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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며칠 동안 공론장을 어수선하게 했던 여성가족부의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이하 ‘안내서‘) 중 부록편에 수록된 ‘방송 프로그램의 다양한 외모 재현을 위한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에 관한 소동을 개인적인 관점에서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현재 상황을 간단히 정리하면, 여가부는 어제(19일) 안내서가 제작된 과정을 설명하고, 문제가 된 가이드라인 부분에 관해 해명하면서, 그 구절(부록 2-2 조항)을 수정·삭제하기로 했습니다(여가부 보도자료). 진선미 장관도 이에 관해 간단히 해명한 상태죠.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0. 진실 혹은 뻘짓 

‘보도지침’이라는 치욕스럽고, 아픈 역사를 가진 나라입니다. 그 실질이 검열기관인 방심위(방송통신심의위원회)라는 기관을 가진 나라죠. 그래서 그 취지가 정당하고, 강제성을 담보하지 않은 ‘안내서’, ‘가이드라인’이라고 해도 지난 권위주의적 정부의 억압적 여운을 떨쳐내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방송은 그 어떤 분야보다 공적 성격이 강한 영역입니다. 방송에 관한 국가 개입을 어느 선에서 인정할 것이냐는 판단은 시대에 따라 또 각자가 속한 조직의 입장에 따라 그리고 궁극에서는 시민(시청자) 개개인의 체험과 철학에 따라 얼마든지 다를 수 있습니다. 변하지 않는 정답이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말입니다.

요 며칠 욕을 바가지로 먹었지만, 안내서 전체 내용을 찬찬히 읽어보면, 고개가 끄떡여 지는 구절이 참 많습니다. 몇 가지를 예시해보죠. 특히 어린 초중고 자녀가 있는 부모라면, 더 납득할 수 있을 겁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고개를 끄떡이게 하는 내용이 많아요.
전체적으로 보면 고개를 끄떡이게 하는 내용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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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제의 원인이 되는 사회구조적 문제는 간과한 채 개인의 책임을 부각시키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워킹맘이 처한 불평등한 육아·가사 부담에 대해 남성의 참여, 장시간 근무, 육아·보육 시설 부족 등의 문제를 조명하기보다 가정의 형편이나 개인의 역량에 더 집중해서는 안 됩니다.
  • 여전히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의견을 주는 전문가는 대다수가 성인 남성이며 이것은 공적 논의, 사회적 대안 제시에서 여성 ·여아의 의견이나 관점이 배제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 연예·오락 프로그램의 경우 남성이 주도하고 여성이 보조하는 사례는 과거에 비해 줄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뉴스 프로그램에서는 여전히 남자 진행자는 신뢰를 준다는 명목 하에 경력중심 선발을, 여성 진행자는 근무경력보다 나이를 고려한 선발이 이루어지는 상황입니다.
  •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남아가 주인공인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으며 성인 프로그램보다 성비 불균형이 더 심한 상태입니다.
  • 좋은 방송 사례: [꽃보다 할배(tvN)]에서는 남녀가 함께 저녁 준비를 하고, 식사 시 자리 배치도 식사 준비에 가장 수고를 많이 한 여성을 정중앙에 앉게 하는 등 서열중심 문화를 넘어서는 방식을 보여 주었음.
  • 스포츠 중계 시 여자선수에 대해 불필요한 외모평가를 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입니다.
  • 남성 전업주부, 남성 육아휴직자, 남성 보육교사, 남성 간호사를 바람직한 남성과 거리가 먼, 매력 없는 인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합니다.
  • 예능 프로그램에서 여성 출연자의 얼굴에 대해 ‘선제공격’이라는 무기로 표현하고 다른 출연자에 대해서는 꽃잎 CG와 함께 ‘얼굴 금수저’등의 자막을 사용해 외모에 대해 과도한 비교 평가를 했습니다.
  • 외모 표현에 관해 사용되는 용어가 유머 수준을 넘어 듣는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열등감과 상처를 주는 수위에 도달하지 않도록 점검합니다.
  • 다양한 가족(한부모·비혼모·조손·이혼·독거·다문화가족)을 필요 이상으로 가난하고 문제 많은 가족으로 묘사하거나 외국인 신부에 대해 낮은 계층, 낮은 학력자로 인식하도록 해서는 안됩니다.
  • 성폭력 사건에 대한 뉴스보도에서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묘사한 삽화를 자료화면으로 사용하여 성폭력 사건을 시청자들의 성적 호기심거리로 전락시킨 사례가 있습니다. 성폭력 과정을 지나치게 상세히 묘사하여 선정적인 볼거리로 만들 경우 성폭력 사건으로 인한 피해의 심각성을 간과하게 하고 피해예방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어렵게 만듭니다.
  • 성폭력 사건을 보도할 때 피해자의 대부분은 여성인데 가해자보다 피해자에게 과도하게 주목하고 있지 않은지, 또 교통사고 등 일반사건 보도와 달리 피해자에게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시청자의 눈길과 호기심을 끌려고 하지는 않는지 점검이 필요합니다.
  • 보도 프로그램에서 “여자가 꼬리치면 안 넘어올 남자가 어디 있어. 어린 애도 아니고 그 시간까지 같이 있을 때는”, “바래다주면서 잘 잠그고 자라고 그랬는데도 그냥 열어주니까”처럼 사건의 원인을 피해자의 탓으로 돌리려는 사례가 빈번합니다.
  • 남성의 경우 ‘남’자를 붙이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데 반해, 여성에게는 ‘여’자를 붙여 여직원, 여의사, 여교수, 여대생 등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사건보도 등에서 직업을 가진 여성을 부를 때 직업 앞에 ‘여’자를 붙이는 것은 직업적 전문성보다는 성별에 집중하여 자극적으로 소비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사용에 주의해야 합니다.

부록

  • 인물의 외모로 성품, 능력 및 성적 매력을 유추하게 하는 기획, 연출 및 표현 사용을 자제하도록 합니다.
  •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에서마저 평범했던 주인공이 아름답고 화려한 외모로 변신하는 전개 공식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어린이 프로그램인데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외모가 문제 해결의 능력과 연관성이 있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습니다.
  • 연령과 관계없이 외모적으로 젊음을 강요하는 연출 및 표현 사용을 자제하도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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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신가요? 방송 프로그램 제작자가 ‘참조’하기에 적당한 지적들인가요? 아니면 국가 권력의 부당한 간섭으로 느껴지시나요? 저 개인적으로는 넉넉히 참고할 만한 지적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참고’가 프로그램 제작의 자율성을 저해하거나 제한해선 안 되겠지만요.

가이드라인에서 문제된 건 부록 2-2 조항에 있는 다음과 같은 문구였습니다:

[box type=”error”]

2-2. 비슷한 외모의 출연자가 과도한 비율로 출연하지 않도록 합니다.

  • (사례) 음악방송 출연가수는 모두 쌍둥이?
  • 음악방송 출연자들의 외모획일성은 심각합니다. 대부분의 출연자들이 아이돌 그룹으로, 음악적 다양성뿐만 아니라 출연자들의 외모 또한 다양하지 못합니다. 대부분의 아이돌 그룹의 외모는 마른 몸매, 하얀 피부, 비슷한 헤어스타일, 몸매가 드러나는 복장과 비슷한 메이크업을 하고 있습니다. 외모의 획일성은 남녀 모두 같이 나타납니다.

– 여성가족부,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 중에서 (p.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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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가뜩이나 성차별 이슈에 관해 모두들 민감해 하는 상황입니다. 여가부까지 나서서 이런 불필요한 감정적인 소모를 초래할 이유가 전혀 없죠. 그 경솔함, 안이한 상황 인식에 초점을 맞추면 그야말로 희대의 뻘짓입니다. 안내서의 취지를 모르는 바 아니고, 안내서가 추구하는 목적이 정당하는 것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지만, 가이드라인을 통해 드러난 경솔함과 안이함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이하 여가부 안내서 중 가이드라인 부록 2-2(이하 ‘부록 2-2’)의 문제를 좀 더 살펴보죠.

 

1. 가족 유사성과 아우라

“음악방송 출연자들의 외모획일성은 심각”하다고 여가부는 말합니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사실이고, 또 어떻게 보면 거짓이죠. ‘의느님’께서 보우하사 여성 아이돌의 상당수는 서로 닮았습니다. 이것을 부정하기는 어렵죠. 아이돌 그룹 가수들, 처음엔 다 비슷비슷하게 보이니까요. 혹시 저만 그런가요?

하지만 대중문화 시장을 이끄는 슈퍼스타 그룹의 아이돌, 의미상 ‘진짜 아이돌’은 그 외모가 서로 상당히 차별적입니다. 하나하나 개성이 뚜렷하죠. 이들에게는 모두 의느님의 자식이라는 ‘가족유사성’(비트겐슈타인)이 있을지언정 그와 동시에 대중예술인으로서 고유한 개성, 즉 ‘아우라’(벤야민)를 획득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닮았지만, 서로 (너무너무너무너무) 다르죠.

가령 블랙핑크도 트와이스도 처음에는 서로 비슷비슷해 보일 수 있죠. 그밖에 지금은 슈퍼스타가 된 많은 아이돌 그룹들이 처음엔 서로 비슷비슷해 보일 겁니다. 특히 아이돌 문화에 별 관심 없는 ‘어른들’ 눈엔 더 그렇겠죠. 하지만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에 보이는 것은 전과 같이 않으리라.”[footnote]유홍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서문 중에서. 이것은 임어당의 어록에 관한 유홍준의 변주된 기억이다.[/footnote]는 말처럼, 애정을 갖고 팬심으로 지켜보면, 어른들 눈엔 비슷하게 보여도, ‘우리들’ 눈엔 비슷하기는커녕 너무너무너무 또렷하게 하나하나 달리 보입니다.

그래서 여가부의 부록 2-2가 만약 방송 제작자의 지침으로 작동한다고 가정하면, 물론 현실적으로 그런 일은 불가능할텐데요, 슈퍼스타급 아이돌의 방송 독점을 오히려 강화하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족, 닮았지만 다르다.
자녀는 부모를 닮았지만, 다릅니다. 처음 볼 땐 더 비슷하지만, 볼수록 더 다르죠.

2. 폭력의 강제

부록 2-2는 폭력을 강제합니다.

부록 2-2는 외모를 평가당하는 대중 예술인(“출연자”)에게 당연히 폭력이고, 그와 더불어 그 외모를 평가해야 하는 심사자(“방송사”와 “제작진”)에게도 폭력이죠. 무엇보다 이 정책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선 ‘외모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을 세워야 합니다. 수단이 목적을 짓밟는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만 하죠.

획일적이지 않은 다양한 외모를 시청자에게 '공급'합니다! 그 발상은 그 자체로 인격을 가축화한다. 정치적 올바름이 무지와 무능을 만날 때.
획일적이지 않은 다양한 외모를 시청자에게 ‘공급’합니다! 정치적 올바름이 무지와 무능을 만날 때.

3. 민언련 보고서

여가부 외모 쿼터에 관한 민언련 보고서는, 이 사태를 바라보는 ‘어떤 시각’을 대표한다고 추정되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번 민언련 보고서는, 민언련 보고서가 과거에도 종종 그랬던 것처럼, 정치적 올바름에 경도된 기계적이고 교조적인 해석의 비현실성을 여실히 드러낸다고 봅니다. 그것은 좋은 의미에서 순수하고, 나쁜 의미에서 순진하죠.

(강제적 행정력이 동원되는) ‘규제’와 (강제력이 없는) ‘가이드라인’이 다르다는 뻔한 사실을 무슨 새로운 발상의 전환인 듯, 대단히 새로운 관점을 발견한 것처럼 포장하며 독자를 가르치려는 민언련 보고서의 논리는 부록 2-2의 순진한 그래서 더 폭력적인 계몽성을 닮았습니다. 의미 없는 동어반복. 그런 맥락에서 민언련 보고서는 ‘콜럼버스의 달걀’[footnote]보통 사람은 하기 어려운 발상의 전환[/footnote]이 아니라 또 다른 모습을 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입니다.[footnote]신화 속의 인물로 강도다. 사람들을 납치해서 자신의 침대에 맞춰 신체를 자르거나 늘린다. 자기 생각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경우를 비유해서 이르는 말.[/footnote]

민언련이 해야 하는 일은 여가부 ‘편들기’가 아니라 부록 2-2를 둘러싼 다양한 담론의 입체적이고 비판적인 재구성입니다. 사람들은 여가부 외모 쿼터 권고안이 규제가 아닌 가이드라인이라는 것을 몰라서 어이 없어 하고 화내는 게 아니니까요. 국가권력이 내가 애착하는 대중예술인의 외모를 획일적으로 규격화하고, 관리하려는 그 권위적인 방식을 반대하고,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것뿐입니다.

그것은 현실에서 존재하는 외모차별보다 더 끔찍하게 차별적이고 폭력적이죠.

4. 장전과 선언 그리고 금기

사실 우리의 문명은 말해진 것(장전)말해야 하는 것(선언) 위에서 세워진 것이면서 동시에 무엇보다 말하지 말아야 하는 것(금기)의 위에 세워진 것입니다. 부록 2-2는 말해야 하는 것과 말하지 말아야 하는 것의 경계에 관한 아무런 고민도, 어떤 근심도 없습니다. 그것은 정책적으로 바보스러울 만큼 순진하죠. 그 무지로 인해 가이드라인은 자신이 극복하기 위한 외모 차별을 오히려 더 강화하고, 공식화하는 부작용을 지금 이 순간에도 키우고 있습니다.

문화는 금기를 드러내어 억압하고, 정치적 올바름을 강제함으로써 실현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도덕적 금기(외모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당위적 도덕)에 관한 무의식적 저항을 간접적으로 중재하고, 그 욕망을 ‘문화적으로 속임으로써’ 성취되죠. 풀어서 설명하면, 외모 차별을 문화적으로 금기화하려면, 그걸 강요해선 안 되고, 스스로 원하게 해야 합니다. 그것은 부록 2-2의 기계적이고 폭력적인 기준을 통해서는 절대로 실현될 수 없죠.

그런 의미에서 이 부록 2-2는 형식적으로는 정치적 올바름의 딜레마 상황이지만, 상식적으로 보면 여가부의 무능, 안이함과 경솔함을 드러낼 뿐입니다.

여자 얼굴 소녀 금지 반대 그만

5. 하태경

하태경의 선동은 그 기능의 차원에서 보면 아주 효과적이고, 그 정당성의 차원에서 평가하면 당연히 부당합니다. 그러니까 말 그대로 교활하고, 악랄하죠. 이를 자세히 설명하는 것은 오히려 하태경의 악의적 프레이밍을 강화하는 일이므로 생략하도록 합시다.

다만 이것만은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악랄한 선동이 득세하는 시대는 위험하는 것. 그리고 역사를 통해 보건대, 그런 선동은, 하태경이 그토록 근심하는, 민주주의를 갉아먹는 좀벌레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는 것.

하태경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출처: 하태경 블로그) http://blog.naver.com/radiohaha
하태경 의원이 정말 원하는 건 뭘까요? 하 의원의 발언에는 성평등에 대한 바람보다 여가부, 더 나아가 문재인 정권에 대한 공격 욕망이 강렬하게 표출됩니다. (출처: 하태경 블로그)

0. 인권을 위한 여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죠. 이번 소동에 관해 친한 벗(여사친)에게 물었습니다. 여성가족부가 “성평등의 관점에서 여성권리뿐 아니라 인권의 평등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친구는 답했죠.

공화당과 민주당이 ‘동성혼’에 관해 10년 동안 치고받을 때 조지 레이코프는 공화당의 동성혼 반대 프레이밍을 깨뜨리려면 결혼의 본질에 관해 다시 프레이밍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공화당이 성서적 윤리에 바탕을 둔 ‘남녀의 배타적인 섹스’가 결혼의 제도적 본질이라고 강조할 때 그 프레이밍에 말려들어선 안 된다고 말했죠. 그 대신 ‘결혼의 진짜 본질’에 관해 주목해야 한다고 레이코프는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결혼의 본질은 이런 것이라고 말하죠.[footnote]조지 레이코프,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10주년 전면개정판, 2015. pp. 178-187. 레이코프가 반드시 그렇게 말했다는 것이 아니라 그 취지를 헤아리면 그렇다는 것 (필자). [/footnote]

“사랑과 헌신.”

결혼의 본질은 '남녀의 결합'이 아니라 두 인격이 서로에게 '사랑과 헌신'을 약속하는 신성한 제의다.
결혼의 본질은 ‘남녀의 결합’이 아니라 두 인격이 서로에게 약속하는 ‘사랑과 헌신’이다.

여가부의 존립 목적은 성평등의 실현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현실에서 여전히 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좀 더 평평하게 만드는 일을 주된 현실적 목표로 삼죠. 여성의 권리를 끌어올리는 노력은 당연히 필요합니다. 성역할에 관한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는 일은 너무도 절실한 일일죠. 이번 안내서는 그런 정당한 목표를 가지고 있고, 대다수 내용은 그에 부합합니다. 하지만 부록 2-2에서 심각한 안이함을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더 단단하고 보편적인 인권의 보루를 마련하기 위해선 좀 더 섬세해야 합니다. 더 깊이 고민하고, 더 널리 주변을 둘러봐야죠. 아무리 그 목적이 정당해도 이렇게 거칠고, 불친절한 방식으로는 그 힘든 과업을 성취할 수 없습니다. 정치적 올바름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지금까지 시행착오는 충분했습니다. 이제 그 정치적 올바름은 무지와 무능이 아니라 그 목적에 부합하는 제대로 된 방법론을 만나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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