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코리아 칼럼] ‘차가운 내전’ 시대, 민주헌정세력이 대선에서 이기는 세 가지 방법 (안병진/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

나는 지난 3월 6일 야권의 원내외 정당 주요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앞으로 민주헌정주의 세력 대선 전략의 큰 줄기를 발표한 바 있다. 정치 일정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하지만 이후 순식간에 조기 대선을 치르게 되면 경마식 보도로 함몰될 가능성이 존재하기에 중요한 대선 목표와 전략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다시 그 내용을 제기한다. 발표했던 세 가지 전략은 다음과 같다.
세 가지 전략
- 내란 세력 청산 및 사회 대개혁의 이중 과제를 동시에 이루기 위해 모든 민주헌정주의 세력의 연합정치를 추진한다.
- 민주헌정주의 연합정치는 세 가지 정치협약을 중심으로 선거 캠페인과 국정운영을 수행할 것을 제안한다.
- 첫째, 시민들과 청년들의 주도적 참여를 중심으로 연합정치 세력들이 사회 대개혁 위원회를 설치하여 선거과정과 국정운영의 중심으로 한다.
- 둘째, 결선투표제를 통한 다당제 연합 등 공존의 정치를 활성하기 위한 개혁 입법 및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개헌의 방식과 일정을 발표한다.
- 셋째, 대선 후 다당제 연합정치의 구체적인 운영방식과 2026년 지방선거에서 연합정치를 지속적으로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발표한다.
- 위 세 가지 정치협약을 통한 연합정치를 위한 방법으로 다양한 스펙트럼의 민주헌정주의 세력이 국민경선 플랫폼 등 연합정치를 촉진시키는 다양한 경로를 활용하거나 시민 참여적 정치협약 구성 과정을 만들어 갈 것을 제안한다.

‘차가운 내전’ 시대
나는 1월 21일 사회 대개혁 정책포럼 주최 토론회에서 지금 우리는 ‘차가운 내전 시대’(Cold Civil War)에 돌입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민주헌정주의 연합과 시민헌정주의 가치를 위해 야권 내 결선투표 형식의 국민경선 전략을 제안하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여전히 정국을 낙관적으로만 보고 개별적 대응에 머물거나 연합의 긴급성에 부정적인 시각들이 존재한다.
내가 긴급대응을 호소한 그 다음 날인 3월 7일에는 법원이 내란의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취소를 결정했고 검찰은 항고를 포기했다. 이러한 충격적 결정을 예상하지 못한 정당들은 허둥지둥했고, 우리는 다시 광장에서 헌정주의 가치를 실천하고 응원하는 시민들의 헌신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현실에 놓여 있다.


탄핵이 인용되고 조기 대선 국면이 열린다면 국민의힘이 합리적 보수 코스프레를 하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기에 지난 대선보다는 민주당의 승리 가능성이 훨씬 높다.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취소로 인해 이 보수 코스프레 전환이 더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만약 탄핵 반대파들과 차별화를 꾀하는 후보들이 연합하여 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이들을 전면에 배치한다면 대선은 지금 낙관론보다 훨씬 더 치열한 접전이 벌어질 것이다. 검찰 등에 존재하는 일부 기득권 세력들도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할 것이다. 따라서 쿠데타 직후 극단 세력이 쉽게 고립될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이번 대선에서 또 틀릴 가능성도 있다.
민주헌정주의 세력의 압도적 대선 승리와 전환 과제는 결코 기존의 전통적 선거방식과 관성적 대응으로 성공할 수 없다. 기존의 상상 범위를 넘어서고 감동 있는 과정을 빌드업할 때만 안정적으로 승리할 수 있다. 물론 나는 나의 정세 위기감 및 향후 3대 전략만이 옳다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박빙이 아니라 다수 연합으로 압도적으로 승리하고 이후 대전환을 이룰 길이 무엇인가에 대해 광장과 시민사회, 그리고 원내외 정당들이 함께 의논하고 의견을 모아가는 노력을 당장 시작하자는 게 내 제안의 취지이다.
차기 대선, 내란세력 청산에만 그치면 대전환은?
내란 세력 청산과 민주헌정주의 가치에 기반한 사회 대개혁 과제 추진이 이번 대선의 노선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정체성이자 이를 모든 행위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는 국민 주권과 헌법적 원리 및 법의 지배에 기반한 통치를 의미한다.
이 민주헌정주의 정체성이 위협받는 초법적 행위를 묵인하거나 촉진하는 내란 세력들을 고립시키는 것이 오늘날 국내외적으로 가장 중요한 시대적 과제이다. 이 기본 정체성 자체가 훼손된다면 진보나 보수가 발전적 경쟁을 할 수 없다.
얼마 전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을 중도보수 정당으로 규정했다. 나는 ‘포괄 정당’(catch-all party)으로 민주당을 규정하지만 이 대표가 왜 그러한 문제의식을 가졌는지는 안다. 이 대표의 고민은 국민의힘 주류가 버린 중도보수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여기서 새 과제가 제기된다. 누군가는 중도보수 공간이 아닌 빈 공간(광장의 요구 및 자유주의적 진보나 더 진보적 아젠다)에 자리매김하면서도 민주헌정주의 세력이 승리하고 그 이후에도 사회 대개혁 과제를 내실 있게 하도록 촉진하고 기여해야 한다. 누군가는 다당제, 연동형 비례대표제 및 평등과 차별금지 등 현 민주당 지형보다 더 진보적인 사회 대개혁 요구(혹은 대전환 과제들)를 적극적으로 정치 과정에 반영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주의적 진보 기질을 가지는 조국혁신당과 더 왼쪽의 제반 진보정당들은 이 공간에 최대한 반응하려고 하면서 다채로운 색깔의 민주헌정주의 연합을 만들어갈 중차대한 소명을 지닌다. 특히 진보는 대한민국 정체성의 기반이 단단할 때에만 이를 더 진보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 기반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원래 진보란 언제나 국내외적으로 그 사회가 당면한 긴급과제에 대해 가장 앞서 치열하게 투쟁하면서 대전환의 틈새를 만들어가는 “노련한 선장”(노회찬 전 의원의 표현)의 역할을 해왔다. 이번 국면에서도 민주주의 투쟁에서 가장 헌신적인 진보의 선도적 역할은 중요하다.
다원적 스펙트럼의 후보 경쟁이 필요한 이유
민주헌정주의 연합은 현재 민주당의 협소한 지형을 넘어서는 다원적 스펙트럼의 대연합이어야 한다. 원래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추구한 가치는 민주공화주의이며 리버럴 정당이자 포괄 정당이다. 이는 곧 중도가 중심을 잡고 온건보수, 중도, 자유주의 진보를 포괄하는 정당을 의미한다.
이제 민주당 경향의 정치인들은 원래의 포괄 정당 정신을 강화하여 이재명 대표의 중도보수 노선에 더해 자유주의적 중도와 자유주의적 진보 성향의 대선 후보들을 내보내고 선의의 경쟁을 벌여야 한다. 왜냐하면 각자의 그 길이 결국 민주당의 승리를 넘어 민주헌정주의 연합 진영의 승리에 기여하는 경로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조국혁신당 등 원내 정당, 정의당 등 원외 정당, 즉 민주당 외부의 다양한 개혁 및 진보정당 세력들도 과감하게 자신들의 후보를 내세우고 경쟁하면서 연합의 길을 찾아내는 것이 현 시기 민주헌정주의 진영의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면서 압도적 대선 승리를 이루는 방안이다.
특히 민주당을 비롯한 정치 세력들은 생산적 경쟁 과정에서 자신들이 과거에 했던 활동에 대해 겸허하고 뼈아픈 반성과 성찰을 동반해야 한다. 이에 기초한 미래비전 경쟁일 때만 비로소 광장과 중도시민들이 더 마음을 열고 함께 안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다수연합으로 나아갈 수 있다.
세 가지 정치협약을 통해 대선에서 승리하고 사회 대개혁으로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후보 선출 과정이 필요하다. 가장 역동적인 경로는 내란 세력 청산 및 민주헌정주의 가치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들이 국민 경선 플랫폼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는 중도보수, 자유주의 중도, 자유주의 진보, 진보 등 다양한 스펙트럼 후보가 단일한 장에 함께 참여함을 의미한다. 서로 생산적으로 경쟁하면서도 세 가지 협약의 내용을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만약 위의 경로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된다면 최대한 시민 참여 속에서 세 가지 정치협약과 이후 후보단일화 등 선거연합과 연합정부를 실천해 나가야 한다. 어떤 경로이든 이 연합정치 구현 과정은 시민들의 광범위한 관심과 참여, 정치세력들 간의 상호 신뢰 구축 속에서 진행해야 한다.

진보 정당 후보가 나와야 민주당 후보가 이긴다
광장과 진보의 목소리가 결집하지 않으면 민주당은 선거에서 패배할 수도 있다. 진보 정당 후보가 나와 진보 성향 유권자들을 결속시키고 발전적으로 경쟁하며 선거연합 등 연합정치를 실현시킬 수 있다면 민주당 입장에서도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왜냐하면 최근 12년간 모든 선거에서 진보정당들을 지지한 유권자들이 선거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때 민주당 선거운동원들이 이들과 힘을 합쳐 스윙보터층을 설득해 투표율을 높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진보 정당 후보가 나와야 민주당 후보가 중도적 포지션과 균형을 취하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민주헌정주의 세력은 60%를 넘는 지지율을 획득하여 안정적인 국정 동력을 유지할 수 있다.
반면 선거 과정에서 연합정치를 통해 신뢰를 축적하고 향후 전환의 방향을 공유해나가지 않는다면 집권 이후 사회 대개혁을 둘러싼 균열 속에서 집권세력은 국정 동력을 유지해나가기 어렵다.
사회 대개혁에 가장 철저한 진보 정당 후보가 국민경선이나 정치협약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도 명확하다. 민주당이 대선에서 승리할 수는 있지만 과연 이번 광장의 다양한 목소리들을 수렴하고 대전환 과제를 이후 흔들림 없이 추진할 수 있을지는 다소 회의적이다.

그동안 진보 정당과 시민사회가 사회 대개혁 과제를 일관되게 주장해왔으나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많은 한계를 보여 왔다.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안 된다. 이번에도 각 당의 경선 장만 열린다면 대선의 속성 상 민주당 대 국민의힘의 대결에 대한 경마식 보도로 모든 이슈가 빨려들어갈 것이다.
반면 민주당, 조국혁신당 등 원내 및 정의당을 비롯한 원외 정당 등 민주헌정주의 세력들이 어떠한 형태든 하나의 장에서 경쟁하며 연합을 실현해낸다면 광장과 진보의 목소리들이 더 강하게 시민들과 결합할 수 있다.
물론 민주당 후보들이 국민 경선 플랫폼에서는 가장 유리하다. 하지만 민주당 외부의 후보들이 그저 독립적으로 외부에서 협소한 목소리를 내기보다 관심이 증폭되는 장을 활용한다면 대선 이후 더 힘을 가지고 반헌정주의 세력를 고립시키고 사회 대개혁을 위한 진보 과제를 확장해나갈 수 있다.
진보 정당 후보의 조건과 연합정치의 로드맵
나는 진보 정당 후보들이 단순히 민주당 후보와 경쟁하고 연합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길 희망한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진보 정당들은 매우 약화되고 위축되어 있다. 하지만 진보 정당이 역동적으로 발전해야 중도 정당도 성공한 정치질서를 만들어낼 수 있다. 비록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번 대선은 진보 정당들이 더 역동적으로 재구성되면서 새로운 정치질서에서 일각을 담당할 수 있는 반등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진보 정당들이 광장에서 능동적 목소리를 낸 세력들(특히 청년들)과 시민사회 중 후보 전술을 추구하는 이들과 협의해 더 확장적인 후보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때 그 후보는 진보 정당의 플랫폼을 활용할 수는 있지만 단지 진보 정당을 대표하는 후보가 아니라 현재 진보 정당의 협소한 기반을 넘어서려고 노력하는 ‘시민 진보’ 후보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가치는 단지 진보 정당의 기존 강령이 아니라 이번 광장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더 적극 반영하려고 유연하게 노력하며 광장의 ‘시민 헌정주의’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우선 제반 세력들이 이를 위한 논의기구를 시급히 결성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경선이나 정치협약이 역동적 시민 참여의 과정이 될 수 있도록 디자인하고 제반 세력들은 이 과정에서 세 가지 정치협약을 만들어가야 한다.
경선이 최종 완료되면 선출한 후보를 중심으로 광범위한 연합정부 세력이 사회 대개혁 특별위원회를 시민참여형으로 만들고 세부 공통 로드맵 준비에 착수해야 한다. 그 이후 새 정부가 만들어지면 이 연합세력들은 시민 참여를 기반으로 합리적 보수까지 참여하는 7공화국 시민 개헌 위원회 및 중장기 미래 국가전략위원회도 만들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단지 반헌정주의 세력 집권 저지만이 아니라 대전환기에 슬기롭게 적응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를 가지기에 이번 대선은 미래적 관점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향후 정치 일정은 여전히 매우 불확실하다. 그리고 대선 후 차가운 내전은 더 격화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큰 위기감을 가진다면 민주헌정주의와 대전환을 동시에 추구하는 모든 이들이 이제 용기와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감히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