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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얼마 전 북경의 훠궈[footnote]중국식 샤브샤브[/footnote]집에서 음식 주문을 하려고 종업원을 향해 손을 들었다. 그러자 돌아온 답변은 테이블 위에 있는 QR코드를 스캔하라는 것이었다. 얼마 전부터 북경 번화가의 대부분 음식점은 QR코드 주문을 도입하고 있고, 일부 음식점에서는 QR코드 주문 외에는 아예 다른 형태의 주문을 받지 않는다.

음식 주문은 QR코드, 결제는 위챗페이, 팁은 홍빠오로 해결하는 중국

위챗을 켜고 QR코드를 스캔하자 가장 먼저 뜨는 메뉴는 테이블에 몇 명이 앉아있냐는 것이었고, 인원수를 입력하자 곧바로 주문할 음식 메뉴가 바로 나타났다. 심지어 테이블에 앉은 일행 여러 명이 동시에 다른 메뉴를 선택할 수도 있다.

위챗을 이용한 음식 주문

내가 선택한 메뉴는 빨간색, 옆자리 일행의 메뉴는 파란색으로 나타난다. 옆 사람이 너무 비싼 메뉴를 주문했으면 결제할 사람이 삭제해도 된다. 주문하는 동안 스마트폰에 터치만 조용히 하고 있었지 한마디 말도 오가지 않았다. 불과 몇 개월 전 과거 중국의 훠궈집에서는 주문을 위해서 주고받아야 할 대화가 한두 마디가 아니던 것을 생각하면 급격히 스마트하고 모바일하게 변화하는 중국을 느낄 수 있는 단면이다.

음식을 먹던 도중 술을 한 병 추가로 주문해보았다. 30초 남짓한 시간 만에 주문한 술이 테이블 위로 빛의 속도로 달려왔다. 과거 중국 음식점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서비스 반응 속도였다. 게다가 웃는 얼굴의 복무원[footnote]服务员; 푸우위엔[/footnote]은 놀라움을 넘어서 오싹할 정도였다.

갑작스럽게 서비스 수준이 급격히 향상된 중국은 2개월마다 1주일 이상은 중국 출장을 가는 필자에게도 충격적인 현실이었다.

모바일 선진국 중국, 서비스 산업의 고도화 급속히 진행 중!

원인은 무엇일까?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 시스템 자체가 효율적으로 바뀐 것도 하나의 원인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서비스 제공자와 소비자 간에 뚜렷하게 이해관계를 일치시켜주었다는 것이다. 위챗 QR코드를 통한 주문을 통해 메뉴만 스마트하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테이블마다 담당하는 복무원의 서비스 제공에 대한 보상 시스템 또한 명확해졌다. 식사 후에 만족스러우면 복무원을 향해 팁을 홍빠오 형태로 제공해줄 수도 있으니 서비스 품질을 극대화할 인센티브는 충분하다.

이러한 서비스 품질의 급격한 향상은 음식점뿐 아니다. 중국판 우버인 ‘디디추싱’으로 잡은 택시를 타면 종종 택시 안에 꽃향기뿐 아니라 조그만 화분이 놓여있는 경우도 종종 있다. 고급 생수도 빠지지 않는다. 과거처럼 가까운 길도 뺑뺑 돌아가는 악덕 택시기사는 디디추싱과 함께 자취를 감추었다. 소비자를 왕처럼 섬기고 별점을 챙기고 홍빠오를 챙기는 오프라인 서비스 제공자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래프 출처: 아이리서치차이나
그래프 출처: 아이리서치차이나

이 모든 편리한 시스템이 가능한 배경에는 간편결제의 보편화라는 스마트 모바일 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인프라가 깔려있다. 음식값 지불과 종업원 팁 지급에 필수적인 요소가 바로 모바일 간편결제인 것이다.

수년 전부터 알리바바의 알리페이는 간편결제의 대명사처럼 여겨져 왔고, 작년부터는 모바일 간편결제가 중국 인민 경제활동의 기본으로 자리 잡아 왔다. 음식점에서 지갑을 꺼내지 않고 위챗페이, 알리페이로 결제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다. 위의 표 수치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지난 5년간 중국 간편결제 시장은 무려 5배 넘게 성장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도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위챗페이와 알리페이

이미 중국의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 경제활동은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를 통해 결제할 수 있다. 지갑 속의 현금은 의미 없어지고, 스마트폰만 있으면 무엇이든 가능해지는 것이다. 실물화폐의 온전한 증발이 가능할 국가는 바로 중국일 듯하고, 이미 상당한 실물화폐가 사라져가고 있다. O2O 생태계 가치사슬의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는 바로 간편한 금융결제시스템이라는 사실을 중국의 모바일 생태계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은 현금을 은행에 예금하고, 신용을 쌓아 신용카드를 발급받는 단계를 겪지 않고 장롱 안의 현금을 쓰던 습관에서 바로 모바일 간편결제로 뛰어넘는 도약적 진보를 경험했다. 그래서 중국 모바일 소비자들은 알리페이, 위챗페이를 통해 신용에 기반을 둔 결제를 하고 앤트파이낸셜, 위뱅크와 같은 온라인전문은행을 통해 최초의 신용대출을 받아보고, 재테크도 처음으로 경험한다.

아이폰

중국의 모바일 소비자들이 무서운 것은 바로 그들이 태초부터 모바일스러운 소비자라는 것이다. 알리바바를 통해, 위챗을 통해 금융서비스를 처음 경험하고 있는 수억 명의 모바일 소비자들이 중국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위챗,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영향력을 지닌 하이퍼플랫폼

아래 스크린샷은 위챗의 기능 중 위챗월렛(Wechat Wallet) 메뉴를 캡쳐한 것이다. 가장 왼쪽 상단 메뉴부터 시작하면, 위챗페이를 통한 송금이다. 공인인증서 필요 없이 위챗페이 비밀번호 하나면 송금이 자유롭다.

위챗월렛

우측 상단의 Wealth 메뉴는 모바일 재테크로 ETF와 펀드 투자 모두 가능하다.

중간에 Utilities 메뉴를 클릭하면 수도, 가스, 전기, 전화, TV 비용을 모두 모바일 간편결제로 지급할 수 있다. 도시의 인프라가 통째로 위챗 생태계로 들어온 것이다.

바로 옆에는 Public Service 메뉴가 있다. 정부 서비스도 모바일화에 가세했다. 납부한 연금의 현황을 파악할 수 있고, 지방세 납부, 각종 증명 업무도 처리할 수 있다.[footnote]참고로 필자는 중국인이 아니기에 모든 메뉴를 체험하여 확인하진 못했다.[/footnote]

2015년 봄 양회[footnote]兩會; 중국에서 3월에 연례행사로 거행되는 전국인민대표대회(全國人民代表大會; 약칭 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中國人民政治協商會議; 약칭 정협 또는 인민정협)를 통칭하는 용어[/footnote]를 기점으로 중국 정부는 ‘인터넷 플러스’ 정책을 새로운 중국의 성장 동력으로 외쳐왔다. 위챗 생태계를 세심히 살펴보면 이러한 중국 정부의 의지가 충실하게 반영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야말로 중국 통째로 위챗 생태계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위챗의 월간 활동사용자(MAU)는 8억 명에 달한다. 2015년 한 해 동안 2억 명이 추가되었다.

위 스크린샷의 왼쪽 화면의 하단을 보면 택시, 기차, 항공권, 호텔, 영화관, 음식점 예약, 소셜커머스 링크가 등장한다. 이들 메뉴 하나하나가 수조 원에서 수십조 원 기업가치의 스타트업들과 연계된다. 텐센트는 이들 모든 스타트업들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주황색 콜택시 앱은 바로 디디추싱의 로고이다. 올해 초 애플로부터 조 단위 투자를 받고 우버차이나를 인수하면서 중국에서 우버를 몰아내고 40조 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증명한 디디추싱은 시장점유율 90% 육박하며 중국의 도시 교통을 독점적으로 책임지고 있다.

위챗 생태계에서 영화관 예약을 담당하는 것은 얼마 전 YG엔터테인먼트에 1천억 원 단위의 투자를 감행한 웨이잉(微影; Weying)이다. 웨이잉은 위챗 생태계에 최적화된 온라인 영화관 예약 플랫폼만으로 자체 기업가치 2조 2천억 원을 달성했다. 작년 시리즈 C 투자유치 금액이 7,500억 원에 달했다.

위챗 생태계에서 음식점 예약을 담당하는 디엔핑(大众点评; Dianping)은 작년 소셜커머스 업체 메이퇀(美团; Meituan)과 합병하였고, 올해 초에는 3.5조 원 투자유치에 성공하면서 20조이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사실 메이퇀과 합병한 디엔핑은 사실상 중국의 거의 모든 O2O를 포괄하는 거대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음식점뿐 아니라 발 마사지, 노래방 등 중국인의 집 밖에서 즐기는 여가 활동 대부분을 담은 플랫폼이다.

자, 지금까지 위챗월렛에 나타나는 모든 메뉴에 대한 설명을 마쳤다. 어떤 느낌인가? 세상에 이렇게 넓고 깊은 모바일 플랫폼이 존재하기나 했었는가? 미국, 한국 어디에도 위챗과 같은 플랫폼은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 ‘인터넷 플러스’ 정책의 산물인 텐센트 위챗의 생태계는 플랫폼을 초월하는 플랫폼, 즉 하이퍼플랫폼이라고 불릴 만하다.

인터넷 플러스

위챗 생태계를 탄생시킨 텐센트는 실제로 게임, 뉴스, 음악, 소설, 비디오, 모바일검색, 보안, 앱스토어 분야에서 중국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12개월간 수천만 개의 꽁중하오(위챗 기업계정)이 탄생하고 동시에 위챗 생태계 밖의 개별 홈페이지의 의미는 급속히 감퇴하고 있다.

감히 말할 수 있다. 중국의 인터넷은 위챗으로 귀결되고 있다고. 위챗은 8억 명의 모바일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행선지를 모두 알고, 주머니 사정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진정한 빅 브라더로 이미 등극한 것이다. 미국으로 따지면 텐센트 위챗의 생태계는 페이스북에 아마존, 구글, 페이팔을 더하고, 우버와 에어비앤비, 액티비전 블리자드, 그리고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서비스를 담아나가고 있다.

중국식 창조의 산물, 위챗은 DT시대의 실크로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창조된 것들을 모두 훠궈처럼 하나의 냄비에 담아낸 위챗은 어찌 보면 중국 ‘인터넷 플러스’ 정책이 만들어낸 전혀 새로운 창조물이다. 지금껏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극강의 편리함 속에서 데이터를 통한 감시와 통제 또한 극도로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하이퍼플랫폼이다.

텐센트 위챗 생태계의 성장은 중국 정부 입장에서도 꽤 좋은 정치적 도구다. 더 나아가 위챗 생태계가 만들어내는 전혀 새로운 소비자 경험은 중국을 넘어서 세계를 향해 확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인류는 언제나 기술이 가져다주는 편리함을 수용해왔기 때문에 이러한 전망은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편리하고 효율적이고 더 재미있는 시스템을 마다할 사람이 있겠는가? 중국의 ‘인터넷 플러스’의 산물인 위챗 생태계는 데이터기술 시대를 상징하는 하이퍼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나아가 중국과 세계를 연결해주는 데이터 실크로드 역할을 할 것이라 조심스레 전망해본다. 중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 갈 파워가 위챗 생태계에서 등장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강조한다. 위챗을 알아야 중국이 보이고, 미래가 보인다!

참고 자료

  1. 이코노믹리뷰, [정주용의 미래의 창]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플랫폼, 텐센트, 2016.10.
  2. 테크크런치, Meituan-Dianping, China’s Largest Group Deals Site, Closes Massive $3.3B Round At $18B Valuation, 2016. 1.
  3. 월스트리트저널, Uber Sells China Operations to Didi Chuxing, 2016. 8.
  4. 올차이나테크, Tencent-backed ticket booking company now valued at USD 2 B, 201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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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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