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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언론은 어떻게 가짜뉴스에 대응하고 있을까. 지난 9월 한국 기자들과 함께 프랑스 파리를 찾아 프랑스 언론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저널리스트를 만났다. 이 글은 한국 기자들과 함께 진행한 여러 인터뷰를 정리한 글 가운데 하나로, 특히 프랑스 언론의 팩트체킹 방법론에 중점을 둔 인터뷰다.

‘데코되르(Decodeurs)는 6명의 기자와 4명의 데이터 저널리스트, 각각 1명의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참여한 르몽드의 ‘팩트체크’ 팀이다. 르몽드 기사뿐 아니라 공적으로 중요한 정보의 진위를 검증한다. 그런데 단순히 진위 여부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정보의 출처와 맥락을 제공하고,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인포그래픽, 동영상 등을 자주 이용한다.

  • 2017년 9월, 프랑스 파리 
  • 인터뷰이: 아드리앙 세네카 (르몽드 데코되르 팩트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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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코되르 언제부터 시작했나? 그리고 무엇을 검증하나?

처음에는 블로그로 시작했다. 그러다가 2014년부터는 르몽드 사이트의 한 섹션으로 자리잡았다. 우리는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기사에 대해 검증한다. 예를 들어, 지구온난화와 같은 문제는 언제나 중요하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독자에게 지식을 전달할 수 있는 기사를 생산하는 것이다. 어떤 사안에 관해 구체적으로 설명을 함으로써 독자들이 그 사안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설명이 부족하다고 느껴지거나 덜 구체적인 기사들을 검증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경제 관련 기사들은 전문가가 아니면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기가 힘들다. 이런 경우, 간단한 질문으로 시작해서 심층적인 내용으로 파고드는 방식을 선택한다. 중요한 것은 진짜냐 혹은 가짜냐를 밝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긴 기사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은 독자들이 사안을 제대로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다.

데코되르
르몽드 ‘데코되르’, 단순히 거짓이냐 아니냐를 판별하기보다는 독자에게 ‘지식’을 전하고, 사안 제대로 이해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 데코되르에는 개발자, 저널리스트, 디자이너 등 다양한 팀원들이 존재한다. 이들의 역할은 무엇인가? 어떤 단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

전통 기자들은 정보를 수집하거나 정보를 분석하고 검증해서 기사를 작성하는 역할을 한다. 데이터팀은 주로 표, 인포그래픽 등 기사의 시각화에 중점을 둔다. 그리고 개발자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면 독자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든다거나, ‘데코덱스’처럼 각각의 사이트에 대해 검색엔진처럼 설명을 해주는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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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데코덱스(Decodex)’

뉴스 사이트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검색서비스의 형태를 갖추고 각 뉴스 사이트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제공한다.  수없이 많은 인터넷 뉴스 사이트들 중 정보의 신뢰성이라는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극우정당 당원들에 의해 만들어진 사이트나 풍자적인 사이트들에 대해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최근 창간된 인터넷 신문은 잘 알려져 있지 않으므로 믿을만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인지 여부를 알려준다. ‘디지털 뉴스 읽기 매뉴얼’을 웹사이트를 통해 제공하기도 한다.

데코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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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저널리스트의 역할은 데이터가 말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구온난화를 다루면서 프랑스 전 지역 혹은 전 세계 기온의 변화를 보여준다거나 하는 것처럼 데이터들을 시각화하는 것이 그들의 주된 역할이다. 최근에는 북한의 미사일에 대해 시각화하는 기사를 제공하기도 했는데, 서로 다른 종류의 미사일이 어디까지 도달 가능한가를 세계 지도와 함께 보여줬다.

= 기사 생산량에 대한 압력은 없나?

기사 생산량에 대한 데크스로부터의 압력은 없다. 물론 두세 달 동안 아무 것도 생산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우리 역할은 특정 사안에 대한 분석이기 때문에 많은 기사를 생산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일주일에 몇 개 정도의 기사는 쓴다.

= 프랑스에서 팩트체킹이 중요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우리가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몇 년 전부터이기는 하지만, 사실 미국 대선 결과나 이런 것들의 여파로 일년 전부터 팩트체킹의 중요성이 더 많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 우리가 이러한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는 정보의 유통 채널이 너무나 다양해진 디지털 환경과 관련이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확장되면서 팩트체킹의 중요성이 더 강조되고 있다.

예를 들어,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 중 하나인 프랑스령 생 마르탱은 지난 허리케인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이용자에 의해 유통된 정보의 확산이 그곳에 실제 있었던 사람들이 전달한 정보보다 훨씬 더 위력을 발휘했다. 유튜브나 페이스북에서 사람들이 만든 가짜 동영상이나 이미지를 통해 너무나 많은 루머가 돌았고, 엄청나게 공유됐다.

문제는 이러한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유통되면서 실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 펼쳐졌다는 것이다. 오늘날 독자들은 인터넷 이용자들이 생산한 정보와 저널리스트가 생산한 정보를 구별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실과 전혀 다른 동영상을 이용자가 만들어 내고, 유포할 때 사람들은 이것이 팩트에 기반한 동영상인지 아닌지를 구별하기 힘들다.

페이스북 가짜 뉴스를 풍자한 만평 (출처: 버팔로뉴스)
페이스북 가짜 뉴스를 풍자한 만평 (출처: 버팔로뉴스)

= 르몽드 데코되르에 그렇게 많은 인력이 필요한가? 그리고 데코되르는 공적 서비스의 개념인가?

우리에게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하는 일은 단지 팩트체킹만이 아니다. 2~3명가량이 팩트체킹에 전념하고, 3~4명가량은 주로 탐사보도에 집중한다. 그리고 3~4명 정도는 미디어교육을 담당한다. 물론 이러한 작업은 독자가 정보를 어떻게 읽어야 할 것인지에 집중하는 분야라 할 수 있다.

그래서 팩트체킹 서비스는 다른 섹션과는 달리 유료가 아닌 무료로 제공된다. 이건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유료 팩트체킹 사이트들도 존재한다. 돈을 내면 개인적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 독자들을 위해 데코되르가 제공하는 미디어 교육의 사례를 든다면?

일단 뉴스 사이트에 대한 데이터베이스인 ‘데코덱스’가 있다. 데코덱스의 역할은 정보 출처를 독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인데 검색서비스의 형태를 갖추고 각 뉴스 사이트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패러디나 풍자 사이트의 경우는 농담과 유사한 콘텐츠를 제공하기 때문에 이러한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정보는 팩트에 입각한 정보라고 볼 수 없다. 목적 자체가 사람들을 속이는 데 있기 때문이다. 데코덱스는 이러한 사이트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우리는 가짜뉴스에 대한 링크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얼마 전에 트럼프가 죽었다는 루머가 돌았는데 이러한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사이트를 알려주고, 이러한 사이트를 조심하라는 경고를 하기도 한다. 6개월 동안 우리가 찾아낸 가짜뉴스만 해도 3천 개가량이었다.

아울러 독자들이 스스로 정보의 진위를 확인할 수 있도록 동영상이나 애니메이션 형태의 다양한 가이드를 제공하기도 하고 교사들을 위한 미디어교육 가이드북을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르몽드의 저널리스트들이 청소년의 뉴스 해독을 위해 학교 현장에서 직접 미디어교육을 실시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르몽드를 포함해 모든 언론매체들의 뉴스를 접할 때 비판적인 시선을 가질 것을 권장하고 있다.

= 정치 기사에 대한 팩트체킹의 사례를 든다면?

오늘 아침에 발행한 기사인데, 프랑스의 좌파연대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대표 장-뤽 멜랑숑이 마크롱의 정책을 비판한 내용을 검증한 기사가 그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는 마크롱의 정책이 가난한 자들의 희생을 초래하는 부자들을 위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는데 그가 말한 다양한 주장들을 제시하고, 이를 검증한 후 어떤 주장이 참에 가깝고, 어떤 주장이 거짓에 가까운지를 구체적인 설명과 더불어 제시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를 통해 지난 몇 주 동안 어떤 정책들이 제기되었고,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를 동시에 파악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선택 초이스 거짓 진실 거짓말 갈림길

= 정보가 진실인지 거짓인지 판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을 독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나?

진실인지 거짓인지를 묻는 질문보다 힘든 것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당연히 우리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이는 상당한 작업과 정확성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질문은 내가 던진 질문이 제대로 된 질문인가, 즉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질문이냐는 것이다.

그래서 정보의 사실 여부를 찾아 나서기 전에 과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인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경제 정책을 다룰 때 제대로 된 정책을 위해서 ‘우파의 정책과 좌파의 정책 중 어떤 것을 따라야 하는지’를 묻는다면, 이런 질문에 대해 팩트를 근거로 한 답변을 얻기 힘들다. 그러나 ‘오늘날 사회가 더 안전해졌나’하는 질문은, 물론 이 질문 역시 아주 광범위하지만 다양한 지표들을 통해서 더 안전해졌는지의 여부를 보여줄 수 있다.

우리는 가능한 한 투명하게 우리가 정보를 검증한 과정을 독자에게 최대한 보여주려고 애쓰고 있다. 지구가 둥글다와 같은 과학적인 사실들은 진짜, 가짜를 쉽게 이야기 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정보가 사실 진실인지 거짓인지의 여부를 확실히 말하기 힘들다.

물론 이런 경우 역시 검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이 경우 우리는 ‘진실이다’, ‘거짓이다’라고 말하기 보다는 ‘사실에 가깝다’거나 ‘거짓에 가깝다’라는 표현을 한다. 우리가 펙트체킹하는 진짜 이유는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기보다는 독자가 알아야 하는 중요한 사안들을 공론화시키는 데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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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언론의 팩트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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