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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동차 테슬라, 최초 서울-부산 왕복 후기

테슬라 최초 서울-부산 왕복 후기

“이건 꼭 해봐야겠다.”

테슬라 Model S를 구매하면서 생각했던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국내 최초로 서울-부산을 왕복하는 것이었죠. 아무리 테슬라의 주행거리가 길다고 해도 테슬라의 수퍼차저 스테이션(SuperCharger; 테슬라의 전기자동차 충전소) 인프라 없이 왕복하는 건 리스크가 크고 모험에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하지 않았고 어려운 목표일수록 도전 욕구는 더 강해지는 법이라 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전기차의 연비 특성

테슬라 모델 S는 옵션에 따라 최대 주행거리가 다릅니다. 제가 구입한 P85D의 경우 EPA(미국환경부) 기준 407km이고 최대주행거리가 가장 긴 모델은 85D이며 434km를 주행할 수 있다고 되어있습니다. 제가 기존에 운행하던 내연기관 가솔린 차량인 BMW 320i의 경우 기름을 가득 채웠을 때 출퇴근 시엔 600km, 서울-부산 왕복 시엔 900km 이상을 갈 수 있을 정도로 고속도로에서의 연비향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기차의 경우 장거리 고속 주행 시 연비가 어떻게 변하는지 정확히 확인한 바가 없어서 무턱대고 도전하기엔 리스크가 좀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전 점검을 위해 호명리 와인딩을 다녀왔습니다.

정속주행 속도에 따른 최대 주행거리 변화

정속주행 속도에 따른 최대 주행거리 변화

사전 점검 호명리 와인딩

호명리 와인딩 후기는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호명리 와인딩 후기는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와인딩이란 코너링에 치중한 운전을 말합니다)

왕복 거리는 대략 150km, 일시적으로 속도를 적당히 낼 수 있는 구간이 존재하고 경사가 어느 정도 있는 언덕을 오르내리는 코스라 지형 및 속도에 따라 연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확인해볼 수 있었습니다. 급가속 및 고속 주행의 경우 주행가능 거리가 급속하게 감소하며 80~100km/h 구간에선 200Wh/km보다 좋은 연비를 보여줬습니다.

산을 오르는 구간에선 연비가 매우 나빠지며 내려오는 구간에선 충전되지만 굴곡이 심해서 브레이크로 어느 정도 에너지를 낭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충 파악한 결과 엄청나게 과속하지 않으면 300km 정도는 거뜬하게 갈 수 있겠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서울-부산 경로 결정

평소에 다니던 경로는 ‘중부내륙-경부고속-대구부산고속도로’의 380km 구간이었습니다. 완충한 후 연비운전으로 매우 아슬하게 갈 수 있는 거리이긴 하지만 테슬라 서비스 센터도 없고 늦은 시간에 가족과 함께 가는 거라 최대한 안전하게 가기 위해 중간쯤에서 충전을 한 번 하기로 했습니다.

서울-부산 구간의 충전소는 안성, 김천 휴게소 양방향에 각각 있었습니다. 안성휴게소는 위치가 애매해서 좀 더 가운데에 가까운 김천 휴게소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김천 휴게소를 경유지로 하니 중부내륙도로 대신 경부고속도로를 타야 해서 거리 400km 정도로 늘어났지만 별다른 선택지가 없어서 경부고속도로-대구부산고속도로의 경로로 정했습니다. 김천휴게소는 230km 지점에 있어서 위치상으로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김천휴게소의 충전소 상태

김천휴게소의 충전소 상태

출발

출발 준비 완료

출발 준비 완료

7월 17일 부산으로 가는 날이 되었습니다.

테슬라 모델 S의 충전 설정을 보면 하루 운전하는 경우에는 90%까지 충전해서 사용하고 여행을 가는 경우에는 100%까지 충전해서 사용하게끔 표시되어있습니다. 항상 90%까지만 충전해서 사용했지만, 장거리를 대비해 96%까지 충전을 해두었습니다. 100%로 충전을 해둘까 했지만 회생 제동 시 더는 충전이 되지 않고 배터리 사용에 있어서 40~90% 구간이 배터리 수명에 좋다는 얘기를 들어서 96% 정도로 타협했습니다.

탑승자는 운전자 포함 세 명에어컨은 자동으로 맞춰놓고 출발했습니다. 금요일 퇴근 시간이라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차가 밀리지 않고 평균속도 80km/h 이상으로 쾌적하게 갈 수 있었습니다. 충전 지점까지 200km 이상 가야 하는데 한번에 쉬지 않고 이 정도의 장거리를 가보는 것은 처음이라 최대한 연비운전을 하면서 갔습니다.

알려진 충전소로부터 너무 멀리 왔습니다. 충전계획을 세우세요.

중간쯤 왔을 때 화면에 경고메시지가 하나 떴습니다.

“알려진 충전소로부터 너무 멀리 왔습니다. 충전계획을 세우세요.”

운전 중에 갑자기 떠서 어딘가 고장이 난 줄 알고 깜짝 놀랐는데, 이 차 입장에선 당연히 국내 충전소에 대한 정보는 제가 충전했던 곳이 전부이기 때문에 무시해도 되는 메시지였습니다.

김천 휴게소 도착

무사히 첫 번째 경유지인 김천 휴게소에 도착했습니다. 출발지부터 휴게소까지의 주행거리는 217.3km, 주행시 소모한 전력량은 40.1kWh, 연비는 185Wh/km로 기준연비인 200Wh/km보다 잘 나왔습니다. 이 페이스라면 충전하지 않고 한 번에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안전하게 충전을 하고 가기로 했습니다.

김천휴게소 부산방면은 휴게소 입구 근처에서 쉽게 충전소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간단히 밥을 먹고 화장실을 갔다 오니 벌써 40분 정도가 훌쩍 지났습니다. 90%까지 10분 정도 남아서 차에서 간단하게 아이스크림을 먹고 충전이 다 된 뒤 다시 부산으로 향했습니다.

목적지 도착

남은 거리는 200km가 안 되고 시간도 많이 늦어 차도 없어서 조금 페이스를 올려서 주행했습니다. 역시 충전에 대한 걱정이 없어지니 한결 마음 놓고 운전할 수 있었습니다. 별다른 문제 없이 무사히 어머니 댁에 도착했습니다. 휴게소부터 집까지의 주행거리는 173.6km, 소모 전력량은 35kWh, 연비는 페이스를 조금 올려서 그런지 202Wh/km였습니다.

부산에서의 충전

부산지역 급속 충전소 현황

부산지역 급속 충전소 현황

혹시나 어머니 댁의 주차장에서 충전할 수 있는지 미리 연락을 해봤지만, 아파트라 그런지 역시 쉽게 허가가 나지 않았습니다. 부산에는 서울과 비교하면 충전 인프라가 많은 편이 아니지만, 다행히 근처의 마트에 급속 충전소가 있었고 이마트 등에도 어느 정도 완속 충전기가 설치되어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아내와 서면을 둘러볼 일이 있어서 시민공원 근처의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충전을 하기 위해 갔는데 전기차 전용 주차공간 두 곳 모두 일반차량이 주차 중이었습니다. 전기차의 보급률이 낮아서 그런건가 하는 생각을 하고 직원을 불러 차를 빼달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한참 뒤에 해당 차주가 장을 다 보고 오셔서는 짐을 느긋하게 싣고 계시길래 제가 차를 살짝 움직여서 주차할 것처럼 했습니다. 차주가 “여기 전기차 전용 자리에요~”라고 하시길래 “이 차가 전기차에요.”라고 대답을 하니 멋쩍은 듯이 웃으시면서 얼른 차를 빼주셨습니다. 서면을 둘러본 뒤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장까지 보고나니 88%까지 충전이 되어있었습니다.

다시 서울로

부산에서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80% 정도 남은 상태로 출발했습니다.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에는 안성 및 김천휴게소에 충전소가 있는데 안성휴게소는 살짝 리스크가 있다고 생각해 김천휴게소를 들렀습니다. 당연히 부산 방향 휴게소와 같은 위치에 있겠지 싶어서 그 위치로 가봤는데 충전소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차를 타고 휴게소를 한 바퀴 둘러봤지만, 충전소처럼 보이는 것은 없었습니다. 여기서 충전을 하지 못하면 안성휴게소까지 가야 하는데 출발할 때에도 완충 상태가 아니었는 데다 완전 연비주행을 한 게 아니다 보니 무리일 것 같았습니다.

일단 차에서 내려서 휴게소 끝에서 끝까지 뛰면서 찾아봤는데 주유소 구석쯤에 뭔가 초록색의 반가운 형태가 보였습니다. 겨우 차로 돌아가 충전소에 차를 세우고 충전을 하려는데, 이번엔 충전카드가 인식이 안되었습니다. 10시 반쯤 되는 시간이었는데 관리하는 곳에 전화를 해야 하나, 다시 돌아가서 충전을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충전카드 뒤에 쓰여있는 카드번호로 인증을 시도했더니 인증이 되면서 겨우 충전할 수 있었습니다. 무사히 충전을 마치고 TACC(Traffic-Aware Cruise Control; 트래픽을 감안해 자동으로 속도를 조절하는 장치)를 켜두고 편안하게 집으로 올 수 있었습니다.

후기

처음엔 많이 긴장했지만 돌아올 때의 사소한(?) 트러블을 제외하곤 생각보다 무난했던 여행이었습니다. 다른 전기차라면 모르겠지만, 테슬라 모델 S는 경로에 급속 충전소 한군데 정도만 있어도 갈 수 있고, 두 군데 이상이면 좀 더 안정적으로 다녀올 수 있습니다. 물론 충전 계획을 잘 세워야 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지만요. 테슬라 모델 S의 경우 정식으로 판매되는 지역에서는 경로를 지정하면 배터리 상황까지 계산해서 자동으로 경로를 짜주기 때문에 충전계획 수립에 따른 스트레스를 줄여준다고 합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테슬라의 인프라가 없고, 충전시설 인프라도 미흡하므로 아직은 신경을 많이 써야 합니다. 최근에 들려온 반가운 소식으로, 2015년 9월 1일부로 고속도로 휴게소 30개소에 급속 충전소를 설치·운영 중이라고 합니다. 앞으로는 좀 더 수월하게 장거리 여행을 갈 수 있겠죠. 아마도 조만간 기존에 타던 내연기관 자동차를 팔게 될 것 같습니다.

이 글 원문은 필자의 블로그(브런치 @iamquadr)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원문은 슬로우뉴스 원칙에 맞게 편집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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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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