게 된 배경에는 경쟁 체인인 요시노야와의 과도한 출혈 경쟁이 있었습니다.

요시노야의 모회사인 요시노야홀딩스 역시 젠쇼 그룹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프렌차이즈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중 ‘톤테이’라는 프렌차이즈에서 오래전부터 런치 메뉴로 나베 정식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요시노야는 처음부터 런치 메뉴로 나베 정식을 내놓을 수 있을 정도로 효율화된 레시피와 메뉴 운영에 대한 노하우가 있었습니다. 이걸 바탕으로 요시노야는 나베 정식을 시작하게 됩니다.

스키야의 경쟁 업체 메뉴 베끼기

그런데 스키야가 지금까지 보여준 전략은 일단 경쟁 체인인 요시노야에서 무언가 신메뉴를 내놓으면 그것과 비슷한 메뉴를 더 싼 값에 내놓고 대대적으로 TV광고를 해서 요시노야를 죽이는 방식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이게 잘 먹혔는데, 나베 정식은 규동이나 카레와는 조금 다른 특성이 있었던 것입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토핑하는 시간과 끓이는 타이밍, 메뉴를 나르고 치우는데 들어가는 시간 등 다양한 요인들이 있어서 점원의 숙련도가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는 점입니다.

요시노야는 스키야처럼 노동조건이 열악하지는 않았고, 기본적으로 조리 스태프와 서빙 스탭이 분리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돈테이에서 다년간 나베 정식을 만들던 스태프에게 충분한 교육을 받고 조리 업무에 투입될 수 있었습니다.

난이도 높은 메뉴, 숙련도 낮은 점원

그에 비해서 스키야는 메뉴에 대한 노하우가 없었고, 모든 스태프가 조리와 서빙, 금전관리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요리에 대한 숙련도는 매우 낮은 상태였습니다.

이 때문에 똑같은 메뉴라고 해도 만드는데 들어가는 시간과 체감되는 난이도는 전혀 다른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더군다나 스키야는 요시노야와 달리 1인 근무가 많아서 그 부담은 더 가중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집단 퇴직 사건의 실체를 인정한 스키야

2채널과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아르바이트 점원들의 집단 퇴직 사건이 알려지고, 이것이 타블로이드 매체에 보도까지 되었지만 스키야 측은 이 사건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피해왔습니다. 그러다가 2014년 3월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이런 기사가 게재됩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젠쇼 그룹은 공모증자로 267억 엔을 조달해 일부 매장을 개장해 종업원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기 위해 「개장 공사」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스키야는 2월의 집단 퇴직 사건 이후 임시 폐점하는 가게가 늘어나자 「개장 공사를 위해서 일시적으로 폐점한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는데, 이 보도는 그 연장선에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애매한 입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스키야는 2014년 4월 17일 공식 홈페이지의 공지를 통해 실제로 집단 퇴직 사건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근무 환경의 개선을 약속합니다.

이하는 이 공식 발표의 전문을 번역한 것입니다.

[box type=”info”]주식회사 젠쇼 홀딩스(대표이사회장겸 사장 오가와 켄타로)의 100% 자회사인 주식회사 젠쇼(대표이사 사장 오키츠 류타로)가 전개하는 규동 체인 「스키야」에서는, 현재 전국 167점포의 영업을 일시 폐점하고 「파워업 공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3월에 실시했던 267억 엔의 공모증자 서류에도 명기했던 점포개장의 일환으로서 종업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주방능력의 강화, 또한 객석의 쾌적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공사가 끝나는 대로 4월 말부터 순차 개점할 예정입니다.

이 일시 폐점과 함께 주방기구 등의 시설의 고장, 또 인원 부족에 의한 종업원의 채용 난에 따라 2월부터 4월에 걸쳐서 최대 123점포(4월 12일)에 일시 휴업과 시간대 휴업(하루 중 1시간이라도 휴업한 점포를 모두 포함)의 조치를 취했었습니다.

또한, 이 이외에 124점포에서 경제 합리성에 따라 밤 22시부터 아침 9시까지의 심야・새벽 영업을 중지하고 있습니다(이상, 영업상황에 관한 점포 수는 4월 17일 현재의 것입니다).

이러한 일시적인 폐점과 영업시간 변경의 조치에 관해서, 일부 과장된 유언비어와 보도로 손님들을 비롯한 관계자 전원에게 매우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마음 깊이 사죄드립니다.

한편 저희 회사로서는 2월부터 3월에 걸쳐서 유통산업 전체에 미친 인원 부족과 지금까지에 비해 많은 작업이 필요한 신상품의 도입과 함께, ‘스키야’ 종업원의 부담이 늘어 심각해진 것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점포의 노동환경 개선을 경영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설정하였습니다.

오늘날 일본의 국민식이 된 규동을 시작으로 다양한 메뉴를 부담 없는 가격에 제공하는 사회 인프라로서의 역할도 새롭게 자각하여, 종업원이 일하기 편한 점포환경을 정비하여 손님들에 대한 서비스를 보다 향상시키기 위해 이하의 시책을 실시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1. 보다 소통이 잘 되는 점포경영체제를 확립하기 위해서 ‘스키야’의 지역분사화
  2. 노동환경 개선에 관하여 회사에 제언을 할 수 있는 제삼자위원회의 설치

시책의 상세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보다 소통이 잘 되는 점포경영체제를 확립하기 위해서 「스키야」의 지역분사화
    올 6월 1일을 기해서 전국 7개 지역운영회사를 설립해 각각 약 300점포의 스키야를 운영하는 체제를 구축하겠습니다. 지역 출신의 간부가 보다 지역에 밀착한 경영을 실시하여, 종업원의 목소리를 빠르게 반영해 소통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실현하겠습니다.
  2. 노동환경 개선에 관하여 회사에 제언을 할 수 있는 제삼자위원회의 설치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 전문가인 쿠보리 히데아키(久保利英明) 변호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사외 인원들로 제삼자위원회를 설치하여, 점포와 본부 등의 조사를 기반으로 노동환경 개선에 관한 회사에 대해 제언할 것입니다.

위원은 쿠보리 위원장에게 선정을 일임하여 4월 중에 결정될 예정입니다.

본건의 진행상황에 대해서는 홈페이지 등을 통해서 공개하겠습니다.

「스키야」의 직장환경개선을 위한 시책에 대하여 (번역: 맘초무)[/box]

이 공식 발표는 간접적으로 집단 퇴직 사건을 인정하는 형태이고, 사건의 발단이 된 것이 무리한 신메뉴 도입에 있었다는 것도 간접적으로 시인한 형태입니다.

‘시책1.’은 현재 요시노야홀딩스가 요시노야 체인점을 관리하는 체제를 모방한 것입니다. 지역별로 운영주체가 되는 회사를 설립해서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시책2.’는 아르바이트 점원들도 회사에 노동 환경에 대한 건의사항을 제안할 수 있는 기구를 설립하겠다는 것인데요. 시책 그 자체만 놓고 보면 스키야 자체도 어느 정도 상황 개선에 대한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표면적으로만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처럼 보이려는 것인지, 진짜로 개선을 하려는 것인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겠지만요.

설상가상, 트위터 ‘폭면’ 사진까지

이번 사건을 통해서 스키야는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고, 이에 따라 실제로 점포의 상당수(공식 발표로 13%)를 1개월 이상 임시 폐점해야 했습니다. 주가는 폭락했고, 빠져나간 점원들을 다시 뽑는데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타격은 스키야라는 브랜드가 지닌 신뢰를 잃었다는 데 있습니다.

2014년 4월 25일 트위터에는, 심야에 스키야에 들어갔는데 15분 동안 아무도 나오지 않아서 주방 쪽을 봤더니 점원이 혼자서 이상한 자세로 ‘폭면'(폭풍 수면)을 취하고 있더라는 내용의 트윗이 사진과 함께 올라와 1시간여 만에 11,000번 이상 리트윗이 되었습니다. 이 트윗 원문은 이후 삭제되었지만, 캡쳐된 이미지들이 이미 인터넷에 퍼질 대로 퍼진 상태라서 수습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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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트윗 사진

효율성과 브랜드, 두 마리 토끼를 잃다

단순히 접객이 나쁘다, 음식이 맛이 없다는 등 서비스의 질적인 부분을 넘어서 밤에 가면 강도의 위험이 있어서 위험하다, 스키야가 동네에 들어오면 치안이 나빠진다는 수준으로까지 브랜드 이미지가 악화하였습니다. 물론 기업의 체질이 그렇게 순식간에 바뀔 수는 없으니까, 이번 트윗 사건은 과도기적인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브랜드 이미지가 바닥까지 떨어진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신장개업을 준비 중인 스키야 점포 중 100여 곳이 일손 부족으로 아직 개점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신규 아르바이트 점원을 구하는 일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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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필자가 운영하는 웹진 [데카르챠]에도 실렸습니다. 원문의 표제와 본문은 슬로우뉴스 편집원칙에 따라 수정, 보충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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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1. 정말 놀랍습니다 저도 굉장히 오랜시간 대기업소속 제과점에서 일했는데 너무나 시스템이 유사합니다(24시간 영업만빼고) 길게쓰다가 다지웠네요 좋게 퇴사했는데 쓰면 뒷담화가 되버리는 안타까운 현실….유사하다했지만 똑같….

  2. 전편과 함께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공부하는 사람으로써 정말 좋은 사례하나를 얻었습니다.
    스키야 직원들의 집단 파업은 매우 흥미롭네요. 장난으로 시작되었다지만, 대단한 일을 해냈네요~ 외부노동시장의 노동자들이 이렇게 집단으로 파업한 일은 상당히 이례적인 사건이 아닐까요? 프레카리아트 봉기라고 해도 되겠죠? ㅎㅎ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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