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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뉴스의 특징 중 하나가 어지간해서는 국제뉴스가 1면에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 대통령이 바뀌거나 어디서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지거나 하지 않으면 말이다. 그런데 2014년 7월과 8월은 달랐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이 뉴스의 머리부분에 왕왕 등장했다. 사태가 정말 심각하다는 뜻이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2014년 8월 8일 새벽을 기준으로 지난 1달간 ‘이스라엘 – 팔레스타인’을 기사 검색한 화면. 관련 기사 부피가 사태의 심각성을 웅변한다.

다윗과 골리앗

기독교인이 아니거나 성경을 읽어본 적이 없어도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는 한 번쯤 들어봤을 거다. 양치기였던 소년 다윗이 거구의 적국 장수 골리앗을 대적해 ‘무릿매'(작은 돌을 끈에 맨 후 끈의 양 끝을 잡고 휘두르다가 한쪽 끝을 놓아 돌을 멀리 던지는 팔매. 끈 달린 돌팔매)로 이마를 맞춰 쓰러뜨린다는 내용이다. 물리적으로 큰 차이가 나는 강한 상대에 맞서 지혜롭게 싸운다는 의미의 비유로도 곧잘 쓰인다.

성경에 골리앗이 등장하는 부분을 보면(사무엘상 17장 4~9절),

그는 블레셋 장군으로 키가 거의 3미터나 되는 거인인 데다가 놋으로 만든 투구를 쓰고 무게가 57킬로그램이나 되는 놋 갑옷을 입고 다리에는 놋으로 만든 각반을 대고 놋창까지 들고 나왔다. 그런데 그 창자루는 베틀 채만큼 두꺼웠고 또 그 창날의 쇠 무게는 약 7킬로그램이나 되었으며 호위병 하나가 그의 큰 방패를 들고 그 거인 앞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골리앗은 서서 이스라엘군을 향하여 이렇게 외쳤다.

‘너희가 왜 나와서 전열을 갖추고 있느냐? 나는 블레셋 사람이며 너희는 사울의 부하가 아니냐? 이제 너희 중 한 사람을 택하여 나에게 보내라. 만일 너희가 보낸 자가 나를 죽일 수 있으면 우리가 너희 종이 되겠다. 그러나 내가 그를 죽이면 너희가 우리 종이 되어야 한다. 내가 오늘 너희 이스라엘군을 이렇게 모욕한다. 자, 나와 싸울 자를 어서 보내라.’

다윗과 골리앗
다윗과 골리앗 (오스마 쉰들러, 1888년 작)

팔레스타인의 기원

내용에도 나와 있듯이 골리앗은 블레셋 사람이다.

블레셋 사람 골리앗

블레셋이 어디지? 하고 영어 성경을 찾아보았다. ‘필리스틴'(Philistines), 한글 성경에 블레셋 사람들이라 표시된 단어가 필리스틴, 즉 오늘의 팔레스타인이다.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를 들으면 마치 우리의 삼한시대 부족 간의 싸움만큼이나 멀게 느껴지는데 그때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죽일 듯이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팔레스타인은 어떻게 어디서 누구로부터 시작했을까? 성경에 나오는 족속의 명칭은 인물의 이름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블레셋도 어딘가 등장하지 않을까?

노아의 아들 함의 후손 블레셋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노아의 방주 이야기는 들어보았을 것이다. 신이 대홍수를 일으켜 지구를 물로 덮었을 때 방주 속에 들어가 생명을 보존한 인물이다. 이 이야기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노아는 현재 지구 상에 있는 모든 인류의 조상이 된다.

노아의 홍수가 벌어졌을 때 방주 안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노아 혼자가 아니다. 노아와 노아의 아내, 세 아들 그리고 세 명의 며느리 이렇게 총 8명이 살아남았다. 역대상 1장에 보면 아담부터 시작해 노아를 거쳐 죽 계보가 나오는데 이 중에 블레셋이 있었다.

블레셋은 노아의 셋째 아들 함의 족보에 등장한다.

함을 저주하는 노아
함(그의 아들이 가나안)을 저주하는 노아 (구스타브 도레, 1800년대)

블레셋 종족은 ‘가슬루’족에서

함의 자손은 구스와 이집트와 리비아와 가나안이고, 구스의 자손은 쓰바와 하윌라와 삽다와 라아마와 삽드가이고, 라아마의 자손은 스바와 드단이다. 구스가 또 니므롯을 낳았는데, 그는 이 세상의 첫 장사가 되었다.

이집트에게서 루드 족과 아남 족과 르합 족과 납두 족과 바드룻 족과 가슬루 족과 크레테 족이 나왔다. 그리고 ‘가슬루 족에서 블레셋 족’이 나왔다. 가나안은 맏아들 시돈을 낳고, 그 아래로 헷을 낳았다.

가슬루 족은 이미 ‘거기’ 살고 있었다

가슬루를 검색하니 ‘Casluhites’, 고대 이집트 사람을 뜻하며 나일강 동쪽에 있는 황금의 언덕 콤 옴보(Kom Ombo)사원의 비문 위에 그 이름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하나님이 통치한다는 의미의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은 이후 몇 세대가 지나서 등장한다.

즉, 블레셋 사람( = 팔레스타인 사람)은 이미 팔레스타인 지역에 살고 있었다.

탐욕과 맹목의 도구가 된 ‘신의 약속’

그런데 떠돌이 신세로 살아온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신이 가나안 땅 (위의 인용한 계보의 가슬루족 바로 아래 가나안이 나온다)을 주겠다는 약속을 한다. 기쁨이 영원히 거할 수 있는 땅을 줄 테니 가서 정복하라고 명령한다. 가나안은 팔레스타인 지역을 포함해 대략 이스라엘 전 국토를 말한다.

그때부터 지금까지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들이 믿기로) 신이 그들에게 약속한 땅을 차지하기 위해 숱한 전쟁을 치러왔다. 팔레스타인 사람들 입장에서는 황당한 일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대대로 잘살고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이스라엘 사람들이 쳐들어와 이 땅은 신이 우리에게 준 땅이라며 무력으로 땅을 요구하고 있으니 말이다.

지금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틴이 가나안 땅을 나누어 분할 점령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의 목표은 가나안 땅을 온전히 차지하는 것이다. ‘신의 약속’이 탐욕스런 맹목의 도구가 되어버린 셈이다.

다윗과 골리앗 미켈란젤로 h_02
시스타나 성당 천장화 중 일부인 ‘다윗과 골리앗’ (미켈란젤로, 1509년 작)

뒤바뀐 다윗과 골리앗

그 옛날 다윗과 골리앗이 싸우던 시절, 이스라엘 사람들은 블레셋 사람들이 쳐들어오면 벌벌 떨었다.

당시 블레셋은 이스라엘보다 훨씬 앞선 문명을 누리고 있었다. 골리앗은 철로 만든 무기와 갑옷으로 무장하고 이스라엘 사람들을 조롱했다. 여기서 볼 수 있듯 블레셋은 철기를 소유하고 있었고 이스라엘은 변변한 무기가 없었다.

미국에서 수입한 최신식 무기로 무장한 이스라엘은 오늘날 골리앗이다. 한국 역시 주요 무기수출국 중 하나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이스라엘에 227억 원 상당의 무기와 탄약을 수출했다. 필요는 발명을 낳는 법, 이스라엘 자신도 세계 10대 무기 수출국이다.

사실 전쟁에는 승자와 패자가 없다. 싸움을 시작하는 순간 모두가 지는 거다. 당사자도 방관자도.

다윗과 골리앗 구스타브 도레 다윗과 골리앗 구스타브 도레
골리앗을 참살한 다윗 (구스타브 도레, 1866년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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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1. 안녕하세요 ~ 글 잘 봤습니다
    정말 무서운 일이예요. 믿음을 근거로 전쟁을 정당화하다니

    아무리 봐도 현재 이스라엘이 펴는 정책은 식민지를 겪었던 우리 입장에서는 외면하기 어렵습니다. 보면 볼수록 옆 나라와 다르지 않아요 ;; 아니 솔직히 강대국이 점령지에서 했던 것(남아프리카 등등)을 배워서 더 교묘해졌죠

    확실한 정보는 찾기 힘듭니다. 정말 석유나 기타 주요 거점을 차지하기 위해서 이슬람 문명에 가해지는 탄압인지… 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이슬람의 테러에 방어하기 위한 정당한 억압인지…
    그 어떤 이유로도 이스라엘의 정책은 한국의 군대 내 폭력 살인사고처럼 도를 지나쳤죠.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이 잘못을 반성할 지 모르겠어요! 그들에게 정녕 신이 있다면 노력한 것 이상을 욕심내지 말라고 깨우쳐 주길 바랍니다. 그 이외의 것은 거짓임을

  2. 1년 이상 지난 글이지만 지나친 오해가 있어 덧글답니다. 필자께서 오해하고 계십니다. 멸망한 가나안 족속이 어떤 무고한데 멸망당한 것이 아닙니다.

    성경에 따르면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주시는 땅에 들어가거든 너는 그 민족들의 가증한 행위를 본받지 말 것이니
    그의 아들이나 딸을 불 가운데로 지나게 하는 자나 점쟁이나 길흉을 말하는 자나 요술하는 자나 무당이나
    진언자나 신접자나 박수나 초혼자를 너희 가운데에 용납하지 말라

    라고 신명기 18장에 가르치고 있습니다. 여기서 아들이나 딸을 불 가운데로 지나게 한다는 것은 완곡한 표현으로서 가나안 족속들이 자신들이 믿는 신에게 자신의 아이들을 인신제사로 불로 태워 죽였던 것을 의미합니다.

    상상이 가십니까? 자기 친자녀를 불로 태워 신에게 제사드리는 문명이? 어떠한 한 사건을 볼 때 그 사건이 일어난 문명의 도덕수준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어린 아이를 툴로 태워 인신제사를 드리는 문명은 도덕수준이 얼마나 개차반이었을까요?

    성경 곳곳에서 하나님께선 그들의 흉악한 죄악들을 혐오하시고 또한 그런 것들을 이스라엘 민족들에게 본받지 말 것을 경고하셨습니다. 가나안 족속은 인류 역사상 보기 힘들정도로 도덕적으로 평가가 힘들정도로 타락한 족속이었고 그들은 마땅히 자신들이 저지른 죄에 대한 댓가를 치른 것일 뿐입니다.

    한마디로 썩은 문명에서 태어나 썩은 문명의 도덕수준에 의해서 고통당하며 살다 고통스럽게 죽느니 그 문명을 싹 청소하는 것이 좋다고 하나님께선 판단하신 것이죠.

    물론 이런 의견은 하나님을 믿지 않는 분들에게는 적극적으로 동의되지 않을 줄 압니다. 제가 이런 의견을 내면 역사는 이긴 자의 기록이냐니 뭐니 하면서 비꼬시기도 하지만 실제로 레바논 지역에서 어린아이가 불탄 뼈가 담긴 항아리들이 발견되어 이런 기록들을 뒷바침해줍니다. http://www.reuters.com/article/2008/11/13/us-lebanon-phoencians-discovery-idUSTRE4AB3QW20081113
    (이 기사에서 단순히 뼈가 담긴 항아리라고만 언급되고 있습니다)

  3. 네. 이지훈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이스라엘 민족이 가나안땅을 차지 할 수 있었던 이유는 힘이쎄서도 문명이 팔레스타인인들보다 더 뛰어나서도 아니였습니다. 팔레스타인 지역에 사는 그들의 죄악이 너무도 관영했기 때문이지요. 현대에도 많은 사람들은 기독교가 자신의 종교만 고집하는 타협불가능한 옹졸한 종교가들이라고 비판하지만 자신의 자녀를 인신제사 드리고 음란제사를 드리는 악함을 하나님은 이땅에서 용납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너희 종교만 종교고 다른 종교는 왜 부정하는 것이냐며 공격하지만, 보시다시피 그들의 종교는 인간을 위하는 종교가 아니라 자신의 탐욕과 음란한 이기심을 채우는 도구이기에, 인간을 위하는 종교가 아니라 인간을 착취하고 괴롭히는 도구이기에 용납 할 수 없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무고한 피 흘리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습니다. 그런자는 죽이라 하셨습니다. 자신의 자녀를 인신제사 드리는 그들의 탐욕.. 상상할 수 있습니까? 그 죄는 용서 할 수 없는 죄입니다.
    이스라엘이 가나안 땅을 정복한 것은 단순히 땅만을 정복한 것이 아닌 세상의 악한 문화를 제거하고 하나님의 법에 따라 인간 왕이 없어도 성숙한 인격을 가진 인간들이 하나님의 법에따라 하나님 나라의 문화를 펼치며 잘 살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이상국가를 세우시기 위한 것이였습니다. 그래서 그 법도를 모르는 세상 사람들에게 이렇게 살아야 한다! 라는 것을 보여주고 가르치라는 것이였습니다. 물론 이스라엘 민족이 그렇게 못하고 가나안 문화를 받아들여 자신들이 멸망시켜야 할 그 문화에 흡수되자 하나님은 이스라엘 민족도 결국 징계하신 것이지요.
    악한 나라, 악한문화는 그냥 내버려두지 않으십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선택하신 이스라엘일지라도… 그런 악한 문화에 어떤 타협도 용납도 있을 수 없는것입니다. 하나님은 거룩하시기에 우리에게 거룩하라 명령하신것입니다. 적당히 섞이는 것도 안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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