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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노동자가 위험하다: 안전공단 역학조사 발표

여성 반도체 노동자백혈병에 걸려 사망할 가능성은 다른 노동자에 비해 두 배 이상(2.3배) 높다.

어제 안전보건공단은 반도체 노동자의 지난 10년간(‘09년~’19년) 암 발생 및 사망 위험비를 추적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역학조사는 ‘07년 반도체 제조업 노동자의 백혈병 발생에 따라 ’08년 반도체 제조업 사업장에 대한 역학조사 실시 이후, 관찰 자료의 부족 등 당시 역학조사의 한계를 보완하고, 충분한 관찰자료를 확보하기 위하여 이루어졌다.

이번 역학조사 결과를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1

영화 [또 하나의 가족]의 실제 인물 황유미 씨의 투병 중 사진

고 황유미 씨의 투병 중 사진 모습. (사진: 민노씨)

조사 개요

1. 분석 대상

역학조사는 반도체 제조업 사업장 6개사 전·현직 노동자 약 20만 명을 대상으로 암 발생 및 사망 위험비를 분석하였다.

2. ‘08년 역학조사와의 차이점

이번 추적 조사에서는 좀 더 정확한 평가를 위해 일반국민 뿐만 아니라 전체 노동자 대비 반도체 제조업 노동자의 암 발생 및 사망 위험비도 비교하였다. 노동자 집단은 일반국민에 비해 상대적으로 건강할 가능성이 높은 집단이고, 그래서 이를 비교하는 것이 반도체 노동자의 암 발생 및 사망의 상대적인 위험비를 더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

역학조사 결과 (요약)  

1. 반도체 여성 노동자의 혈액암 발병 가능성과 사망 위험성

(1) 백혈병

발생 위험

  • 일반 국민 대비 1.19배(통계적 유의성 X)
  • 전체 노동자 대비 1.55배(통계적 유의성 O)

사망 위험

  • 일반 국민 대비 1.71배(통계적 유의성 O)
  • 전체 노동자 대비 2.3배(통계적 유의성 O)

불안 공포 재난 손 좌절 우울 심각 미안

(2) 비호지킨림프종

발생 위험

  • 일반 국민 대비 1.71배(통계적 유의성 O)
  • 전체 노동자 대비 1.92배(통계적 유의성 O)

사망 위험

  • 일반 국민 대비 2.52배(통계적 유의성 O)
  • 전체 노동자 대비 3.68배(통계적 유의성 O)

2. 왜 여성 반도체 노동자의 혈액암 발생 가능성은 높은가

역학조사 결과, 혈액암 발생에 기여한 특정한 원인을 확인하지는 못하였으나 아래와 같은 사항을 종합할 때 작업 환경이 발병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 20-24세 여성 오퍼레이터에서 혈액암의 발생 위험비가 높았다.
  • 클린룸 작업자(오퍼레이터, 엔지니어 등)의 혈액암 발생 또는 사망 위험비가 높은 경향을 보였다.
  • 특히 현재보다 유해물질 노출 수준이 높았던 ‘10년 이전 여성 입사자에서 혈액암 발생 위험비가 높았다.

그밖에 혈액암 외 위암, 유방암, 신장암 및 일부 희귀암의 발생 위험2도 발생 위험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에 관해 안전보건공단은 반도체 노동자들이 일반국민에 비해 상대적으로 암 검진을 받을 기회가 많아서 위암 등이 많이 발견된 것은 아닌지 검토해야 하고, 희귀암의 경우 사례가 부족하므로 추가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반올림, “만감 교차한다” 

이번 역학조사에 관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위해 활동해오고 있는 시민단체인 ‘반올림’에서는 이번 역학조사 결과에 관해 “만감이 교차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논평했다. 주지하는 것처럼, 반올림은 그동안 반도체 노동자와 ‘한몸’으로 활동해왔다. 그래서 반올림의 논평은 좀 더 주의깊게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아래 활동 약력 참조).

반올림의 활동 약력: 2007~2019(현재)

삼성반도체 산업재해 사건을 소재로 다룬 [또 하나의 약속] (2013, 김태윤)에서 아버지의 약속이 결과를 맺기까지 '반올림' 이종란 노무사의 역할이 컸다. 극중 이 노무사 역할로 나오는 김규리(오른쪽)는 흥분하지 않고 묵묵히 싸움을 해 나가는 이 노무사를 잘 연기했다.

삼성반도체 산업재해 사건을 소재로 다룬 [또 하나의 약속] (2013, 김태윤)에서 아버지의 약속이 결과를 맺기까지는 ‘반올림’ 이종란 노무사의 역할이 컸다. 극중 이 노무사 역할로 나오는 김규리(오른쪽)는 흥분하지 않고 묵묵히 싸움을 해 나가는 이 노무사를 잘 연기했다.

반올림은 “11년 넘도록 피해자들이 말해왔던 사실을 확인한 셈”이라면서, “쉽지 않았을 연구를 수행한 분들의 노고도 기억해야겠”다고 이번 역학조사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1) 더 큰 위험에 노출되었을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포함되지 못한 점과
2) 작업환경과 화학물질에 대한 자료의 한계로 암의 원인을 좁혀가지 못한 점에서 성급한 결론이 우려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네 가지 숙제 

반올림은 연구결과가 네 가지 숙제를 우리에게 남겼다고 지적한다. 반올림이 말한 네 가지 숙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정부는 직업성 암의 산재인정 문턱을 더욱 낮추어야 한다. 정부기관이 10년을 연구해도 직업성 암의 뚜렷한 원인을 찾기 어려웠으니 산재 노동자가 입증하기란 얼마나 어렵겠는가.

둘째, 하청·협력업체 등 고위험군을 포함하고 작업환경과 화학물질 정보를 충실히 확보하여 원인을 밝히기 위한 연구를 지속해야 한다.

셋째, 이런 연구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작업환경과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들을 책임있게 만들고 투명하게 제공해야 한다.

넷째, 반도체 노동자 건강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작업환경 관리 방법과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의 작업환경 측정 방식이나 노출 기준으로는 노동자 건강을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반올림은 “10년의 추적조사 약속이 지켜졌고, 의미있는 결과를 얻어 다행”이라면서, “이런 연구 결과가 왜곡, 악용되지 않고, 반도체 노동자 건강권을 보호하는데 올바르게 이용”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1. 공단은 보고서 전문을 발표하지 않고, 일단 핵심 결과를 보도자료 형태로 배포했다. 역학조사 보고서 전문은 앞으로 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에 게재될 예정이라고 한다.

  2. 피부흑색종, 고환암, 췌장암, 주침샘암, 뼈관절암, 부신암, 비인두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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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민노씨
슬로우뉴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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