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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룸살롱’ 사건을 주목하는 이유

이것을  ‘안철수 룸살롱’ 사건이라고 불러야 할지 아니면 ‘네이버 룸살롱’ 또는 ‘박근혜 콘돔’ 사건이라고 부르는 게 맞을지 잘 모르겠다. 안철수나 박근혜는 혹시 대통령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들이니 만만한 네이버를 빌려 ‘네이버 룸살롱’ 사건이라고 부르자. NHN(네이버) 사람들이 본다면 기분 나쁘겠지만 이건 네이버 식이다.

네이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이하 ‘실급검’)가 온갖 룸살롱으로 도배되는 희대의 사건이 어제 오후 벌어졌다. 네이버 실급검의 위상을 고려할 때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치고 이 사건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지 만 하루가 지난 지금 그 전투의 흔적은  ‘박근혜 콘돔’으로 상징돼 네이버 실급검의 끄트머리에 다소곳이 자리잡고 있다.

박근혜 콘돔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2012년 8월 22일 오후 3시 13분 네이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이 한 편의 촌극은 언론-포털-네티즌으로 이루어진 온라인 여론의 삼각구도가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는지, 온라인 여론전의 뜨거움과 네이버 시스템의 취약성이 함께 어우러졌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매우 극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안철수 룸살롱’에서 촉발돼 ‘박근혜 콘돔’으로 귀결된 이번 사건을 원인과 전개, 결말까지 상세하게 분석하는 것은 능력 밖의 일이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것들을 모두 다 모아서 분석한다고 해도 그것이 총체적 진실을 알려주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전개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 놓쳐서는 안 될 몇 가지 포인트만 기록해 두기로 한다.

‘네이버 룸살롱’ 사건의 주역들

1. 사건의 배경 : 네이버의 검색어 조작에 관한 논란들

네이버가 검색어, 정확히 말해서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나 연관 검색어를 조작한다는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 문제의 선봉에 서서 문제를 제기해 온 IT평론가 김인성의 블로그에 가보면 네이버의 검색어 조작 의혹에 대한 다양한 글과 만화들을 볼 수 있다. 네이버는 그의 주장에 맞서 검색어 조작은 하지 않는다는 해명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네이버의 해명들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도 많다. 문제는 네이버가 이러한 논란을 깔끔하게 종식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나는꼼수다’가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언젠가는 한 번 크게 터질 수밖에 없는 뇌관을 네이버가 품에 지니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2. 동아일보, “안철수 룸살롱 안 갔다지만…”

동아일보는 인터넷(동아닷컴) 기준으로 8월 20일 오후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룸살롱에서 술을 마셨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고 ‘신동아’ 9월호를 인용해 보도했다.  21일 네이버 실급검에 ‘안철수 룸살롱’이 올라가게 된 시발점이 된 기사다.

3. todaysppc, “‘안철수 룸살롱’만 성인인증없이 검색된다”

검색어의 성인인증 논란을 촉발시킨 최초의 글은 21일 12시46분경 인터넷 공동구매 커뮤니티인 todaysppc에 올라온  ‘안철수 룸살롱…존나 웃긴 네이년’이라는 글이다.

네이버에서 ‘룸살롱’, ‘박근혜 룸살롱’ 등을 검색하면 성인인증을 요구하는 데 반해 ‘안철수 룸살롱’은 성인인증 없이 관련글을 검색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댓글에는 나꼼수에 제보하면 좋겠다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봐서 이 글을 본 누군가가 나꼼수에 제보했을 가능성도 있다.

4. 트위터, 이슈확산의 주역

이슈확산 도구는 단연 트위터가 으뜸이다. 많은 이들이 이 내용을 트위터로 공유했지만 시간순으로 쓸비(@urain), 재밌게(@jemitge), 주진우(@jinu20) 등의 트윗이 많은 RT를 받으며 ‘안철수 룸살롱’ 이슈를 폭발시켰다.

안철수 룸살롱 검색어에 대한 주진우 기자의 트윗

룸살롱 검색어의 성인인증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주진우 기자의 트윗

5. 네이버의 해명, ‘박근혜 콘돔’을 끌어들이다.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실급검에 각종 룸살롱이 올라오기 시작하자 네이버는 오후 4시 39분 검색팀장의 이름으로 해명 글을 올린다.  ‘안철수 룸살롱’ 키워드와 관련해 드리는 말씀 [네이버 다이어리]

요점은 “룸살롱은 성인인증을 필요로 하는 검색어이지만, 검색량이 일정 수준을 넘고 해당 키워드와 관련된 언론보도가 있는 경우에는 성인 인증을 해제하고 있다”는 것.   ‘정우택 룸살롱’과 ‘박근혜 룸살롱’도 이러한 내부규칙에 따라 차례대로 성인인증을 해제했다는 게 네이버의 설명이다.

그런데 네이버는 여기서 이 사건이 새로운 형태로 비화하는 단초를 제공하고 만다. 해명을 위한 사례를 들면서 하필이면  ‘박근혜 콘돔’을 예시한 것. 아마도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 안철수와 대척점에 있는 박근혜 관련 검색어이면서 성인인증 해제에 해당하는 예시를 찾다보니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안철수 룸살롱’ 사건이 ‘박근혜 콘돔’ 사건으로 전환되는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어 버렸다.

여기까지가 이른바 ‘네이버 룸살롱’사건의 5대 주역들이다.

네이버 룸살롱 사건을 주목하는 이유

대한민국 인터넷의 가장 뜨거운 공간인 네이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가 룸살롱과 콘돔으로 점령된 사건. 이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다가올 대선정국과 온라인 미디어 시장의 변화 그리고 네이버의 미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함의를 품고 있는 매우 상징적인 사건이다. 아마도 훗날 2012년 8월21일은 ‘네이버 룸살롱’ 사건이 발생한 날로 특별하게 기록될지도 모른다. 이렇게 생각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네이버 룸살롱’ 사건은 올해 대선이 얼마나 치열한 사이버 전쟁이 될 것인지를 예고하고 있다. 우리는 네이버 룸살롱 사건에서 2012 대선의 사이버 선전전의 트레일러를 본 셈이다. 언론보도에서 시작해 커뮤니티-SNS로 확산하고,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통해 재확산하며, 이것은 다시 새로운 뉴스를 양산하게 만드는 온라인 여론의 판에 박힌 사이클 외에도 앞으로 몇 달 동안 어떤 새로운 기법과 꼼수가 등장할지 알 수 없다. 종이신문과 방송만 장악하면 되던 시대가 아니라 지금도 새로운 SNS가 속속 등장하는 전방위 소셜미디어 시대에 폭로전과 마타도어, 어뷰징과 낚시, 여론조작과 음모론이 얼마나 횡행할지 생각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어지럽다. 이 전쟁의 최종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네이버는 과연 이러한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기존의 운영정책을 고수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는 뉴스캐스트와 함께 네이버의 머리를 아프게 만드는 양대 현안 중 하나다. 뉴스캐스트의 해법 찾기가 어려운 만큼 실급검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도 쉽지 않다.

내부사정을 모르는 제3자가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겉으로 보이는 네이버의 서비스 운영정책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보신주의’라고 할 수 있다. 뉴스캐스트도 스스로 미디어로서의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보신주의적 발상에서 나온 것이고 실시간 인기 검색어를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로 바꾼 것도 책임회피라는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어떻게든 책임지지 않으려는 일관된 자세는 ‘영혼이 없는 공무원’을 연상케 한다. 그것이 ‘네이버가 사는 법’이다.

하지만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네이버는 뉴스든 검색어든 현재와 같은 방식의 운영을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 뉴스캐스트에 대한 원성이 하늘을 찔러도 ‘폐지’라는 단어에는 손사래를 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실급검 역시 폐지는 상상하기 어렵다. 이 정도의 논란으로 말미암은 손해는 뉴스와 검색어로 벌어들이는 이익에 비하면 충분히 감내할 만한 수준이며 IT 전문가들이 흔히 주장하는 기술적인 해결책보다는 다소 논란이 있더라도 정책으로 관리하는 지금 같은 운영방식이 검색이라는 컨텐츠 상품의 경쟁력에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네이버 룸살롱’사건을 특히 주목하게 된 것은 이번 사건이 발생한 시점이나 파장의 강도를 생각해 볼 때 네이버가 혹시나 지금까지 고수해 온 정책들의 수정 필요성을 받아들이고 검색서비스의 대대적인 개편이나 실급검의 폐지를 검토하는 계기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약간의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네이버 검색팀장의 해명이 있은 지 불과 네 시간 쯤 뒤에 김상헌 대표가 직접 올린 추가 해명 글은 얼핏 보면 네이버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실망감만 안겨다 주었다.

오늘 일을 계기로, 관련 부서와 다각도로 정책을 검토한 결과, 청유어(청소년 유해 단어)의 검색에 대한 성인 인증은 현행과 같이 계속 유지하되, 관련된 ‘뉴스 기사’는 성인 인증과 상관없이 검색 결과로 노출되도록 개편을 하려고 합니다. 생각해 보면, 뉴스 자체를 청유물로 지정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고, 무엇보다 뉴스는 취재와 데스킹이 있는, 가장 기본적으로 신뢰할 만한 콘텐츠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 네이버는 여러분이 궁금해하실 명예훼손성 검색어에 대한 처리 현황,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대한 운영 현황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외부의 검증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공개의 방식과 일정에 대해서는 이후 ‘네이버 다이어리’ 등을 통해 자세히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공개하겠습니다.

[출처: 네이버 다이어리] ‘룸살롱’ 키워드 이슈에 관하여 말씀드립니다.

우선 김상헌 대표가 ‘가장 기본적으로 신뢰할 만한 콘텐츠’라고 이야기하는 ‘뉴스 기사’의 기준만 놓고 이야기해도 논란은 끝도 없이 만들어질 수 있다. ‘뉴스’는 어디까지이며 ‘기사’는 어디까지인가. 네이버와 ‘제휴’한 ‘언론사’가 쓴 글 중에서도 ‘기사’와 ‘광고’를 구분하는 데 애를 먹고 있는 네이버가 어떻게 “뉴스는 취재와 데스킹이 있는 가장 신뢰할 만한 콘텐츠”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뉴스 기사의 기준을 어찌어찌 잘 만들었다고 치자. ‘관련된’ 뉴스는 또 어떻게 정할 것인가.

당장 어제 벌어진 ‘박근혜 콘돔’ 검색어 사건의 초반에 독보적인 수혜를 입은  ‘‘박근혜 테마주’ 콘돔업체 2배 올랐다가 반 토막난 사연’ 같은 기사가 ‘박근혜 콘돔’과 ‘관련된’ 뉴스인지 ‘박근혜’와 ‘콘돔’이 단지 한 기사에 포함됐을 뿐 키워드 연관성은 없다고 판단할 것인지 그 기준은 누가 어떻게 정할까? ‘박근혜’와 ‘콘돔’이 하나의 기사 안에 포함되기만 하면 ‘관련된’ 것으로 인정한다면 박근혜의 명예를 전혀 훼손하지 않고도 ‘박근혜 콘돔’ 관련 기사는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콘도미니엄을 콘돔미니엄으로 써도 아마 기준에 부합할 것이다.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네이버의 대표이사께서 왜 이런 말도 안되는 해명을 하고 있을까. 검색어에 대한 성인인증 제한기준이 논란이 되자 뉴스 검색을 기본적으로 성인인증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당장 그 부분만이라도 면피하고 가겠다는 생각일까.

네이버가 앞으로 공개하겠다는 내용들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네이버만 몰아세우는 쪽으로 흐르는 것 같다. 하지만 네이버가 공개하겠다는 내용이 ‘실급검의 운영현황’에 대한 것뿐이라면 이것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다양한 데이터가 공개되고 기본적인 실급검 검색어 선정 알고리즘과 동의어나 제외어의 처리규정, 비속어/유해음란성 검색어 처리규정, 검색제한 및 제한해제 원칙 등이 공개될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세게 나가면 실급검 콘텐츠가 ‘관리’되지 않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적당히 까발릴 수도 있고, 사람들이 실제로 어떤 검색을 가장 많이 하는지 모두 공개해서 전국민을 멘붕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그것이 논란을 해결해 주기보다는 또 다른 논란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네이버는 1위 포털의 지위가 흔들린다는 조짐만 없다면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떠오르고 있는 뉴스캐스트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폐지하거나 아니면 그와 준하는 수준으로 개편할 생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사기업이 그렇게 판단하는 것을 제3자가 어찌할 도리는 없는 것일까?

포르노 천국인 미국에서 공연 도중에  한쪽 가슴이 보여진 사건 때문에 자넷 잭슨이 전국민에게 사과하고 그래미상 시상에서 제외되는 일이 벌어졌던 가장 큰 이유는 그 공연이 공중파TV인 CBS에서 중계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네이버 메인페이지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가 룸살롱과 콘돔으로 거의 하루 동안 도배된 사건이 공중파TV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보일락 말락했던 가슴노출 사건보다 약하다고 할 수 있을까?

네이버의 후속조치가 대한민국 인터넷의 거의 전부를 책임지고 있는 회사에 걸맞은 모습으로 나오기를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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