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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 예술 행사(카셀 도큐멘타[footnote]dOCUMENTA Kassel[/footnote]와 비엔날레, 트리엔날레 등)를 개최하면서 전 세계 예술의 흐름을 주도하는 독일. 그중에서도 베를린은 다양한 문화가 모이는 광장으로 많은 예술가로부터 사랑받는 도시입니다.

앞으로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예술계 종사자를 만나 그들의 생각과 철학을 슬로우뉴스 독자와 함께 나눠보고자 합니다.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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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인터뷰를 위해 베를린 ‘DNA 갤러리’ 수석 큐레이터로 활동하는 김서영 씨를 만났습니다. 인터뷰는 김 큐레이터가 서울과 베를린을 오가면서 “증언적 이미지(Evidence)’’를 준비 중이던 2015년 8월 중순, DNA 갤러리 근처 카페에서 진행했습니다. * 이 기사는 2015년 8월 당시 인터뷰를 토대로 재작성된 것입니다.

김서영 큐레이터가 "예술과 건축: 토폴로지" 전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 이정훈) 
김서영 큐레이터가 “예술과 건축: 토폴로지” 전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 이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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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Berlin’ 갤러리와 인연이 닿은 계기가 있나요.

제가 초기에 “래디컬 플레이스(A Radical Place)“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었어요. 이 프로젝트에서 조해준 선생님과 함께 새로운 구술 드로잉을 제작하여 선보일 계획이 있었어요. 이 프로젝트는 동독에 계셨던 한국학자들 그리고 독일분들을 만나 뵙고 그분들이 평양에서 공부하면서 혹은 일을 하면서 경험하셨던 북한의 내용을 발췌해서 기록(documentary) 방법을 통해서 전시에서 보여주는 기획이었습니다.

저는 이 전시를 통해서 대중들에게 북한과 한반도의 분단 역사에 대해서 알리고 싶었어요. 이를 위해서 예술 공간을 알아보던 중에, DNA Berlin이라는 갤러리를 접하게 됐죠. 이 공간은 베를린 중심가에 위치해 고, 과거 독일 분단 상징인 베를린 장벽이 있었다는 역사적 층위를 표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였습니다.

이처럼 DNA Berlin의 장소적 성격이 제가 준비한 프로젝트의 취지와 잘 맞았고, ‘새로운 행동의 갤러리'(Die Neue Aktionsgalerie)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작품의 전위적 접근 방식과도 잘 부합했어요.

이후 갤러리 대표(Johann Nowak)와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됐고, 전시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시아 국가들, 특히 한국, 중국, 일본의 주요 미술 공간과 연결되면서 계속 전시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DNA Berlin에서 11월 27일부터 선보일 전시 “증언적 이미지(Evidence)”가 서울과 베를린에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증언적 미학이라는 주제에 예전부터 큰 관심이 있었어요. 증언적 이미지가 미학적으로 발전해온 과정과 역사적 형태나 이 내러티브를 주제로 작업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관심 있게 봐왔습니다. 이런 주제로 전시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많이 고민해 왔죠.

유럽을 보면 이러한 증거적인 미학에 관해 프랑스와 독일의 고전주의 미학에서 여러 차례 담론이 형성되었지만, 이 주제가 아직까지 현대 시각예술에 크게 부각되어 다루어진 적이 없어요. 그리고 오늘날 유럽 예술 현장의 경향이 아시아성에 관해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 중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번 전시에 접근할 수 있었어요. 우리가 알고 있는 아시아의 근대 역사라는 것은 굉장히 탈헤게모니적인 역사인데, 그 시점을 들여다보면 서구의 이원론적인 냉전 역사에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공부하다 보면 이게 아닌 경우도 굉장히 많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우리나라처럼 식민역사와 민족전쟁을 경험한 나라가 더 나아가 민주화 항쟁에 이르기까지 큰 틀에서 볼 때 서구 제국주의 영향 속에서 정치적 분단이 되었지만, 그 이질감은 내부에도 지역 감정으로 번져있습니다.

하지만 작은 틀에서 볼 때는 분단을 통해 찢어진 가족의 역사, 그리고 이런 가족 안에서 생긴 개인의 희생 가치가 존재하거든요. 우리의 역사의식은 이러한 개인에 대한 아픔을 이해하기보다는 과거 이데올로기 냉전 역사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상처와 아픔이 그 본질에서 해결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이데올로기로 판단하니까 그 안에 자리하고 있는 내용이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그렇죠. 그동안 사회 통합적인 접근으로 해결하려고 했지만, 해결하지 못하고 있잖아요. 최근의 예술적 경향이 다루는 사실적인 이야기는 바로 이러한 역사 사실을 재조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이번 전시도 증언적 이미지가 표현하는 사실, 증거적 역할뿐만이 아니라 그것이 예술을 통해 어떻게 재구성이 되는지 주목합니다. 이러한 시도는 사회적, 정치적, 문화 역사적 차원에서 재해석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시의성도 있고요.

-이번 기획을 통해 시도할 수 있는 가능성에 관해 조금 더 이야기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예술의 가능성은 굉장히 크니까요. 지역 전문가도 예술적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어느 지역의 문화적, 장소적 특수성을 보여줄 수 있는 개성이 예술 작품으로 채워질 수 있기 때문이죠. 예술의 형식과 장르는 다양해서 이를 총체적으로 기획, 연출하는 큐레이터가 지역 발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그런 기대를 만드는 역할은 아티스트의 몫이라고 보나요. 

아티스트뿐만이 아니라 큐레이터도 그러한 역할을 하죠. 아티스트는 그들의 작품을 통해, 그리고 큐레이터는 그들의 전시 기획을 통해 역할 한다고 봐요. 그리고 저는 예술의 맥락이 굉장히 다양한 형태와 방법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해요. 따라서 아티스트, 큐레이터뿐만이 아니라 또 다른 누군가가 그런 역할을 할 수도 있고, 그러면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가능성을 기대할 수도 있겠죠.

-다양한 예술적 맥락의 한 형태 혹은 방법으로 전시기획을 해오고 계시는 거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렇죠. 위에서 말한 대로 큐레이터도 아티스트처럼 전시 기획을 통해서 새로운 사회의 패러다임을 구성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김서영 수석큐레이터가 전시"Making Border: Afterimages and Projections" 참여작으로 일부 공개된 한국 정전협정문에 첨부 지도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김서영 수석큐레이터가 전시”Making Border: Afterimages and Projections” 참여작으로 일부 공개된 한국 정전협정문에 첨부 지도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전시 기획자로서 독일, 특히 베를린에 관해 평한다면요. 

우선 전반적으로 사람들이 예술에 관한 관심도가 높아서 전시 기획하는 사람으로서는 좋은 환경인 것 같아요. 예술에 관심을 가진다는 게 그저 단순히 전시 오프닝에 참석하고, 사람들 만나 이야기하는 데서 그치지 않아요. 작품과 전시 의도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려는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는 시민이 많죠. 그런 체험이 큐레이터로서 인상 깊었어요.

예술가로서, 큐레이터로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베를린이라는 장소의 특수성은 제가 관심 있는 주제에도 잘 부합하고 있습니다.

-큐레이터의 길을 걸어갈 젊은 친구들에게 몇 마디 해주신다면?

나이가 아직 어린 만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해요.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으니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젊은 열정으로 예술에 대한 공부를 진지하게 꾸준히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한국과 독일을 오가면서 전시 기획을 진행하게 될 것 같아요. ‘DNA Berlin’ 갤러리에서의 전시뿐만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박사과정 학업을 위해서도 독일에 자주 올 일이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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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영 큐레이터 

김서영은 독일 베를린자유대에서 문화역사학 미술사학으로 학위를 취득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독일 베를린 Die Neue Aktionsgalerie 수석 큐레이터를 역임했으며, 미국 하버드대, 독일 베를린자유대, 각 연구소에서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독일 프로이센 문화재 재단, 독일 국립박물관 연합에서 전문가 워크숍을 추진했다. 독일에서 한반도 비무장지대를 소재로 공공 공원 전환 연구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아라리오의 전시 담당 큐레이터로 재직 중이다.

“증언적 이미지(Evidence)”

예술 문화사가 낳은 역사적 산물의 증언이며 이 전시가 재현하는 증언의 역사는 과거, 현재, 미래를 이어가는 새로운 관점의 가능성을 모색한 전시전. 이 전시는 김서영 큐레이터의 제안으로 차재민, 마리엄 가니(Mariam Ghani), 클레멘스 클라우스(Clemens Krauss), 딘 큐 레(Dinh Q. Le), 마리아나 바실레바(Mariana Vassilleva), 야오 루이 중(Yao Jui-Jung)이 참여했으며 2015년 11월 27일에서 2016년 4월 9일까지 독일 베를린 DNA에서 열렸다.

  • 홈페이지: www.dna-galeire.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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