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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링크가 답일까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네이버가 인링크 제도(포털 내부에서 뉴스 연결)를 이용해 취재기자 한 명 없이 뉴스 장사를 하고 광고와 부를 독점하는 것을 막겠다”며 “이번 국회에서 개선을 해서 아웃링크 제도(언론사 사이트로 뉴스 연결)로 바꾸겠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른바 ‘아웃링크 법안’을 발의했다. “세계 검색시장의 90% 이상이 아웃링크 방식”이고 “인링크는 언론을 포털의 가두리 속에 양식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주장이다.

2012년에 쓴 다음 글을 먼저 읽으시기를 추천한다.

네이버가 얼마나 문제인지는 밤을 새서라도 이야기할 수 있지만, 뉴스 아웃링크가 가능하려면 아래의 몇 가지 전제를 해결해야 한다. 네이버와 다음을 합쳐 편의상 네이버라고 부르기로 한다.

1. 네이버에 접속하는 사람이 하루 4,000만 명, 뉴스를 한번이라도 보는 사람은 1,300만 명이라고 한다. 네이버에서 나가면 나가는 언론사만 손해다. 네이버에 뜨지 않으면 존재감이 없다. 나가려면 다 같이 함께 나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다 같이 함께 나가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으니 법을 만들어 네이버가 뉴스를 다루지 못하게 하겠다는 발상이 나오는 것이다.

2. 네이버와 언론사의 제휴는 일단 3단계로 나뉜다. 검색 제휴와 뉴스스탠드 제휴 그리고 CP(콘텐츠 공급) 제휴. CP 제휴는 네이버에 전재료를 받고 기사를 공급한다는 의미다. 우리 뉴스를 네이버에서 보지 못하게 하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CP 제휴를 중단하고, 검색 제휴만 하겠다고 하면 된다. 사실 들어오려는 언론사들이 줄을 서 있다.

3. 2004년의 경험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일간스포츠와 스포츠서울, 스포츠조선, 굿데이, 스포츠투데이 등 5대 스포츠신문이 포털과 계약을 중단하고 한꺼번에 파란닷컴으로 옮겨갔다. 파란닷컴은 2년 동안 5개 신문에 120억 원을 주기로 하고 연예·스포츠 콘텐츠를 끌어들였으나 파란을 불러일으키는 데 실패했다. 계약은 연장되지 않았고 2012년에 아예 문을 닫았다. 스포츠신문이 빠져나간 빈 자리는 스타뉴스와 팝뉴스, 조이뉴스, 리뷰스타, 고뉴스 등등 온갖 새로운 매체들이 채웠다. 당연히 조중동이 다 빠져나가도 네이버는 뉴스 서비스를 계속할 것이다. 조중동이 연합뉴스에 포털 뉴스 공급을 중단하라고 압박하지만, 연합뉴스가 빠져나가도 뉴시스가 있고 뉴스1이 있고 통신사들이 얼마든지 줄을 서 있다. 한때 조중동이 모바일에서만큼은 네이버에 주도권을 내줄 수 없다고 버텼지만 결국 모두 항복하고 들어왔던 전례도 있다. 자연 독점이든 아니든 네이버는 막강한 권력을 확보하고 있다. 네이버를 해체하기 전에는 네이버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는 게 대부분 언론사들의 현실이다.

¶ 참고 기사: 

4. 일단 네이버는 영리 기업이다. 서비스 사업자가 뉴스 콘텐츠를 구입해서 중요한 뉴스를 선별하고 독자에게 보여주는 서비스를 하겠다는데 금지할 방법이 있을까. 네이버가 언론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건 큰 의미가 없다. 일단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법을 만들어도 위헌 소지가 크고, 둘째, 이용자들이 과연 그걸 원할 것인가도 생각해 봐야 한다. 뉴스의 독점과 여론의 왜곡을 바로 잡기 위해 뉴스 애그리게이션 서비스를 사회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를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 네이버를 때려잡으면 그 다음은 다음인가. 둘 다 때려잡고 다른 포털이 나오면 그때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네이버 미디어오늘

5. 독점의 폐해는 끝없이 이야기할 수 있지만, 한 자리에서 여러 언론사의 뉴스를 모아보고 비교하면서 볼 수 있다는 건 이른바 한국형 포털에서만 가능한 효용이다. 언론사 입장에서는 포털의 공짜 뉴스가 뉴스의 브랜드를 해체하고 맥락을 무너뜨린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지금도 chosun.com이나 hani.co.kr을 얼마든지 방문할 수 있다. 찾아갈 수 있는데 가지 않을 뿐이다. 한국 사람들에게 네이버는 이미 습관이다. 네이버에서 뉴스가 완전히 사라지면 어쩔 수 없이 개별 언론사 사이트를 찾겠지만, 뉴스의 편중이 심화될 수도 있고, 뉴스 소비가 전반적으로 줄어들 수도 있다.

6. 지난해 언론 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1주일 동안 한 번도 언론사 사이트를 방문한 적 없다는 비율이 PC에서는 87.8%, 모바일에서는 73.9%에 이른다. 포털에서 뉴스를 읽는다는 답변을 한 사람들 중에는 모바일에서 네이버로 뉴스를 본다는 비율이 88.3%에 이른다. PC에서는 뉴스를 보지 않는다는 비율이 59.8%나 되는 것도 눈길을 끈다.

이정환

7.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가 발간한 디지털 미디어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 사람들이 언론사 사이트를 직접 방문해서 뉴스를 읽는 비율은 4% 수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다. 네이버 때문이지만 네이버를 해체한다고 해도 독자들이 직접 뉴스 사이트를 찾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거나 영원히 찾지 않을 수도 있다. 인터넷 생태계의 판을 다시 짜는 작업이다. 판을 다 갈아엎어야 할 수도 있다.

언론사 홈페이지 직접 방문 의존 비율

8. 네이버가 2009년 뉴스캐스트 서비스를 도입했다가 2013년에 폐지하기까지의 과정을 복기할 필요도 있다. 문제는 인링크냐 아웃링크냐가 아니라 네이버의 높은 점유율에 있다. 네이버에 집중된 엄청난 규모의 트래픽은 네이버 스스로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래서 언론사들에 트래픽을 나눠줬더니 어뷰징으로 난리가 났다. 그때 우리 모두 저널리즘의 바닥을 봤다. 지금 언론사들이 요구하고 있는 건 모바일에서도 뉴스캐스트 서비스를 도입해 달라는 것이다. 네이버 메인에 무슨 기사가 걸리느냐에 따라 여론이 요동을 칠 것이고 트래픽도(그리고 광고 수입도) 폭풍이 몰아치듯 시장을 뒤흔들 것이다.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맞춤형 기사 편집이 대안이 될까. 많은 언론사들이 배너 광고의 유혹에 빠질 것이고, 아마 독자들이 더 반대할 것이다.

뉴스 이용 포털

9. 디테일로 들어갈수록 난감한 문제가 많다. PC는 웹 브라우저를 벗어나지 않지만, 모바일에서는 네이버 앱에서 뉴스를 보는 이용자들에게 사파리나 크롬을 뜨게 하는 게 가능할까. 아니면 네이버 앱의 네이티브 브라우저에서 언론사 페이지를 불러오게 할 수 있을까. 그때마다 로딩 시간을 이용자들이 견뎌낼 수 있을까. 아마도 네이버는 절대 모바일에서 아웃링크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인터페이스를 감안하면 차라리 뉴스 서비스를 포기하거나 자체적으로 큐레이션 서비스를 마련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다.

¶ 참고 기사: 

10. 당장 돈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네이버와 다음의 전재료와 네이버 플러스 프로그램을 더하면 연간 3,000억 원 규모에 이른다. 언론사 단위로 쪼개면 크지 않은 돈이지만, 이걸 포기할 수 있을까. 전형적인 죄수의 딜레마다. 모든 언론사가 한꺼번에 나가지 않는다면 나가는 언론사만 손해다. 아웃링크로 가면서 전재료를 계속 받는 방법이 있을까. 어렵다고 봐야 한다. 네이버와 다음은 지금도 뉴스 섹션에서 버는 것 이상으로 언론사들에게 지급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실제로 뉴스 섹션 뿐만 아니라 지배적인 뉴스 플랫폼을 구축한 덕분에 네이버와 다음이 벌어들이는 간접적인 수익을 빼놓고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공짜 뉴스가 없었다면 블로그와 카페 만으로 지금 같은 점유율을 만들 수 있었을까. 언론사들의 불만은 당연하다. 그러나 개별 언론사 차원에서 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 그렇다고 네이버에게 뉴스를 포기하라고 압박하는 걸로 해결할 수도 없는 문제라고 본다.

11. 드루킹 때문에 갑자기 난리법석인데, 홍준표 한 마디에 모든 언론이 나서서 아웃링크가 답이라고 외치고 있다. 시사IN까지도 댓글 폐쇄가 답이라고 외치는 걸 보고 좀 어이가 없었는데, 심지어 실명제를 부활하자(장제원, 김경진)는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도 들린다. 국가정보원의 댓글 조작 사건은 권력의 여론 개입 자체가 문제인 것이고, 실제로 얼마나 여론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부차적인 문제다. 댓글 몇 개 달고 추천 수 조작하는 걸로 여론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동의하기 어렵겠지만, 드루킹의 영향력을 실제보다 부풀리고 있는 것은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 언론이다. 기사 밑에 달린 댓글은 기사의 연장이거나 확장이고 수많은 사람의 집단지성이 뒤엉키는 공론장의 역할을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렇듯이 협잡과 음모가 난무하고 언제나 지저분하고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문제가 있으면 고치고 바로 잡으면서 나가는 수밖에 없다. 댓글 조작을 막을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12. 인터넷 기업 네이버와 뉴스 플랫폼으로서의 네이버가 공존한다. 공짜 뉴스라는 떡밥이 네이버의 높은 점유율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높은 점유율이 높은 여론 집중도를 만들고 여론 조작의 타겟이 되는 상황이지만, 결국 네이버가 선택한 숙명이다. 뉴스를 포기할 수 없으니 기계적 중립에 머물면서 안전하게 가는 게 네이버의 전략이었다면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댓글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댓글을 폐쇄하거나 뉴스를 포기하는 선택도 가능할 것이다. 다만 아직은 그렇게 심각한 위협을 느끼는 상황이 아니고, 이용자의 요구도 그리 거세다고 볼 수 없다. PC 버전부터 뉴스 섹션을 아웃링크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는 있겠으나 아마도 끔찍한 서비스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네이버가 더 이상 뉴스 콘텐츠를 구입하지 않는 상황은 아마 대부분 언론사들이 반기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포털, 아니 인터넷의 대명사로 성장해온 네이버

대한민국 포털, 아니 인터넷의 대명사로 성장해온 네이버

답이 뭐냐고 묻는다면 결국 네이버의 외부를 키우고 네이버의 대안을 만드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사실 네이버의 점유율이 줄어들고 다음이나 구글의 점유율이 높아지는 것만으로도 많은 게 바뀔 수 있겠지만 사람들의 습관을 바꾼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새로운 제안을 던질 수는 있다. 중국의 진르터우탸오나 독일의 업데이 같은 인공지능 기반의 뉴스 추천 서비스가 등장한다거나 미국의 인클이나 핀란드의 스트로슬 같은 여러 언론사들이 연대해 새로운 플랫폼을 만든다거나 네이버가 못하는 네이버를 넘어서는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내놓고 네이버와 정면으로 승부를 벌이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그리고 아마도 네이버의 외부에서 자생하는 언론사가 늘어날 것이다. 100개의 똑같은 기사를 써내는 100개의 언론사들이 우글거리는 네이버를 떠나는 독자들도 늘어날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언론사 직접 방문 비율과 세계에서 가장 낮은 언론사 브랜드 인지도, 여기에 사실 답이 있다. 네이버가 문제지만 결국 네이버에 없는 어떤 것들을 만들고 그걸 독자들에게 인식시켜야 한다. 개별 언론사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하고 브랜드를 강화하고 네이버 뉴스와 직접 경쟁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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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이정환
슬로우뉴스 편집위원 / 미디어오늘 사장

더 나은 세상이 가능하다. 이정환닷컴! (leejeonghw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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