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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하루에도 정말 많은 뉴스가 만들어지고, 또 소비된다. 하지만 우리가 소비하는 뉴스들은 정해져 있다. 굵직굵직한 정치 이슈나 자극적인 사건 사고, 주식과 부동산이 얼마나 올랐느니 하는 소식이 대부분이다. 그 와중에 좋은 기사는 묻힌다. 그래서 ‘의미 있는’ 기사들을 ‘주간 뉴스 큐레이션’에서 선별해 소개한다.

소소하지만 우리 삶에 중요한 이야기, 혹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목소리에 귀 기울인 기사, 그리고 지금은 별 관심이 없지만 언젠가 중요해질 것 같은 ‘미래지향’적 기사들, 더불어 세상에 알려진 이야기 ‘그 이면’에 주목하는 기사 등이 그 대상이다. (필자)[/box]

2017년 2월 첫째 주 좋은 기사 솎아보기

1. 쌍용차 복직 1년, 멈춰선 죽음의 숫자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말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에게는 그냥 구호가 아니라 현실이었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28명이 세상을 떠났다. 해고가 살인이라면 복직이 그들을 살릴 수 있을까. 한겨레가 쌍용자동차 복직 1년을 맞아 복직자 18명의 건강 상태를 추적했다.

28이라는 숫자는 29로 바뀌지 않았다. 2016년은 2009년 ‘쌍차’ 사태 이후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은 유일한 해였다. 지난 2월 1일 쌍용차 해고노동자 18명이 복직한 이후,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는 희망은 죽음의 행렬을 끝냈다. 입원 치료를 받은 사람은 해고 시절보다 절반 이상 줄었고, 우울증도 감소했다.

희망이 계속 이어질지, 희망 고문으로 끝날지는 미지수다. 아직 142명의 해고자가 복직을 기다리고 있다. 사용자 측이 선별채용 형태로 거북한 이들을 걸러 낼 가능성도 남아있다. 사용자 측과 사회가 기억해야 할 점은 노동자들에게 일한다는 것 자체가 곧 치유라는 사실이다.

● 한겨레

큐레이션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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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장애인에게 더 불편한 ‘시월드’

‘시월드’로 대표되는 가부장적인 문화는 여성들이 명절날 고향을 찾지 않게 하는 가장 큰 요소다. 여기에 한 꺼풀의 차별과 편견을 더 맞이해야 하는 여성 장애인들의 시월드는 더 고약하다. CBS 노컷뉴스가 여성 장애인들의 명절 속앓이를 조명했다.

소아마비로 왼쪽 다리 근육이 마비돼 장애3등급을 받은 48세 강 모 씨는 “앉아서 일해도 될까요?”라는 말을 목구멍 아래서 삼키고 만다. 남편과 연애할 때부터 시어머니 눈칫밥을 먹은 탓에, 사소한 실수도 ‘장애가 있어서 그렇다’고 여길까 봐 악착같이 힘든 티를 내지 말아야 한다. 하반신 마비로 1급 장애인인 35세 황 모 씨는 시댁에 가지 않았다. 장애로 인해 아예 집안에서 배제되기 때문이다. 시어머니는 집안일 대부분을 그녀가 아닌 동서들과 상의한다.

일반 가정집에 거주하는 여성 장애인 중 차별과 폭력을 경험한 적 있다고 답한 4,700명(5.4%)은 차별의 주요 가해자로 ‘배우자 가족’을 지목했다. ‘시월드’는 장애인에게 더 불편하다.

● CBS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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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계란 파동이 보여준 진실, 식량 안보에 취약한 대한민국

계란 한 판이 1만 원을 넘었던 시기, 인터넷에서는 ‘신종 금수저 인증’이 유행했다. 계란 후라이나 계란말이를 먹고 있는 사진을 올리면 금수저로 인정해주는 것이다. 명절 이후 계란 가격이 다시 정상화하고 있지만, 이번 계란 파동은 웃고 넘어갈 일만은 아니다. 민중의소리는 ‘계란이 만약 쌀이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묻는다.

불과 4개월 전 계란은 정부 정책 지원이 필요할 정도로 넘쳐났다. 그러던 계란이 AI 한 방에 품귀 사태를 빚었다. 아르헨티나의 홍수 탓에 식용유 가격이, 브라질과 인도, 태국의 작황이 안 좋은 탓에 설탕 가격도 치솟았다. 이 모든 사태의 공통점은 농축산물 공급이 기후변화나 전염병 같은 요소에 극심하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번에 품귀현상을 빚은 품목이 계란이 아니라 쌀이었다면, 그리고 쌀 수출국들이 우리가 필요로 하는 만큼 쌀을 수출하지 않았거나 이를 무기로 다른 것을 요구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이렇게 식량 안보에 취약하지만 계란 파동 때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라곤 수입뿐이었다. ‘모자라면 외국에서 사 오면 되지’라고 단순히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식량 확보는 국가의 생존권이다.

●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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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두 아이의 엄마가 말하는 육아휴직 3년법

조기 대선을 앞두고 대선 주자들의 공약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보수 후보 유승민 의원은 ‘육아휴직 3년법’을 대선 공약 1호로 내놨다. 자녀가 만 18세가 될 때까지 최대 3회, 최장 3년간 육아휴직을 쓸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두 아이 엄마인 한국일보 박선영 기자는 육아휴직 기간만 늘리는 것으로는 소용이 없다고 말한다.

법으로 3년씩 쉴 수 있게 해도 실제 3년을 쉬는 여성은 많지 않을 것이다. 오랜 기간 직업 현장에서 격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답은 아빠도 같이 육아휴직을 쓰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율은 8.5%다. 남자가 육아휴직 쓰는 걸 이상하게 보고, 출세포기자로 만드는 직장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3년이든 10년이든 육아는 여성 몫이다. 이런 이유로 심상정 의원은 대선 공약 1호로 아빠·엄마 육아휴직 의무할당제’를 제시했다.

더 근본적인 대책은 노동시간 단축이다. 출산율을 높이고 싶다면 육아기 부모부터 어린이집 교사까지 모두가 동시에 칼퇴근해야 한다. 이런 이유인지, 유승민 의원은 2호 공약으로 ‘칼퇴근법’을 내놨다. 대선 주자들이 온전히 여성의 부담인 육아를 남성과 사회의 몫으로 나눌 방안을 제안하는지,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자.

●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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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1인칭 시점의 세월호 참사

대통령 탄핵 사유 중 하나로 적시된 세월호 참사 당시의 직무유기. 정작 당사자인 박근혜는 “기억이 잘 안 난다”고 했다. 국가 총책임자였던 그의 무책임한 말과 달리, 어떤 이들은 이날을 너무나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SBS 취재파일이 예은 아빠 유경근 씨가 진술한 그 날의 기억을 기록했다.

2017년 1월 1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0부 심리로 세월호 유가족이 국가와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당사자 신문이 진행됐다. 돈을 받기 위해서가 아닌, 세월호 참사의 책임자로 국가를 명시하기 위한 소송이다. 당사자로 출석한 유경근 씨는 어제 일처럼 세월호 참사와 그 이후 국가가 저지른 일을 또렷이 기억했다.

피해자들에게 그 날 일은 분초 단위로, 생생하게 남아 있다. 이 기록을 읽으면 예은 아빠 유경근 씨의 눈으로 재구성한 2014년 4월 16일을 간접 경험할 수 있다. 이제 그날 누구 잘못으로 3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는지에 대한 기록도 남겨야 할 차례다.

● SBS 취재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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