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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과 노회찬이 남긴 것

요즘 ‘김용균’이라는 이름만으로 울컥하고, 분노가 치미는 사람이 많을 거다. 나도 그중 하나다. 24살 청춘이 남긴 건 컵라면 세 개와 망가진 손전등, 그리고 검정 땟국물로 지저분해진 쓰다만 물티슈였다. 그게 더 서글프고, 분했다. 그는 그렇게 죽었다.

하지만 사람은 두 번 죽는다. 한번은 육체로 죽고, 나머지 한번은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모두 사라졌을 때, 존재와 기억으로서 죽는다. 그래서 아직 김용균의 생명은 한번 더 남았다. 차별과 위험의 일터가 존재하는 한 그의 두 번째 목숨은 이어져야 한다. 죽음과 야만의 일터가 존재하는 한 김용균은 날마다 더 생생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그게 살아남은 자에게 남겨진 의무다.

그런 의미에서 정의당이 ‘김용균 3법’으로 명명한 법을 살펴보는 일은 중요하다. 그것은 제2, 제3의 김용균이 더는 나오지 않도록 그 죽음을 생생한 기억으로 봉인하고, 그 이름을 법과 제도로 다시 살려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 일을 완수하지 못한다면, 컵라면을 바라보며 아무리 진심을 다해 슬퍼해도, 기어코 제2, 제3의 김용균은 다시 생겨난다. 아니 제2, 제3의 김용균이 어쩔 수 없이 생기더라도 그 죽음의 시간을 늦추고, 그 죽음에 책임 있는 사업주와 공무원을 제대로 처벌해야 한다. 지금은 책임자 처벌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즉, 처벌하더라도 형식적인 처벌에 그쳐 실효성이 없다.

OECD 산재 산업재해 사망률

김용균 3법을 살펴보다가 노회찬을 만났다. 김용균 3법은 28년만에 제출된 산업안전보건법 정부 개정안과 산업재해와 관련해 심상정, 노회찬이 대표입안한 입법안을 각각 가리킨다. 노회찬의 정치적 유언(유산) 중 하나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면, 김용균의 역사적 유산은 ‘죽음의 외주화 방지법’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거대 정당이 아니라) 국민이 선거에서 진짜 주인되게 하는 제도라면, 김용균 3법은 (사업자가 아니라) 노동자가 일터에서 진짜 주인으로 서게 하는 법이다. 평생 노동자를 위한 정치를 실천했던 노회찬은 김용균 3법으로 그렇게 다시 만난다.

컵라면과 손전등을 바라보며 느꼈던 그 슬픔과 노여움의 진심으로 ‘김용균 3법’을 한번쯤 찬찬히 살펴보면 좋겠다. 그건 크리스마스 이브에 할 수 있는 가장 크리스마스다운 일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꼭 크리스찬이 아니더라도 크리스마스는 그리스도의 생애가 함축하는 죽음과 부활, 그 생명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물론 국회는 늘 그렇듯 놀고 있다. 이 법안이 제때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다면, 그 책임져야 하는 정당도 꼭 기억하기 바란다.1

생전에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 활동에 참여했던 고 김용균 씨.

생전에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 활동에 참여했던 고 김용균 씨.

1. 산업안전법안 ⇒ 작업중지권, 위험업무 도급 금지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는 김용균 3법 중 가장 기본에 속하는 법이고, 따라서 그 내용도 포괄적이다. 특히 정부 입법이라는 점에서 실현가능성의 차원에서나 정치적인 의미로나 가장 중요하게 취급된다. 의안원문을 바탕으로 주요 내용을 요약해 정리한다.

노동자의 작업중지권

  •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노동자는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음을 명확히 규정한다.
  •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노동자가 믿을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음에도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근로자에 대하여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한 사업주에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위험 작업의 도급금지 

  • 지금까지 사업주 자신의 사업장에서 도금작업 등 유해ㆍ위험성이 매우 높은 작업을 고용노동부장관의 인가를 받으면 도급할 수 있던 것을, 앞으로는 사업주 자신의 사업장에서 그 작업에 대한 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일시ㆍ간헐적으로 작업을 하는 등의 경우에만 도급할 수 있도록 한다.
노동자에게 '작업 거부권'을 부여한다.

새 법안은 노동자에게 ‘작업중지권’을 부여하고, 합리적인 이유로 작업을 중지한 노동자를 해고하거나 불리한 처우를 한 사업주에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처할 수 있게 했다.

처벌 강화

  • 안전조치 또는 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여 근로자를 사망하게 한 자에 대하여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던 것을, 앞으로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등 처벌을 강화한다.

기타 

  • 도급인의 예방 책임 강화: 수급인에게 관련 안전 및 보건 정보를 제공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수급인은 해당 도급 작업을 하지 아니할 수 있고, 계약의 이행 지체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않는다.
  • 물질안전보건자료의 작성·제출 등: 1) 국가가 근로자의 건강 장해를 유발하는 화학물질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건강장해를 유발하는 사고에 대하여 신속히 대응하도록 하고, 2) 영업비밀과 관련되어 화학물질의 명칭 및 함유량을 적지 아니하려는 자는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그 화학물질의 명칭 및 함유량을 대체할 수 있는 자료를 적도록 한다.
  • 그 밖에 법의 체계 정비: 법의 장ㆍ절을 새롭게 구분하고, 위임근거가 필요한 경우 그 근거를 마련하며, 법 조문을 체계적으로 재배열하는 등 법 체계를 일괄적으로 정비함으로써 국민이 법 문장을 이해하기 쉽게 한다.

2. 산재사망 가중처벌법안 ⇒ 기업(사업주) 책임 강화

산재 사망자 연간 약 2천 명

  • 2015년 산업재해로 인해 목숨을 잃은 노동자만 1,810명, 부상·사고 등으로 다친 노동자만 약 9만 명에 달한다.
  • 산업현장에서 노동자가 사망에 이르고, 수 없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는 원인에는 사람을 절감해야 할 비용으로, 또 가급적 싸게 쓰고 버리는 소모품으로 여겨온 우리 사회경제 시스템이 있으며, 안전에 대한 기업의 불감증이 주요한 요인이다.

하지만 기업주 처벌은 솜방망이? 

  • 그럼에도 산업안전 관련 법령 위반에 따라 기업주가 현실에서 법적 책임은 미미한 수준에 그친다.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그중 32%가 무혐의로 처벌을 피해가고, 벌금형으로 책임을 묻는 사법부의 관대한 처벌, 1년에 1건 있을까 말까한 사업주에 대한 징역형 선고도 집행유예로 풀려나와 법의 목적과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있는 실정이다.
  • 산재로 인해 매년 2천여 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매년 거의 20조 원에 가까운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 이런 배경 속에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의 법 위반 사항 중 노동자가 사망에 이르는 행위를 범죄행위로 간주하여 「산업안전보건법」상 처벌보다 가중해 처벌할 수 있는 법률을 제정해  산업안전의 1차적인 책임을 지는 기업에 대한 법적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
이 법안은 심상정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출처: 심~부름센터)

산재사망 가중처벌법안은 심상정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출처: 심~부름센터)

사업주 처벌 강화 

  • 사업주 처벌 강화: 1)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범죄를 범하여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근로자나 종사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한다(= 고의범). 2)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죄를 범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과실범).
  • 5년 이내 재범에게 집행유예 불가: 산업안전보건범죄를 범하여 근로자나 종사자가 사망하여 법 제3조 위반죄로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된 후 5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이 다시 법 제3조 위반죄를 범한 경우에는 형의 집행을 유예하지 못하도록 한다.
  • 3배 배상 규정: 제3조에 따라 처벌을 받은 자는 사망에 이른 사람에게 발생한 손해의 3배 이상을 배상도록 한다.
  • 허가, 면허, 등록 취소: 고용노동부장관이 해당 사업에 대하여 그 허가, 면허 또는 등록의 취소, 영업정지 등 조치를 할 것을 요청하도록 하고, 요청받은 기관장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따르도록 한다.

3. 재해처벌법안 ⇒ ‘기업살인법’ 도입 

노회찬이 대표발의한 ‘재해처벌법안’은 심상정이 대표발의한 산재사망가중처벌법안보다 다소 원론적인(추상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은 기업(사업주)과 더불어 정부(공무원)의 책임을 분명히하려는 목적을 띤 법안으로 보인다. 제안 이유로 언급된 세월호 사례나 ‘기업살인법’이 인상적이다.

현대형 중대재해 예방의 필요성

  • 오늘날 대형재해는 특정한 노동자 개인의 위법행위의 결과가 아니라, 기업 내 위험관리시스템의 부재, 안전불감 조직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 같은 ‘현대형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기업 등이 조직적·제도적으로 철저한 안전관리를 하도록 유도하는 입법이 필요하다.

현행법은? (세월호 ‘청해진해운’의 경우)

  • 현행법은 재해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안전관리의 주체인 경영자에게 형사책임을 묻기 어렵다. 현대 기업의 특성상 안전관리는 다양한 직급에서 구조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죄의 적용이 까다롭다. 따라서 대부분의 재해 사건은 일선 현장 노동자 또는 중간관리자에게 가벼운 형사처벌을 내리는 결론에 그친다.
  • 세월호의 경우: 법인의 경우, 「산업안전보건법」 등 개별법에 과태료나 벌금 부과규정이 존재하기는 하나, 이들 규정은 인명피해에 대한 처벌을 예정한 규정이 아니어서 벌금액이 피해에 비해 매우 낮다. 대표적인 예로, 세월호 참사를 일으킨 기업 ‘청해진해운’은 과실로 선박기름을 유출한 점에 대하여 「해양환경관리법」 위반으로 벌금 1천만원을 선고받은 것이 전부임.
“거꾸로 된 건 너희들이 아니라 우리들인 것 같다. 거꾸로 된 세상에서 살게 해서 미안해.” (글/그림: 최남균) https://www.facebook.com/leepary

청해진해운은 벌금 1천만원을 선고받은 게 전부다. (글/그림: 최남균)

영국·캐나다 등 ‘기업살인법’ 도입

  • 현행 형사법체계는 기업의 안전관리시스템을 관할하고 지배하는 경영자가 재해의 위험을 평가절하하도록 유도한다.
  • 이는 결국 사회 전체적으로 재해사고의 위험이 높아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영국·캐나다 등 여러 해외 국가에서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인명사고에 대해 경영책임자와 기업의 형사책임을 묻는 ‘기업살인법’을 도입하였다.
  • 기업 등이 불특정다수의 시민이 이용하는 시설에 대한 안전관리·보건조치의무를 위반하거나, 위험한 원료 및 제조물을 취급하면서 안전관리·보건조치의무를 위반하여 인명사고가 발생한 경우, 해당 기업의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및 기업 자체에 대한 형사책임을 묻는 특별법을 제정하여 헌법이 보장하는 시민의 안전권을 확보하고, 기업의 조직문화 또는 안전관리 시스템 미비로 인해 일어나는 중대재해사고를 사전에 방지할 필요가 있다.
  • 이에 사업주나 법인이 제3자에게 임대·용역·도급 등을 행한 경우, 그 사업주나 법인(원청사업주)과 제3자는 공동으로 제3조의 안전조치의무 및 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게 하고,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가 이 법에 따른 안전조치의무 및 보건조치의무를 위반하여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경우,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를 형사처벌하며, 해당 법인에게도 벌금을 부과하도록 한다.

공무원 책임 강화 

  • 기업의 안전의무 위반으로 인한 재해사고에는 ‘관피아’로 불리는 공무원의 의식적 직무 방임이 수반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 그러나 감독 및 인허가 권한을 가진 공무원이 고의적으로 직무를 유기하여 그 결과로 재해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현행법의 해석을 통해 형사책임을 물은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해양수산부의 공무원들은 정직·감봉 등의 처분만을 받았을 뿐이다.
  • 이에 법을 통해 법령상 사업장이나 공중이용시설에 대한 감독의무 또는 인·허가 권한을 가진 공무원이 직무를 유기하여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경우 1년 이상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상 3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한다.
재해방지법은

재해처벌법안은 노회찬이 남긴 것들 가운데 하나다.

김용균 3법 (개요) 

1.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법률안 (이하 ‘산업안전법안’) 

  • 의안번호: 2016250
  • 제안일자: 2018년 11월 1일
  • 제안자: 정부

2. 산업안전보건범죄의 단속 및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 (이하 ‘산재사망 가중처벌법안’) 

  • 의안번호: 2000109
  • 제안일자: 2016년 6월 7일
  • 제안자: 심상정(정의당), 김종대(정의당), 노회찬(정의당), 윤소하(정의당), 이정미(정의당), 추혜선(정의당), 윤후덕(더불어민주당), 진선미(더불어민주당), 표창원(더불어민주당), 홍영표(더불어민주당)

3. 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 책임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 (이하 ‘재해처벌법안’) 

  • 의안번호: 2006761
  • 제안일자: 2017년 4월 14일
  • 제안자: 노회찬(정의당), 김종대(정의당), 김종민(더불어민주당), 김종훈(무소속), 박주민(더불어민주당), 심상정(정의당), 윤소하(정의당), 윤종오(무소속), 이정미(정의당), 정동영(국민의당), 추혜선(정의당)


  1. 현재(’18. 12. 24) 스코어 더불어민주당의 가장 큰 관심은 김용균 3법이 아니라 유치원 3법이며, 자유한국당은 청와대 흔들기에 올인한 상태인 것 처럼 보인다. 관련 소위인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자유한국당은 탄력근로제 확대를 주장하면서 김용균법의 논의를 가로막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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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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